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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아는 오늘 아침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아니의 방문 앞에 있는 작은 킬림 양탄자가 제대로 각이 맞춰져 있었다. 이건 아니가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의미로밖에 설명이 되지 않았다.
--- p.11 마크는 손에 열쇠를 든 채 문밖에서 일이 분 정도 기다렸다. 그러다 아무리 코를 허공에 치켜들고 냄새를 맡으려고 해도 커피 향이 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는 시계를 봤다. 다른 금요일과 다름없이 3시 10분이었다. 클라라가 커피를 내리지 않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인데. --- p.18 페르다는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던 일이 마침내 일어났다는 걸 알았다. 이제부터 엄마를 모시고 살아야 한다. 그게 얼마나 될지 누가 알겠는가? 그녀는 그 순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의 서막임을 알았다. --- p.23 그녀는 그동안 미뤄왔거나 두려워서 할 수 없었던 것들을, 삶이 은접시에 담아 선물해주길 바라며 이 소원이 이뤄지면 무엇을 할지 떠올렸다. --- p.27 때가 되면 사람들은 항상 그 뮤즈의 품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들은 그녀에게 도움을 청하고 그녀의 가슴에 기대고 그녀가 주는 물로 세수를 한다. 그렇게 그녀는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그녀는 강인하게 기다리면서 아이들이 집에 왔을 때 빵을 줘야 한다. 부엌은 엄마의 가슴이고, 사랑하는 사람의 손길이며, 우주의 중심이다. --- p.145 TV 요리 프로그램에서 수플레를 만들어보려고 시도한 요리사는 한 명도 없다. 심지어 최고급 레스토랑의 요리사들도 손님이 이 전설적인 디저트를 주문하면 두려워한다. 파리의 카르나발레 박물관에 걸린 19세기 요리 작가의 선조인 미식가 그리모드가 수플레 접시와 같이 그려져 있는 이유가 다 거기에 있다. 음식 비평가는 어떤 레스토랑을 칭찬하거나 망하게 하고 싶다면 항상 이 악명 높은 요리를 선택한다. 평범한 수플레란 없기 때문에 중간도 없다. --- p.155 26분이 됐을 때 그녀의 수플레는 요리책에 나온 사진과 똑같아 보였다. 그녀는 오븐 장갑을 끼고 오븐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엄마가 “푸순! 푸순!” 하고 지르는 소리를 무시했다. 하지만 수플레는 오븐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한가운데가 푹 꺼져버렸다. 그녀는 수플레 쟁반을 조리대 위에 올려놓고 엄마를 돌보러 갔다. --- p.182 수플레의 한가운데가 푹 꺼질 때마다 매번 가슴이 텅 비는 것 같은 공허함을 느끼겠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가슴이 텅 비는 것 같은 공허함을 느끼면서도 계속 살고 있는 것처럼. --- p.203 그녀는 여전히 수플레 실험을 계속했다. 이제 웬만한 조리법은 다 외워서 특별한 종류의 수플레에 들어가는 재로를 볼 때만 그 책을 한 번씩 보면 됐다. 그렇게 만든 수플레 한가운데가 금방 꺼져버리는 경우도 있었고 가끔은 꽤 오랫동안 부풀어 오른 채 있기도 했다. 릴리아는 수플레의 맛과 그 조리법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 p.283 그는 몇 년 동안 계속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겠다고 고집을 부렸지만 어느 날 삶이 불도저처럼 그를 으스러뜨렸다. 심지어 지금도 그는 여전히 같은 길을 가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는 또다시 삶에서 변함없는 일상을 만들었다. 그의 삶의 흐름은 바뀌었을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일정한 패턴에 따라 흘러갔다. 유일한 차이점은 이제 이것 역시 얼마나 쉽게 파괴될 수 있는지 전보다 조금 더 잘 알게 됐다는 것이다. --- p.3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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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은 엄마의 가슴이고, 사랑하는 사람의 손길이며, 우주의 중심이다.”
