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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i Yuu,ゆう みり,柳 美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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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게츠(雨月) 이야기……. 우게츠(雨月)란 건 말이다 비 오는 날의 저녁달을 말하는 거야 비가 오면 달이 안 보이지? 보이지는 않지만 없어진 게 아니야 어딘가에 있지 그래서 비 오는 날의 달은 만날 수 없는 연인의 모습을 그리워한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는 거란다 --- p.20
▷이 곡은 제목을 몰라도 『꿈 뒤에』라고 알 수 있을 거 같지? 첫 부분의 띠-라-루-라-루루라루루랄-라-라로 마법에 걸린 것처럼 머릿속이 자욱해지고 몸이 무거워지는걸. 하지만 어떤 꿈 뒤에지? 나쁜 꿈은 아닌 거 같아. 보고 싶은데 볼 수 없는 사람을 꿈에서 만나 너무나 행복했는데 잠에서 깨어 꿈이라는 걸 알고 실망했을 때의 느낌? 이 곡을 연주할 때의 아빠는 왠지 그 사람을 생각하는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서 싫어……그 사람……나를 낳고 버리고 간 사람……. -- p.42 ▷아빠가 돌아왔다.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아빠가 있다. 이제부터 아빠하고 같이 잘 수 있어. 혼자가 아니야. 난 혼자가 아니야……그런데 이 쓸쓸함은 뭐지…… --- p.56 ▷아빠는,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내 마음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 내 마음이 나한테서 빠져나가 어딘가로 가버리지 않게―. --- p.221 ▷아메는 벌써 꿈속에 있네 아메는 눈을 감고서도 아빠를 볼 수가 있지 아빠는 눈이 없어도 아메를 볼 수가 있어 --- p.228 ▷“약속해.” “무슨 약속을 하자는 거지?” “……내가 어른이 될 때까지…….” 슬픔에 숨이 차다. “없어지지 마……절대로……아무 데도 가지 마…….” 아빠는 아무 말 없이 손가락을 내밀었다. 아빠 손가락에 손가락을 걸고, 소녀는 가만히 흔들었다. --- p.243 ▷아메 49일이란 거 아니? ………… 사람이 죽어 49일째 되는 날이란 뜻인데, 49일 동안은 이 세상에 머물 수가 있단다 ………… 오늘이 49일이다 ……알고 있어 --- p.2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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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생인 아메(雨)는 곤충사진작가인 아빠 토모하루(朝晴)와 단둘이 살고 있다. 엄마(츠키에)는 아메가 두 돌 되는 생일날 아침 사라졌고, 아빠는 촬영 때문에 집을 비우는 일이 잦다. 아메는 집에 혼자 있을 때면 국어사전을 뒤적이거나 친구 호쿠토와 문자를 주고받는다.
어느 날, 아빠가 나비를 촬영한다고 타이완으로 가더니 2주 동안이나 연락이 두절된다. 연락이 없는 아빠를 원망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아메는 우연히 서랍 속을 열어보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지금 아빠의 나이가 28살밖에 안 되었으며, 아빠 나이 겨우 16살 때 자기를 낳았다는 것, 그리고 엄마는 아빠보다 11살이나 연상이라는 것. 2주 후 비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돌아온 아빠……. 그런데 그 이후 자꾸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전에 아빠와 찍었던 스티커 사진에서 아빠가 사라지고, 아메는 수업참관일에 아빠가 온 것을 분명히 봤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못 봤단다. 아메가 음식 준비를 하다가 손을 데는 바람에 알게 된 옆집 여자, 고야나기 아키코 또한 이상하기만 하다. 잠겨 있는 문으로 드나드는 것도 그렇고, 8년이나 사귄 약혼자가 아키코 씨 집 근처를 서성이는데 만나주지 않는 것도 이상하다. 게다가 아빠랑 아키코 씨와 분명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엔 그들이 없고 빨간 불덩이뿐이다. 이런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는 가운데 갑자기 나타난 아메의 엄마. 아메는 엄마에게서 아메의 친아빠가 따로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아빠와 아키코 씨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 엄마의 충격적인 고백……. 이제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아메를 지켜주겠다던 아빠의 꿈 같은 약속을 떠올리지만 아메는 예감보다 확실한 슬픔의 냄새를 맡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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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드러내며 온몸으로 글을 쓰는 작가, 유미리
