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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xime Chatt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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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웅얼거림이 가까이에서 들려왔다. 소리는 4층에서 났다. 애너벨은 벽을 따라 걸었다. 문은 모두 검은 사각형 그림자를 만들며 닫혀 있었다. 문 뒤쪽에 남자가 무기를 들고 숨어 있을 수도 있었다. 애너벨은 밀랍 빛깔의 석회 벽에 등을 붙이고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하나씩 문을 열 때마다 식은땀이 흘렀고 반대편 벽에 남자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서리를 쳤다. 바로 코앞에서, 문지방 바로 앞에서 불쑥 얼굴을 맞닥뜨릴 것만 같았다. 외과용 메스를 든 그자는 공포에 사로잡혀 권총을 쓸 여력도 없고 갑자기 나타난 자신의 광기 어린 시선 앞에 겁을 먹고 있는 여자 경찰을 겁탈하려는 음란한 욕망을 품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머리 가죽을 벗기려는 무시무시한 생각까지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제발 딴 생각하지 마!’ 그녀는 스스로를 다잡았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라고!’ 애너벨은 재빨리 뛰어올라 쫙 벌어진 구멍처럼 생긴 깜깜한 공간 앞을 서둘러 지나갔다. --- pp.65-66 “아주 간단해요. 10초만 생각해 보면 돼요. 그런데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 안쪽은 끔찍합니다.” 순식간에 역겨운 냄새가 퍼졌다. 향과 냄새 제거제, 그리고 시체 썩는 악취가 뒤섞인 냄새가 풍겨 나왔다. 세이어 같은 베테랑 형사는 시체 썩는 냄새를 금세 알아차렸다. 그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코를 막자 애너벨도 따라했다. 두 사람은 몸을 숙여 옷장을 지나 반대편으로 나왔다. 세이어는 지옥문을 지키는 케르베로스의 무시무시한 이빨에 물릴 각오를 하고 지옥의 복도를 지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상에서 악이 머무는 장소, 광기의 동굴을 발견했다. --- p.73 이제 살인자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브롤린이 경찰을 떠나면서 FBI와 포틀랜드 중앙 경찰청은 차례로 우수한 요원을 잃었다. 범인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것은, 소름끼치도록 놀라운 기교와 지식이 결합해야 가능하다. 범죄에 대해 깊이 빠져들어 머릿속이 그 생각으로 가득 차면 우선 살인자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조금씩 살인자에 대해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살인자의 성격과 그의 욕망, 그 욕망의 근원과 그가 느끼는 공포까지도. 브롤린은 깊이 빠지지 않기 위해 그의 심리 상태를 배제하고 사건을 들여다보았다. 범인을 파악하는 데에는 약간의 자료만 있어도 된다. 그보다 브롤린은 피해자들의 신상에 더 관심을 가졌다. 피해자 자체만 가지고도 살인의 단서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p.96 노파가 날카롭게 비웃었다. “자넨 기적의 궁전에 대해 물어보러 왔잖아!” “그게 뭔지 말씀해 주세요.” 매는 무거운 머리채에 두 손을 찔러 넣고, 머리채가 박쥐 날개처럼 팽팽하게 당겨질 때까지 두 팔을 들어올렸다. “죄악으로 물든 곳이야.” 노파가 팔을 좀 더 벌리자 머리카락이 부드러운 마찰음을 내며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온갖 죄악이 다 모이는 곳이지.” 노파가 말을 이었다. “그곳에 대해 들어본 적 없어? 온갖 천박한 인간이 모이고 온갖 사악함이 판을 치며 죄악에 물든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손에 넣을 수 있는 곳 말이야. 거기가 바로 기적의 궁전이야. 은밀하고 타락한 성소, 순결한 피를 먹고사는 사람들의 영역. 이 도시가 사악한 영혼들의 괴수라면 기적의 궁전은 그 심장이지. 악마 들린 사람들이 얻는 왕관이야.” 노파의 팔에 소름이 돋았다. “제가 그곳에 대해 알아내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브롤린이 물었다. 애너벨이 고개를 흔들었다. “도시 괴담일 뿐인데…….” “아니. 실제로 있어!” 매가 급히 애너벨의 말을 끊었다. --- pp.388-3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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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브루클린. 칠흑 같은 어둠 속, 머리 가죽이 벗겨진 여자가 도로 위를 발가벗고 숨가쁘게 도망친다. 가까스로 구출된 그녀의 이름은 훌리아, 몸에는 숫자 문신이 새겨져 있다. 67-3. 무엇을 의미하는 숫자일까? 뉴욕 경찰청(NYPD)은 훌리아의 머리 가죽을 벗긴 범인을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두 명의 여자를 더 찾아내고, 이 사건이 67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사람들의 실종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이에 특별수사팀이 구성되고, 개성이 강한 혼혈의 여형사 애너벨 오도넬이 함께 수사를 진행한다. 거기에 한 여대생의 실종사건 수사를 위해 포틀랜드에서 뉴욕까지 날아온 사립탐정 조슈아 브롤린이 합세한다. 이제 그들은 67명의 실종사건에 연루된 여러 가지 증거들을 하나씩 찾아나간다. 살인용의자의 집에서 발견된 의문의 라틴어 기도문, 오래된 흑백풍경이 담긴 엽서의 수수께끼, 고통과 두려움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찍은 실종자들의 사진, 시체는 거의 찾지 못한 기묘한 상황……. 그러나 수사가 진행될수록 점점 더 난관에 부딪히고, 결국 FBI가 개입하는 상황까지 치닫는다. 뉴욕의 어두운 심연에 드리운 악의 정체는 무엇인가? 묵시록 같이 음산하고 암울한 도시의 이면 속에서, 소설은 차마 상상할 수 없었던 잔혹하고 무시무시한 반전으로 치닫는다. 완벽한 시나리오, 매혹적인 과학수사기법과 법의학, 스피디하고 화려한 영화적 기법으로 완성된 《악의 심연》은 읽는 내내 독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과 공포를 선사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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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장르문학계의 젊은 거장 막심 샤탕의 <악의 3부작> 시리즈
