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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해야 건강하다
불평등은 어떻게 사회를 병들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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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한국어판 서문

서문

1장 풍요로운 사회 · 불질적 성공과 사회적 실패
2장 불평등 · 더 적대적이고 덜 친화적인 사회
3장 불안과 불안정 · 타인의 시선
4장 건강과 불평등 · 수명은 짧고 스트레스는 많은 삶
5장 폭력과 불평등 · 지위, 치욕, 그리고 존중
6장 협력이냐, 갈등이냐 · 평등이 이 문제를 결정한다
7장 젠더, 인종, 불평등 · 아랫사람에게 발길질하기
8장 사회적 전략의 진화 · 호혜성과 지배
9장 자유, 평등, 우애 · 경제적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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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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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

리처드 월킨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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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ard G. Wilkinson

영국 런던정경대(LSE)에서 경제사와 과학철학을 전공하고, 현재는 노팅엄 의과대 사회역학 명예교수, 런던대(UCL) 역학 명예교수, 요크대 초빙교수로 활동 중이다. 불평등과 건강에 관한 초기연구는 영국 정부차원의 연구로 이어지고, 1980년에는 건강 불평등에 관한 블랙보고서(Black report)가 발표되어 해당분야의 국제연구가 발전하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국내에 소개된 저서는 2011년 세계정치학회가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평등이 답이다』(2012)가 있으며, 『건강불평등』(2011) 『평등해야 건강하다』(200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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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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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정치경제대학(LSE: 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s)에서 사회정책을 공부하고 있는 박사후보생이며, LSE 산하 사회적 배제 연구센터(CASE: The Centre for Analysis of Social Exclusion)에 소속된 학생연구원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사회복지학·사회학·언론정보학을 공부했으며, 여성단체와 노숙인단체에서 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주요 논문으로는 “시민성의 기준으로 조명한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2005), “두 도시 이야기: 노숙인을 통해 바라본 도시공간”(2005), “사회운동의
런던정치경제대학(LSE: 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s)에서 사회정책을 공부하고 있는 박사후보생이며, LSE 산하 사회적 배제 연구센터(CASE: The Centre for Analysis of Social Exclusion)에 소속된 학생연구원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사회복지학·사회학·언론정보학을 공부했으며, 여성단체와 노숙인단체에서 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주요 논문으로는 “시민성의 기준으로 조명한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2005), “두 도시 이야기: 노숙인을 통해 바라본 도시공간”(2005), “사회운동의 사회복지제도화 과정과 결과에 대한 연구”(2006) 등이 있다. 현재 그녀는 불평등, 빈곤, 젠더, 사회적 소수자, 문화 불평등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3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92쪽 | 593g | 148*210*30mm
ISBN13
9788990106582

관련 자료

1장 기대수명의 격차는 그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결국 근대 시장민주주의의 병폐인 심각한 사회적 불의social injustice를 보여 준다. 우리는 사람들이 재판도 없이 구속당하고 고문당하며 실종되는 인권침해의 사례들에 대해서는 쉽게 분개한다. 하지만 건강불평등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희생자를 낳고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다. 만약 어떤 무자비한 정권이 건강불평등 때문에 줄어든 빈곤층의 수명만큼 가난한 사람들을 강제로 감금한다면,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어쩌면 빈곤층의 높은 사망률은 감금보다 더 심한 사형집행일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건강불평등을, 매년 정부가 아무런 명분 없이 상당수의 국민을 사형시키는 것과 같은 수준의 인권침해로 취급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2장 신뢰, 공동체 생활의 참여, 살인, 적대감은 겉보기에는 따로 떨어져 있는 변수처럼 보이지만 서로 완전히 동떨어져 있지 않다. 이들은 모두 사회적 관계의 질이라는 근원적인 변수를 측정하는 다양한 척도들이기 때문이다. 이 척도들이 모두 불평등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소득 격차의 크기에 따라 사회적 관계의 질이 총체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을 말해 준다. 다시 말해 살인율이 높은 지역은 구성원들 사이에서 적대감이 높고, 신뢰도는 낮으며, 공동체 생활의 참여도 역시 낮은 지역일 것이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다.

