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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판 서문
초판 서문 1. 손가락이 남긴 자국 2. 빈칸 3. 수와 신비주의 4. 마지막 수 5. 기호 6.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것 7. 유동하는 세계 8. 수열 9. 틈 메우기 10. 복소수 11. 무한의 해부 12. 두 가지 실재 부록 A. 수의 기록 부록 B. 정수론 부록 C. 근과 거듭제곱근 부록 D. 원리와 논증 역자후기 찾아보기 |
Tobias Dantz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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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계산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관절이 있는 열 손가락 덕분이다. 손가락 덕분에 셈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이로써 수의 범위를 무한정 늘릴 수 있었다. 이런 도구가 없었다면 수를 다루는 인류의 기술은 기초적 수 감각을 넘어서지 못했을 것이다. 손가락이 없었다면 수 개념의 발달은 큰 장애를 겪었을 것이며, 그에 따라 우리의 물질 문명과 지적 문명을 가능하게 했던 여러 과학도 발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현대 문명인은 좀처럼 손가락셈을 하지 않는다. 글이 생기고 숫자가 단순한 형태를 취하면서, 그리고 대중 교육이 널리 퍼지면서 손가락셈은 더는 쓸모가 없게 되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산술의 역사에서 손가락셈이 담당했던 역할을 과소평가하게 된다. 하지만 불과 몇백 년 전만 해도 서구 유럽에서는 통례적으로 산술 책에 손가락셈법을 실어놓았다. 손가락으로 셈을 하고 간단한 산술 연산을 하는 기술은 당시에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습득하고 있어야 하는 기본 소양이었다. 손가락으로 덧셈과 곱셈을 계산하는 방법을 만들어내는 데는 엄청난 창의성이 필요했다. 예컨대 오늘날 중부 프랑스 지역(오베르뉴)의 농부는 5 이상의 수를 서로 곱할 때 특이한 방법을 사용한다. 만일 9×8을 계산하려 하면 왼쪽 손가락 4개를 접고(4는 9에서 5를 뺀 수이다) 오른쪽 손가락은 3개(8-5=3)를 접는다. 그러면 접은 손가락 수(4+3=7)를 10의 자리로 하고 편 손가락을 곱한 수를 1의 자리로 하는 수가 답이다. (…) 문명사의 견지에서 보자면 진법을 바꾸는 일은 아무리 실용적이라고 해도 매우 바람직하지 못하다. 사람들이 열을 단위로 셈을 하는 한, 자신의 열 손가락을 보면 인간 정신 활동의 가장 중요한 측면이 사람의 몸에서 비롯되었음을 상기할 것이다. 따라서 십진법을 다음 명제의 살아 있는 기념비가 되게 하자. “인간은 만물의 척도다.” --- 1장에서 체계적 설명을 가하는 수학 교재는 연대기적 순서 대신에 논리적 순서에 따라 그 내용을 배열한다. 그런데 고등학교 교재뿐만 아니라 심지어 대학 교재조차도 그런 사실을 명기해놓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은 수의 역사적 발전 과정이 책에 실려 있는 순서와 일치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런 오해는 수학에는 인간적 요소가 전혀 개입되어 있지 않다는 통념에서 생겨나고 있다. 사람들은 수학은 비계를 사용하지 않고 한 층 한 층 차곡차곡 쌓아올린 구조물이라 여긴다. 순수 이성이라는 반석 위에 세워져 있기 때문에 그 구조에는 어떤 결함도 없으며, 또한 벽돌을 쌓을 때에도 실책이나 오류 없이 자로 잰 듯 정확하게 진행했기 때문에 어떤 충격에도 견뎌낸다고 생각한다. 이 모두 인간의 직관이 개입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일반인의 눈에는 수학이라는 구조가 쉽사리 오류를 범하는 인간 정신의 소산이 아니라 절대무류의 하느님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으로 비친다. 그러나 수학 역사를 살펴보면 그러한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알게 된다. 수학은 의외의 사건과 우연한 발견에 좌우되었고 종잡을 수 없는 방식으로 발전해왔으며 또 그러한 발전 과정에서 인간의 직관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 10장에서 산술의 역사는 곧 인류 문명의 역사라고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닐 정도로 풍성하다. 