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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 어둠 속으로
제1장 어둠 속에 잠든 것 1 어둠의 수호자 효울 2 청광석 루이샤 3 유카 고모의 의료원 4 칸발 왕의 창 5 음모의 정체 제2장 움직이기 시작한 어둠 1 동굴 속 돌 냄새 2 포획대 3 독 묻은 창끝 4 족제비를 쫓는 사냥꾼 티티란 제3장 산왕의 백성 1 왕의 사신 2 지그로의 조카들 3 목동의 비밀 제4장 루이샤 증정 의식 1 라르구 옹 2 산속 지하 세계 3 증정 의식 4 추선공양을 위한 창춤 종장: 어둠의 저편 옮긴이의 말 |
Nahoko Uehashi,うえはし なほこ,上橋 菜穗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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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이 지나 다시 바위에 올라선 바르사는 오랜 떠돌이 생활로 너덜너덜해진 옷에 푸석푸석한 머리를 아무렇게나 묶고, 손에 익은 단창에 짐을 걸어 짊어진 무사였다. 바르사는 눈을 감은 채 단창 자루에 새겨진 문양을 손으로 더듬었다.
‘첫 번째 갈림길에서 오른쪽. 두 번째 갈림길에서도 오른쪽. 세 번째 갈림길에서는 왼쪽.’ 문양이 가리키는 동굴 속 길을 소리 내어 읽던 지그로의 굵은 목소리가 귓가에 되살아났다. 칸발 왕국은 산악국가로, 국토 대부분이 위대한 유사 산맥을 따라 펼쳐진다. 그리고 유사 산맥 지하에는 마치 거미줄처럼 동굴이 여러 갈래로 뻗어 있다. 칸발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철들 무렵이면 절대 동굴에 들어가지 말라고 단단히 이르곤 한다. “절대 들어가지 말거라. 태양 아래는 칸발 왕의 나라지만 산 아래는 산왕(山王)이 지배하는 어둠의 왕국이니까.” --- p. 8-9 유카가 두 손을 꽉 쥐며 바르사를 애처로워 할 때, 마치 유카의 마음이 전해지기라도 한 듯이 바르사가 온화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작년 가을에 기묘한 운명을 짊어진 아이의 호위무사를 했어요.” 바르사는 어느 날 갑자기 ‘정령의 수호자’가 되어 ‘물 지킴이’라는 정령의 알을 지켜야만 했던 챠그무 이야기를 들려줬다. 신요고 황국의 제2황자이던 챠그무를 바르사는 지금도 어머니 같은 심정으로 사랑스럽게 여겼다. “그 아이의 호위무사를 하는 동안 참으로 묘한 깨달음을 얻었어요. 목숨마저 위태로울 정도로 무시무시한데도 챠그무를 지키는 동안 저는 행복했거든요. 정말 행복했어요.” 바르사가 미소를 지었다. “그런 식으로 제 인생을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걸 알았지요.” 바르사가 크게 심호흡했다. “저는 이제까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살아왔어요.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기적 같은 일이고, 게다가 그토록 많은 이들의 피로 대가를 치르며 얻은 기적이니 앞으로의 인생 같은 건 꿈꿀 자격도 없다고 생각한 거예요. 그런데 챠그무를 만나서 그게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지를 깨달은 거지요. 이런 심정으로 살아서는 지그로도 마음 편히 저세상에 가지 못할 거다, 지그로가 애써 지켜준 목숨을 즐기며 살아야겠구나, 그렇게 생각하게 됐다고나 할까요.” --- p. 101-102 ‘나를 죽여라’라는 목소리가 들린 것만 같았다. ‘그 모든 분노를 담아 나를 죽여라. 그리고 분노의 저편으로 빠져나가라.’ 그 순간 분노로 메말라버린 모래땅에 비가 뚝뚝 떨어지듯, 뜨끈한 슬픔이 가슴에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진눈깨비가 내리는 추운 밤에 처마 밑 진흙탕 속에서 얼어붙은 몸으로 잠들던 어린 시절, 자신을 힘껏 감싸 안던 지그로의 냄새와 온기가 살갗에 되살아났다. 슬픔을 끌어안은 채 고통으로 신음하면서, 지그로는 그래도 죽 바르사를 부둥켜안고서 살았던 것이다. 지그로가 바르사의 공격을 재촉하듯 창을 내밀었다. 알 수 있었다. 그 창이 똑바로 심장을 향해 뻗어오는 것을 느끼면서, 바르사는 움직임을 멈췄다. 지그로의 창이 바르사의 심장을 관통했다. 전신에서 통증이 폭발했다. 바르사는 자기의 죽음을 지켜봤다. 그 죽음의 고통 속에서 바르사는 지그로를 향해 비틀거리며 걸어가, 그 어둠 덩어리를 부둥켜안았다. 정겨운 냄새와 온기가 온몸을 감쌌다. 지그로를 향한 바르사의 마음과 바르사를 향한 지그로의 마음이 온기가 되어 녹아들었다. 가슴속에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 바르사.’ --- p. 324-325 “옛 산왕이 몸에 걸쳤던 청광석 루이샤는 칸발의 아이들을 키우는 양식이 되리라. 왕의 창들이여, 산속 지하의 어둠을 봤느냐 그대 선조의 어둠을 봤느냐 그대의 육신이 칸발의 흙으로 돌아갈 때는 그대들 역시 어둠을 지키는 어둠의 수호자 효울이 되리라. 어둠의 수호자 효울이 되어 위대한 산의 생명을 지키리라. 춤추는 자가 나타나 그대들의 어둠을 푸른빛으로 바꿀 때까지.” --- p. 3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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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구하는 건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어렵다. 잘난 척할 일이 아니다.”
