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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 내 청춘
청계피복노조의 빛나는 기억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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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발간사 어두운 시대, 빛나는 눈물
청계노조사 연표

프롤로그 모든 것은 그 사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1 바보회와 삼동회 친구들
2 창동집
3 목격자들
4 아카시아처럼
5 배움의 나날들
6 노동교실을 되찾다
7 저녁 8시 퇴근의 감동
8 유신을 거슬러 올라
9 장기표와 이소선 어머니의 구속
10 9·9결사투쟁
11 70년대에서 80년대로
12 서울의 봄, 광주, 그리고 노조의 해산
13 아프리의 절규
14 청계모임
15 되살아난 청계노조
16 노학연대
17 서울노동운동연합
18 합법화의 꿈을 이루다

에필로그 뒷이야기

저자 소개

저자 : 안재성
안재성 - 1960년 경기도 용인에서 태어났다. 강원대 재학 중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구속되어 제적되었다. 90년대 중반까지 구로공단 동일제강, 청계피복노동조합, 태백탄광지대, 구로인권회관 등지에서 노동운동을 했다. 장편소설 『파업』으로 제2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사랑의 조건』, 『황금이삭』, 『경성 트로이카』, 『이관술 평전』, 『이현상 평전』 등이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11월 05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608쪽 | 812g | 148*210*35mm
ISBN13
9788971992937

출판사 리뷰

조합주의를 넘어선 연대투쟁과 교육운동의 산실
그 누구보다 배고픔과 배움에 대한 갈증을 깊이 앓아온 전태일이, 자신보다 더 약한 몸으로 더 고되게 일하며 더 대접받지 못하는 수많은 어린 시다들의 현실을 깨닫고, 반드시 저들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리라 결심하고 분신항거에 이른 과정은 『전태일 평전』을 통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청계노조는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의 분신 이후 그 뜻을 잇기 위해 11월 27일 이소선 어머니와 전태일의 친구들, 청계천 일대 의류 노동자들이 모여서 결성한 노동조합이다.

청계노조는 노동운동의 불모지였던 1970년대 남한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민주노조를 만들어 이후 2,500여 개에 이르는 민주노조 설립의 모델이 되었다. 또 어려운 한자들로 뒤덮인 근로기준법 책 때문에 ‘나도 대학생 친구가 한 명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생전 전태일의 소망을 뒤늦게 전해듣고 그의 뜻을 이루는 데 온몸을 바친 장기표·조영래와의 연대를 시작으로, 광주항쟁 때 광주의 참상을 알리는 활동에 연대하고 6·10항쟁에서도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등 학생들·시민들과 연대해 유신 철폐·군부독재 철폐 투쟁의 최선봉에 섰다. 스스로 근로기준법을 현실화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개정을 이끌어내는 데에도 열성적으로 앞장서 싸우는 한편, 동일방직·풍천화섬·YH무역·사북탄광 노동자들의 민주노조 설립과 임금투쟁을 지지했다. 또 1971년 한영섬유 노동자 김진수 사망사건부터 시작해, 장준하 선생의 의문의 죽음, YH 노조 김경숙 열사의 사망사건, 1984년 택시기사 박종만 열사의 분신사건, 1986년 구로공단 마이크로사 노동자 박영진 열사의 분신사건 등 노동운동·민주화운동에서 숨진 여러 인사들의 정신을 기리고 그 가족들을 위로하는 데에도 누구보다 앞장서서 헌신적으로 연대했으며, 1985년에는 최초의 대규모 동맹파업인 구로동맹파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냈다.

또 한 가지, 조합주의나 조직보위논리를 훌쩍 넘어서는 연대투쟁의 역사를 이루어낸 것 이외에도, 청계노조가 가장 열성적으로 임한 활동은 노동자들의 배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노동교실을 통해 노동자들이 스스로 인간이자 노동자임을, 또 민주화운동의 역사적인 사명을 지닌 존재임을 깨달아가는 과정은, 청계노조의 시작부터 끝까지 항상 그 거대한 에너지의 중심이었다. 조합이 직접 운영한 노동교실 외에도 전태일의 죽음 이후에 야학들이 수없이 만들어져 한국 현대사에서 ‘민간교육’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노동자, 학생, 지식인, 종교인이 모두 관계한 거대한 역사
이러한 청계피복노조의 역사는 남한 노동운동의 역사이면서, 동시에 남한 민중의 역사이기도 하다. 청계노조의 28년(이후 서울의류노동조합으로 통합)을 기억하는 일은, 그래서 일개 단위노조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것이나 1970∼1980년대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것보다 훨씬 더 보편적인 역사 기술의 작업이다. 또 청계피복노조의 역사가 보편적인 이유는 그것이 조합원들이나 청계천 일대 의류 노동자들만의 역사를 넘어서서, 수많은 인물 군상들이 관계한 역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태일의 죽음을 사회운동의 차원으로 보편화시킨 장기표, 조영래를 비롯한 당시의 학생들, 또 장준하, 함석헌, 공덕귀, 문익환 등 당대의 재야 민주인사들, 종교인들, 동일방직·원풍모방·콘트롤데이타·YH무역·서통 등의 민주노조들, 탄광 노동자들과 운수 노동자들, 농민들, 빈민들, 야학 강학들이 모두 청계천의 나이 어린 여공들과 동등하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다.

