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프롤로그 : 독자에게 올리는 사과문
1부 어느 무명 철학자의 시시한 이야기 유언/ 여성 창조론/ 여성 찬양론/ 미인이 되는 길/ 브라의 매력/ 미국의 섹스 스캔들과 위선/ 데이트하는 요령/ 보험 이야기/ 부자가 되는 길/ 돌 이야기/ 앉아서 돈 받기/ 어머니 장사/ 시시한 이야기/ 황금의 위력/ 이름 2부 어느 무명 철학자의 구혼 광고 평화조약/ 공모/ 딸애의 결혼식/ 구혼 광고/ 전처 이야기/ 현처 이야기/ 추신/ 알리는 말씀 3부 어느 무명 철학자가 말하는 ‘허영’과 ‘감사’ 22G/ 살기 좋은 나라/ 헝가리 쇼프론의 미친놈/ 루마니아의 효녀 심청이/ ‘허영’과 ‘감사’/ 빨랫줄과 아파트 호텔/ 음악/ 나무/ 박테리아 ? 이 ? 쥐 ? 사람/ 코/ 빨강머리 처녀/ 글쓰기와 화장술/ 두 통의 편지/ FDS 4부 어느 무명 철학자가 말하는 ‘진리보다 더 높은 진리’ 이란혁명과 장 칼뱅/ 신신新神과 구신舊神/ 민주주의와 선거/ 진리보다 더 높은 진리/ 4월 바보와 춘열春熱/ 미국 가정 편력 후기/ 미국 사람과 열쇠/ 용기/ 신입생에게 보내는 환영사/ 대학교육의 혜택 에필로그 : 촌놈의 행복론 |
|
사람들은 남의 글 속에서 자기 자신을 읽는 것 같다. 두 창부는 내가 자신들처럼 불우한 남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간호사는 내 글속에서 천주교인을 보았다. 진숙은 나를 인생의 먼 길을 뉘우침 없이 함께 걸을 수 있는 동행인으로 여겼다. 그녀는 인생은 산보요, 도시락과 물 이외에 필요한 것은 마음에 맞는 동행인이라고 믿었다. …원하는 여자를 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나의 구혼 광고는 실패였다. 그러나 더 넓게 바라볼 때, 나의 구혼 광고는 큰 성공이었다. 나는 두 창부를 통해서 자비심의 아름다운을 깨달았고, 간호사를 통해 신앙의 중요함을 이해했으며, 진숙의 아버지를 통해서 중용의 미덕을 터득했다. 진숙을 통해서는 평범이 비범이라는 진리를 배웠다. 그녀는 행복의 비결이 검정 셔츠, 검정 치마를 입고 구멍 난 고무신을 신고서 쉽고 편하게 사는 데 있다는 거룩한 진리를 나에게 가르쳐주었다. --- p.173
미는 무엇일까? '미는 외부의 물건이 눈을 통해서 우리 뇌에게 주는 즐거움'이라고 나는 정의를 내린다. …‘착함’으로써 미인이 되는 길은 쉽고 경제적이어서 좋다. 화장품을 살 필요도 없고 성형수술을 할 필요도 없다. 목마른 나그네에게 물을 한 그릇 떠다주고 노인에게 전철 좌석을 양보해주면 된다.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의 눈에 달렸다고 한다. 눈은 마음이요, 마음은 즐거움을 바라고, 즐거움은 선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미인이 되는 첩경이다. --- pp.45-52 저는 보수적인 성격을 가진 탓에 결혼이 거액의 배당금을 가져오리라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결혼생활이란 항상 즐거움이요, 언제나 로맨스라고도 믿지 않습니다. 사실상 결혼했다고 해서 행복이 정장을 입고 우리 집을 찾아와 큰절을 올릴 것이라 믿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행복은 문자 그대로 요행이며 복입니다. 행복은 삶이 의당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우연히 얻게 되는 선물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삶은 공정합니다. 만족스러운 생활이 요구하는 것은 겸손입니다. 따뜻한 화로 옆에서 마음에 드는 아가씨와 커피를 마시고 좋아라고 떠들어 대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이 바로 행복의 그림이 아니겠습니까. --- p.202 대학교육 과정은 상대성 원리 터득에서부터 키스하는 방법에까지 이른다고 할 수 있다. 