호위무사 바르사가 고향을 떠난 지 25년 만에 칸발 왕국으로 돌아온다. 자기 인생을 고스란히 희생해 키워준 양부 지그로의 오명을 벗기기 위해서다.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깊은 동굴에서 두 아이의 생명을 구하면서, 본의 아니게 어둠의 세계를 오가는 호위무사 역할을 맡게 된다. 눈 덮인 유사 산맥의 우뚝 솟은 봉우리와 동굴 속 지하 세계에 잠겨 있던 어둠의 존재들이 깨어났기 때문이다. 죽음 이후의 세계, 인간과 영혼의 교감이라는 초현실적 요소를 그림처럼 섬세하게 묘사했다. 신이 세상을 만들 때 인간 세계의 짝으로 함께 만든 다른 차원의 세계를 넘나든다는 설정이 매우 장대하면서도 빈틈없이 매끄럽다. 가족과 벗, 세상을 떠난 소중한 이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며 애틋한 감동을 자아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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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성을 일깨우는 캐릭터, 생명을 지키기 위해 싸움에 목숨 거는 주인공
등장인물의 캐릭터 설정 역시 소설의 짜임새를 높인다. 무술 실력은 물론 판단력과 상황 대처 능력, 배려심과 인간미까지, 보면 볼수록 빠져들게 만드는 주인공 바르사. 거칠고 매정한 듯하지만 정의로운 할머니의 주술사 토로가이, 바르사의 소꿉친구이자 토로가이 아래서 주술사 수련을 하는 약초사 탄다. 그리고 자기의 운명을 저주하면서도 씩씩하게 성장하는 챠그무까지. 서른 살인 주인공 바르사가 열한 살 소년 챠그무를 처음 만나면서 제1권 『정령의 수호자』가 시작되는데, 이 모험담은 마지막 편인 『하늘과 땅의 수호자』에서 챠그무가 18세 청년이 되면서 마무리된다. 매력 넘치는 인물들이 제각기 사연을 가지고 입체적으로 이야기를 엮어나간다. 어른들의 순애보는 물론, 소년 소녀의 성장 이야기로 재미와 감동을 더한다. 각 권마다 스펙터클하게 펼쳐지는 사건을 배경으로 인물 각각의 심리 묘사가 섬세하게 그려져, 단순한 무용담에 그치지 않고 한층 내공 있는 깊이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일본 누적 판매량 150만 부, 일본 NHK 방송 90주년 드라마 원작! 《수호자》 시리즈는 총 10권과 외전 2권으로 구성된다. 스토리존 출판사는 2016년 4월에 『정령의 수호자』, 『어둠의 수호자』, 『꿈의 수호자』 등 1~3권을 우선 선보인 뒤 전 시리즈를 순차적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일본에서는 1996년에 처음 『정령의 수호자』가 출간된 이후 2007년에 『하늘과 땅의 수호자』로 완결되었으며, 이후 ‘《수호자》 시리즈 완전 가이드’를 비롯해 단편집 2종, 만화 3종,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으로도 제작되었을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해외에서도 주목 받아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브라질, 타이완, 중국, 스페인, 베트남, 마케도니아 등 9개 나라에서 번역 출간되었고, 스토리존의 한국어판이 열 번째 외국어 번역판인 셈이다. 《수호자》 시리즈는 2007년 애니메이션 〈정령의 수호자〉로 우리나라에 알려졌으며, 2016년 3월에 NHK 방송 90주년 특집 드라마로 제작되었고, 2018년까지 시즌제로 방영될 예정이다. 한국에서도 인기 높은 여배우 아야세 하루카가 주인공 바르사 역을 맡아 크게 화제가 되었다. 일본 학부모들이 자녀에게 반드시 추천하는 고품격 서사 판타지! 아시아적 가치를 지닌, 아시아의‘반지의 제왕’ 인류학자이자 소설가인 우에하시 나호코는 장르의 벽을 넘어, 연령과 취향을 초월해 독자들의 신뢰를 입증한 베스트셀러 작가다. 《수호자》 시리즈는 자연과 인간, 희로애락, 연대와 공존, 성장과 세대 교감이라는 주제를 진지하게 녹이되, 삶과 죽음, 현실과 내세 등을 초현실적으로 넘나든다. 판타지이면서도 우리 사는 세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면에서 지극히 현실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이나 억지 감동 없이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수작이다. 국내 번역본은 일본 문학을 전공하고 비교문화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김옥희 교수가 번역을 맡아 원서의 진가를 십분 살려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