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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들뢰즈의 실천 존재론
[첫 번째 강의] 들뢰즈 사상은 왜 독창적인가? [두 번째 강의] 시기별 특징 [세 번째 강의] 좌파는 왜 들뢰즈를 꺼리는가 [부록] 1 들뢰즈 2 문답으로 말하는 『안티 오이디푸스』 3 세계 자본주의 상황에서 잘 산다는 것 4 연애에 관하여 5 생성, 하나의 삶의 종합 [나가는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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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 사망 20주년,
들뢰즈에 대한 모든 오해를 뛰어넘는 혁명적 입문서 오늘날 한국 지성계에서 질 들뢰즈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다. 『안티 오이디푸스』와 『천 개의 고원』을 접하지 않은 사람도 아주 드물다. 문학, 영화, 미술, 사회학, 철학, 심리학, 과학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들뢰즈를 인용해 말하고 응용해 사유를 편다. 만능 드라이버처럼 들뢰즈의 철학은 문제가 있는 모든 곳에서 도구로써 쓰인다. 미셸 푸코의 예언적인 명령처럼, 바야흐로 너도 나도 들뢰즈의 이름을 이야기하는 “들뢰즈의 세기”가 된 것이다. 그러나 막상 들뢰즈의 철학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는 일은 아주 어렵다. 철학사 전체를 가로지르면서 곳곳에서 사유의 우물을 퍼 올리는 방대함, 자본주의 현실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창조된 극도로 신선하지만 아주 난해해 보이는 개념들, 철학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문학, 미술, 영화 등을 넘나드는 자유로움 등은 들뢰즈의 철학을 한 줄기로 꿰기는커녕 제대로 이해하는 것조차 힘든 일로 만든다. 『혁명의 거리에서 들뢰즈를 읽자』는 들뢰즈 철학의 윤곽선을 제대로 그려보려는 야심을 품고 쓰였다. 저자 김재인 박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자타공인의 들뢰즈 전문가. 「들뢰즈의 비인간주의 존재론」으로 서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들뢰즈의 주저인 『안티 오이디푸스』와 『천 개의 고원』 등을 번역했으며, 대안연구공동체 등에서 관련 강의로 시민들과 꾸준히 소통해 왔다. 『혁명의 거리에서 들뢰즈를 읽자』는 들뢰즈 철학의 세부가 아니라 전체 모습을 알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들뢰즈 철학 특유의 난해성에 저항하는 방식으로,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쓰였다는 점이다. 시민단체 등에서 행한 세 차례 강의를 기반으로 해서, 현장의 친밀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관련 문헌을 꼼꼼히 보충해서 함께 읽을 수 있도록 새롭게 저술되었다. 훌륭한 입문서들이 모두 그러하듯이, 이 책은 들뢰즈 철학의 요점과 얼개를 선명하게 알려 주는 동시에, 관련 저술의 주요 부분을 함께 감상하도록 함으로써 본격적 읽기로 들어가는 밑받침돌을 괴어 준다. 하지만 이 책의 기능이 단지 입문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제목이 잘 암시하듯이, 이 책은 신자유주의의 전면적 압박으로 인하여 질식 상태에 빠져 있는 한국 사회에 혁명적 사유의 호흡법을 다시 전파하려는 목적으로도 쓰였다. 1968년 혁명이 일어나기 두 해 전에 알튀세르와 그 친구들이 『『자본』을 읽자』를 출간했듯, 저자는 한국사회에 사유의 비판성을 회복하고 자본으로부터의 도주로를 마련하려면 ‘들뢰즈를 읽자’고 과감하게 제안한다. ‘혁명의 거리에서 들뢰즈를 읽자’고 제목을 올렸지만, 사실은 거리의 혁명을 이룩하기 위해 ‘들뢰즈를 읽자’고 말하는 셈이다. 질 들뢰즈는 이 시대의 가장 혁명적인 철학자다. 에피쿠로스, 스피노자, 흄, 니체, 베르그손의 자연주의(유물론)를 이어받아 인간주의(관념론, 정신분석)를 끝장냄으로써 철학을 혁명했다는 점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다. 마르크스의 문제의식을 계승하고 아이디어를 디딤돌 삼아 우리 존재의 무의식 자체인 자본주의를 혁명하는 수단들을 수없이 창조하려 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따라서 혁명이 있는 곳에는 들뢰즈가 있고, 들뢰즈가 있는 곳에는 혁명이 있다. 자본의 벽으로 둘러싸인 길에 구멍을 뚫고, 권력의 둑으로 가로막힌 강에 수로를 파려는 이들은 반드시 들뢰즈에 입문해야 한다. 이 책은 난해하기로 이름 높은 들뢰즈 철학의 고유성과 그 실천적 능력을 완벽하게 해명함으로써, 혁명의 거리에서 사유의 망치를 요청하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도구 상자가 된다. 첫 번째 강의 ‘들뢰즈 철학은 왜 독창적인가?’는 일종의 계보학을 통해서 들뢰즈 철학의 독창성을 확보한다. 현대 (프랑스) 철학은 전쟁의 와중에서 태어났다. 