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벵골바다
새남 소설
새남
좋은벗 2007.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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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장 방갈로
제2장 꽃
제3장 새
제4장 박명
제5장 친구
제6장 소녀
제7장 꿈

저자 소개

저자 : 새남
새남은 지은이의 필명으로, 그 의미는 ‘날마다 새롭게 다시 태어난다’이다. 현재 서울 근교 산동네에서 자연과 더불어 한가로이 살고 있다. 여행을 좋아하여 그 동안 많은 나라를 여행했다. 그 중 특히 인도는 10년 간 해마다 계속 방문하였는데, 그 마지막 해인 2003년에 히말라야와 벵골바다 해변의 방갈로에서 홀로 기거하며 체험한 것을 쓴 것이 「벵골바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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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12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330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8349380

출판사 리뷰

1장 방갈로
벵골바다의 방갈로는 버림과 떠남, 자유와 고독, 자연과 명상, 지혜와 자비가 뒤얽힌 파도 같은 인연이 출몰하는 공간이자 ‘홀로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픈’ 영원한 보헤미안의 둥지이다.

나는 어떤 소리에 깜짝 놀라 잠을 깼다. “철썩 철썩, 쏴아…… 쏴아 쏴아, 철썩……” 시간은 알 수 없으나 한밤중인 것 같았다. 온 세상을 모두 잠들게 하는 밤이 벵골만을 지배하는 시간에, 밤바다의 파도 소리만이 점점 더 크고 요란해져 갔다. - 10쪽

앞으로는 광활하게 펼쳐진 벵골바다와 수평선, 좌우로는 끝없이 길고 긴 벵골만의 해변이 보인다. 내가 원하면 새벽?아침?대낮?저녁?밤 구분 없이 언제든지 바닷가를 산책할 수 있으며, 오전과 오후에는 해변의 어느 곳에서든지 아침 박명과 일출, 일몰과 저녁 박명을 감상할 수 있다. - 12쪽

이 방갈로는 자연 한가운데 있으며, 나는 자연으로 열린 중간에서 직접 자연을 보고, 자연의 소리를 듣고, 자연을 호흡하고, 자연을 맛보고, 자연을 접촉하고, 자연을 맘껏 느낄 수 있다. 모든 생활이 자연과 교감하고 소통한다. - 14쪽

이제부터라도 일체의 외부와 차단한 채 자연 속에서 혼자 생활해 보는 것이다. 지금 여기에는 찾아올 사람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으며, 그 누구와도 만날 필요가 없다. 이 세상 하늘 아래 어느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자연 속에서의 혼자만의 생활’을 얼마나 오래 전부터 목마르게 꿈꿔 왔던가. - 19쪽

오늘은 아침 일찍 처음으로 방갈로에서 약간 떨어진 어촌을 방문한다. 가는 도중에 아침 박명과 해돋이를 보았다. 나는 해변 모래사장 위에서 맨발로 해를 향해 두 손 모아 절을 한다. 마음이 상쾌하고 신선하다. - 21쪽

2.3장 꽃/새
꽃이 되고 싶고 새가 되고 싶은 새남은 부겐빌레아와 이름 모를 들꽃, 그리고 까마귀와 노랑부리새들과 기꺼이 함께한다.

한낮에,/방안이 무더워지면//나는 맨발로 나와/부겐빌레아 곁에 앉아서//오랫동안/벵골바다를 바라봅니다. - 27쪽

부겐빌레아는/내 친구입니다.//내가 방갈로를/가고 올 때//그 꽃에/인사하면//그 꽃은/항상 다정하게/내게 답해 줍니다. - 34쪽

나는 이 야생화를/부겐빌레아와 함께/좋아하며//이 들꽃과/자주 무언의/대화를 합니다. - 41쪽

오, 님이시어!/이 들꽃은/부겐빌레아와//서로서로/너무 잘 어울리며/살고 있습니다. - 43쪽

나는 꽃이 되고 싶습니다. - 44쪽

새들이 잠에서 깨어나고 낮에 사람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면 파도 소리는 바다로 밀려가고, 야자나무가 숲을 이루는 동네마다 새들의 소리가 밤의 파도 소리를 대신한다. - 46쪽

새 소리/파도 소리,//방갈로에서 듣는 두 소리./그리고 바람 소리,//모든 소리,/자연의 소리.//모든 것은/자연으로 통한다. - 49쪽

나는 새가 되고 싶었고, 새들과 함께 살고 싶었습니다. - 56쪽

4장 박명
박명은 늘 존재의 경이(驚異)를 선보인다. 생과 사를 넘어서는 인도인의 인생관은 박명을 닮아 있었다.

