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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불가피
Chapter 2. 불가항력 Chapter 3. 여름 바람 Chapter 4. 잃어버린 기억 Chapter 5. 지구 끝 Chapter 6. 기억난 향기 Chapter 7. 선택, 그리고 모험 번외 작가 후기 |
유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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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발췌]
“여보세요?” ― 택시 타고 올 수 있나? 아니다. 데리러 갈게. 사무실 앞에 가서 연락할 테니까 내려와. “아, 아니요 잠시만요!” 이미 전화가 끊어진 건지 수화기에선 아무 대답도 없었다. 유진이 다가와 누구냐고 물었지만 지안은 입을 굳게 다물고 뚱한 표정으로 대답하지 않았다. “설마 시장 들러야 돼? 휴, 오늘은 그냥 패스하자. 나 먼저 들어간다. 너도 빨리 들어가.” 취기 탓에 유진의 목소리가 흐릿하고 어렴풋이 들려왔다. 술이 완전히 깬 줄 알았는데 자꾸 취기가 더욱 올라오는 듯하여 냉장고로 빠르게 달려가 냉수를 한 잔 들이켰다. 골이 띵해지면서 두통이 오기 시작했다. 20여 분이 지났을까, 가방을 메고 다리를 달달 떨고 있다 보니 전화가 울렸다. 지안은 받지 않은 채, 누워 있는 백 실장을 한 번 더 체크하고 문단속을 한 후 사무실을 나섰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 보니 남자는 그때 자신이 탔던 검은색 자동차를 세워 놓고 밖에서 지안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 종일 후덥지근했던 바람이 저녁이 되니 조금씩 선선해졌다. 취기 때문이었을까. 그를 보자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지안은 벅차게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차에 올라탔다. 차 안에서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없었다. 평건은 운전을 하는 중간중간 인상을 푹푹 썼는데, 그것이 자신에게서 폴폴 풍겨 올라오는 소주 냄새 때문이라는 것을 눈치로 알 수 있었다. 지안은 자꾸만 무거워지는 눈꺼풀 때문에 남자에게 쉽사리 대화를 걸 수도 없었다. 집 앞에 도착하고 나서도 평건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가 무언가 맘에 들지 않아 차 안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것쯤은 쉽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안은 그런 상황에서도 남자와 함께 있다는 것이 기뻤다. “들어가.” “저……요?” “그럼 여기 너 말고 또 누구 있어?” 날카롭게 대꾸하는 평건의 말에 지안은 흠칫 어깨를 떨었다. 평건은 그런 지안의 어깨를 보고 날카롭게 대꾸한 것을 후회한다는 듯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고 지안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다가가 마주 섰다. “흠, 대낮부터 술이라니. 진짜 맘에 안 든다…….” “그게…….” 그리고 고민하던 표정 끝에 남자는 바지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포장을 주섬주섬 뜯었다. 남자는 여자의 양 볼을 한 손으로 잡고 쭈그러트렸다. 지안의 입술이 꼭 붕어처럼 부풀어 올라왔다. 무례하고 매너 없었다. 고개가 하늘로 쳐들리자 남자의 호기심 어린 표정이 보였다. 한참을 부스럭거리던 끝에 지안의 입술에 무언가 부드럽게 미끄러졌다. 마주치던 시선을 끊고 아래를 살짝 내려다보니, 빨간색 립스틱이 그의 손에 들려 있었다. “별로네. 별론데 왜 여자들은 이런 걸 바르고 싶어 하지?” 분명 거울을 보지 않아도 빨간색 립스틱이 입술 선을 벗어나 이리저리 제멋대로 뻗어 나갔을 것이었다. 가까이 다가왔던 그가 아쉬움을 남기며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여자의 한쪽 손에 명품 로고가 붙은 립스틱을 올려놨다. 남자는 일을 다 치른 사람처럼 손바닥을 툭툭 치며 무언가를 털어 냈다. 그가 털어 낸 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었다. 남자가 뒤돌아 운전석으로 다가가려는 찰나, 지안은 본능적으로 그의 허리춤을 잡았다. 아주 약하게 잡아당겼음에도 평건은 뒤를 돌아 그녀를 무거운 눈으로 내려다봤다. “너, 이거…… 나 잡은 거야?” “립스틱 이렇게 발라 놓으신 것도…… 차 팀장님이잖아요. 도대체 저한테 궁금한 게 뭐예요?” 남자가 순식간에 가까이 다가오더니 가볍게 입술을 맞추고 물러났다. 말캉이는 타인의 피부가 맞닿았다 떨어지자, 지안은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잘 지워지지 않는 립스틱 바른 유지안이랑, 입 맞춰 보는 게 어떤 기분일지…… 그게 궁금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