대학은 단순히 학문을 위한 곳만은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학생은 활동적이어야 한다. 방 안에 틀어박혀 조용히 명상에 잠긴다는 것은 성인(聖人)처럼 보이긴 하겠지만 남을 알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더 인간적이다. 고독은 그 자체로는 매력이 있지만, 이것은 보약이지 건전한 음식물이 아니다. 개성을 발전시키고 육체와 조화되는 성격을 본받아라. 교실에서는 눈은 읽고 귀는 들려야 하지만, 기숙사나 체육관에서는 다리는 차고 팔은 안을 줄 알아야 한다. 할리우드 배우와 짝사랑에 빠져 눈물을 흘리고 시편을 쓰기보다는 대학 연극단에 참가하라. 이해의 기쁨은 참으로 달콤하지만 연구한답시고 두더지 마냥 구멍 안에 묻혀서는 안 된다. --- p.331 |
|
거저 얻은 이 삶을 어떤 자세로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소설가 최성각 선생님은 이 책의 초판 앞글에 이어 개정판 앞글도 기꺼이 써 주시면서 다음과 같이 자신의 느낌을 전하고 있다. “이 원고를 처음 접한 것이 벌써 10여 년이 되어 간다. 기연이라면 기연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거저 얻은 이 삶은 어떤 자세로 무엇으로 가득 채워야 할 것인가? 전시륜의 삶과 글은 제대로 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비극적이라고 인식 할 수밖에 없는 이 삶을 그럼에도 매순간 유쾌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나는 무명 철학자 전시륜과 그가 생전에 단 한 권 모국어로 번역되어 널리 읽히기를 바랐던 이 책이 다시 우리 곁에 가까이 있게 된 것을 참으로 기쁘게 생각한다.” 또한 이 책은 어떤 일이 참으로 중요하고, 어떤 일이 진정 감사할 일이고, 어떤 일이 급하지 않은 일인지 낮은 목소리로 들려준다. 과장되지 않고 순수한 삶이란 이 시대의 우리에게 얼마나 그립고 아름다운 모습인가. 이런 사람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왜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있을까. 정말 이런 사람만 있다면 세상은 얼마나 즐거울까 보통사람의 "짭짤한 행복" 글로 담아 책이 세상에 나왔다가 묻혀버렸을 때 “아깝다”는 말을 할 수 있다면 이 책도 그중 하나다. 서슴없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그 읽히는 재미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묻혀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선 저자 ‘전시륜’이란 이름이 너무 생소하다. 이 책을 내기 전의 작품발표 경력이 전무했으며, 책이 인쇄되는 것조차 보지 못하고 2년 전 만리타향 미국에서 췌장암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자칭 아마추어 문인이 죽기 전에 낸 한 권의 산문집. 게다가 66세의 나이로 미국 땅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의 소원이 “모국어로 단 한 권의 책을 내보는 것”이었다는 점 또한 책을 오해하게 만든다. 두 번째, 유명세를 타는 수필들마저 종종 마음이 실려 있지 않은 얼치기 글이나 온갖 미사여구로 공허하게 삶을 찬양하기 일쑤인 요즘이고 보면, 많이 속아본 독자들이 무명의 재미교포가 쓴 수필에까지 수고로운 관심을 보이기 어려운 세태다. 1932년 충청도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개천에서 용 나듯 서울 공대에 들어간 저자는 6·25가 터지는 바람에 학업을 중단하고 방황하다 잡초 뽑히듯 미국으로 떠난 운 나쁜 사람이다. 