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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범모
개마고원 200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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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부
스타가 되는 아주 쉬운 방법

제2부
나의 상상미술관
미술대학 교육, 제대로 되고 있는가
민중미술, 한때의 유행이었는가
세계화 시대의 우리 미술
광주비엔날레와 정체성의 문제
반(反)아파르트헤이트전 왜곡사건
발전적 남북 미술교류를 위한 제언

저자 소개

저자 : 윤범모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미술평단에 등단. <월간 가나아트> 편집주간을 거쳐, 호암갤러리 큐레이터, 예술의전당 미술부장, <월간 가나아트> 편집주간, 실크로드 미술기행단 단장, 한국근대미술사학회 회장, 광주 비엔날레 큐레이터,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전시 심의 위원 등을 지냈다. 현재 경원대학교 미술대 교수, 서울대 강사, 고암미술연구소 소장, 동악미술사학회 기획이사, 한국화랑협회 미술품 감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현대미술백년』『중국대륙의 숨결』『미술과 함께 사회와 함께』『미술관과 대통령』『한국근대미술 - 시대정신과 정체성의 탐구』『평양미술기행』등이 있다.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55쪽 | 482g | 153*224*20mm
ISBN13
9788985548816

책 속으로

한번은 시집 읽기를 했다. 일주일 뒤의 강의실에서 나는 정말로 놀랐다. 아니, 나보다도 학생들이 더 놀랐다. 학생들이 사온 시집은 약속이나 한 듯이 류 아무개의 시집이었던 것이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생전 처음으로 시집을 사보았다고 했다. 책방에서 이런 저런 시집을 넘겨보다가 마음에 드는 시집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런데 결과는 단체주문한 것처럼 똑같은 시지을 각자 들고 왓던 것이다. 아니, 이럴 수가 잇는가. 미대생의 감성이 이렇듯 똑같을 수가 잇는가. 수백 수천 권의 시집 코너에서 고른 시집이 어떻게 모두들 똑같은 한 사람의 같은 시집일 수 있다는 말인가. 이건 거의 엽기 수준이다. 내가 들고 갔던 시집이 부끄러워 오히려 꺼내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아아! 국화빵들이여, 기계제품과 같은 미대생들이여, 그 머리에서 무슨 개성을 찾고 창작세계를 운운할 수 있단 말인가. 예전의 화가들은 책을 익지 말라고 제자들에게 가르쳤다. 이론이 밝으면 그림이 안 된다는 논리였다. 참으로 해괴한 논리다. 그러니까 장인적 손재주만 높이 평가했지 이론 부분은 백지 상태를 선호했던 것이다. 참으로 웃기는 현상이다. 이당 김은호를 기억하는가. 그는 창작가라기보다는 교육가적인 면모가 다분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그 역시 제자들에게 책을 읽지 말라고 가르쳤다. 그러니 자신의 그림 역시 상투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텅 빈 머리로 무슨 그림을 그리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화가는 기술자가 아니다. 가슴과 머리가 텅 빈 기계가 아니다. 이론이 없으면 자기의 세계를 구축할 수가 없다. 자기의이론이란 것은 책을 자양분으로 해서 얻는 것이 제일 빠르고 쉬운 일 아닌가. 그런데 책을 멀리 하겠다고?

p.61~62

따라서 개인전 개막일에 미술인들만 모이는 잔치판은 벌써 글러먹은 것이다. 동창생들이나 어슬렁거리는 전시장은 벌써 '망조'가 든 것이다. 개막 파티에는 각계각층의 인사들로 붐비게 해야 한다. 장차관급부터 유명 정치인과 문화계 인사들이 운집하게 해야 한다. 미술전시장에서 오히려 미술인들이 초라해지는 그런 전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 결과는 무엇보다 그림 판매에 직결된다. 그러니 작업장만 지키는 게 능사겠는가. 최대한도로 사교에 많이 투자하라. 한국에서 줄 없이 무슨일을 하겠다는 것인가. 유명 인사를 많이 확보해야 본인도 유명 인사 반열에 낄 수 있는 법이다. 그러자면 성격도 활달해야 한다.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는 성격부터 바꿔라. 적극적이고 활달한 성격이 그만큼 출세의 길에 가깝게 해준다. 예술가는 가끔 이상한 행동을 해도 양해가 된다. 아니 대중은 예술가에게 좀 이상한 짓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이 같은 대중의 목마름을 이따금씩 채워주는 일도 연출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이 모인다. 주위에 따르는 사람이 많은데 출세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거야말로 이상한 일이다. 사람이 재산이다. 작품은 두번째다. 언제 작가가 그까짓 작품을 갖고 출세했나. 작품보다 사람이다. 사람이 작품을 만든다. 작품보다 사람이 앞서는 나라, 우리 나라 좋은 나라!

