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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택용 사진집 | 고공농성과 한뎃잠
정택용
오월의봄 2016.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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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생각한다

책소개

목차

여는 글 1 _ 조세희, 소설가
여는 글 2 _ 잠의 송(頌)

잠의 송 I
고공농성

잠의 송 II
한뎃잠

저자 소개

저자 : 정택용
대학에서 언어학을 배운 뒤 불성실한 직장인으로 살다가 관뒀다. 사진이 가장 쉽겠거니 지레짐작하고 덤볐다가 여태껏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2005년 서울 금천구 기륭전자에서 처음 현장 노동자들을 찍었다. 그 뒤로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국가폭력이 끊임없이 뒤섞이는 현장 속에서 자본한테는 ‘사람’이 아닌 사람, 국가한테는 ‘국민’이 아닌 국민을 찍어왔다. 사진을 찍을수록 대추리나 제주 강정, 밀양, 용산과 더불어 숱한 노동 현장이 모두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알아간다. 그 끈을 발견하는 일이 사진기가 든 가방을 가볍게 만든다. 일하는 사람들의 땀과 생태를 위협하는 인간의 탐욕에도 관심이 많지만 언젠가는 풍경 사진만 찍으며 먹고살 수 있는 날들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개인 사진집으로 기륭전자 비정규직 투쟁 1,895일 헌정사진집 《너희는 고립되었다》(한국비정규노동센터,2010)와 고공농성과 한뎃잠을 찍은 《외박》(오월의봄, 2016)을 냈고 ‘밀양구술프로젝트팀’이 쓴 《밀양을 살다》(오월의봄, 2014) 속 밀양 주민 16명의 사진을 찍었다. 《사람을 보라》(아카이브, 2011), 《거기 마을 하나 있었다-미군기지 확장에 맞선 4년간의 기록》(평택평화센터,2012), 《탈핵 탈송전탑 원정대》(한티재, 2015), 《밀양, 10년의 빛》(리슨투더시티, 2015)에 사진을 함께 실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6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748g | 188*247*20mm
ISBN13
9791187373001

책 속으로

고공농성만큼 보는 이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싸움이 또 있을까 싶다. 눈, 비, 바람, 더위, 추위, 입을 것, 먹을 것, 자는 것, 싸는 것.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보는 사람들에겐 근심이고 상처다. 그걸 알기에, 그 불편함의 크기가 상대에게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그것이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기에 오르고 또 오른다. 버티고 또 버틴다. 더 낮은 곳으로 곤두박질치는 삶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하늘로 오를 수밖에 없는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 p.10

고공농성을 보며 위로 올라갔던 시선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연스럽게 아래로, 주변으로 넓어졌다. 거기 함께 낮아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몇 시간 만에 끝나는 고공농성도 있었지만, 수십 일, 수백 일 이어지는 고공농성도 있었다. 몇 시간이든 수백 일이든 아래를 지키는 사람이 없으면 위로 오른 사람은 버틸 수가 없다. 그들이 한뎃잠을 잔다. 하늘로 오른 사람들의 세 끼를 챙겨주고, 똥오줌을 받아줘야 한다. 언제나 날씨에 신경을 기울여야 하고 농성이 길어지면 계절의 변화를 걱정해야 한다. 자신은 우울해도 위에 있는 사람의 기분이 처지면 안 된다. 자신은 외로워도 위에 있는 사람은 절대 외롭게 놔둘 수 없다. 그러고 나서 한데에서 잠을 잔다. 언제 그 멍에에서 벗어날지 기약도 없다. --- p.13

그런 세월을 버틴 사람들이 있다. 그런 세월을 버티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세월을 버텨내야 할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과연 ‘조금만 참으면 괜찮아질 거야’라는 착한 말이나 ‘정리해고, 비정규직은 나와 상관없는 남 얘기’라는 외면이 통하는 세상이던가. 2009년 구조조정 명단에 오른 쌍용차 2,646명은 ‘너’ 아니면 ‘나’였다. 일을 못해서 뽑힌 ‘너’가 아니었다. 바로 ‘나’였다. 비정규직은 언급조차 안 됐다. 이 사진들은 그런 세월들이 던져준 불편함을 담은 면죄받을 수 없는 면죄부다. 잠을 기릴 수 없는 사람들이 준 불편함을 모아 진실한 잠을 바라며 눈치도 없이 엮은 잠의 송(頌)이다.

