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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2일 뉴욕 출판기념회에서 | 서문 | 세상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1장 주말 계획 시크릿 다이어리? | 파키스탄 커넥션 | 통화 대기는 없다 | 제정신이냐는 질문 | 이코노미 석에 앉아서 | 유엔 퍼스트레이디 | 인터뷰 : 2012년 5월, 유순택 여사와의 대화 2장 코리안 커넥션 조용한 유교문화 | 미래의 외교통상부 장관 | 해임되다 | 파월에게서 온 전화 | 인터뷰 : 케네디 스쿨의 교수들 3장 아시안 워커홀릭 노 리스펙트 | 권력은 영원하지 않다 | 그들은 어떻게 거짓말을 하는가 | 반기문과 이스라엘 4장 살아 있는 표본, 만델라 지역적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 R2P | 국익을 초월하여 | 유엔 직원 | 자연스러운 역사 발전 | 독재자를 위한 황금 낙하산? 5장 여성과 반기문 고무신을 내려다보며 | 유토피아와는 거리가 먼 | 안타까운 일 아닌가? 6장 보스 중의 보스 팹 파이브 | 볼튼 한 조각 | 문제의 시작 | 일본에 불공평한 | 행복한 사기꾼 | 한국과 중국, 올라서라 7장 헤어지는 꿈 목을 움츠리는 거북이 | 고양이와 카나리아 | 쉽지 않은 협약 체결 에필로그 | 저자의 말 | 이 책에 도움을 준 사람들 | 참고 문헌 및 추천 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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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인터뷰나 사전 협의 없이 저에 관하여 쓴 책은 여럿 있습니다. 대개는 누군가 썼던 내용을 그대로 베끼고 거기에다 자기가 알고 있는 내용을 몇 가지 덧붙이는 수준이죠. 한국에서 출간된 것만 10권, 15권이 넘습니다. 가끔씩 사람들이 제게 보내주곤 하는데, 끝까지 읽어본 적은 없습니다. 사람들이 보내줘서야 알게 됐죠, 저에 관한 책이 10권, 15권이 넘는다는 것을요. 제가 직접 누군가에게 제 이야기를 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1장 주말 계획」중에서
“많은 이들이 제게 유엔 사무총장은 세상에서 가장 불가능한 직업이라고 충고했습니다. 해보니까 알겠습니다. 이 일이 정말 이 세상에서 가장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요. 농담 삼아 회원국이나 친구들에게 말하곤 합니다. 제 임무는 이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가능한 임무로 만드는 것이라고요. 이게 제가 하는 일입니다. 제정신이든 아니든.” 우리는 누구나 자신을 미치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은가?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공직에 헌신하려는 강한 사명감이 없으면 정말로 어려운 일입니다. 어느 날 밤엔가는 벌써 포기해버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40년 넘게 외교관으로 일하면서 저는 항상 공직에 대한 강한 사명감을 안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때로 어떤 의미에서는, 이를테면 서구인의 기준으로는 제 개인의 삶은 비참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제가 노예처럼 일한다고 비꼬기도 하더군요.” ---「1장 주말 계획」중에서 “불평하는 건 아니지만 제가 재선되었을 때 〈뉴욕 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그 소식을 얼마나 보도했는지 아십니까?” “네, 저도 놀랐습니다. 거의 보도하지 않더군요.” “뉴스거리도 안 되는 건가요?”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반기문이 이집트 출신의 부트로스갈리(1992~1996년 재임)처럼 단임 사무총장으로 남을 거라는 소문이 돌던 2년 전만 해도 누구도 그의 재선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가 입을 뗀다. “충격이었습니다. 정말 충격이었어요.”---「3장 아시안 워커홀릭」중에서 ‘MB’로 불리는 이명박은 당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재임 중이었다. 처음에 이명박 대통령은 아이티 긴급 지원에 100만 달러를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반기문은 품위 있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곧 장난기가 발동했다. 전화를 끊기 전 그는 지나가는 말처럼 일본은 아이티 구호기금으로 자그마치 500만 달러를 내놓기로 했다고 이야기했다. 이명박은 깜짝 놀랐다! 