p.45~46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사항 한가지, 절대로 거칠게 그리지 말라는 것이다. 장식적으로 예쁘게 그려야 한다. 시커먼 그림을 누가 안방에다 걸려고 하겠는가. 시원하게, 그러면서도 아기자기하게 그려야 한다. 동시에 절대로 심각한 내용은 담지 마라. 대중은 가벼운 것을 좋아하지 본격적인 담론은 싫어한다. 고객에게 한국 미술계의 미래를 염두에 두어 달라고 부탁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고객(대중)과 타협해야 한다. 괜히 작가정신 어쩌구 하면서 심각한 척하지 말고 대중이 좋아하는 소재를 그저 예쁘게만 그릴 일이다. 김환기의 그림 가운데도 50년대 구상화가 인기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화사한 채색으로 예쁘게 그린 그림을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거기에 달, 학, 매화, 백자, 소녀 등 아기자기한 소재들이 서정적으로 배치되어 있는데 부담감을 느낄 자가 있겠는가. 그림이 부담을 준다면 그것은 이미 실패작이다. 거칠고 실험적인 작품은 미술관용이다. 그렇다고 미술관 작가가 있는 한국 사회도 아니므로 그대는 원천적으로 예쁜 그림만 연구하면 만사 오케이다.

p.67

1980년대 민중미술운동은 한국 미술의 역사에서, 아니 세계 미술의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이색적인 미술운동이엇다. 이 같은 운동을 초래한 배경에는 물론 군사독재정권이 있었다. 인권탄압등 반민주화 정책은 순수한 예술인들을 음풍농월의 무대에서 삶의 현장으로 진입하게 했다. 이 같은 초발심은 참으로 소중하다. 미술운동이 사회운동의 일환이 되어 변혁기를 초래한다는 사실은 특기할 만한 일이었다. 미술 내부의 고답적인 문제를 넘어 사회변혁이라는 역사의 현장을 담보해냈다는 사실은 두고두고 평가의 대상이 된다고 믿어진다. 다만 이들 치열했던 민중미술운동의 급격한 퇴조는 당시 현장을 지켰던 운동가들의 반성을 요하는 부분이 아닌가 한다. 아무리 정권과 세계정세가 바뀌었다 해도 근본적으로 민족 모순 등이 변화된 것은 아니다. 하여 1980년대의 미술운동은 종말을 고했다기보다 진행형이어야 한다고 판단된다(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안다). 물론 거기에는 과거의 방식보다 신축성 있는 포용력이 중요한 화두로 부각될 것이다. 1980년대 미술운동의 덕목은 사(私)보다 공(公)을 우선했다는 점과 실천력이였다. 하지만 현재도 과연 과거처럼 같은 비중의 덕목을 볼 수 있을까. 민중미술의 평가와 전망은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하게 한다. 세월이 그만큼 변했다는 증거이다. 그것도 고약하게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여 민중미술운동도 이미 장례식을 치른 과거의 한 파편이라는 주장에 대하 우리는 무슨 대답을 할 수 있는가.

p.164

출판사 리뷰

‘미술 텍스트’ 바깥의 세계를 본격 조명한 최초의 한국 미술계 비판서
얼마 전 ‘문학권력 논쟁’에서 문학권력 비판론자들을 향해 “왜 문학 텍스트 안으로 들어와 싸우지 않느냐”는 식의 맥락도 모르는 주장이 나온 적이 있었다. 그러나 토마스 쿤이 과학자 사회를 과학 안으로 끌어들인 이래, 더 이상 어떠한 분야도 사회학의 연구 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즉, ‘텍스트 바깥’을 빼놓고서는 제 모습을 제대로 드러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오로지 ‘텍스트’만이 존재하고, ‘텍스트’만으로 얘기되는 게 마땅하고 자연스러운 듯 여겨지는 영역이 바로 ‘순수’ 혹은 ‘아름다움’ 등과 같은 어떤 고상한 이미지와 함께하는 예술 분야다. 그래서 간혹 볼 수 있는 상식의 선을 넘어선 예술가 개인의 행동도 그 이미지로 인해 고귀한 ‘예술가적 기행(奇行)’이 되어 버리고, 종종 터져나오는 예술계의 비리도 그 이미지 덕에 금세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 엄연히 ‘예술’과 구별되어야 할 ‘사회’로서의 ‘예술계’마저 그 이미지를 뒤집어쓴 채 버젓이 ‘예술’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미술계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미술본색?은 바로 한국 미술계에 덧씌워진 이러한 이미지를 벗겨내고 그 본색을 드러내고자 했다. 그 내용 중 가장 격렬한 비판의 모습을 띠고 있는 제1부 ?스타가 되는 아주 쉬운 방법?에서 저자 윤범모 교수는 ‘역설적 비판’의 방법을 취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이미지와의 싸움을 염두에 둔 전략이다. 일그러진 모습 속에 나타나는 ‘사회’로서의 ‘미술계’는 단지 ‘미술계’의 모습이 아니라 바로 우리 ‘미술’의 본모습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전략 말이다.