3장 만약 건강과 질병에 대한 사회적 추이가 반대 방향으로 뒤바뀐다면, 즉 상위 계층으로 올라갈수록 건강이 나빠진다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어떤 면에서는 이게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하위 계층은 빨리 죽을 뿐만 아니라 사는 동안에도 열악한 삶의 질로 고통받는다. 그렇기에 만약 상위 계층의 수명이 더 짧다면, 이는 그들이 높은 질의 삶을 누린 대가로 생각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아무튼 건강 불평등이 반대 방향으로 발생한다면, 아마도 산업 역군인 유능한 지도자들의 수명이 평균 5년에서 10년까지 단축되었을 때 발생하게 될 손실을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따위의 연구들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서열이 낮아진 짧은 꼬리 원숭이가 스트레스로 건강이 나빠졌다는 사실은 거의 의심할 여지가 없다. 낮은 서열의 원숭이들은 자신보다 몸집이 크고 강한 개체들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눈에 띄지 않기 위해 항상 조심해야 하는 겁 많고 체구가 작은 개체들이었다. 이들은 공격받지 않기 위해 순종적이고 유순하게 행동해야 한다.... 로버트 새폴스키Robert Sapolsky는 ... 서열이 높은 동물보다 낮은 동물이 코르티솔을 더 많이 분비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들이 더 높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서열이 낮은 동물들은 저밀도 지방단백이 많아서 심장질환에 걸릴 위험이 컸고, 만성 스트레스 때문에 면역 기능도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4장 사회역학 분야의 연구자들은 소득 불평등에 따라 건강 수준이 달라진다는 사실이 마치 건강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관점이라도 되는 것처럼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회 계급에 따라 건강 수준이 달라진다는 상식을 조금 더 진전시킨 논의일 뿐이다. 사회 계급은 절대적이지 않다. 사람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상대적으로 인식한다. 사회 계급이나 지위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려면 이 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5장 폭력이 부자와 빈민 사이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빈민들 사이에 집중되는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가 관찰한 개코 원숭이 사회에서는 갈등 상황이 지배 서열이 비슷한 이웃들 사이에서 주로 발생하는 경향이 있었다. 서열 순위가 4위인 원숭이는 3위이거나 5위인 원숭이와 충돌한다. 이와 비슷하게 서열이 17위인 개체는 16위나 18위인 동물들과 싸울 것이다. 그것은 자신과 서열 차이가 큰 동물과 싸우는 것은 별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싸우지 않아도 결론은 뻔하다. 서열이 낮은 개체가 자신보다 서열이 훨씬 높은 개체와 싸우는 것은 쓸데없이 목숨을 건 위험한 짓일 뿐이다. 따라서 갈등은 거의 동등한 개체들 사이에 주로 일어난다. 상대적 지위가 완벽하게 고정되어 있지 않아서 서열이 바뀔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쪽은 비슷한 지위의 동물들 사이뿐이기 때문이다.

6장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자신이 섬세하고 지적인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더욱 세련되고 심미적인 감수성을 드러내고 싶어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자신을 본래부터 고상한 사람으로 평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류층의 ‘고급’ 취향이 사회적으로 구성될 때, 사회의 밑바닥에 있는 하류층의 심미적 취향은 고급 취향의 반대 개념을 제공해 주기 위해 ‘싸구려’ 취향으로 전락해야 했다.

가난하지만 유식하고 유쾌하며 관대하게 보이고 싶다면, 자신을 무식하고 투박하고 눈치 없는 사람으로 만드는 부유하고 학벌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 좋다. 부자들 앞에서 주눅이 들지 않으려면 행동이나 옷차림에서 드러나는 차이를 줄여야 한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계급이 아니라 불평등이다. 달리 말하면, 근대적 계급 체계가 가지고 있던 문제의 핵심은 불평등과 그것의 문화적 표식이다. 소득 격차가 클수록 지위 격차가 커지고, 분업이 확대되며, 편견과 차별, ‘우리’와 ‘그들’의 구분, 우월감과 열등감이 심화된다. 불평등이 계급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은, 왜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사회적 관계가 열악해지는지, 그리고 소득 불평등을 줄이려면 왜 계급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근대적 계급분화를 만들어 낸 불평등을 살펴봐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숙고하게 만든다.