무리수, 0, 자리 표기법, 음수, 복소수 등의 등장과 더불어 문명은 크게 진보했다. 따라서 산술의 역사를 쓰는 일은 수학 지식뿐만 아니라 높은 인문학적 소양도 필요로 한다. 그런 어려운 작업을 비전공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낸 이가 바로 이 책의 저자 토비아스 단치히이다. --- 역자 후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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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개념의 발전에 끼친 문화와 정신의 영향을 천착한 고전
교과서를 중심으로 공부하라는 것이 이미 식상한 말이 되었을 정도이지만, 수학 교과서는 개념과 공식과 풀이법에 대하여 ‘이것은 무엇이다’ 이상의 설명은 제공하지 않는다. 수학 참고서 역시 마찬가지. 수많은 개념이며 정의, 정리, 공리, 수식의 사용법을 친절하게 말해주기는 하지만 도대체 왜,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것들이 등장하게 되었는가 하는 설명은 찾아보기 어렵다. 다른 한편으로 최근 국내에서 적지 않게 출간된 수학 교양서들은 수학이 우리 삶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으며, 역으로 현대의 기술과 현대인의 일상의 사태들을 수학적으로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데 초점이 맞추어진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이 책의 저자는 원시 셈법에서 최신 정수론에 이르기까지의 수학의 역사를 인간적?역사적 시각에서(논리적 시각에서가 아니라) 서술했다. 수학의 대상이 이데아의 세계에서 내려온 오류 없이 완전한 것이라는 이해에서 벗어나, 그 이면에 자리한 인간의 불안한 숨결을 되살려 풀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탐구의 도정에서 독자는 어떻게 고대 세계에서 상업 발달이 수학의 진보에 박차를 가했는지를, 철학자들과 종교적 신비가들의 순수 사변이 수의 이해에 기여했는지를, 전쟁 혹은 제국의 정복 활동을 통한 문화적 교류가 지식의 진보에 박차를 가했는지를, 그리고 궁극적으로 역사의 힘이 인간의 직관과 결합해 사고의 혁명을 격동시켰는지를 관찰할 수 있다. 저자는 수학의 기초와 더 깊은 철학적 물음들을 능란하게 다룬다. 모든 수(정수, 소수, 무리수, 초월수 등)의 속성을 묘사하고, 영(0)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대수에서 사용되는 기호를 고안해낸 것이 당시로서는 전통에서의 급진적 이탈인데, 이는 결국 수학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음을 보인다. 산술과 기하가 서로를 어떻게 반영하는지를, 미적분학이 시공간의 연속성을 모형화하기 위해 무한 개념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유클리드 시대에 이미 엄밀한 논리 위에 완성되었던 기하학과 달리 대수학과 산술은 인간의 정신적 성장, 문명의 발달에 영향을 받으며 발전해왔다. 저자는 어떻게 인간의 본능적 수 감각(다른 동물들도 어느 정도 지니고 있는 것인)에서부터 수 개념이 발생했으며 셈법과 진법이 만들어졌는지를 이야기하고, 수의 외연이 피타고라스학파에게서 신성시되었던 자연수에서 정수로, 유리수로, 다시 무리수로, 그리고 초월수와 복소수 체계로 확대되기까지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서술하는데(저자에게는 이런 발전이 어떤 우주적 필연이 아니라 인간의 생물학적 조건이나 당대의 문화적 상황에서 비롯된 우연적인 것이다. 이를테면 지금 우리가 배우는 복소수 체계만이 유일하게 가능하거나 우월한 수 체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인류문명사에 대한 혜안과 동서고금의 여러 문헌들을 아우르는 저자의 해박함이 놀랍다. 저자가 인용하는 글들도 하나하나가 주옥같은 것들인데, 원서에도 그 정확한 출처가 명시되어 있지 않아 독자에게 원문의 출처를 알리지 못한 경우가 있음이 아쉽다. 쉽지는 않은 이 책은 명민한 고등학생과 대학생, 그리고 수준 높은 교양을 지닌 일반인뿐 아니라 수학 전공자들에게도 과학의 언어로서의 수학이 지닌 역사성을 보여주는 탁월한 저술로서, 황홀하고도 유익한 경험을 안겨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