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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제국이 만들어낸 사회, 경제적 문제를 분석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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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용카드 없이는 집을 나서지 못한다 - 소비자 신용과 채무
2. 부채의 트라이앵글 - 부채사회의 원인 3. 신용카드 제국의 출현 - 시티그룹의 성장과 신용카드 4. 신용카드가 낳은 사회적 불평등 - 청교도윤리의 해체와 소비지상주의의 등장 5. 한도초과 인생들 - 카드로 카드 돌려막기 6. 캠퍼스의 신용카드 - 대학생 부채의 사회적 파장 7. 사채의 덫 - 최악의 신용등급 인생들 8. 현금서비스 창업 - 벤처, 중수기업의 자금난 9. 황혼기에 찾아온 채무 위기 - 노인들의 신용카드 문제 10. 신용카드 없이는 집을 나서지 말라 - 신용카드 제국의 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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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은 대통령 시절인 1999년 3월 1일 유타주 파크 시티에서 부인 힐러리와 무남독녀 첼시 등과 꿈 같은 휴가를 즐기던 중이었다. 대통령이라는 신분을 잠시 잊고 시내의 한 서점에 들렀다. 섹스 스캔들을 비롯한 국내외의 정치, 사회 문제에서 해방된 그 순간만은 자연인 클린턴으로서 읽지 못했던 책을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주섬주섬 책을 고른 뒤 계산대로 걸어가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미국사회의 부와 명성을 상징하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였다. 클린턴은 카드 회사의 "결제의 부담에서 해방되십시오"라는 광고카피를 떠올리며 순간적으로 카드의 편리함을 느꼈다. 그런데 서점직원의 입에서 나온 말은 충격 그 자체였다.
"클린턴 씨! 믿기지 않겠지만 당신 카드는 어제로 사용 기한이 끝났는데요." 직원의 말에 클린턴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집에다 새 카드를 두고 온 것 같네. 난 '빌 클린턴'이오." 클린턴은 자신이 대통령임을 넌지시 내비쳤다. 그 직원은 서둘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 전화를 걸어 'W. J. 클린턴'의 이름을 또박또박 불러주며 거래승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미 합중국 대통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수행비서에게 돈을 꿔 책값을 치르고 서둘러 서점을 나왔다. 미국사회에서 "종이 또는 플라스틱? (Paper or Plastic?)"이라고 묻는 것은 쇼팽백의 종류를 묻는 게 아니다. 결제수단이 현금인지 신용카드인지를 물어보는 말로 자리잡았다. 그만큼 신용카드가 일상화됐다는 이야기다. 클린턴의 신용카드가 거절당한 해프닝은 2차대전 이후 발생한 사회적, 문화적 변화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소비자 신용사회'의 등장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소비자 신용사회는 사회의 신분적 차이를 은폐해주기도 하지만 후기산업사회의 빈부격차를 더욱 확대시키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 pp.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