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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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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발췌>
“너 연애하고 싶다고 했었지?” “…….” “그럼 연애하고 와.” 저 사람이 지금 뭐라고 하는 거지? 내가 좋다고 할 땐 언제고 지금 다른 사람이랑 연애를 하고 오라고? 태리가 의아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대신 마지막엔 꼭 나한테로 와. 그것만 지켜 준다면 나 얼마든지 기다려 줄 수 있어. 윤태리. 대답해. 그렇게 할래?” “아니요.” “대답이 왜 이렇게 빨리 나와? 제발 생각을 좀 하고 대답하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얘가 또 사람 미치게 만드네.” 정표는 또다시 와인 병을 들어 잔에 가득 따랐다. 그리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정표가 태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근데 도대체 넌 내가 왜 싫은데?” “저는…….” “…….” “대표님 오래 보고 싶어요. 절 사랑한다고 하셨죠?” “어.” “사랑이 아닐 수도 있잖아요? 그럼 헤어져야 하잖아요. 그럼 다시는 못 보게 되고…….” “의심이 많네? 근데 지금 나도 의심하는 거야?” “제가 며칠 동안 엄청 많이 생각해 봤는데요. 대표님은 그냥 제가 불쌍해서 결혼해 주시려고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사랑은 별개…….” “내가 널 사랑하는지 아닌지. 그 문제에 대해 너랑 나 둘 중 누가 더 많이 고민했을까?” “…….” “넌 상상도 못 할 거야.” “저…….” “나라고 어린 너 붙잡고 이러고 싶겠냐?” 어쩐지 정표의 얼굴에 씁쓸함이 묻어났다. 두근두근. 태리의 심장 박동 수가 급격히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앞으로 딱 세 번의 기회를 줄 거야.” “무슨 기회요?” “나랑 사귈 수 있는 기회. 앞으로 세 번 다 거절하면 나 너 접을 거야.” 그녀를 빤히 보던 정표가 무신경한 얼굴로 태리를 향해 말했다. “윤태리. 나랑 사귀자.” “싫어요.” “야! 생각 좀 하고 대답하라고! 지금 장난하는 줄 알아? 와. 미치겠다…….” 살면서 이토록 자기 마음대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뭔가 풀리지 않았던 적은 처음인지 정표는 스스로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 그가 신경질적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어뜨렸다. “언제부턴데요? 제가 언제부터 좋……았는데요?” 정표가 헝클어진 머리를 한 채 고개를 들었다. 자신의 눈치를 흘끔 보면서도 제 할 말은 다 하고 있는 태리가 또 귀여워 죽겠는지 그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그가 능글맞은 얼굴로 말했다. “사귀면 알려 줄게. 그리고 먹으면서 들어.” 대답을 바라고 물은 건 아니지만 조금 섭섭해진 태리는 일부러 먹는 일에만 집중하려고 포크를 들어 숨이 다 죽은 샐러드를 입 안에 꾸역꾸역 넣었다. “연애하고 오라는 말 취소야.” “…….” “나 결혼하기 전까지 넌 연애 금지, 나 아닌 다른 이성과의 스킨십 금지, 카톡 금지, 맞다. 트위터 계정도 삭제해. 내가 하는 세 번의 고백을 다 거절하기 전까지 넌 내 거야.” 원래 정정표라는 사람은 항상 논리에 근거해서 말을 하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 그가 하는 말마다 비논리적이고, 상식 밖이었다. 갑자기 그가 왜 저렇게 변한 건지 태리는 혼란스러워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 “맞다. 네가 먼저 나한테 고백해도 돼. 날 좋아하게 됐을 때 말이야.”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 태리는 물을 마시며 그 말도 함께 삼켜 버렸다. 더 이상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그는 이성적인 사람이니 금방 정신을 차릴 것이고, 그러니 나는 절대 흔들려서는 안 된다. 그가 내 곁을 떠난다면 결국 남겨져 괴로워지는 건 나 혼자일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