세계 전쟁을 일으켜 인류에게 참혹함을 가져다 준 낡은 사유를 극복하려는 공동 지점에서 출발했지만, 현대 프랑스 철학은 정신분석 등을 이용해 주체를 다시 세우려는 낡은 방식으로 되돌아간 철학(레비나스, 라캉, 데리다, 지젝 등의 인간주의)과, 자연과학하고 결합함으로써 비인간적, 혁명적 사유방식을 구축하려 한 새로운 철학(알튀세르(?), 푸코, 들뢰즈 등의 자연주의)으로 크게 분리된다. 인간이 있기 전에 이미 우주가 있었으므로, 의식(주체)으로부터 세계를 설명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실제 자연 법칙에 ‘상식적으로’ 위배된다. 이러한 명백한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그 철학의 실천적 함의도 달라지는데, 저자는 일의성, 소수자 되기, 탈영토화 등 들뢰즈 철학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현대 사회에서 비판의 도구를 어떻게 만들고 사용해야 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두 번째 강의 ‘시기별 특징’은 들뢰즈 철학을 세 시기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첫 번째 시기는 1969년까지의 철학사 연구의 시기로, 이 시기에 들뢰즈는 ‘생각에 대한 새로운 상(像)’을 만들어낸다. 흄, 니체, 베르그손, 스피노자 등 철학의 선배들을 탐구함으로써 ‘합리주의’ 또는 ‘관념론’과 결별하고 ‘경험주의’ 또는 ‘유물론’을 받아들여 새로운 사유 방식을 정립한 시기다. 두 번째 시기는 과타리와 만나서 함께 작업한 시기로 1980년까지 이어진다. 이 시기에 들뢰즈는 과타리와 접속하는 방식으로, 즉 과타리를 계기로 삼아서, 주로 무의식과 미시 정치에 대한 사유들을 만들어냈다. 활동가로서의 들뢰즈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68혁명을 공개 지지하고 푸코와 함께 감옥정보그룹에서 활동하다 체포되는 등 들뢰즈는 본래부터 노골적으로 정치적이었다. 다만 지병인 천식 탓에 공개적으로는 활발하게 활동하기 어려웠을 뿐이다. 이 시기에 들뢰즈는 니체의 무의식 이론을 이용해서 프로이트를 무너뜨리고 마르크스를 받아들여 자본주의에 구멍을 뚫으려 한다. 초기 자본주의를 분석한 마르크스의 혁명 이론을 성숙한 자본주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한 새로운 혁명 이론을 내세운 것이다. 셋째 시기는 1980년 이후로, 이 시기에 들뢰즈는 예술과 미학을 통한 정치를 자본주의에서 도주하는 하나의 출구로 제시한다. 들뢰즈에 따르면, 윤리는 자신을 바꾸는 실천이고, 정치는 타인을 바꾸는 실천이다. 언어(로고스)는 근본적으로 감각(경험)을 온전히 전달하지 못하는 데 비해, 즉 이성은 배제를 통해서 성립하는 데 반해서, 예술은 언어(로고스, 이성)가 배제한 경험을 창조함으로써 그것과 마주치는 사람의 감각에 일종의 폭력을 행사한다.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간에, 예술은 타자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그림이나 영화를 탐구함으로써, 들뢰즈는 이 작업의 철학적 의미를 우리한테 상기해 준 셈이다. 세 번째 강의 ‘좌파는 왜 들뢰즈를 꺼리는가’에서는 들뢰즈 철학의 혁명성을, 즉 급진적 비판성을 완전히 해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마크크스는 에피쿠로스(루크레티우스)와 스피노자로 이어져 내려온 ‘유물론적 존재론’의 한 계승자이며, (푸코와 함께) 들뢰즈는 이를 이어받아 현대 자본주의 세계를 과학적으로 파헤친 마르크스의 진정한 후예이다. ‘유물론적’이라는 것은, 마르크스가 그러했듯이, 세계를 주체의 의도와 관계없이 받아들인다는 것이고, 인간의 의도를 통해서 세계를 변혁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의도와 상관없이 ‘우발적으로’ 새로운 세계가 생성되고, 그러한 생성이 우리 삶에서 영원히 반복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미리 그림(사회주의 등)을 그려놓고 실천한 후에 세계가 그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화내거나 좌절하는 주체주의 철학은 전혀 좌파일 수 없으며, 들뢰즈의 철학은 이를 가장 선명한 형태로 보여준다. 이를 니체는 ‘운명애’라고 불렀다. 저자는 자본으로부터의 부채를 완전히 청산한 후 요즈음 충남 홍성의 시골 마을에서 두 번째 삶을 시작하고 있다. 오랫동안 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생태 전문 출판사로 활동해 온 도서출판 그물코의 문학 인문학 브랜드 느티나무책방의 첫 번째 책이다. 또한 이 책은 ‘아모르파티 총서’의 첫 번째 책이기도 하다. 아모르파티 총서는 다음과 같은 의도로 기획되었다. “아모르파티(amor fati)는 니체 철학의 마지막 말로 ‘운명애’를 뜻한다. 숙명론과 달리 운명애란 계속되는 실험과 그 결과에 대한 무조건적 긍정을 반복하는 삶의 태도를 가리킨다. “한 번 태어나서 죽는 이 삶을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이 시대의 모든 이들은 이 중대한 질문 앞에서 자신만의 대답을 준비해야 한다. ‘아모르파티 총서’는 이 질문과 대답에 대해 전 세계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는 전방위적 실천을 기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