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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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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아홉 살이 되어서야 부지런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조금은 알게 되었지만, 습관은 자연과 같아서 갑자기 씻어버리기는 어려웠다. 스무 살 이후에는 크게 잘못하는 일은 드물었다. 그러나 늘 생각과 행동, 이성과 감정은 서로 적이 되어 다투었으며, 밤중에는 아침의 잘못을 깨닫고 오늘은 어제의 잘못을 뉘우쳤는데, 공부하지 않아서 이 지경에 이른 것이라고 생각하여 스스로 자신을 가엾게 여겼다. 그리하여 지난날 형님들의 가르침을 돌이켜 생각하여 마음에 깊이 새겨 잊지 않았는데, 단지 고서의 교훈이 주는 인상과는 비교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 20편의 글을 남겨 너희들의 교훈으로 삼고자 한다.
---서문 중에서 포위된 성안에 있으면 가족들은 안색을 초췌하게 하고, 장신구나 노리개를 제거하며, 늘 깊은 연못가에 있거나 살음을 밟고 있는 태도로 조심하고 주려워해야 한다.---"가족이 위태로울 때" 중에서 어린아이가 남의 표정을 알아보고 기뻐하거나 노여워하는 감정을 알 정도가 되면, 곧 가르치기 시작하여 해야 할 일은 하게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대여섯 살이 되면 매를 대는 것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자녀교육은 일찍 시작해야 한다" 중에서 비록 지위가 낮고 신분이 비천한 사람이라고 해도 그의 장점은 반드시 그의 것으로 돌려야 한다. 남의 재물을 훔치면 형법에 의해 처벌되고, 남의 장점을 훔치면 귀신에게 벌 받을 것이다. ---"남의 장점을 훔쳐서는 안 된다" 중에서 천성적으로 눈물이 적은 사람은 애간장이 끊어지도록 슬퍼도 눈에서 오히려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다. 이런 사람에게 억지로 눈물을 흘리라고 다그칠 수는 없다.---이별의 눈물 양나라 때 어떤 사람은 항상 달걀의 흰자위로 머리를 감았는데, 두발을 윤기 있게 한다고 하면서 머리를 감을 때마다 2,30개의 계란을 깼다. 그가 임종할 때 머리카락 속에서 삐악삐악 수천 마리의 병아리 우는소리만 들렸다고 한다.---"머리카락 속에서 삐악삐악" 중에서 내가 숨이 끊어지면 곧바로 매장해주면 될 뿐이다. 너희들은 마땅히 집안 전래의 학문을 닦아 이름을 드높이는 일을 책무로 삼아야지, 썩어버린 무덤 따위에 미련을 두다가 흔적도 남지 않을 정도로 몰락하게 되어서는 안 된다.---"마지막 당부" 중에서 그런데 같은 말을 하더라도 친근한 사람의 말이 더 미더우며, 같은 지시를 하더라도 순종하는 사람의 지시에 더 잘 따르게 마련이다. 그래서 어린아이의 응석이나 심한 장난을 제지하는 데는 아이를 돌보는 하녀의 지시가 선생의 훈계보다 낫고, 일반 사람들의 형제간의 다툼을 말리는 데는 아내의 회유가 요순임금의 가르침보다 더 나은 법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 책이 너희들에게 하녀나 아내보다 더 낫다고 인정받기를 바랄 뿐이다.---“왜 이 책을 쓰는가” 중에서 ---“왜 이 책을 쓰는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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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가족을 위한 가훈서?
이 가훈서가 쿨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격이 없는 가장의 모습뿐만 아니라 요즘 우리들의 가족 형태인 ‘핵가족’에 초점을 맞춰 가족의 결속과 가족윤리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난세의 안지추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는 가족뿐이었다. 실제 이 책의 많은 부분에서 일가의 육친은 부부, 부자, 형제뿐이므로 그 관계를 돈독히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여 자녀의 교육, 부자관계, 형제간의 우애, 부부관계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반면 당시 중요하게 생각했을 법한 종족의 유대관계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가족 중심의 관념은 안지추의 행동양식을 ‘보가保家’와 ‘보신保身’으로 기울게 했다. 그러다 보니《안씨가훈》은 나라를 위한 충절보다는 난세에 자신과 가족을 지키는 처세에 관한 글들이 많다. 예를 들어 벼슬은 중간 이상을 넘지 않아야 위태롭지 않다고 했고(지족편), 섣불리 간쟁하거나 정견을 상신하고 승진운동을 했다가는 화를 당한다고 하여 이를 경계했으며(성사편), 또한 양생의 전제로 목숨을 유지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했고(양생편), 더욱 노골적으로 국가와 가정은 양립될 수 없으며 가정을 위해서는 국가를 버려야 한다(귀심편)고 했다. 역사가 된 한 집안의 가훈서 《안씨가훈》은 총 20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간략하게 편명과 그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서문―저술목적과 동기, 안지추의 성장 과정 2. 자제교육―자제교육의 중요성과 그 방법 3. 형제―형제관계 특히 형제간의 진정한 우애 4. 재혼―재혼과 그로 인한 가정의 불화 5. 가정―가정관리 6. 예의범절―사대부의 처신과 생활태도, 남북조의 풍속 비교 7. 인재―교우관계의 중요성과 인재의 소중함 8. 학문―한문의 본질, 효용, 방법, 현학자 비판, 문자연구 사례 9. 문장―문인의 실태, 문장의 작법, 작풍 비판 10. 명성―명성과 실체의 간계 11. 실무―사대부의 본분, 남조 귀족의 실태 12. 전심―사대부의 행동론 13. 분수―욕망의 절제 14. 병사―무인론, 사대부의 병사 참여 15. 양생―양생술의 비판, 생사관 16. 불교신앙―불교신앙론 17. 고전고증―문자학, 훈고학, 교감하고가 그 연구 사례 18. 음운―음운학 발달사, 남북 음운의 비료, 음운 교정 19. 잡예―서예, 회화, 궁술, 점복, 산술, 의약, 음악, 박희, 바둑, 투호, 탄기 20. 유언―자신의 장례와 제사에 관한 당부 이상의 차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안씨가훈》은 분명 가훈류지만 이를 의심하게 할 정도로 다채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가훈류는 대개 개인의 입신과 처세, 치가 등에서 지켜야 할 태도나 윤리, 도덕, 규범을 강조하는 선에서 그친다. 그러나《안씨가훈》은 경학, 사학, 문학, 음운학은 물론 교감학, 훈고학, 문자학, 천문학에서 불교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 저자의 해박한 지식이 망라되어 있다. 타의에 의해 고국을 떠나 생경한 타국을 전전하면서 불안한 일생을 보낸 안지추가 어떻게 이처럼 높은 학문의 경지에 이를 수 있었는지 그저 놀라울 뿐이라고, 이 책을 번역한 김종완 교수(우석대학교)는 말한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건과 인물이 등장하는데다 100여 종의 고전을 인용하고 있어 일일이 주해하는 작업도 간단치 않았다고 술회한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폭넓은 분야를 아우르고 있는 이 책은 단순한 가훈서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 자체로 학술서이며 역사서로도 가치를 발한다. 그래서 이번에 완역된《안씨가훈》은 이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원문에 충실한 번역과 자세한 주석을 달았다. 더불어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가능한 한 평이한 문장으로 옮겼다. 기존의 번역서들이 가훈을 전달하는 데만 치중한 나머지 완역이 아니거나 주해가 미흡했던 것과 달리, 새로 나온 완역본은《안씨가훈》을 충실하고도 새롭게 조명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