바닷가에서 아침 박명을 기다렸으나 볼 수 없다. 해돋이도 몹시 기다렸으나 새벽녘 뭉게뭉게 피어 오른 물안개 때문에 볼 수 없다. 동쪽 바다는 천지가 물안개뿐이다. 볼 수 있는 모든 대상은 물안개 속에 감추어져 있다. 잠시 후, 어느새 붉은 아침해가 두껍고 짙은 물안개 위로 불쑥 떠오른다. 그 동안 보이지 않던 아침 박명은 물안개 구름 속에서 오래오래 숨어 있었던 것이다. 나는 떠오르는 해를 향해 두 손 모아 경배를 한다. - 68쪽

지금 여기 이 죽음에는 어떤 슬픔도, 어떤 비탄도, 어떤 회한도, 어떤 공포도, 어떤 절망도, 어떤 고통도, 어떤 원망도, 어떤 미련도, 어떤 허무도 없이 그저 단순한 장례 의식만이 있을 뿐이다. 잠시 후, 저 시체는 바닷가 화장터를 거쳐 벵골바다 어딘가에 재로 뿌려지리라. 그가 생전에 원했을 것처럼. - 71~72쪽

나는 아름다운 박명의 잔영에 도취되어 울고 울었고, 오랫동안 혼자 바닷가에 서 있었다. 박명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어느새 밤이 오고, 별이 반짝이고 달이 떴다. 아아, 나는 참으로 오랫동안 시간의 흐름을 잊어 버렸다. 모든 것을 잊어 버렸다. 내 마음은 더없이 가볍고 평온하고 자유롭다. - 84쪽

그 장례 행렬은 저건나트 사원에 인접한 서쪽 바닷가 화장터로 가고 있다. 북소리나 징소리는 요란하거나 슬프지도 않다. 장례 행렬인데 우는 사람도 없다. 죽음의 의식은 너무나 간단하다. 지금 여기 이 순간에 삷과 죽음이 큰 구분 없이 교차된다. 오늘 또 하나의 소박한 죽음은 삶의 또 다른 단순한 반복이다. - 95쪽

5장 친구
그리움은 친구를 부른다. 그리움에는 이유가 있다. 그리움의 이유는 사랑이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바닷가를 거닐던 지난날과 달리, 오늘처럼 가랑비를 맞고 거닐면서 지금까지 느껴 보지 못한 또 다른 묘한 인생의 즐거움을 맛본다. 맑은 날씨 때보다 춥고 비 오는 날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느낀다. - 102쪽

지난밤은 참으로 길고 긴 시간이었다. 갑자기 까닭 모를 깊은 외로움과 쓸쓸함이 엄습하기도 한다. 그처럼 나 홀로를 외치면서 모든 것을 끊고 정리하고 떠나지 않았던가. 금세 맥이 탁 풀리고 힘이 빠지면서 불현듯 알 수 없는 또 다른 그리움이 생긴다. - 104쪽

우리는 서로 만날 때 시와나 끄리시나 등 신의 이름을 부르기도 했으나 한 번도 그렇게 부른 적은 없었다. 나는 언제나 그를 ‘내 친구’라고 불렀고, 그는 나를 보자마자 항상 밝고 즐겁게 웃으면서 두 손을 가슴이나 머리에 모으며 경어를 사용했다. 여전히 나는 말을 거의 하지 않고 지냈지만, 그가 이야기할 때는 그의 말을 아주 재미있고 즐겁게 들었는데 그만큼 그의 말과 행동은 진실되고 꾸밈이 없었다. - 114쪽

내가 아주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더니 릭샤왈라가 “당신은 행복하십니까?”라고 물어서, “매우 행복합니다.”라고 하니까 오히려 그가 “매우 감사합니다.”라고 말을 하면서 두 손을 모으며 환하게 웃는다. - 119~120쪽

참으로 오랜만에, 까맣게 잊어 버리고 있었던, 고향에서 엄마와 함께 보냈던 어린 시절의 한 추억이 아스라이 떠올랐다. 아마 태어난 후 처음 엄마의 손을 잡고 가장 멀리 동네 밖으로 나갔던 시절인 것 같다. 그 때 엄마의 손을 잡고 가는 나들이, 그 자체가 너무나도 좋았다. 그 때의 내 손 안에는 하늘도 땅도 바다도 온 세상도 모두 감싸안고도 남을 엄마의 무한한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 131쪽

6장 소녀
문득 눈에 띈 헐벗고 천한 고아 소녀. 하지만 그 아이는 벵골의 요정이었다.