뉴욕, 파리, 이스탄불의 부엌에서 교차하는 달큰 알싸한 감동의 인생 이야기 큰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서 꼭 같은 크기의 큰 기쁨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깊은 절망에 주저앉아 있더라도 아주 사소한 기쁨으로 위로받는 것이 인생이다. 뉴욕, 파리, 이스탄불 세 도시의 부엌에서 바로 이 소소한 기적을 보여준다. 바로 ‘수플레’라는 아주 작은 기쁨으로 말이다. 가정에 헌신해왔지만 남편과 자식들에게 무시만 당하는 중년의 주부 릴리아, 삶의 전부인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마크, 병든 엄마에게 매여 한 순간도 자신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된 페르다, 이 세 사람이 수플레를 만들며 주변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소소한 삶의 기쁨으로 슬픔과 좌절을 극복해나가는 마법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수플레는 악명 높은 디저트로 알려져 있다. 오븐에서 꺼내는 순간은 봉긋한 예쁜 모양이지만, 이유 없이 순식간에 주저앉아버려 만든 사람을 허탈감에 빠트리기 때문이다. 이런 얄궂은 수플레를 작가는 우리의 인생에 빗댔다. “수플레는 아름다운 여인의 변덕스러운 마음과도 같다. 오븐을 여는 순간, 수플레의 한가운데는 완벽한 아름다움으로 부풀어 있지만, 한순간 폭삭 꺼져버린다. 마치 예측할 수 없는 우리의 인생처럼…….”(본문 중에서) 작가는 이야기 속에서 수플레를 ‘가장 큰 실망’이라고 정의하면서도 릴리아, 마크, 페르다가 수플레를 만드는 모습을 통해 ‘가장 큰 희망’이 삶 속에 있다는 아이러니한 메시지를 전한다. 어느 날, 인생이 나에게 불행이라는 폭탄을 마구 던지며 싸움을 걸어올 때 이 책의 첫 장을 펼쳐보길 바란다. 나만큼이나 슬프고 절망적인 세 사람이 아주 소소한 기쁨 하나로 어떻게 얼마나 이겨내고 삶을 바꿨는지 그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릎을 세우고 일어서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 출판사 서평 외면당한 여자와 사랑을 잃은 남자와 삶에 지친 여자…… 세 나라 세 도시의 부엌에서 교차되는 하나의 요리와 인생 이야기 [뉴욕]에 사는 릴리아는 한때 필리핀계 미녀 화가로 예술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남편의 요구로 꿈을 접고 가정에 헌신하며 살아왔다. 입양한 두 아이를 정성으로 키우고 남편의 비위를 맞추며 살았는데도 결국 집에만 있는, 세상물정 모르는 무식한 여자라고 가족에게 냉대와 외면만 당할 뿐이다. 그녀는 온기 없이 텅 빈 부엌처럼 공허한 자신의 인생을 체감하며 주체할 수 없는 우울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상한 기척에 각방을 쓰는 남편의 방문을 열면서 그녀에게 운명의 시험이 시작되는데……. 한편 [파리]에서 화랑을 운영하는 마크는 부엌에서 쓰러져 죽어 있는 아내를 발견하고는 감당하기 힘든 슬픔에 빠져버렸다. 아내가 생전에 가장 사랑했던 부엌에서 더는 그녀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괴로워 집 밖으로만 떠돌며 방황한다. 그럼에도 우연의 장난처럼 그는 부엌에 들어가게 되고, 이후부터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이스탄불]에서 평범한 가정을 꾸리며 사는 페르다는 갑작스럽게 다친 엄마를 모시게 됐다. 허언증인 엄마가 점점 더 이상한 말을 내뱉으며 자신의 남편을 모함하고 비명을 지르며 한시도 그녀를 가만두지 않는다. 서서히 가정이 망가져가자 페르다는 차마 해서는 안 될 생각에까지 이르고, 예측하지 못한 반전의 순간이 그녀에게 찾아온다. 기댈 곳 없고 붙잡을 것 없는 세 명의 무너진 인생은 다시 일으켜 세워질 수 있을까? 이 세 주인공이 겪는 불행은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겪는 인생의 숙제들이다. 남편과 자식에게 이유 없이 당하는 무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늙고 병든 부모에 대한 책임, 반드시 찾아오는 슬픔이다. 이런 현실을 뭉클한 감동으로 섬세하게 그린 이 이야기는 우리 가슴에 유달리 긴 여운을 남긴다. 모두, 수플레 같은 인생 주저앉아버린 영혼을 다시 일으켜주는 인생 레시피 릴리아, 마크, 페르다 이 세 불행한 영혼은 어느 날 운명적인 끌림으로 같은 날, 같은 시간, 각자 다른 곳에서 《수플레-가장 큰 실망》이라는 책을 집으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그들은 매일 그 책에 있는 레시피대로 수플레를 만들어도 매번 성공하지 못한다. 수플레 한가운데가 푹 꺼질 때마다 가장 큰 실망을 느끼면서도 포기하지 않는다. 수플레가 봉긋하게 부풀어 오르는 그 찰나의 아주 사소한 기쁨이 그들에게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가장 큰 희망이 되기 때문이다. 작가는 바로 이 아이러니하면서도 따뜻한 메시지를 세 주인공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감동으로 전한다. 아무리 절망으로 주저앉아버리게 되더라도, 슬픔으로 삶이 덧없고 공허하더라도 사소한 기쁨 하나만으로도 계속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