7장 여성의 지위가 높을수록 남성의 건강 수준이 높아지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위계질서가 권력을 둘러싼 남성들 간의 투쟁이기 때문이다. 위계 서열이 심한 사회에서 남성은 여성보다 치열하게 싸워야 하고, 권력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상처, 불안,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 쪽도 남성이다. 그 결과 남성의 폭력 수준이 높아지고, (차량 추돌에서 성병에 이르기까지) 위험한 행동이 발생하는 빈도도 높아지며, 과도한 음주와 약물 복용만이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의 발병률이 높아지는 등 값비싼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된다. 지배 권력을 얻기 위한 투쟁에서 남성 모두가 경쟁자이므로 남성적 특성은 불평등의 정도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8장 보흠은 ... 수렵 ·채집 사회에서부터, 평등주의적 경향이 남아 있던 초기 농경 사회에 이르기까지 ..... 이들 사회가 어떻게 평등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를 파악하려 했다. 그는 어떤 사람이 고압적인 행동을 하거나 거들먹거리며 대장 노릇을 하려고 들 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기록을 찾아보았다. 이런 사람들은 보통 놀림과 조롱을 당하거나 추방되기도 했고, 심하면 신체적으로 공격받거나 살해되기도 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로써 그는 이런 사회들이 ‘반反지배’ 전략을 사용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배하려 드는 개인에게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동으로 대적했는데, 그것은 마치 원숭이 사회에서 발견되는 것처럼 우월한 수컷을 쫓아내기 위해 수컷 두세 마리가 무리지어 행동하는 전략이 수렵 ·채집 사회들에서도 일반화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모든 사람이 지배자 행세를 하려는 사람에 맞서 연대했다.

9장 소득과 사회적 지위에서 격차가 심해지면 하층 계급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비롯해 다양한 고통을 겪게 된다. 자유는 열등하게 취급받고 싶지 않다는 인간의 욕망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불평등으로 가장 심각하게 손상된다. 또한 불평등 때문에 발생하는 위계적인 관계는 우정이나 공동체 생활을 불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평등은 우애의 필수 요건이기도 하다.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심리사회적 요인들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갖는 사회역학적 연구들은, 한때 사람들이 인간의 행복과 삶의 질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사회적 환경이 무엇인지 재발견하고 있다. 우리의 발견이 한때 인류가 알고 있었던 사실임을 깨닫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이를 재발견한다는 것 자체가, 과거에 인류가 직관적으로 느끼던 진실을 지금은 알아차리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 프랑스혁명가들도 비슷한 이해를 갖고 있었던 것 같으며, 기독교 사회주의자들을 포함해서 마르크스가 ‘공상적’이라고 불렀던 초기 사회주의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변화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가질 때마다 사람들은 자유, 평등, 우애의 연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해 냈다. 마치 평등한 선사 시대에 대한 어떤 원초적 기억이 존재하는 것처럼, 마치 인간의 도덕적 가치와 일치하는 ‘삶의 올바른 길’이 있는 것처럼, 공평함과 평등의 세계는 인류의 사회적 열망이 지향해 온 사라지지 않는 이상이었으며, 타인을 단순히 자신의 목적을 위해 착취해야 하는 자연의 일부로 여기기보다 서로 존중하는 그런 세계였다.

출판사 리뷰

①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사망률이 높다
한 사회에서 건강 수준은 보통 사회계층이 높을수록 좋아진다. 기대 수명이나 장애, 사망률을 살펴보면 소득·교육·직업을 기준으로 한 사회적 피라미드에서 상층으로 갈수록 건강 수준이 높게 나타나고 하층으로 내려올수록 낮다.

