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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빈 1
무륜당과 그림자 인간
윤채근 편저
모시는사람들 202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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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서문
기이한 만남
무륜당
그림자 인간
배오개 점령
독살범
초희
비밀장부
형제애
화마
원로회
충돌
변체술사
악의 소굴
경복궁의 두 임금
왕비
백운대 혈전
홍길동의 탄생

저자 소개 1

편저윤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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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넘나드는 글쓰기를 추구해왔고 한문소설, 비평론, 산문, 한시, 한문교육학, 아시아문화론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며 한국의 전통 인문학을 격조 있게 현대화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읽을 때마다 새롭게 느껴지는 《논어》 속 지혜와 통찰력에 반해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 고려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단국대학교 한문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초정집서의 문체론적 일고찰》을 비롯한 다수의 연구논문이 있으며, 저서로는 《소설적 주체 그 탄생과 전변》, 《차이와 체계》, 《황혼과 여명》, 《신화가 된 천재》, 《한문소설과 욕망의
동서양을 넘나드는 글쓰기를 추구해왔고 한문소설, 비평론, 산문, 한시, 한문교육학, 아시아문화론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며 한국의 전통 인문학을 격조 있게 현대화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읽을 때마다 새롭게 느껴지는 《논어》 속 지혜와 통찰력에 반해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

고려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단국대학교 한문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초정집서의 문체론적 일고찰》을 비롯한 다수의 연구논문이 있으며, 저서로는 《소설적 주체 그 탄생과 전변》, 《차이와 체계》, 《황혼과 여명》, 《신화가 된 천재》, 《한문소설과 욕망의 구조》, 《콘텐츠 시대의 불안 인문학의 생존전략》, 《매일같이 명심보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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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140*210*13mm
ISBN13
9791166292484

책 속으로

힘에 균형을 이뤄 지루한 공방을 이어가던 두 패거리의 싸움은 초립둥이 세 명이 더 출현하며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전통 무예인 수박 기술을 익힌 초립둥이들은 고양이가 쥐를 다루듯 흥인문 패거리들을 가지고 놀았다. 덩치 큰 왈짜들을 모조리 거꾸러뜨린 그들은 성곽 근처 객점에서 붓과 종이를 빌리더니 ‘무륜(無倫)’이란 두 글자를 적어 길가 나무에 걸었다.
--- p.21

“그럼! 친구지! 사람이 사귀는 데 그깟 나이 몇 살이 뭐가 문제람? 난 팔백 년 전의 당나라 시인 이태백과도 벗하는 몸이야. 남자와 여자의 구별도 의미 없다고 믿어. 그런데 서자? 웃기지 않니? 다 힘센 양반들이 벼슬 독점하려고 부린 장난에 불과해.”
혁중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동안 자신이 놓치고 살던 미지의 땅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동료 서자들과 무예를 익히고 미래를 꿈꾸며 막연히 설레고 두려워하던 지난날이 오로지 오늘밤의 만남을 위한 지루한 과정에 지나지 않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 p.78

혁중이 세차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외쳤다.
“온갖 뇌물이 형조와 호조를 장악한 서인들을 타고 대궐로 마구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라를 위한다고요? 흥! 그건 다 거짓말입니다!”
“말 함부로 하지 말거라!”
승중이 다시 칼을 들어 아우의 얼굴을 향했다. 그 칼을 뿌리치며 혁중이 말했다.
“어찌 나라 걱정을 서인당만 하란 법이 있습니까? 동인당 사람들은 모두 역적이라도 된답니까? 서자에 동인과 서인의 구별이 없듯, 충신에게도 그따위 구별은 없습니다. 어찌 그리 순진하십니까? 어찌 그리 미련하십니까?”
화가 난 승중이 칼을 휘둘러 혁중의 초립 끝부분을 벴다. 눈 하나 꿈쩍하지 않은 혁중이 오히려 승중의 가슴 안쪽으로 파고들며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바닥에 쓰러진 승중이 재빨리 칼을 들어 동생의 목에 대며 외쳤다.
“너라고 더 이상 봐주지 않는다.”
--- p.111

휘파람 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균이 달렸던 방향을 따라 내달리기 시작했다. 담장에 이르기 직전까지 만든 속도가 조금 부족했는지 검은 덩어리가 그녀를 거의 수직으로 튕겨 올리고 말았다. 떨어지는 초희의 몸이 담장 꼭대기와 충돌하려는 순간 검은 덩어리가 그녀 몸을 다시 튕겨 담장 안쪽으로 밀어냈다. 초희의 몸은 빙글빙글 돌며 대궐 바닥을 향해 추락했다.
--- p.206

초립둥이들이 ‘홍길동’을 연호하자 비로소 웃음기를 띤 균이 속삭였다.
“난 우리 가운데 유일하게 과거에 응시할 수 있으니, 이젠 공부에 전념할 것이다. 가급적 높은 관직까지 올라 너희들과 함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보겠다!”
그날따라 산채의 시간은 느리게 흘렀고, 밤늦도록 두런대는 얘기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렇게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다른 세계 하나가 열리는 것이다.

