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발매된 사라 브라이트만의 음반은 뮤지컬 음반과 컴필레이션을 포함해 무려 50여장이 넘는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그녀의 신보 ‘앙코르 Encore’은 지금까지의 음반과는 달리 좀더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음반의 기획자가 바로 앤드루 로이드 웨버이며, 기획사 역시 웨버가 만든 '정말 유용한 그룹(Really Useful Group)'의 방계회사인 '정말 유용한 음반사(Really Useful Records)'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반 제목처럼 그야말로 그녀의 무대 인생을 돌아보는, 화려한 공연 뒤 흥분 넘치는 객석의 환호에 답하는 앵콜 같은 음반이 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삽입된 곡들도 비슷한 부류의 음반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여타 뮤지컬 가수들의 그것과는 달리 유명 뮤지컬의 인기 곡들이 아니라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냥 묻혀 지나치기에는 아쉬운, 숨겨진 명곡들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뮤지컬 '캐츠'의 '메모리(Memory)'나 뮤지컬 '선 셋 불러바드(Sunset Boulevard)'의 '한번의 눈빛만으로(With one look)'가 있긴 하지만, 이 역시 이태리어로 번안된 버전이어서 영어 가사로 불린 것과는 다른 새로운 느낌을 즐길 수 있다. 과연 뮤지컬의 천재, 앤드루 로이드 웨버다운 신선한 발상의 전환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음반의 대부분은 뮤지컬에 등장했던 곡들이다. 그리고 역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웨버의 작품들이다. 이 음반에 등장하는 웨버의 뮤지컬들은 휘슬 다운 더 윈드(Whistle down the wind), 송 앤드 댄스(Song & Dance), 선셋 대로(Sunset Blvd.), 사랑의 단면들(Aspects of Love), 텔 미 언 더 선데이(Tell me on the Sunday), 캐츠(cats), 지브스(Jeeves, 혹은 바이 지브스라고도 불린다) 등이다. 특히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뮤지컬 선셋 대로에서는 '과르다미(Guardami, With One Look의 이태리어 버전), '서렌더(Surrender)' 등 두 곡이 담겨져 있는데, 원래 공연에서는 관록의 여배우 글렌 클로즈와 패티 루폰느, 일레인 페이지 등이 무대에 섰기 때문에 사라 브라이트만의 음성으로 들어보는 것은 나름대로 별난 맛을 안겨 주는 매력이 있다.
이 음반의 유일한 듀엣곡인 '생각해줘요(Think of me)'는 웨버의 대표작인 '오페라의 유령'의 삽입곡으로, 극중에서는 무명의 코러스걸인 크리스틴이 화려한 변신을 이루는 장면에 나오는 노래이다. 상대역으로 잠시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는 귀족 청년 라울역의 배우는 스티브 바튼(Steve Barton)으로 아쉽게도 심장질환으로 요절해 이 음반의 목소리로 밖에 만날 수 없는 배우이기도 하다.
반면 캐츠의 명곡 '메모리'는 이태리어 버전이 실려 있다. '메모리'는 뮤지컬만큼이나 유별난 기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즉, 공연이 시작된 88년 미국 라디오에서 '메모리'는 백만 번이 넘게 전파를 탔는데, 이는 뮤지컬 역사상에도 드문 대기록으로 지금부터 백만번 '메모리'를 들으려면 5년 후에 스톱 버튼을 눌러야 할 정도의 가히 기록적인 양이다. 오리지널 캐스트로 이 노래를 불렀던 일레인 페이지의 음성과는 달리 성악발성의 사라 브라이트만이 들려주는 고음처리는 이태리어 가사와 함께 색다른 감동을 준다.
이밖에 이 음반 ‘Encore’에는 '왕과 나', '남태평양', '사운드 어브 뮤직'등으로 유명한 작곡가로 리차드 로져스의 1976년작 렉스(rex)'의 삽입곡인 '당신을 떠나서(Away from you)'나 오드리 헵번이 출연했던 뮤지컬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나 '지지(GiGi)'의 작곡자인 알란 제이 러너가 1961년에 발표한 뮤지컬 카멜리나(Carmelina)의 삽입곡 '다시 한번 정원을 돌아보며(One more walk aroun the garden)'등도 담겨있다. 일반 대중들에게는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곡들이지만 매니아들 사이에선 아름다운 선율의 멜로디로 유명한 노래들이다. 미국 근대 뮤지컬의 기수인 스테판 손드하임의 1954년작 토요일 밤(Saturday Night)에 등장하는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What more do I need)'도 마찬가지다. 조금 의외이지만 '또다시 사랑에 빠진다면(If I ever fall in love again)'같은 곡은 1959년 런던에서 초연 돼 이듬해까지 160여 회의 공연을 이어가며 인기를 끌었던 피터 그린웰의 뮤지컬 더 크룩드 마일(the crooked mile)에 등장하는 노래다. 그리 잘 알려진 곡은 아니지만 흔히 1950년대를 대표하는 웨스트엔드의 클래식 뮤지컬로 손꼽히는 명작의 삽입 곡이어서 묻혀진 보물을 찾은 느낌으로 즐겨볼 만 하다.
사실 이 음반 ‘Encore’는 그녀의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한 작품이다. 이미 수십장이 넘게 그녀의 음반을 모았던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새로운 곡이 없어 아쉬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앵콜은 언제나 즐겁다. 덤으로 한 곡 더 들려주는 것 뿐 아니라 본 공연에서 얻었던 즐거움과 감동을 잠시나마 더 연장해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더욱 그녀를 그저 팝페라 가수로만 알고 있거나, 이제 막 그녀의 뮤지컬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이라면 이 음반 ‘Encore’는 분명 간직할 만한 가치가 있다. 아름다운 그녀의 노래 속에 숨겨진 뮤지컬들의 보석을 찾는 재미를 느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