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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말
프롤로그 1644년 명 왕조의 몰락 제1장 복건의 해적들 제2장 악마와의 거래 제3장 바다의 제왕 제4장 안해(安海)의 후계자 제5장 오삼계의 배반 제6장 국성야(國姓爺) 제7장 배반의 유혹 제8장 강물 위의 만리장성 제9장 해안 봉쇄 제10장 붉은 핏빛 기 제11장 적감성(赤嵌城) 제12장 죽음의 형벌 제13장 천년의 세월 부록 만주족의 발흥/ 황제 및 직위 일람/ 17세기 정씨 가계/ 명 왕조 세계/ 청 왕조 세계 역자 후기 주석 참고문헌 |
Jonathan Cle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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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은 ... 중국의 아들, 대만의 아버지 정성공의 일대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왕조가 바뀌는 시기는 언제나 격동의 시대인데, 명말청초도 예외는 아니다. 나아가 이 시기는 명 왕조의 몰락과 청 제국의 발흥이 중첩되는 가운데 일본 막부(幕府) 체제의 성립 과정에서 밀려난 낭인들이 흘러들어오고, 여기에 포르투갈과 에스파냐, 네덜란드 및 영국 등 유럽 열강들의 식민주의 첨병 세력들까지 진출하는 등 그 격동의 규모와 성격은 유례없이 거대하고 국제적이었다. 이러한 시대적 환경과 성격이 “밀수꾼과 해적으로 시작하여 성인(聖人)이자 신(神)이 됨으로써 끝나는 이야기”(본문 20쪽)인 정성공의 생애에 다음과 같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고, 이 책의 지은이도 자신이 정성공의 생애에 흥미를 느껴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것이 바로 그 점에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외부 세계와의 접촉을 꺼리던 중국에서 정성공은 놀랄 정도로 국제화된 인물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일본인이었고, 그의 경호병들은 아프리카 흑인들과 인디언들로 구성되었으며, 그가 신뢰한 특사는 이탈리아인이었다. 그가 통솔하던 부대에는 도주한 독일인과 프랑스인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가 대적한 세력들도 이에 못지않게 국제적이었으니, 한족 친인척들과 경쟁자들, 그가 일생 동안 증오한 네덜란드인들이 있었으며, 그의 조국을 유린한 만주족이 있었다.” ---p. 19 명청 교체기의 중요한 역사적인 인물인 만큼 일찍부터 정성공에 대한 기록과 서술이 적지는 않았다. 중국이나 대만은 물론이고 일본인을 어머니로 하여 일본에서 태어났다는 점에서 그를 자국인으로 간주하는 일본, 그리고 17세기 당시 동아시아의 해상을 지배하던 그를 상대해야 했던 유럽 각국에서도 그에 대한 자료를 남기고 있는 것이다. 정성공의 생애에 투영된 역사성과 국제성에 걸맞게 그에 대한 기록과 연구도 국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지만, 이에 반해서 그에 대한 인식과 평가는 비교적 하나의 정형화된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곧 이 책의 지은이도 지적하고 있듯이, 중화권에서는 그를 두 왕조를 섬기지 않은 충신이요 대만을 수복한 민족 영웅으로 부각시키고 있는 반면, 유럽 쪽에서는 협잡을 일삼고 유럽인들을 학대한 악당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특히 오늘날 중화권의 정성공 전기와 연구도 이 같은 전통적인 시각을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지은이는 이 같은 전통을 염두에 두면서도 그에 구애받지 않고 독자적인 안목으로 정성공의 생애와 시대적 배경을 생생하게 재구성하고 있다. 사실 정성공의 생애는 그 자체만으로도 파란만장하고 극적인 것이지만, 요약하자면 충분히 간단하게 기술될 수도 있다(앞의 “정성공은 누구인가” 참조). 이 책에서 지은이 조너선 클레멘츠는 정성공이 태어나기 전부터 사망 후까지 그의 생애를 따라 기존의 사료와 연구에서 일종의 전형성을 걷어낸 역사적 사실을 배열함으로써 주인공 정성공 및 관련 인물들의 성격과 행동을 객관적으로 제시하는 서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시대와 업적을 해석하고 평가하는 일반적인 역사서나 평전과는 달리 이 책에서는 역사적 사건과 그에 관련된 등장인물들의 갈등이 전면에 부각된다. 