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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4무[武/舞/巫/無]에 사무치다
프롤로그_이 책은 보도자료입니다. 보고픔도 극심한 허기의 일종이다 1. 예기(藝妓), 이화우 흩뿌릴 제 서설 지평선에서 약속이 있다 하나 춤추는 슬픈 어미, 장금도 둘 춤을 부르는 여인, 유금선 셋 중고제의 마지막 소리, 심화영 2. 남무(男舞), 춤추는 처용아비들 서설 천 리 아랫녘으로 영남춤을 마중 가다 하나 춤으로 생을 지샌 마지막 동래한량, 문장원 둘 밀양변가 춤의 종손, 하용부 셋 우조(羽調) 타는 ‘무학도인(舞鶴道人)’, 김덕명 3. 득음(得音), 세상에서 가장 긴 오르막 서설 소리 소문을 보러 가다 하나 백 년의 가객, 정광수 둘 “적벽강에 불 지르러 가요”, 한승호 셋 초야에 묻힌 초당의 소리, 한애순 4. 유랑(流浪), 산딸기 이슬 털던 길 서설 보릿고개 언덕 위의 하얀 부포꽃 하나 포장극장의 소년 신동, 김운태 둘 흰옷 입은 심청 엄미, 공옥진 셋 마지막 유랑광대, 강준섭 5. 강신(降神), 영험은 신령이 주지만 재주는 네가 배워라 서설 한양 만신을 찾아서 하나 아직도 ‘왕십리 개미’라오, 김유감 둘 본향 꽃밭의 길라잡이, 이상순 셋 작두 타는 비단 꽃 그 여자, 김금화 6. 풍류(風流), ‘춤의 삼각지대’ 사람들 서설 춤의 고을 사람들 하나 춤을 일구는 농사꾼, 이윤석 둘 한려수도의 마지막 대사산이, 정영만 셋 진주라 천 리에 제일무, 김수악 에필로그_ 스크롤바를 올리며 여기 적힌 먹빛이 희미해지더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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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이 뛰어든 인당수 깊은 물과 같다. 죽 한 사발을 놓고 서로 달려들어 머리 부딪히는 목멘 풍경을 뒤로 하고 권번에 간다. 그리고 심청이 연꽃으로 환생하듯이, 그녀들 연향(宴享)의 꽃 해어화로 피어난다. 해어화(解語花)는 ‘말을 알아듣는 꽃’이란 뜻으로 당나라 현종이 양귀비를 두고 한 말이었는데, 그후 미인, 기녀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이 해어화를 피워내는 물가가 권번이었다.
---‘1. ‘예기(藝妓)’, 이화우 흩뿌릴 제’ 중에서 무대가 밝아지며 시나위가 서서히 펼쳐질 때, 천천히 지팡이를 짚고 나온 한량이 꾸벅 인사하고 지팡이를 내려놓는 순간부터 차마 잊지 못할 춤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저 음악에 몸을 맡기는데, 어느덧 무이구곡(武夷九曲)이 흘러든 듯했다. 슬픔과 기쁨이 한 올에 휘감긴 시나위는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그 경치 앞에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어 가고 있었다. 퇴계가 태극도설(太極圖說)을 펼쳐들고 회고했듯이 ‘모르는 사이에 기쁨이 솟아나고 눈이 열리는’ 시간이었다. ---‘2. ‘남무(男舞)’, 춤추는 처용아비들’ 중에서 판소리, 세대를 바꾸면서 서로가 일궈온지라 시간의 지문이 묻어 있다. 그리고 지문의 골과 골에는 한 인간이 몰두해온 지독한 길이 박혀 있다. 일생 동안 스승의 것을 숙련하지만 저 또한 멋이 있는지라 살짝 자기 것을 덧붙인다. 이를 ‘더 넣었다’는 뜻으로 ‘더늠’이라 한다. 훗날 다른 소리꾼이 이 대목을 부를 때 “아, 여기는 누구 선생제(制)렸다” 하는 ‘소리풀이’로 이력을 대니, 누대에 걸쳐 불천위(不遷位)로 받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치밀하고 정교한 전승구조로 켜켜이 축적해왔기에 인류의 유전자로는 벅찬 일에 도전할 수 있었다. ---‘3. ‘득음(得音)’, 세상 중에서 ‘질(길)굿’이란 말이 붙었듯, 길 위의 음악이었고 떠돎이 조련한 몸짓이었다. 느리게 원을 돌다 펄쩍 뛴 후 반대로 급작스레 돌며 기민하게 이동했다. 몇 차례 반복하며 속도를 더하다 갑자기 꽹과리, 장구가 자진삼채가락을 치며 원 안으로 들어가 두 줄로 나뉘어 좌우로 밀어대는 ‘미지기’를 하였다. 