그러나 이 책은 GNP 등으로 계산되는 사회 전체의 소득 수준이나 재산의 절대적 수준이 높으냐 낮으냐가 아니라, 상대적 소득 격차가 핵심이라고 말한다. 세계에서 가장 잘 살고 보건의료비로 엄청난 돈을 쓰고 있지만 불평등이 심한 미국은, GDP 수준이 미국의 절반에 해당하는 그리스보다 평균 기대수명이 더 낮으며 세계 25위에 불과하다. 심지어 미국의 극빈지역(뉴욕의 할렘이나 시카고의 남부 등)에 사는 사람들의 사망률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인 방글라데시에 사는 사람들보다 높다.

중동부 유럽의 공산주의 국가들의 평균 기대수명은 196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이들보다 훨씬 잘사는 몇몇 서유럽 국가들보다도 높았지만, 그 이후 소련식 자본주의적 경제개혁을 도입하면서,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탈공산주의적 전환기에 소득불평등이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기대수명이 재앙에 가까울 정도로 크게 줄어들었다.

윌킨슨은 절대적 빈곤선을 지나온 국가들의 경우 문제는 상대적 소득격차이며 그것이 사회 전체를 병들게 하는 심리사회적 효과에 주목한다. 따라서 건강불평등은 단순히 빈곤층이나 하위 20% 집단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② 건강을 위협하는 심리사회적 요소
지위가 낮다고 생각하거나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이유는 낡은 자동차나 누추한 집이 불편해서가 아니다. 열등한 물건을 사용해 근근이 버텨야 한다는 것 자체가 사회적 낙인이기 때문이다. 질 낮은 물건을 사용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2류 인생을 사는 2류 사람임을 의미한다.

사회적 불안, 수치심, 우울, 폭력이라는 감정들은 모두 사회적 비교에서 생기는 감정이다. 이런 감정들은 자신이 열등하다거나 실패했다고 느낄 때(낮은 사회적 지위), 여기에 자기 나름대로 대응하면서 갖게 되는 감정이다. 또한 사회적 인간관계는 사람들에게 거부당했다/인정받는다거나, 자신이 매력적/매력적이지 못하거나, 존중받고 있다/존중받고 있지 못한다고 느끼는 데 영향을 미친다. 마지막으로 어린 시절 애착관계의 결핍이나 불안정도 그 이후 경험하게 되는 사회적 불안에 취약하게 만든다.

이 세 가지 심리사회적 요인들은 불안감을 일으켜,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노화를 가져오는 만성스트레스를 초래한다. 예컨대 백인 밀집 지역에 거주하는 부유한 흑인의 건강 수준이, 흑인 밀집 지역에 사는 흑인들보다 나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며, 이 때문에 사람들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산다. 이를 ‘집단밀집효과’라고 하는데, 이는 인간이 타인의 시선을 통해 자신을 평가하는 성찰적 존재이며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인간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주변을 관찰하며 자신이 미련하거나 못생겼거나 열등하거나 지루한 사람으로 비칠까 걱정한다. 이런 사회적 평가에 대한 두려움은 곧 수치심(사회적 불안)으로 이 때문에 사람들이 권위에 복종하고 순응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모든 사람이 잘못된 답을 말했을 때 실험 대상자는 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전체 집단의 의견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는 실험(Solomon Asch의 실험)은 이를 잘 보여 준다. 그러나 다른 한편 수치심은 치욕 ·경멸 ·체면손상에 분노하거나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③ 불평등에 상처받는 사람들: 폭력, 범죄, 살인, 10대 임신
미국 50개 주와 캐나다 10개 주를 대상으로 소득불평등과 살인율을 비교한 바에 따르면 소득 불평등에 따라 살인율은 최소한 10배가 차이 났다. 불평등과 폭력의 관계를 말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상적 폭력인데, 대부분의 도시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은 빈곤지역이다. 윌킨슨이 재인용한 교도소 수감자와의 인터뷰를 보자. “내가 만난 교도소 수감자들은 ‘왜 다른 사람을 공격했는가’라고 질문하면 언제나 ‘나를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불평등과 낮은 사회적 지위에 시달리게 되면 사람들은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느낀다. 폭력 사건은 창피를 당하거나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의해 발생한다. 왜냐하면 이들은, “남아 있는 …… 한 가닥 자존감”이라도 부여잡거나 유지하고자 하는 욕구가 가장 강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불평등과 낮은 사회적 지위가 우리의 존엄성과 자존심에 얼마나 큰 상처를 입히는지를 보여 준다.