‘속물은 순간이고 스타는 영원하다’ ― 스타양성 훈요십조
모두가 오로지 ‘인정받는 작가’‘잘 팔리는 작가’‘대접받는 작가’만을 향해 치달리는 곳에서, 온갖 작품 외적 요소가 작품 그 자체의 질까지도 규정해버리는 곳에서 진정 ‘위대한 작가’와 ‘스타 작가’ 사이에는 도대체 어떤 차이가 있을까.
가로 그림이냐 세로 그림이냐에 따라, 바다풍경화일 경우 배가 한 척 그려졌나 여러 척 그려졌냐에 따라 그림값이 천양지차로 벌어진다면? 대부분의 항일투사 동상이 친일 미술가들의 손에 제작됐다면? 그리스,로마 시대의 석고 데생으로 미대 신입생을 선발하는 나라가 전세계에서 대한민국뿐이라면? 이 모두가 ‘가정’이 아니라 ‘실제’인 곳이 한국 미술계이며, 이 황당한 난센스들의 상징적 극점에서 저자는 ‘역설적 스타론’을 끄집어낸다. 이름하야, ‘스타양성 훈요십조.’

제1조 역사의식 같은 것은 쓰레기통에 버려라
제2조 무조건 대국(大國)의 유행을 따르라
제3조 무표정의 장식그림만이 살 길이다
제4조 무슨 짓을 해서든 유명해져라
제5조 패거리를 이뤄 인맥을 관리하라
제6조 경력을 관리하라
제7조 전업작가보다는 대학교수 쪽을 택하라
제8조 책을 읽지 마라
제9조 그림값은 멋대로 불러라
제10조 작가정신과 속물근성을 맞바꾸라

스타가 되기 위한 이 10가지 지침은 결국 속물근성과 동의어가 되고 만다. “개처럼 스타 되어 정승처럼 폼 잡자”는 저자의 이 역설적 경고는 우리 미술계의 현주소가 어디쯤인지를 웅변하고 있다.

한국 미술의 정체성은 어디에
『미술본색』의 제2부는 모두 7편의 논고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논고들은 모두, 한마디로 말해, 한국 미술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비판 및 제언이다. 20세기 한국 미술명품 20선을 선정, 제시한 <나의 상상미술관>은 다소 미술 텍스트 자체에 대한 설명의 글로 읽힐 수도 있으나, 그 선정 기준에서 현미술계에 대한 비판적 시각, 즉 탈보수와 탈외세로 대변되는 한국 미술의 정체성에 입각한 시각이 뚜렷이 드러난다. <미술대학 교육, 제대로 되고 있는가>는 제목 그대로 미술대학 교육 전반에 대한 치밀한 비판을 담고 있는데, 제1부 <스타가 되는 아주 쉬운 방법>이 역설적 비판이라면, 이 논고는 그에 상응하는 직설적 비판으로 자리매김된다. 이밖에 1980년대의 민중미술운동을 되돌아봄으로써 그 운동의 현재적 가치를 모색하는 <민중미술, 한때의 유행이었는가>, 세계화 시대의 우리 미술이 지향해야 할 바를 담은 <세계화 시대의 우리 미술>과 <광주비엔날레와 정체성의 문제>, 반인권적 미술행정의 작태를 고발한 <반아파르트헤이트전 왜곡 사건>이 수록되어 있으며, 마지막으로 남북 미술교류의 지향점을 제시한 <발전적 남북 미술교류를 위한 제언>은 현단계의 문제점을 꼼꼼히 지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측에서 추진해야 할 사항들과 더불어 북측이 추진해야 할 사항까지 하나하나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방식으로 제시함으로써, 북한 미술에 대한 저자의 전문가적 식견을 유감없이 펼쳐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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