--- p.16

출판사 리뷰

묵묵히 현장을 기록하는 목격자

사진작가 정택용. 그는 묵묵히 현장을 목격하며 기록하는 사람이다. 노동자, 농민, 빈민, 여성, 장애인 등 우리 시대 소수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곳이라면 언제든 달려간다. 그는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국가폭력이 끊임없이 뒤섞이는 현장 속에서 자본한테는 ‘사람’이 아닌 사람, 국가한테는 ‘국민’이 아닌 국민을 찍어왔다. 그 누구도 귀 기울여 듣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는 좀처럼 세상에 울려퍼지지 않는다. 묵살되고, 제압당하기 일쑤다. 정택용은 이런 그들의 목소리를 고집스럽게 담아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현장에서도 정택용은 드물게 말이 없고 수줍게 웃기만 하던 청년이었다. 있는 듯 없는 듯 말 없는 카메라. 저러다 영영 말을 잃어버리면 어쩌나 걱정이 들기도 했다. 어쩌면 그는 침묵으로 말을 하는 카메라의 속성과 너무나도 닮은 내면을 가진 듯싶었다. 그는 그렇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겸손하게 세상을 차곡차곡 찍었다. 기륭전자 비정규 노동자들의 삶의 온갖 명암을 10여 년 동안 말없이 기록한 첫 사진집 《너희는 고립되었다》는 그런 그의 선함과 묵묵함이 아니었다면 나오기 힘들었을 참 귀한 사진집이었다. 그를 통해 헐벗은 ‘비정규노동’이 비로소 꽃들이 만발한 사진의 세계 안으로 수줍게 들어올 수 있었다.”(조세희)