④ 불평등과 사회적 편견·차별
불평등은 인종, 종교, 젠더 가운데 어떤 기준으로 나누든 간에 취약 집단을 향한 사람들의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 평등한 사회에서 어떤 차이들은 전혀 편견이나 분열을 일으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경제적 격차가 우월과 열등이라는 기준에 따라 각 사회 집단의 관계를 주도하게 될 때, 이런 차이는 심각한 공격과 차별의 표적이 된다. 사람들은 자기보다 우월한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면, 자신이 업신여길 수 있는 개인이나 집단에게 직접 폭력을 휘두르거나 차별적인 언행을 퍼붓기도 한다. 이는 자기의 우월성을 주장해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린치같이 너무나 지독한 차별 행위로 이어지는 과정이, 사회 상층의 온건하고 은근한 사회적 배제나 거만함과 함께 출발했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⑤ 지배전략 vs. 친화전략, 그리고 건강
인간이 경험하게 되는 사회적 관계의 유형은 ‘지배의 관계’와 ‘친화의 관계’로 나눌 수 있다. 지배의 관계는 서로 경쟁자가 되어 강자가 약자를 약탈하고 위계질서 속에서 상대를 갈취하는 관계다. 반대로 친화의 관계는 서로가 원조 ·우정 ·협력의 대상이 되는 관계를 말한다. 여기서 우리는, 단순히 개인 차원을 넘어서 한 사회가 평등한지 불평등한지에 따라 그 사회 구성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사회적 전략이 전반적으로 달라진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불평등은 더 이기적이고, 덜 친화적이며, 반사회적이고, 스트레스를 더 받게 하고, 폭력 수준을 높이며, 공동체적 결속을 약화시키고, 건강을 악화시키는 사회 전략들을 부추긴다. 한편 평등한 사회는 친화적이며, 덜 폭력적이고, 상호 지지적이며, 포용적이고, 좀 더 나은 건강 상태를 가능하게 한다.

⑥ 결론: 평등해야 건강하다
한 개인이 아무리 요가나 명상을 하고, 유기농 음식을 먹는다고 해도 병든 사회를 완치시키지는 못한다. 중산층을 겨냥하고 있는 이런 웰빙 상품은 스트레스의 근원인 불평등과 상대적 박탈감을 오히려 악화시킬 뿐 결코 해소시켜 주지는 못한다. 웰빙 상품은 어떤 면에서는 건강과 소비를 연결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 뿐이다. 그러나 반대로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 서비스를 확충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안인 것도 아니다. 물론 무상 의료 서비스가 부족한 한국의 상황에서 이를 확충하는 일은 분명히 의미가 있고 필요한 일이지만, 윌킨슨은 그것이 사후적인 해결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이런 전략은 ‘가난한 사람의 건강이 나쁘다’는 좁은 의미의 건강 불평등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건강 불평등을 미처 자신의 문제로 생각하지 못하는 다른 계층의 지지를 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윌킨슨은 건강 불평등을 해결하는 가장 빠르고 적극적인 방식은 전체 사회의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일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다.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점은, 그가 말하는 평등이 현실을 완전히 뒤집는 유토피아적인 평등이나 반자본주의적 질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스웨덴의 사례, 인도와 스페인의 협동조합, 기업의 종업원 지주제처럼, 그는 현실 속에서 좀 더 많은 사람이 수긍할 수 있고, 좀 더 많은 사람이 건강해질 수 있는 대안들을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생활 속에서 작은 평등을 이루어 가는 방식들은 이것 외에도 무궁무진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양한 대안들을 재발견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노력이다.