오늘 청계노조의 역사를 기억한다는 것
청계노조의 결성과 유지에 바탕이 된 것은 어떤 이론적·개념적 인식보다, 나보다 더 약한 자의 고통에 분노하는 정의감과 잘못된 현실을 항거로써 변화시키고자 하는 용기였다. 전태일로부터 시작된 이 순수하지만 강력한 동력은 청계노조가 한갓 어용 노조로 전락하거나 노동자를 배신할 수 없도록 지켜주는 힘이 되었다. 사회운동과 노동운동이 대중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고립되거나 화석화되고, 타인의 고통에 대한 불감증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심화된 지금, 다시 이런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가보고 그 전개를 다시 기억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한국 민중사 기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안재성의 글쓰기
3년간의 취재를 통해 새롭게 조명된 전태일과 청계노조

안재성은 1989년 장편소설 『파업』으로 제2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이다. 구로공단, 청계피복노조, 강원도 탄광지대에서 노동운동을 했던 그는, 1990년대의 숨고르기 이후 2000년대 초부터 일제 시대와 해방공간에서 사회주의운동가, 노동운동가들의 삶을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모든 작업을 관통하는 작가의 원칙은 철저한 취재와 인간을 중심에 놓는 풍부하고도 확고한 역사 인식, 그리고 쉽고 유머 넘치는 글쓰기로 이루어져 있다. 청계노조의 역사를 기술하는 이 지난한 작업에서도, 작가는 3년여 기간 동안 수백 명의 취재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채록하며 위의 세 가지 원칙을 충실히 따랐다.

이 과정에서 『전태일 평전』에서 충분히 보여지지 못했던 전태일의 새로운 면모가 드러나기도 한다. 평전에서 전태일의 진지한 모습과 그 슬픔이 온전히 감동적으로 드러났다면, 이 책에서는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는 바보 흉내도 마다하지 않는” 사교적인 모습과, “저녁마다 단벌 바지를 잘 펴서 요 밑에 깐 뒤 아침이면 줄이 잘 선 바지를 입고 나가는” 멋쟁이의 모습, 공상가다운 면모가 잘 드러난다. 그래서 작가는 전태일의 사랑과 희생의 정신에 인간다운 옷을 입혀 이렇게 쓰고 있다. “노동운동의 전통이 끊어진 지 오래인 불모의 시대에 오로지 자신의 생각만으로 노동 문제를 제기한 것도 〔전태일의〕 풍부한 상상력의 결과였으리라. 결국에는 스스로 자신의 육신을 불태워 얼어붙는 사회를 녹이려 했던 것도, 이전에는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자신만의 생각이었다.” 또 평전에 김개남으로 등장하는 삼동회 친구 김영문의 경우에도, 평전에 자신이 전태일에게 불을 붙인 것으로 나와 오랫동안 마음고생을 한 사연이 이 책을 통해 밝혀지기도 한다.

회고담의 함정을 빗겨서는 글쓰기
청계노조의 핵심인 청계천 일대 나이 어린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살려낸 것은 작가가 『경성트로이카』에서 트로이카 조직의 핵심 구성원으로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에 헌신한 동덕여고 학생들의 에너지를 오롯이 전달했던 것과 같은 맥락에 있다. 작가는 공식사에 기록된 노조의 대외활동, 정치활동에 못지않게 그 안에서 이름 없이, 직책 없이, 희생하고 싸운 여성 노동자들의 힘을 누구보다 예민하게 포착하고 그려낸다. 열네 살, 열다섯 살 소녀들이 노동교실을 통해 자신들의 권리와 책임을 뜨겁게 깨달아가고, 서로의 용감한 모습을 보고 감동하여 장정들보다 더 용맹히 싸우고, 또 뒤에서는 서로의 여린 마음을 달래주는 장면들은 공식적인 현대사에 기록된 청계노조의 그 어떤 업적보다도 빛나는 장면들이다.

또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장점 중 하나는 영웅주의나 과도한 신비화의 오류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 오늘의 독자들에게, ‘저 옛날, 우리와 상관없는 위대한 분들이 위대한 일을 하셨구나’라는 거리감과 위화감을 주기보다는, ‘우리의 어머니, 이모, 언니, 선배들이 이렇게 싸워왔으니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고, 해야겠다’는 건강한 다짐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지식과 학문의 언어로 걸러진 기억이 아니라, 그들의 경험 그대로를 마치 직접 그들 입을 통해 듣는 것처럼 생생하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태일이 시다들의 고통에 눈 뜨고 귀 기울이면서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냈고, 전태일의 죽음을 목격한 이들이 청계노조를 만들었듯이, 청계노조의 역사는 읽는 이들로 하여금 다시 적극적으로 그 의미를 되살려내라는 과제를 던져준다. 이 책은 특정 집단의 (고난과 승리의) 회고담으로만 읽히기보다는, 지금 우리 시대에 다시 전태일의 분신을 새로운 뜻으로 이어나가려면 어떻게 하는가, 라는 적극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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