소녀는 맨발이었고 몸에는 아무 장식도 없었으며, 낡은 갈색의 윗옷은 너절너절했고 싸리도 입지 않았다. 색이 바랜 노란 치마는 누추하고 너덜너덜했으나 눈부신 오후의 햇살에 반짝거렸다. - 143쪽

여자 아이의 이름은 고삐라고 했다. 할머니가 지어 주었단다. 고삐. 인도의 신 끄리시나는 어린 시절 들판에서 피리 부는 목동이었는데, 브린다원이라는 인도의 에덴동산에서 소몰이 소녀들과 지냈다. 그 때 소몰이 소녀들의 이름이 바로 고삐였다. 나는 고삐라는 이름이 이 아이에 매우 알맞은 이름이라 생각했다. 고삐라는 이름이 아주 좋은 이름이라고 하니까 소녀의 할머니는 무척 기뻐했다. - 167쪽

그들은 인도에서 가장 낮고 천한 신분이기 때문에, 사원과 시장을 오갈 때나 수십 킬로 떨어진 우물가로 물 항아리를 이고 먹을 물을 길러 다닐 때도 신분이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는 가까운 마을 길로 가지 못하고 항상 먼 길을 둘러 다녀야 한단다. 그러나 소녀는 지금까지 한 번도 남을 원망하거나 불평을 한 적이 없단다. - 171쪽

짙고 검은 눈썹 아래 그 큰 검은 눈망울은 방안의 등잔 불빛이 희끄무레했음에도 너무나 맑고 밝게 빛났다. 소녀의 치렁치렁 길게 늘어뜨린 검은 머리칼은 너무 길어서 방바닥에 닿을 듯했으며, 칠흑 같은 머리채는 숱이 무섭도록 많아 어두운 방안을 더욱 어둡게 하는 것 같았다. 지금 이 자리 내 앞에 앉아 있는 고삐는 들판에서 가축을 돌보던 가난한 맨발의 그 어린 고아 소녀가 아니라 벵골 지방에서 가장 아름다운 요정이었다. - 173~174쪽

7장 꿈
지극의 자유를 찾아 바다처럼 낮게, 바다처럼 평등하게……

고삐를 만나고 난 후, 방갈로 생활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지만 철저하게 혼자이던 이전과는 달리 또 다른 즐거움과 기쁨이 내게 자리잡게 되었다. 사람들이 귀찮아 떠나온 내가 또 다른 지역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새로운 인연으로 생활이 새롭게 안락해진 것은 스스로도 알 수 없을 정도로 기이하고 신비한 변화였다. - 176쪽

나는 이번이 마지막 보는 기회가 될지도 모르는 노수행자 곁으로 다가갔다. 그는 평상시처럼 고요와 청정한 모습으로 온유하게 맞아 주었다. “열병처럼 자주 멀리 세계를 다니는 것보다 먼저 자신의 안을 한번 여행해 보게.” 그는 일출을 바라보았다. “자, 지금 뜨는 해를 보게. 우리는 날마다 새롭게 다시 태어날 수 있네.” 그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대는 아는가, 이 벵골바다는 히말레에서부터 여기까지 온 것이네. 물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언제나 아래로 흐르거든.”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을 계속했다. “그리고 이 바다는 위로부터 온갖 종류의 물을 가장 낮은 곳에서 받아 맑게 하고 있네.” 그는 마지막 작별 인사라도 하듯 큰 눈을 바다로 향하면서 말했다. “바다는 다양한 계급도 수많은 이름도 버리고 언제나 평등한 하나의 세계를 이루네.” 노수행자의 진지한 말에 “저도 조그만 바다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이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 197~1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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