93년 『물고기축제』로 기시다쿠니오희곡상을 최연소로 수상, 96년 『풀하우스』로 이즈미교카문학상?노마문예신인상 수상, 97년 『가족 시네마』로 아쿠타가와상 수상, 『골드 러쉬』로 기야마쇼헤이문학상 수상……. 유미리는 화려한 수상 경력만큼이나 화려한 상처를 안고 있는 작가이다. 사람들은 ‘유미리’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그녀가 ‘재일교포 작가’라는 것과 함께 평탄하지 않은 사생활을 떠올린다. 소설은 읽지도 않은 채 그녀의 그늘진 얼굴 속에서 불우했던 과거를 들여다보면서, 가족사와 개인의 고독 등을 담고 있는 그녀의 소설은 아마도 청승맞은 여인네의 신파적인 모습일 거라 생각한다. 정작 그녀가 자신의 결핍과 상처를 문학의 소재로 삼아 치열하게 문제화시키면서, 개인 차원에서 벗어나 보편성을 획득한 작품을 내놓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한 채 말이다. 소설은 인간을 묘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유미리는 한 인간을 그리면서, 그 인간과 무관하지 않은 가족, 가족과 무관하지 않은 사회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인간의 근원적인 고통과 슬픔이 어디에서 오는지 궁금해하며 자신의 상처를 후벼 판다. “현실의 세계에 머물 곳이 없기 때문에 허구의 이야기인 소설을 씁니다. 하지만 소설 안에도 나의 거처는 없습니다. 그래서 또 다시 거처를 찾아 소설을 씁니다.”라는 그녀의 독백이 쓸쓸하기만 하다. 그림자는……지상에서 얼마나 멀어져야 없어지는 걸까……참새나 비둘기, 까마귀가 날 때 그림자를 본 적이 있고……학교 운동장에서 놀다가 갑자기 어두워서 하늘을 보면, 커다란 구름이 배처럼 흘러갈 때가 있어……비행기 그림자는 본 적이 없지만, 구름에도 그림자가 있으니까 분명히 비행기도 그림자가 있을 거야……아무리 높이 날아도, 땅에 그림자를 끌고 가야 되다니……왠지 좀 슬프다……. 꿈이라고 믿고 싶은, 그러나 예감보다 확실한 슬픔의 냄새 『비와 꿈 뒤에』를 읽다 보면 슬픔의 가닥가닥이 생생하게 만져진다. 비록 소설이지만 그 슬픔이 오롯이 내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진실함이 있다. 그리고 그 슬픔은 울고불고하는 그런 종류의 슬픔이 아니라 입술을 지그시 깨무는 슬픔이다. 아프다고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는 슬픔, 꿈이라고 믿고 싶은 슬픔……. 아메는 2주 동안이나 연락이 두절되었던 아빠가 돌아오던 날, 어쩌면 그날부터 예감보다 확실한 슬픔의 냄새를 맡았을지 모른다. 아메의 아빠 토모하루가 아메 엄마의 슬픔을 민감하게 감지했던 것처럼……. 슬픔을 아는 사람은 민감한 촉수가 있어서 다른 사람의 슬픔을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난 법이다. 비를 맞으며 걷고 있는데, 공원 입구에 있는 공중전화 박스에서……전화박스 안에서 여자가 울고 있었다……훌쩍훌쩍 혹은 흑흑 우는 게 아니라 전화 박스 밖으로 울음 소리가 샐 정도로……그렇게 큰 소리로 우는 사람을 나는 태어나서 처음 봤다……걸음을 멈추고……내가 있는 걸 여자가 알아차릴 때까지, 난 비를 맞고 서 있었지……여자한테는 사귀던 사람이 있었다……아내와 아이가 있는 사람이었어……전화로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하고……둘이서 근처 다방으로 갔다……나는 비를 뚝뚝……여자는 눈물을 뚝뚝……이야기를 하고……또 하고……더 알고 싶었다……더……모든 걸……알고 싶었다……이해하고 싶었다.” 민감하게 포착하여 자기 언어로 표현해내는 감수성 유미리는 태생적으로 언어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인 부모님 밑에서 자랐지만 한국어를 할 줄 모르는 유미리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어릴 적 부모님은 싸울 때가 아니면 뭔가 은밀한 이야기를 나눌 때만 한국어를 썼기 때문에 이 말이 내게는 어쩐지 불길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녀의 문장에 대해 일본 작가 이노우에 히사시는 “하나하나의 대사에 작가의 도장이 각인되어 있다. 사전에서 가져온 것이 아니라 수년간 자기 안에서 따뜻하게 덥혀진 독창적인 단어를 사용한다. 언어에 대한 굉장한 재능을 지니고 있다.”고 높이 평가한 바 있다. 그녀는 섬세한 감수성으로 사물 하나하나를 붙잡아 그 안에 자신을 투영시킨다. 특히 이 작품 『비와 꿈 뒤에』를 보면, 아메와 호쿠토의 문자 교환에서 귀여운 말투나 이모티콘을 사용하여 재미를 한층 더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