이국땅에서 40년간 닫았던 입을 떼어서 일까. 그의 글은 거침이 없다. 건강한 인생관과 죽음을 앞두고도 유머를 잃지 않은 채 써간 유쾌한 글들은, ‘묘지송’에서 “북망이래도 금잔디 기름진데 동그란 무덤들 외롭지 않으이”라 노래했던 시인 박두진의 삶에 대한 긍정적 의식을 보여준다. 풍성한 교양을 바탕으로 생물학, 신학, 인류학, 여성론, 문학, 철학을 종횡할 때는 지적 산책의 묘미도 던진다. 죽기 전 그의 유언을 들어보자. ‘나의 폐가 술집 아주머니 속옷같이 지저분한 먹지장처럼 보이는 게 아닌가.’ 그래서 유언을 쓴다. 아내에게. ‘내가 죽자마자 당신이 해야 할 의무는 내 시체가 당신에게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가를 알아내야…차마 어떻게 죽은 남편을 이용하냐고요? 내 돈을 타먹지 않겠다면 당신은 나와 결혼한 의미가 없지 않소? …재혼을 할 경우 남편과 살은 섞되 은행 장부는 섞지 마십시오. …그럼 복 받고 운수가 트이기를 바랍니다.’ 다음 아이들에게. ‘미국은 국민들이 4백만 개의 권총을 가지고 있다. 총알에 맞아 죽는데 꼭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미소를 띠어도 피살당한다. 헌법에서는 모든 사람이 동등하다지만 대학 졸업생은 더욱더 동등한 것 같다. 시인 푸르스트 말대로 결혼하기 전에는 두 눈 똑바로 뜨고, 일단 결혼을 한 뒤에는 한 눈을 지그시 감아라’(19~26쪽) 사람이 그리워 ‘어머니 장사’를 한 대목을 읽으며 그 기발함에 킬킬대고, ‘딸애의 결혼’을 읽으며 그가 꼬집은 한국의 결혼문화에 고개를 끄덕이고, ‘여성찬양론’을 읽으며 무릎을 치고, 그렇게 전시륜을 읽는다. 그리고 죽은 그에게 묻고 싶어진다. “한 권 더 내실 순 없나요?” <김태훈 기자, 조선일보 -책마을> 인생, 너무나도 유쾌한 소풍 교황님도 가시네요, 먼 길을 떠나시네요. 세상은 툭툭, 터지는 꽃망울들로 화사하기만 한데, 이 아까운 봄을 두고 그렇게 가시네요. 우리 할아버지처럼 늙고 병들고 나약한 모습이었네요. 하느님 앞에서는 누구나 공평한 게 죽음입니다. 혹시 `나'의 죽음을 생각해 보셨습니까? 유서를 써보셨습니까? 전시륜의 <어느 무명 철학자의 유쾌한 행복론>에 들어 있는 저자의 유서는 법적 문서라기보다, 잘, 깊이 있게, 유쾌하게 나이든 이의 삶의 지혜입니다. “나의 법적인 아내로서 당신이 다달이 돈을 얼마나 타먹을 수 있나 알아보십시오. 제가 죽은 후에는 재혼하는 것이 좋지 않겠어요? 젊었을 땐 성행위가 있어야 소화가 잘 되듯이 노년에는 서로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반려자가 필요합니다. 농담을 주고받고 서로 깔깔 껄껄 웃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보십시오. 재혼을 할 경우 남편과 살은 섞되 은행장부는 섞지 마십시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요? 어렸을 적엔 저도 똑똑한 사람, 뭔가 잘난 사람이 좋더니 나이 들수록 가장 잘난 게 편안함이더군요. 함께 있으면 착해지는 사람, 순수하게 껄껄 깔깔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좋습니다. 전시륜 선생이 이번에는 금쪽같은 새끼들에게 금쪽같은 지혜를 들려줍니다. “돈은 도둑과 사기꾼을 끌어들이고 자객의 손에 칼자루를 쥐어준다. 너무 부자는 되지 말라고 경고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은 편리하다. 늙으면 벗님이 셋밖에 없는데, 마누라, 늙은 개, 손에 쥔 현금이다.” <어느 무명 철학자의 유쾌한 행복론>에는 여운이 있는 자의 유머와 위트가 뚝뚝, 묻어납니다. 그나저나 이 봄이 가기 전에 유서 한번 써보십시오. 사랑과 야망으로, 분노와 희망으로 어지럽고 시끄러운 내가 정리되는 시간일 것입니다. <이주향 수원대 교수, 조선일보 -배낭 속 책 한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