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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알래스카
Part 2. 파이나 Part 3. 약속 epilog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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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에 부딪혀 퍼덕거리는 나방의 날갯짓, 강의 정령들이 살아 숨 쉬는 그늘진 강바닥. 그녀가 사랑하는 여름날 저녁에 풍겨오는 떡갈나무 향기, 소 떼가 목을 축이는 연못에 새벽 기운이 퍼지면서 서서히 환해지는 물빛.
그런 반짝임을 언제 마지막으로 보았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 p.12 이윽고 여전히 강물이 골짜기 아래로 흐르는 본류에 다다르자, 이제는 깨지기 쉬운 허연 살얼음이 아닌 어젯밤에 굳어진 듯 검고 단단한 얼음이 펼쳐졌다. 장화를 질질 끌며 빙판을 걷던 메이블은 자신의 행동에 기가 차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빠져 죽으러 와서는 미끄러질까 조심하다니. --- p.15 메이블은 이 풍경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은 사람을 발가벗기고 깨끗이 씻어버려 자연 앞에 무력하게 노출시키는 아름다움, 그리하여 생존을 위협하는 아름다움이었다. --- p.17 “눈사람 말야. 완벽해. 눈사람 만들기에 더없이 좋은 눈이잖아.” 잭은 머뭇거렸다. 피곤했다. 시간도 늦었다. 이런 애들 놀이를 하기에 두 사람은 너무 늙었다.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십여 가지는 댈 수 있었다. 하지만 랜턴을 다시 눈밭에 내려놓고 말했다. “알았어.” --- p.63 발자국을 잘못 본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어쩌면 지금껏 줄곧 여우 발자국을 쫓아온 건지도 모른다. 다시 발자국 옆에 쭈그려 앉아 유심히 살펴보았다. 도톰한 발바닥과 발톱 자국이 보이길 기대하면서. 하지만 아니었다. 그것들은 여전히 아이 발 크기의 매끈한 발자국이었다. --- p.75 파이나. 소녀가 소곤소곤 말했다. 그게 뭔데? 메이블이 물었다. 내 이름요. 파이나. 다시 말해줄래? 조금 천천히? 파-이-나. 음절 하나하나가 나직한 속삭임 같았다. --- p.166 결국 남은 것은 버려진 장화와 장갑, 그리고 눈이 녹아 고인 물웅덩이뿐. 메이블은 두려웠다. 자신의 삶에서 또 하나의 아이가 사라질까 봐. --- p.2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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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이 내리던 날,
세상에서 가장 차갑고 포근한 눈사람을 만들던 날 네가 내게로 왔다. 소설은 1920년대의 알래스카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아이를 사산하고 친척과 이웃들의 관심 비슷한 따돌림에 진저리를 느낀 잭과 메이블 부부는 새로운 행복을 꿈꾸며 알래스카로 간다. 하지만, 이미 실패한 개척자들이 한 차례 떠나간 당시의 알래스카는 황량하기만 하고, 긴 겨울과 외로움에 지친 아내 메이블은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새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첫눈이 내리던 날, 잭과 메이블은 행복했던 예전을 회상하며 눈사람을 만든다. 이런 아이를 낳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며 모자와 목도리와 벙어리장갑까지 끼워주지만 다음 날 아침, 눈사람은 망가져 있고 숲까지 조그만 발자국이 이어져 있다. 부부는 눈사람과 똑같은 옷을 입은 여자아이를 발견한다. 소녀는 누구일까. 혹시 두 사람이 만든 눈사람이 화한, ‘눈의 아이’는 아닐까. 잭과 메이블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소녀를 기다리는데…. 단순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이지만, 어느 한 장면 예상대로 전개되지 않는다. 이것이 《눈에서 온 아이》가 선사하는 진짜 마법이다. _[워싱턴포스트] 《눈에서 온 아이》는 특별한 소설이다. 우선 500페이지가 훌쩍 넘어가는 짧지 않은 분량임에도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않은 것부터가 그렇다. 그럼에도 마지막 페이지까지, 쉼 없이 그러나 조심스럽게 숨을 가다듬으며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이야기의 힘이 있다. 어쩌면 그 힘은 이 소설의 주요 모티프이자 [인어공주]와 [백설공주] 이야기의 근간이 되기도 한, 러시아의 ‘눈 소녀(스네구로치카)’ 이야기에서 기인한 것일지도 모른다. 독일의 메르헨부터 아시아에서 전해져오는 설화까지… 모든 옛 이야기에는 오래된 소망이 차곡차곡 쌓여 빚어내는 아름답지만 슬프고, 연약하면서도 잔혹한 삶의 결정체 같은 것들이 녹아 있다. 이 같은 옛 이야기만의 특징들이 소설 《눈에서 온 아이》에 고스란히 담겼다. 미국이 1867년 러시아로부터 사들여 1959년에야 미국의 49번째 주로 정식 편입된 알래스카. 작가 에오윈 아이비는 알래스카에서도 가장 척박한 북쪽 땅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지금도 그곳에 살고 있다. 작가는 (소설은 물론 표현을 전제로 하지만) 비밀을 지키는 마음으로 《눈에서 온 아이》를 썼다고 고백한다. 그래서일까. 이 땅이 미국의 주로 편입되기도 전인 1920년대에 ‘우리의 새로운 고향!’이라는 문구가 적힌 광고지만 달랑 들고 이주한 잭과 메이블 부부 앞에 펼쳐진 알래스카는 순수하고 아름답되 낭만적이지 않으며, 사실적이면서도 신비롭다. 그곳에는 러시아에서 넘어온 방랑자들과 한때 땅을 힘껏 일구었으나 결국 실패한 채 도망치듯 그곳을 버리고 떠나가는 개척자들, 그리고 소녀가 있다. 절망의 끝에서 서로를 살게 하는, 기적 같은 만남이 시작된 것이다. 이 책에 쏟아진 찬사들 그 겨울 알래스카의 첫눈처럼 신비롭고 마법 같은 소설. _[보스턴글로브] 단순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이지만, 어느 한 장면 예상대로 전개되지 않는다. 이것이 《눈에서 온 아이》가 선사하는 진짜 마법이다. _[워싱턴포스트] 한없이 동화적이면서 잔혹할 정도로 사실적인 이야기. _[오프라매거진]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아름다움부터 인간관계의 따뜻함까지, 이 소설이 선사하는 모든 것이 사랑스럽다. _[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 아직 끝나지 않은, 영원히 현재 진행형일 이야기. 그 불확실한 아름다움 속으로 빠져든다. _[리더스다이제스트] 윌라 캐더와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한 권의 소설을 낸다면 《눈에서 온 아이》와 같을 것이다. 알래스카의 거친 자연 속에 자리잡은 개척자들의 이야기는 섬세하고 환상적이면서도 연약한 듯 혹독한 리얼리티를 선보인다. _로버트 굴릭(작가) 에오윈 아이비는 오래된 이야기에 숨을 불어넣어 첫눈처럼 신선한 이야기를 만들었다. _키스 도나휴(작가) 눈송이처럼 곱고 섬세한 에오윈 아이비만의 필력에 감탄한다. _알리 쇼(작가) 작가의 한마디 글을 쓰는 작업이란 결국 드러내는 일인 동시에 감추는 일이다. 비밀을 지킨다는 것의 즐거움을 이 책을 쓰면서 알았다. 어쩌면 이 소설은 나 자신을 위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