--- p.262

출판사 리뷰

허균이 다시 살아난다.
‘홍길동의 작가’가 아니라,
‘혁명을 계획한 청년’으로.
역사·청년·판타지가 결합된 한국형 영웅 서사
『활빈 1 - 무륜당의 탄생』 출간

조선 후기, 신분과 불평등에 눌린 민중의 세계 한가운데에서, 이 작품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믿어온 허균을 완전히 새로 불러낸다. 『활빈 1』 속 허균은 책상 앞의 급진적 문장가를 넘어서, 서얼과 장터 청년, 난전 상인과 이름 없는 백성들을 모아 비밀 결사 ‘무륜당’을 세우는 청년 혁명가다. 무륜당은 서자와 서얼이 주축이 된 의적패이면서 동시에, 만민이 과거를 보고 신분과 성별, 당파를 넘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기획하는 청년 정치 집단이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의적 활극의 통쾌함과 정치 스릴러의 긴장, 청춘 성장담의 서늘한 감정을 한꺼번에 끌어안으면서도, 중심에서 흔들림 없이 한 가지 질문을 밀고 나간다는 데 있다. “불평등한 세계를 어떻게 다시 만들 것인가.” 남의 수명을 나누어 주는 내단 도술을 익힌 방랑 도사 남궁두, 서얼이라는 낙인에 시달리면서도 “조선이 자신을 담기엔 너무 좁다”고 말하는 허균, 장터를 장악해 백성의 피땀을 짜내 온 도달구와 족제비, 그리고 그들을 뒤에서 쓰다 버리는 좌의정 강자량과 원로회 사림들까지. 이 인물들은 선악으로 단순 분리되지 않고, 두려움·열등감·욕망·책임 의식이 뒤섞인 입체적인 얼굴로 등장한다. 덕분에 독자는 누가 진짜 ‘악인’이고, 무엇이 진짜 ‘정의’인지 끊임없이 되묻게 된다.

『활빈 1』은 분명 판타지의 옷을 입고 있다. 그림자 둔갑술, 수명을 늘려주는 비밀 내단, 화마와 변체술사 같은 초월적 존재들은 이 작품을 스펙터클한 모험담으로 이끌며, 장면마다 강한 시각적 이미지를 남긴다. 그러나 그 아래를 받치고 있는 것은 지극히 현실적인 정치의 논리다. 난전 장부와 뇌물 장부, 고변서와 증언 사슬, 형조·호조·의금부·원로회로 이어지는 권력의 회로가 눈앞에서 드러나며, “기록과 문서가 어떻게 권력의 무기가 되고, 동시에 그 권력을 무너뜨릴 증거가 되는가”라는 문제의식이 끝까지 관통한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축은 ‘경계 밖의 존재들’이다. 서자 혁중(훗날 홍길동), 여성 주체 초희, 방랑 도사 남궁두는 모두 제도권에서 밀려난 인물들이다. 이들은 서자·여성·도인이라는 각자의 한계를 자각하면서도, 서로를 동지이자 벗으로 선택하며 새로운 연대를 만들어 낸다. 이들의 약조와 우정은 로맨스에 머물지 않고, “혈연과 가문이 아니라 공통의 꿈과 책임이 사람을 묶는다”는 현대적 감각의 정치적 우정으로 그려진다. 이 지점에서 『활빈 1』은 단순한 ‘옛날 의적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의 청년들이 공감할 수 있는 동시대적 서사가 된다.

독서 경험 측면에서도 『활빈 1』은 역사 소설 애호가, 청년·청소년 독자, 장르 문학 독자를 모두 포섭할 수 있는 구성을 갖추고 있다. 실제 역사 인물과 사건들을 바탕으로 삼되, 허구의 인물과 판타지 설정을 치밀하게 엮어, 역사적 사실을 몰라도 충분히 빠져들 수 있도록 만들었다. 동시에, 조선 후기 정치사와 사림 파벌, 서얼 차별 구조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곳곳에 배치된 인물 관계와 사건 배경에서 또 다른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활빈 1』은 거대한 이야기의 서막이다. 이 권에서는 무륜당의 탄생, 허균과 남궁두의 재회, 서얼 혁중과 초희 같은 청년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동지가 되는 과정, 그리고 조선 권력의 정점에 선 좌의정과의 첫 충돌까지가 그려진다. 아직 혁명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독자는 이미 느끼게 될 것이다. 장터의 청년들, 서얼과 여성, 이름 없는 백성들이 손을 맞잡는 이 순간이, 곧 조선이라는 세계가 뒤집히는 신호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활빈 1』을 덮는 순간, 우리는 자연스럽게 다음 책을 기다리게 된다. 진짜 혁명, 그리고 ‘홍길동’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쓰이는 역사, 그 다음 장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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