이 책이 역사적 사실들을 엄격하게 고증하고 그에 입각하여 서술되고 있으면서도 마치 하나의 역사소설처럼 읽히는 까닭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2. 정성공(鄭成功)은 누구인가? 명청 교체기에 명나라 부흥 운동의 중심 인물이었던 정성공(鄭成功, 1624~1662)은 명 황실로부터 국성(國姓)인 주(朱)씨 성을 하사받아 국성야(國姓爺, Coxinga)라고도 불린다. 남중국 최대의 해상 조직을 이끌던 아버지 정지룡(鄭芝龍)과 일본인 어머니 다가와 시치자에몬(田川七左衛門) 사이에서 태어났다. 소년 시절 학문에 뜻을 두고 유학을 공부하던 중 만주족 청나라의 공격으로 명나라가 멸망하자 당왕(唐王) 융무제(隆武帝)와 계왕(桂王) 영력제(永曆帝)로 이어지는 남명(南明) 왕조를 수호하며 항청복명(抗淸復明) 운동에 나선다. 1650년 정지룡이 청나라에 투항하자, 아버지의 해상권을 넘겨받아 복건성 앞바다 금문과 하문을 근거지로 하여 중국과 일본 및 동남아시아 일대의 바다를 통제하며 무역을 독점하면서 본토 반격의 기회를 노렸다. 1658∼1659년 3,000척의 선박과 25만 대군을 이끌고 남경 공격에 나섰지만, 패하여 하문으로 철수하였다. 1661년 청나라가 연안 5개 성(省)의 백성을 내륙으로 이주시켜 그와의 관계를 두절시키는 천계령(遷界令)을 펴자, 그는 대만으로 건너가 그곳을 지배하고 있던 네덜란드인들을 축출하고 재기를 도모하였으나 이듬해 급사하였다. 사후에 그는 청 왕조로부터 명나라에 충성을 다한 충신으로 인정받아 1787년 충절공(忠節公)에 봉해지며, 근세에 이르러 대만의 개국시조이며 외세를 물리친 민족 영웅으로 널리 추앙받게 된다. 그러한 정성공의 생애를 이 책에서 저자는 명 왕조의 몰락과 청 제국의 발흥, 서양 열강의 진출이라는 격동의 시대를 배경으로 흥미진진하게 재구성하고 있다. 3. 이 책의 구성과 서술: 정성공 시대 100년의 다큐멘터리 “정씨 일가의 이야기는 이쯤에서 끝을 맺어야 하겠지만, 중국의 전기문학 작품들은 종종 그들의 후일담까지 다루기도 한다.”(본문 430쪽) 이 책의 지은이 조너선 클레멘츠는 정성공이나 중국사 연구의 전문가는 아니다. 그보다 그는 서양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동아시아의 문화와 역사를 알기 쉽고 흥미롭게 소개해주는 대중 작가라고 할 것이다. 일찍부터 저자는 일본 애니메이션 연구 및 그와 관련된 활동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예를 들어 그가 2001년에 펴낸 ?일본 애니메이션 백과사전?은 이 분야의 중요한 업적이자 참고서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 이후로 그는 활동 분야를 달리하여 주로 중국 역사상의 주요 인물에 대한 전기 작품을 집필하게 되는데, 이 책 ?해적왕 정성공?은 그 첫 저작인 것이다. 이 책은 전기 작가로서 저자의 능력과 열정이 멋지게 발휘된 흥미로운 작품이 아닐 수 없지만, 당시의 시대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독자라면 이 책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역사적 사건들이 단순 묘사나 열거로 그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이 책의 옮긴이가 지적하고 있듯이, 일련의 사건들과 그와 관련된 인물들에 대해 그 사이의 인과관계를 따져 묻는 서술과 평가에 대한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역사 해석의 측면은 우리가 일반적인 역사서들에서 기대하고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한 이는 지은이가 밝히고 있듯이 역사 학술서가 아니라 위의 인용문처럼 중국의 전통적인 ‘전기문학’의 형식을 염두에 둔 데 따른 것임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 가능한 대목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이 책의 본문 여러 곳에서 일본 측 자료에서 인용한 조선 사신의 관찰과 보고를 언급하고 있는데, 명청 교체기 중국의 변동은 우리나라에서도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조선왕조실록』 등에는 당시 북경 청나라 조정이나 남명 왕조의 동향은 물론 정성공에 대한 기록도 종종 나오고 있다. 