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책머리에
제1장『포의 교집』에 나타난 근대적 욕망 구조 안티고네의 도착적 희생과 히스테리 사이 제2장『절화기담』의 사랑 환유적,혹은 여성적 욕망 제3장 조선후기 한문소설고 근대적 사랑의 경제 「주생전」과『절화기담』의 사랑의 방식을 중심으로 제4장 한문소설에 나타나는 시선의 위상학 리얼리티 서사와 근대 주체 형성과 연관하여 제5장 17세기 미적 기분Stimmung의 변모와 새로운 소설의 탄생 임제와 권필을 중심으로 제6장 시간전(時間戰)-소설가의 시간과 공간 김시습과 임제를 중심으로 제7장 한국 한문소설의 낭만성의 구조 플롯의 특징을 중심으로 제8장 중세 동아시아 소설에 나타나는 방항과 미로의 유형들 『금오신화』·『전등신화』·『전기만록』·『기재기이』를 중심으로 제9장『기재기이』의 창작 배경과 그 소설적 의미 분열증적 수사를 중심으로 제10장 김만중의 비관적 세계표상과 『구운몽』의 주제 공(空)의 의미와 통속성을 중심으로 제11장 김시습과 『금오신화』-존재 불안의 서사적 탐구 히스테리와 우울증을 중심으로 |
윤채근의 다른 상품
|
라캉 학파가 한국에 전래된 지 20여 년이 흘렀다. 극소수의 문학이론 전공자들을 중심으로 몇몇 논문이나 강의록이 번역되다가 마침내 라캉의 「에크리」와 세미나 정본들이 번역되고 있다. 이는 프로이트 전집 간행 이후 가속화된 정신분석 이론에 대한 정교화가 이제 제법 높은 수준을 향해 진행중임을 증명해 주는 현상이다.
1990년대 이후 한국의 정신분석 수용 양상의 특징이라면 이론의 주도층이 문학비평가들로부터 전문적인 임상분석가들로 옮겨졌다는 점일 것이다. 프랑스와 영국 등에서 전문적인 분석 수련을 통과하고 귀국한 이들 젊은 그룹은 그 동안 모호했던 라캉 이론의 중핵을 창조적으로 적용·재해석하면서 한국 문화계의 폭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젝 현상이라고 불릴 정도로 한국 문화계에 큰 파급 효과를 끼친 동유럽 학풍의 수입도 그런 맥락에서 흥미롭다. 윤채근의 『한문소설과 욕망의 구조』는 바로 90년대 후반 분석전공자 그룹에 의해 한국 인문학계에 뿌려진 씨앗이 거둔 작은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책은 정신분석 담론과 그 상관성이 가장 멀거나 멀어야만 할 것 같은 한문학, 그 가운데서도 한문소설을 대상으로 정신분석 비평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저자는 90년대 한국으로 회귀한 임상분석가들과의 생산적 교류, 저간에 확충되고 심화된 라캉 이론에 대한 이해를 통해 라캉을 사숙하면서 이를 우리 전통소설 현장에 다양하게 접목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물론 이 책은 방법론적으로 라캉 이론을 수미일관하게 한문소설에 구현한 저술은 아니다. 수록되어 있는 11편마다 라캉과 맺는 관련성의 밀도에 층차가 존재하며, 암시적으로 연관되어 있어 행간을 통해서 그 이론적 자취들을 건져 올려야만 하는 부분들도 더러 있다. 말하자면 라캉의 이러이러한 이론을 작품의 이 부분에 이렇게 적용했다고 일일이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기에 독자들로 하여금 일정한 지적 노역을 요구하는 측면들도 있다. 따라서 정신분석의 역사와 이론 발전 과정에 대해 일정한 지식을 갖춘 독자들만이 향유할 수 있는 요소들이 종종 눈에 띈다. 하지만 프로이트와 라캉을 수용한 한국 인문학의 전통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책이 지닌 의의는 적지 않다. 언뜻 근엄한 전통의 외장을 잘 갖추어야만 대접받을 수 있어 보이던 한국학의 한 분야를 과감하게 서구 인문학의 정점이자 그 세련도의 극치를 상징하는 정신분석 담론과 충돌시켰다는 점 자체가 중요하다. 이는 한국 전통인문학이 향후 나아가야 할 바와 관련한 하나의 진지한 실험이기 때문이다. 모든 문화가 글로벌화 되지 않을 수 없다면, 또한 한문학을 비롯한 전통 학문이 언제까지나 민족문화라는 보호 장벽 아래에서 외풍 없는 자족감 속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면, 이 책이 도전한 실험은 더 젊은 미래의 한국학도들에게 세계문화로 뛰어들 작은 오솔길을 내준다는 의미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서문은 제자인 칼 융이 스승인 지그문트 프로이트에게 소개해 주었다는 『그라디바』라는 소설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되고 있다. 빌헬름 옌젠의 이 소설은 정신분석에 대해서는 완전히 문외한인 한 작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정신분석의 통찰과 절묘하게 조우할 수 있었는지를 웅변적으로 증명해주는 작품이다. 마찬가지로 정신분석에 대해 사유할 수 없었던 우리나라 전근대의 한문소설가들이 얼마나 깊은 통찰로 그러한 문제의식을 구현했었는지를 발견한다는 것은 우리 문화의 무의식에 대한 색다른 자각을 일깨울 수 있을 것이다. 나라는 주체, 민족이라는 정체성은 결코 단일한 동일성으로 통일될 수 없으며, 타자의 균열로 인해 시시각각 파국을 맞이하는 차이 속의 존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문학의 정신분석화야말로 그 자체가 지극히 라캉적인 현상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