바깥의 소고꾼들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크게 돌며 ‘자반뒤집기’를 했다. 팔팔한 젊은 남자들도 허리 끊어질 일인데, 50대 아줌마들이 펄펄 뛰었다. 안에는 불꽃 튀는 가락이 번지고 밖에서는 바람 같은 회전을 했다. 굿이 한순간 회오리바람처럼 감겼다. ‘굿이 핀다’고 이야기하는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마치 양철통을 돌던 설탕가루들이 갑자기 솜사탕으로 활짝 번져 오르는 순간이었다. --- ‘4. ‘유랑(流浪)’, 산딸기 이슬 털던 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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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KBS
매일경제, 교보문고 선정 2007 올해의 BEST 20 동아일보 선정 2007 올해의 책 10 한국일보 선정 2007 희망의 책 10 시사IN 선정 2007 올해의 책 문화예술위원회 2007 우수문학도서 간행물 윤리위원회 2007 청소년권장도서 대한출판문화협회 2007 올해의 청소년도서 조선일보 2007 올해의 책 후보작 중앙일보 2007 올해의 책 후보작 YES24 2007 올해의 책 후보작 한국출판문화상 2008 인문교양부분 후보작 다시 올 수 없는 시간을 마중 가는 길 제 홀로 찬란히 꽃 피웠으나 때론 홀로 남아 외로웠던 이 시대 마지막 예인들의 삶과 예술, 그 깊고 오묘한 찰나를 짠한 사진 한 컷처럼 두 권의 책에 복기하였다. 빛나는 노을처럼 삶의 마지막 기운 뿜어내는 열여덟 예인, 그들의 고아하되 애절한 사연들! 『노름마치』는 그러한 속 깊은 삶의 비밀을 품고 있는 이 땅의 최고 전통 명인들이 벌이는 다채로운 놀음의 향연이다. 먼 길 끝의 노인정과 다방, 시장의 국밥집에서 마주앉아 물은 전통 예인들의 삶에 대한 이력서 아슬아슬한 도박을 감행함은, 어렵지만 일단 무대에 서면 여태 없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걷는 건 두렵지만 춤추는 것은 두렵지 않다. 몸속에 소리와 음악이 모두 들어 있어, 선율의 흐름 따라 그때그때 춤이 달라진다. 전통이란 이름 속에서 순간순간 새것이 돋아난다. 이런 순간은 맛보는 순간 중독된다. 결국 또 들여다보고픈 과욕이 극성스런 길을 가게 한다. 정녕 보고픔도 극심한 허기의 일종인 것이다. _‘프롤로그’ 중에서 4무[武/舞/巫/無]에 사무친 한 사내가 있었다. 고수들의 무술[武]에 반했고, 날렵한 유선형의 춤[舞]에 미쳤으며, 울음을 음악으로 만드는 재주를 지닌 무속[巫]을 따라다녔고, 그 모든 것을 통해 자신을 들어내는 무[無]의 세계에 홀린 사내. 진옥섭, 그는 지난 시절 동안 초야에 묻혀 있던 전통 예인들을 발굴하고 그들을 이끌어 무대에 세웠던 전통예술 연출가다. 예인들을 직접 찾아가 담판하여 그들을 무대로 이끌어내는 일은, 일반적인 연출자와 배우의 관계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그들의 심(心)을 움직이지 못하는 한 그들과의 담판은 허사였다. 상대를 알아야만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으니, 진옥섭의 노정은 결국 그들의 삶과 예술을 이해해가는 과정이었다. 『노름마치』는 길 위에서 마주한 예술가들을 무대로 이끈 한 연출가의 세세한 기록이다. 그것은 발품 팔아 명품을 찾아 나선 길에 만난 것들이기에 더욱 각별하며, 공연을 통해 예술로 승화된 것을 스케치한 것이기에 그것 자체로 완결성을 갖추었다. 동시대의 사람들이 노명인(老名人)들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 노명인들의 예술은 그들을 이해하는 연출가 진옥섭의 마음을 거쳐 세상에 제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 것은 소중하다는 심정적 이해를 넘어서서 액션영화를 첫날 첫 회에 봐야 하고 발레리나의 어깨선을 눈부셔하는 한 젊은이가 맛본 전통의 가장 맛있는 부위를 이 책에 갈무리했다. 젊은이의 섬세하고 세밀한 필터 덕분에 우리는 동시대의 언어와 감수성으로 우리가 몰랐던 우리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