이 책의 본문과는 무관하지만, 조선조 18대 현종에게 북경을 다녀온 사신 정유성(鄭維城)은 청나라의 사정을 다음과 같이 보고하고 있다. “저네들의 통보를 얻어 보건대, 정령(政令)을 발하여 시행하는 것 모두가 백성을 보살피는 일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백성들이 조금도 명나라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갖고 있지 않으니, 민심의 향배란 것이 이처럼 두려운 것입니다.”(『조선왕조실록』, 현종(顯宗) 원년(1659) 10월 20일) 요컨대 오늘날의 우리들은 물론 당시의 관찰자들도 남명 왕조와 정성공을 중심으로 한 명나라 부흥 운동이 민심과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시대착오적인 행동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은이 조너선 클레멘츠는 이러한 통상적인 역사 해석이나 서술의 방법은 취하지 않는다. 그 대신 그는 당시의 역사적 사건들을 정성공의 생애를 중심으로 다음과 같이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순차적으로 배열하고 있을 뿐이다. 첫 번째 부분은 17세기 초 정성공의 아버지 정지룡의 출생을 전후하여 몰락기에 접어든 명 왕조의 동향과 마카오와 대만에서 벌어진 서양 열강들의 각축 및 정지룡이 해적 두목으로 남중국 연안을 제패하고 명조의 벼슬을 얻기에 이르는 과정이며, 두 번째는 정성공이 만주족 청나라의 중원 침공에 맞서 학업을 중단하고 항청복명 운동을 이끌면서 청 왕조에 투항해 간 아버지의 해상권을 인수하고 일생일대의 남경 공략에 나섰다가 패퇴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정성공이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대만으로 건너가 그곳을 점령하고 있던 네덜란드인들을 축출한 후 17세기 후반 그의 후손들과 청나라의 대만 회복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다. 그런데 이러한 평면적인 배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은이의 생생하고 박진감 넘치는 서술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그것은 중국어와 일본어에 능통한 지은이가 『선왕실록교주(先王實錄校註)』나 『대만외지(臺灣外誌)』 같은 핵심적인 1차 자료를 비롯하여 중국과 일본 및 유럽에서 나온 다양한 전거에 바탕을 두고 정성공의 일생과 함께 명말청초의 시대상을 사실에 충실하면서도 눈에 보일 듯이 선명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밀수업과 해적질로 부를 축적한 집안에서 태어나 그러한 출생 배경을 고통스러워하면서 전통적인 입신양명을 통해 탈출하려고 유학 공부에 전념하던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명 왕조의 몰락과 청 제국의 발흥, 그리고 서양 외세의 진출이 중첩된 격동기를 살아간 사람들의 모습을 지은이는 우리의 눈앞에 생생하게 복원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은이의 안내를 받아 주인공의 근거지였던 복건 지방은 물론이고 북경의 자금성, 만리장성의 산해관, 양자강과 남경 일대, 마카오의 예수회 교회, 네덜란드인들이 대만에 세운 제란디아 요새 등 중국 전역에서 버마, 일본, 필리핀, 그리고 인도네시아 바타비아의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본부까지 동아시아 일대를 종횡으로 누비면서, 정성공의 아버지 정지룡을 비롯한 정씨 일족과 휘하의 가신들, 숭정제와 순치제 같은 명말청초의 황제들, 만주족 섭정왕 도르곤, 한족 군벌인 이자성이나 오삼계, 예수회 사제인 아담 샬과 네덜란드 대만 총독 코예트 등 100년에 걸쳐 시대를 경쟁하던 동서양 인물들의 실제 행동과 육성을 직접 보고 듣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 체험을 통해 우리는 거스를 수 없는 역사적 흐름을 인식하고, 그 흐름 속에서 속이고 속고, 일희일비하고, 흥하고 좌절하는 등장인물들의 개성을 자연스럽게 실감할 수가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