이 책의 관점
① 인간이 가진 사회성의 진화론적 뿌리를 탐구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인간이 사회적 동물로 ‘진화’했다는 관점이다. 원시 수렵 ·채집 사회는 다른 영장류의 진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규모의 협력 ·공유 ·평등주의를 보여 준다. 윌킨슨은 인류가 줄곧 희소자원을 둘러싼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라는 홉스적 투쟁의 ‘가능성’ 속에서 살아왔지만, 이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수렵 ·채집 사회에서는 서로 선물을 주고받고 식량을 공유함으로써 스스로 사회적 계약을 만들어 내어 경쟁을 폐기했다고 말한다. 좀 더 구체적인 진화의 증거를 살펴보면, 보통 집단의 규모가 클수록 뇌의 크기가 커지는데, 인간의 경우 뇌가 커진 이유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다른 영장류들이 사회적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으로 사용하는 ‘털 고르기’ 대신, 인간은 집단의 구성원이 많아지자 같은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시간을 훨씬 절약해 주는 방법으로 ‘말하기’ 전략을 사용하게 되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사례는 영장류 가운데 눈동자에 흰자위가 있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다른 영장류들의 생존전략과 달리 인간은 서로에게 시선을 노출해 서로 이해받고 협력하는 전략을 선택했음을 보여 준다는 이야기다.

② 기존 연구의 풍부한 실험, 통계, 사례를 통한 증명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희망적 사고나 낭만적 주장이 아니라, 다양한 연구자들의 기존 연구 성과를 풍부하게 활용해 객관성을 유지하려 한다는 점이다. 윌킨슨의 가설이나 주장에는 어김없이 국가 간 교차연구, 인터뷰, 통계, 실험 결과 등 증거가 뒷받침된다. 특히 이 책에서 인용되는 실험들, 즉 셸던 코헨의 콧물실험(감기 바이러스가 들어있는 콧물을 투여해 사회적 관계망과 감기에 걸릴 확률의 인과관계를 알아봄)이나, 솔로몬 애쉬의 실험(모두가 오답을 말할 때 사람들은 전체 집단의 의견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는), 밀그램의 전기충격 실험(권력자의 명령에 따라 다른 사람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을 증명), 제인 엘리엇의 교실실험(학생들에게 우성과 열성의 특징을 알려 주었을 때 어느 집단에 속하는가에 따라 자신감, 품행, 학업성취도가 달라졌다는) 등은 매우 중요하고 잘 알려져 있는 실험들이다. 증명을 통한 서술 방식은 설득력을 높인다는 장점도 있지만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도 더한다. 또한 한국의 독자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내용 역주를 달아 주었다.

③ 공동체적 사회주의의 관점
사람들이 공동체의 평등한 결속 안에서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윌킨슨의 주장은 한국에서 그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초기 사회주의의 언어와 관점을 보여 준다. 한국에서 사회주의가 주로 마르크스주의 내지 공산주의로 이해되고 있는 것이 현실에서, 이 책의 공동체적 사회주의는 매우 신선한 느낌을 준다.
윌킨슨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회는 과거 미국에 이주한 이탈리아인들의 거주지인 로세토처럼, 부자와 가난한 자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과시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공동체의 결속이 강한 사회이며, 이런 사회는 평등하며 건강 수준도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았다. 그러나 그에게 가장 이상적인 사회의 모델은 무엇보다 수렵 ·채집 사회이다. 이 원시공동체 사회는 선물을 주고받고 식량을 공유하는 등 서로 협력함으로써 외부의 적으로부터 공동체를 보호하고 경쟁을 회피하는 평등한 사회였다.

공동체적 사회주의의 관점은 대안에서도 엿보이는데, 윌킨슨은 종업원 지주제(노동자 소유 기업)나 협동조합처럼 생산조직의 민주적 통제를 통해 생산성도 높일 수 있고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을 통제할 때 건강 수준도 높아지며, 시장과 양립 가능한 모델로 확산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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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래 인간은 물질주의적이지도, 이기적이지도 않다
    본래 인간은 물질주의적이지도, 이기적이지도 않다
    2008.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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