혈기 왕성한 한국 정치인들 중에 한국이 일본에 밀리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결국 두 번째 통화에서 한국은 추가로 400만 달러를 더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자 반기문은 능청스럽게 일본 총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라고 했을 것 같은가? MB가 방금 아이티 구호기금으로 500만 달러를 내놓았다고 했다. 자, 그럼 이제 일본 총리는 뭐라고 할까? 어쨌든 일본은 한국보다 부강한 나라다. 그러니 한국이 내는 것과 똑같이 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다음에 반기문은 다시 서울에 전화를 했다. 뭐라고 했을까? “일본이 구호기금을 1000만 달러로 올렸는데, 어떡하실래요?”---「6장 보스 중의 보스」중에서 “저는 정치력, 군사력, 경제적 자원, 돈, 인적 자원 등 수많은 자원을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국가 지도자가 아닙니다. 모든 것이 회원국의 처분과 관할 아래 있습니다. 우리는 군사력이 없습니다. 저는 어떤 자원도 제 마음대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모든 자원과 돈과 장비와 시설은 회원국들에서 나옵니다.” 그가 숨을 고르고 찻잔에 손을 뻗는다. “제가 가진 거라고는 도덕적 힘과 권위, 그리고 소집 권한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무총장의 가장 강력한 권한은 회의와 모임을 소집하고 안건을 상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게는 의제를 정할 권한이 있습니다. 이제껏 제가 해온 일이 그겁니다.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할 것이고 제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겁니다. 저는 유엔이 세운 주요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제 모든 삶과 시간과 기력을 쏟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에필로그」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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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평화와 인류공영을 위한 10년의 로드맵
지금까지 국내에 출간된 관련 책들이 어린 시절부터 유엔 사무총장이 되기까지를 다뤘다면, 《반기문과의 대화》는 유엔 사무총장이 되고 난 이후를 그렸다. ‘세계 대통령의 꿈을 이뤘다’는 해피엔딩의 스토리로 인간 반기문을 기억하고 있던 독자라면,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24시간 전화 대기 중인 피로와 불면의 직업인 이야기를 반전으로 맞게 될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유엔이라는 조직과 사무총장이라는 직무의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인적 자원과 경제력을 가진 국가 지도자와 달리 유엔 사무총장은 오직 도덕적 힘과 권위, 그리고 회의 소집권만 있다. 모든 결정과 자원은 회원국에서 나온다. 분명한 한계 속에서 반기문 총장은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이라는 불가능한 꿈을 위해 매일매일의 로드맵을 짜야 하는 치열한 분투의 현장 한가운데 놓여 있는 셈이다. 그러나 세계 일급 외교관 반기문의 면모는 유엔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이를테면, 반인륜적 범죄가 벌어지는 국가에 유엔이 개입해 인권을 보호하는 개념인 보호책임(일명 R2P, Responsibility to Protect)에 대해 회원국들이 그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실행을 위한 제반 작업에는 반대하자 반 총장은 연봉 1달러의 보좌관을 채용해 R2P 업무를 수행하게 했다(166쪽). 그리고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 다른 국가 지도자들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동시 휴전’ 선언을 이끌어내기 위해 분주할 때, 그는 ‘동시 휴전’의 프레임을 탈피해 이스라엘의 ‘일방적’ 휴전을 성사시켰다(180쪽). 이후 팔레스타인 진영의 하마스가 휴전 선언을 하기까지 1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뛰어난 외교 수완을 보여준 반기문 총장은 남수단 독립,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정전, 코트디부아르 내전 종식을 이룩한 역사상 가장 능동적인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력한 카리스마가 각광받는 시대, 겸손과 솔선수범의 리더십 임기 초만 해도 반기문 총장은 서구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외교 전문지인 〈포린 폴리시〉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한국인”이라고 그를 혹평했고, 〈뉴스위크〉는 2007년 3월호 표지에 반 총장의 얼굴을 싣고 “이 남자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타이틀로 기획기사를 실었다. 2011년 재선에 성공했을 때 그의 연임 소식은 〈뉴욕 타임스〉 같은 미국 언론에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반 총장 자신은 “충격”이었다고 회상한다(129쪽). 