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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 달도 삼키고 바람도 보듬는 마음의 부자를 꿈꾸며
거친 세상으로부터 상처받은 여인의 눈물 - 주세페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사랑조차 외면한 가혹한 삶의 무게 - 아브로즈 토마의 햄릿 죽음으로 빠져드는 영혼의 소용돌이 - 리카르도 잔도나이의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 죽음을 초월한 연인의 어긋난 운명 - 프랑수아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 - 빈첸초 벨리니의 카플레티 가와 몬테키 가 스스로의 환상에 갇힌 슬픈 사랑 - 자모코 푸치니의 나비부인 배신과 죽음, 그녀가 가진 모든 것 - 가에타노 도니체티의 안나 볼레나 헤어날 수 없는 운명의 미로 - 주세페 베르디의 돈 카를로 민족의 한을 대신한 영웅의 노래 - 주세페 베르디의 나부코 거짓 약속으로 점철된 격정의 오페라 - 자코모 푸치니의 토스카 권력을 부르짖는 귀기어린 절창 - 주세페 베르디의 맥베스 영웅을 함락시킨 여인의 유혹 - 카미유 생상스의 삼손과 데릴라 절제할 수 없는 욕망의 각혈 -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살로메 방랑자들이 노래하는 역설적 인생 - 루지에로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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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중반, 좋은 집안 출신의 잘 노는 청년들의 모임인 ‘쟈키 클럽’의 일원이었던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의 아들)는 파리 오페라 극장의 객석에 앉아 있는 알퐁신 마리 뒤플레시스에게 한눈에 반했다. 그녀의 집까지 뒤따라간 뒤마 피스는 아름다운 뒤플레시스가 각혈하는 모습을 보고 그녀가 결핵 환자임을 알게 되었다. 이 문학청년은 그녀를 극진히 간호했다. 남자의 진정한 사랑을 처음으로 알게 된 뒤플레시스는 그를 사랑하게 되어 한 달 남짓 둘만의 신혼살림을 차린다. 하지만 당대 최고의 코르티잔으로서 파리의 뭇 남성들로부터 여신처럼 추앙받으며 세련과 사치라면 따라올 사람이 없던 뒤플레시스의 사치벽은 도저히 뒤마 피스 같은 젊은이가 만족시켜 줄 수 없었다. 그녀는 적어도 자기가 좋아하는 동백꽃에 파묻혀 지낼 수 있게 해줄 정도의 재력 있는 남자가 아니라면 도무지 성에 차지 않았던 것이다. 뒤플레시스는 슬슬 다른 남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상처받은 뒤마 피스는 급기야 그녀에게 절교의 편지를 썼다. “나는 내가 원하는 만큼 당신을 사랑할 수 있는 부자도 아니고, 당신이 원하는 만큼만 주는 사랑에 만족하는 가난뱅이도 아닙니다…….”