뉴욕의 대규모 연쇄실종사건을 다룬 추리소설 《악의 심연》은 지난 2002년 《악의 영혼》을 선보이면서 스물여섯 살의 나이로 프랑스 장르문학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작가 ‘막심 샤탕’이 스스로 <악의 3부작>이라 일컬은 작품 중 두 번째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포틀랜드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제1부 《악의 영혼》이 2007년 여름에 출간되었고, 포틀랜드 거미살인사건을 다룬 제3부 《악의 주술(가제)》은 2008년 하반기에 출간될 예정이다. 이 시리즈의 첫째 권 《악의 영혼》은 2002년 가장 뛰어난 추리소설에 수여하는 미국을 배경으로 갱생의 여지가 없는 절대 악을 파헤치는 소설 <악의 3부작> 시리즈는 ‘조슈아 브롤린’이라는 FBI 프로파일러 출신 사립탐정을 중심으로, 기묘하게 사람의 심리를 파고드는 소설 구조,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빠른 전개, 미국 소설의 장점과 프랑스 소설의 장점을 어우른 매혹적인 문체로 밀레니엄 시대의 프랑스 독자들을 사로잡은 소설이다. 사실적인 묘사를 위해 범죄심리학 강의를 듣고 시체 부검에 입회한 작가, 막심 샤탕 막심 샤탕의 특기는 사실적이면서도 잔혹한 묘사를 극한까지 밀고나가 독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것이다. 그의 과학수사기법에 대한 남다른 지식이나 피가 흥건한 장면 묘사는 재능에만 기댄 결과가 아니다. 어려서부터 장르문학에 대해 조예가 깊기는 했지만 그는 실제 발로 뛰며 취재를 하지 않으면 사실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막심 샤탕은 <악의 3부작>을 쓰기 위해 생드니 대학에서 범죄학과 범죄심리학 강의를 수강했고, 그의 담당교수가 파리 법의학연구소에 몸담고 있었던 덕택에 시체 부검에도 여러 차례 입회했다. 그는 한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맨 처음 입회한 부검은 젊은 여성의 시체였는데,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아서 그날부터 며칠 동안 여자 친구의 팔도 만질 수 없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러한 작가의 풍부한 체험과 자료 덕분에 <악의 3부작>은 독자를 충격과 경악으로 몰아넣지만 전혀 허황되게 느껴지지 않는 멋진 스릴러 소설로 탄생할 수 있게 되었다. 뉴욕의 대규모 연쇄실종사건을 다룬 추리소설 《악의 심연》 《악의 심연》은 칠흑 같은 어둠 속, 머리 가죽이 벗겨진 여자가 뉴욕의 도로 위를 발가벗고 숨가쁘게 도망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가까스로 구출된 그녀의 이름은 훌리아, 몸에는 숫자 문신이 새겨져 있다. 67-3. 무엇을 의미하는 숫자일까? 뉴욕 경찰청(NYPD)은 훌리아의 머리 가죽을 벗긴 범인을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두 명의 여자를 더 찾아내고, 이 사건이 67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사람들의 실종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이에 특별수사팀이 구성되고, 개성이 강한 혼혈의 여형사 애너벨 오도넬이 함께 수사를 진행한다. 거기에 한 여대생의 실종사건 수사를 위해 포틀랜드에서 뉴욕까지 날아온 사립탐정 조슈아 브롤린이 합세한다. 이제 그들은 67명의 실종사건에 연루된 여러 가지 증거들을 하나씩 찾아나간다. 살인용의자의 집에서 발견된 의문의 라틴어 기도문, 오래된 흑백풍경이 담긴 엽서의 수수께끼, 고통과 두려움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찍은 실종자들의 사진, 시체는 거의 찾지 못한 기묘한 상황……. 그러나 수사는 진행되면서 점점 더 난관에 부딪히고, 결국 FBI가 개입하는 상황까지 치닫는다. 그리고 마침내 엽서와 라틴어, 사진의 수수께끼가 풀리며 상상할 수 없었던 무서운 반전과 잔혹한 결말이 소설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매혹적인 과학수사기법, 화려한 영화적기법, 완벽한 시나리오 사이에 깃든 인간에 대한 번뇌와 애정 막심 샤탕은 이 소설을 통해 소비문화가 발달하면서 소유라는 개념이 인간성을 뒤흔들어 놓은 현대를 비판한다. 그는 인간들이 순수한 공기를 마시기 위해, 사랑하기 위해 그리고 인생의 본질과 조화를 이루며 이 세상에서 지내는 시간을 즐기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로봇으로 만들며 더 많은 것을 소유하기 위해 돈을 벌고 일에 시간을 쏟아 붓는다고, 브롤린의 입을 빌어 말한다. 그의 소설이 스릴러물임에도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은 역시 프랑스 문학이 가진 매력이라 할 것이다. 작가는 철저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 놀라운 과학수사기법과 법의학, 화려하고 스피디한 영화적 기법과 치밀한 상상력 그리고 숨막히는 반전과 반전 사이에 인간에 대한 번뇌와 애정을 드러낸다. 미국적인 구조를 빌어 프랑스적인 철학을 말하는 셈이다. 이것이 바로 막심 샤탕의 소설들이 갖는 특징이다. 아울러 소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충격적 결말 역시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막심 샤탕 소설만의 매력이라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