굴뚝에서, 철탑에서, 교각 위에서 불안한 잠을 청해야 하는
어떤 현대인들의 가파른 운명에 대한 새로운 인류학 보고서


정택용의 사진집 《외박》은 이른바 ‘고공농성과 한뎃잠’을 기록하고 있다. 높은 곳이든 덜 높은 곳이든 어디든 올라야만 했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의 기록이다. 집에서 잠을 자지 못하는 사람들의 기록이며, 살기 위해 하늘로 올라간 사람들, 올라간 사람들을 땅에서 지켜주는 사람들의 기록이다. “정택용의 이번 사진집 《외박》은 아름다울 수도, 아름다워서도 안 되는 그 아득한 세상에 대한 기록이다. 새도 둥지를 틀지 않는 굴뚝에서, 철탑에서, 교각 위에서, 아시바탑 위에서 불안한 잠을 청해야 하는 어떤 현대인들의 가파른 운명에 대한 새로운 인류학 보고서이기도 하다.”(조세희)
2000년대 들어 고공농성이 부쩍 많아졌다. 타워크레인, 포클레인, 건물 옥상, 경비실 옥상, 송전탑, 광고탑, 조명탑, 종탑, CCTV 철탑, 강의 다리와 보(洑) 등 살기 위해 죽기를 각오하고 어디든 올라가야 했던 사람들. 그런 곳에 올라가야 겨우 그들의 요구는 조금이라도 알려질 수 있었다. 그만큼 고공농성은 절박한 투쟁이다. “고공농성만큼 보는 이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싸움이 또 있을까 싶다. 눈, 비, 바람, 더위, 추위, 입을 것, 먹을 것, 자는 것, 싸는 것.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보는 사람들에겐 근심이고 상처다. 그걸 알기에, 그 불편함의 크기가 상대에게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그것이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기에 오르고 또 오른다. 버티고 또 버틴다. 더 낮은 곳으로 곤두박질치는 삶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하늘로 오를 수밖에 없는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정택용은 2006년부터 고공농성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누군가 절박한 마음으로 고공농성을 시작하면 정택용은 그 현장으로 가서 기록했다. 그 기록이 10년 동안 쌓였다. 정택용이 찍은 고공농성을 한 사람들의 요구는 너무도 선명하고 간단했다. “정리해고 반대, 대체인력 투입 공개사과, 해고자 복직, 노조 탄압 항의, 노동자 부당해고, 불법파견 및 위장도급 철폐, 사측의 성실한 단체교섭,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화, 4대강 공사 중단……” 그들의 요구는 과연 받아들여졌을까? 그들은 승리했을까? 우리는 그 결과를 대부분 알고 있다.
자본가들, 권력자들은 아무리 죄를 지어도 아예 죗값을 물지 않거나 금세 풀려나지만, 노동자들과 약자들은 그렇지 않다. 산업합리화를 위한 구조조정, 세계화 시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동시장 유연화, 노사관계 선진화, 금융자유화, 시장 자율을 위한 규제완화…… 갖은 이유로 쫓겨나고 배제된다. 그러나 이들은 좌절하지 않고 맞선다. 투쟁하고, 용기를 내고, 때론 목숨을 걸기도 한다. 그래서 정택용 작가가 찍은 현장은 새로운 희망을 일구어가는 꿈의 현장이기도 하다.
“그 수많은 야만과 불의, 아픔의 현장에서 그의 영혼은 또 얼마나 많은 추락을 경험했을까. 어떻게 다시 무거운 카메라를 들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기진해 쓰러져 자는 이들의 ‘한뎃잠’을 찍으며 그는 어떤 꿈의 세계를 떠올렸을까. 그들의 ‘한뎃잠’이 다시 만들어나갈 어떤 희망의 세계를 꿈꾸었을까. 비참의 현장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희망을 일구어가는 꿈의 현장이기도 한 시대의 고공에서 그의 카메라가 조용히 다시 한 번 ‘찰칵’하는 소리를 듣는다. 저 밤하늘의 달빛이 별빛이 오늘도 사그라지지 않듯, 진실을 기록하는 그의 카메라 빛도 이 사진집과 함께 사그라지지 않을 것을 믿는다.”(조세희)

추천평

그 일상 속에서 수많은 이들이 알아서 좌절하고, 알아서 죽어가야 하는 참혹한 시대다. 이런 시대의 민낯을 보라고, 출구를 잃은 많은 이들이 시대의 경고등, 혹은 위험표지판들이 되어 다시 거리로 고공으로 나서고 있다. 정택용의 이번 사진집 《외박》은 아름다울 수도, 아름다워서도 안 되는 그 아득한 세상에 대한 기록이다. 새도 둥지를 틀지 않는 굴뚝에서, 철탑에서, 교각 위에서, 아시바탑 위에서 불안한 잠을 청해야 하는 어떤 현대인들의 가파른 운명에 대한 새로운 인류학 보고서이기도 하다.
그 수많은 야만과 불의, 아픔의 현장에서 그의 영혼은 또 얼마나 많은 추락을 경험했을까. 어떻게 다시 무거운 카메라를 들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기진해 쓰러져 자는 이들의 ‘한뎃잠’을 찍으며 그는 어떤 꿈의 세계를 떠올렸을까. 그들의 ‘한뎃잠’이 다시 만들어나갈 어떤 희망의 세계를 꿈꾸었을까. 비참의 현장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희망을 일구어가는 꿈의 현장이기도 한 시대의 고공에서 그의 카메라가 조용히 다시 한 번 ‘찰칵’하는 소리를 듣는다. 저 밤하늘의 달빛이 별빛이 오늘도 사그라지지 않듯, 진실을 기록하는 그의 카메라 빛도 이 사진집과 함께 사그라지지 않을 것을 믿는다.
조세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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