--- 주세페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중에서 매드신의 정점에 오필리아의 죽음이 있다. …… 햄릿의 어머니는 죽음을 맞는 순간의 오필리아를 이렇게 노래했다, “그녀의 옷이 물에 퍼져, 인어처럼 떠오른 채, 위험도 모르는 채 그녀는 시를 읊었지. 마치 물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처럼…….” 존 애버렛 밀레이가 그린 <물에 빠진 오필리아>는 죽음에 임한 오필리아를 너무나 아름답게 그려냈다. 이 그림을 위해 밀레이는 그림을 그리는 내내 모델에게 따뜻한 물을 가득 채운 욕조에 떠 있도록 했다. 이 그림이 영국 왕립 아카데미에 전시되었을 때 갤러리를 찾은 수많은 관람객들은 오랫동안 이 그림 곁을 떠나지 못했다고 한다. …… 한 손엔 햄릿과의 지나간 사랑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들꽃을 움켜쥐었지만 물가의 풀 한 포기도 잡지 않은 빈손은 어쩌면 햄릿이 뻗어줄지도 모르는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는 것일까……. --- 앙브로즈 토마의 <햄릿> 중에서 노벨로 가문은 인근 리미니의 실권자였던 말레스타 가문과 전쟁 중이었다. 두 가문의 실권자들은 전쟁을 끝내는 길은 서로의 자제들을 결혼시키는 것, 즉 노벨로 가문의 장녀 프란체스카와 말레스타 가문의 장남을 맺어주는 길 이외에는 없다고 판단했다. 말레스타 가문은 혼인 당사자인 곱사등이 조반니 대신 잘생긴 둘째 파올로를 노벨로 집안으로 보내 마치 결혼 상대자인 조반니인 양 행세하게 했다. 파올로와 프란체스카는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 리미니의 시댁에 도착해서야 그녀는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프란체스카가 너무도 안쓰러운 나머지, 몸종은 어느 날 파올로를 프란체스카의 내실로 안내한다.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탐하는 격정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 파올로와 프란체스카의 사랑이 격정적이었던 만큼, 오페라 안에서도 그 둘의 이중창은 압도적이다. 그중 백미는 1막 ‘무언의 이중창’. 형 조반니로 가장하고 신붓감을 찾아온 파올로가 프란체스카와 첫 대면을 하는 장면은 특이하게도 둘 사이에 노래 한 마디 없이 첼로 솔로가 리드하는 관현악으로 격정적인 사랑이 표현된다. 사랑에 구차하게 무슨 말이 필요하랴.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사랑을 무언의 이중창보다 더 잘 그려낼 음악은 없을 것이다. --- 리카르도 잔도나이의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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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귀가 행복해지는 예술의 세계
법조인, 금융인, 그리고 오페라 칼럼니스트.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상반된 분야의 명함을 모두 가진 이가 있다. 바로 조윤선 씨티은행 법무본부장 겸 부행장. 그녀의 책상 위에는 법률서적과 금융서적들 사이에 묵직한 오페라 관련 책들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워낙 오페라와 그림을 좋아할 뿐더러 전문가 못지않게 깊이 있는 안목과 식견을 가진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그녀는 ‘오페라 칼럼니스트’로서 지난 2년간 월간 [객석]에 ‘오페라가 있는 명화’라는 주제로 칼럼을 기고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칼럼들은 이번에 새롭게 다듬어져 『미술관에서 오페라를 만나다』라는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책제목이 말해주는 것처럼, 불후의 명화 속에 담긴 오페라 이야기를 통해 미술과 음악을 동시에 즐기는, 눈과 귀가 행복해지는 예술에세이다. 명화라는 악보에 담긴 오페라 이야기 오페라에는 서양의 문학과 철학, 역사와 신화, 사상과 종교 등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그리고 이것들은 음악, 무용, 미술, 무대, 연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된다. 그래서 오페라는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사상적 뿌리를 공유하고, 다양한 예술 영역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특히 오페라는 무대라는 공간적?시각적 장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미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속에서 오래전부터 함께 호흡해왔다. 오페라의 명장면들을 화폭에 담아낸 화가들도 적지 않으며, 반대로 거장들의 위대한 미술작품을 오페라 무대에 재현해낸 경우도 매우 많다. 이 책은 이와 같은 오페라와 미술의 교감을 바탕으로, 오페라의 이야기 전개를 따라가며 극적인 장면과 절정의 순간을 담아낸 명화를 소개하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려준다. 쉽게 만나기 어려운 명화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무엇보다 기존에 익히 보아온 명화들에서 새롭게 발견한 오페라 이야기는 예술에 대한 일반의 거리감을 좁히고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사각의 캔버스 안에서 펼쳐지는 오페라 이야기 속에 인간의 모든 희로애락이 넘실대고 사랑과 인생, 역사와 인간, 예술과 낭만의 이중창이 격정적으로 울려 퍼진다. 정갈한 글과 함께 명화를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한 편의 오페라 공연을 본 듯한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