언론 플레이에 능숙하지 못한 탓도 있었지만, 개인적인 카리스마 부족도 문제였다. 이는 유엔 조직 개편에도 큰 걸림돌이 되었다. 기존 유엔 직원들과의 조화가 어려웠다. 그러나 반 총장은 말보다 성과가 먼저이고 솔선수범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개인의 카리스마보다 집단의 리더십, 즉 모든 사람의 지지와 합의를 기반으로 조직을 움직이는 리더십이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그 실천으로 그는 유엔에 여성기구를 최초로 설립, 유엔 사무차장보 이상의 직급에 여성의 비율을 40퍼센트 높이는 등 인적 자원 활용에 있어 모범을 제시했다. 그리고 부하 직원들에게 전권을 주고 실수로 인해 생길 정치적 책임은 모두 자신이 지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또한 “재해를 입었는가? 조심하라! 다음 비행기 편으로 반기문이 간다!”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을 정도로 신속하고 적극적인 현장형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로 반 총장은 유엔 조직의 책임감, 효율성, 효과성, 윤리의식이 좋아졌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유엔은 반기문 총장의 리더십에 따라 지구촌의 위기와 도전에 대응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유엔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될 기구이며 반기문 총장은 유엔의 중요한 개혁을 이끌어왔다.”_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2011년 6월, 반기문 총장 연임을 지지하는 성명에서) 우리에게는 반기문 사무총장이 있다 저자인 톰 플레이트는 상임이사국들이 이번 사무총장Secretary-General을 두고 장군general 스타일보다 비서secretary 스타일을 원했다는 주장을 비롯해 “유엔은 미국 외교정책의 유용한 도구”라는 의혹, 5개 상임이사국 체제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 콘돌리자 라이스가 대북문제에 능숙하지 못했다는 평가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반 총장의 견해를 서슴없이 묻는다.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이 직업이 총장님을 미치게 하지 않습니까?”라든지 “미국인이라면 아마 이혼당하셨을 겁니다!”와 같이 즉흥적이고 익살스러운 언사의 톰 플레이트와 반듯하고 정답 같은 한국인 신사 반기문 총장이 일곱 번의 공식 대담, 여섯 번의 사적인 만남에서 서로 공감하고 맞장구치고 때론 견제하고 긴장하는 길항 과정은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다. 이런 과정 끝에 저자 톰 플레이트는 이 책을 이렇게 맺고 있다. “우리에게는 사무총장이 있다. (……) 적어도 우리에게는 유엔 꼭대기에서 일주일에 7일, 하루 24시간 열심히 일하는 성실한 일꾼이 있다. 왠지 조금은 위안이 되지 않는가?” 세계에 분쟁이 없는 날은 단 하루도 없고, 오늘도 지구의 환경은 오염되고 있지만, 이를 멈추기 위한 노력을 필사적으로 벌이는 한 사람이 여기 있다. 반기문(Ban Ki-moon, 1944~ ) 제8대 유엔 사무총장(2007~2016년 재임). 아시아인으로는 두 번째 총장이다. 2006년 10월 선출되어 2007년 1월에 취임했으며 2011년 6월 유엔총회 192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연임에 성공했다. 1970년 외무고시에 차석으로 합격, 그해 5월 외교부에 입부한 이래로 다양한 보직을 수행했으며 2004년 1월~2006년 11월 외교통상부 장관, 2003년 2월~2004년 1월 노무현 대통령 외교보좌관, 2000년 1월~2001년 3월 외교통상부 차관을 역임했다. 사무총장 임기 초, 유엔의 한계를 지적하는 사람들과 사무총장 직무에 대한 회의론, 반 총장의 카리스마 부족을 문제 삼는 언론에 부딪혀 연임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러나 아이티 대지진, 미얀마 사이클론 강타, 칠레 광산 붕괴, 파키스탄 홍수 등 세계 재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국제사회의 구호를 요청하는 적극적인 현장형 리더십은 물론 모든 안건과 자료를 숙지하는 철두철미함, 부하 직원에게 전권을 주되 정치적 책임은 본인이 지겠다는 솔선수범으로 유엔 역사상 가장 빨리 연임을 확정한 사무총장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