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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EUNG-WON,韓勝源, 호 : 해산海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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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바다 어디에 아기 낳고 오줌 누는 구멍이 있을까. 밤이면 바다는 거대한 여자로 변하기도 한다, 하고 친구가 말했다. 그렇다면, 바다의 오줌 누는 구멍은 바닷물과 육지의 물이 합수되어 들랑거리는 수문일까. 핏덩이였던 나는 바닷물과 양식장의 폐수가 만나는 수문 옆의 자갈밭에 누운 채 사지를 버둥거리며 응아응아 하고 울고 있었다고 했다. 할머니가 점을 쳐보니까 바다가 아무 날 아무 시에 거기에 아기를 낳아 놓을 테니 데려다 키우라는 점괘가 나왔다는 것이었다. 그 때에 맞추어 수문으로 갔더니 정말로 네 개의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며 울고 있는 쌀아기가 있어 그것을 보듬고 와서 키운 것이라고 했다. 할머니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바다가 그를 잉태하도록 해준 것은 용궁의 용왕님일 것이다.
그런데 할머니는 너를 키우고 학교에 보내고 있는 양식장 하는 아버지가 네 진짜 아버지라고 하지 않았느냐? 아마 그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하고 친구가 말했다. 그래, 어른들이 하는 말은 믿을 수 없는 것들뿐이다. 순간 글감이 떠올랐다. 아버지가 이야기한 부엉이들의 부부 싸움 이야기를 쓰자. 몸을 일으키고 새매처럼 두 팔을 벌리고 달렸다. ---p. 1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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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보라』는 섬 소년인 해선의 시점으로 씌어짐으로써, 한승원의 익히 알려진 문학 세계를 보다 역동적이고 풍부한 것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섬에서 일어나는,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모든 이야기들에 대한 상상의 나래는 소년의 입을 통한 것이기에 보다 넓고 제한 없이 펼쳐진다. 나무 보지 이야기, 자연물들이 품고 있는 신통한 주술력, 그것들과의 은밀한 대화는 어린 화자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것이기에 더욱 거침없이 자연스럽게 독자들을 이야기의 숲으로 이끌고 들어간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숲에서 만나게 되는 사물들의 세계는 훨씬 더 매혹적이고 신비로우며 순간순간 다채롭다. 외계에 대한 민감함, 상상력의 종횡무진, 섬세한 관찰과 묘사, 일상사에 대한 순진무구한 서술들은 한승원 특유의 글쓰기를 통해 보다 생동감 있고 맛깔스럽게 전개된다. 그리고 그렇게 그려진 세계를 사는 어린 해선이 보기에 "세상은 알 수 없는 일들로 가득차 있다."
『물보라』에서 해선이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은 진정한 아버지 만들기이다. 해선은 무뚝뚝하고 거친 아버지를 원망하면서도 아버지를 걱정하고 돌보고 그의 사랑을 얻고자 한다. 아버지 또한 해선을 매질과 꾸지람으로 대하지만 그 나름의 방식으로 해선에게 넘치는 사랑을 주고 있다. 해선은 진정한 아버지를 갈구한다. 그래서 현재 자기와 함께 하는 아버지가 성에 차지 않을 때마다 그를 가짜 아버지로 치부하고 언젠가 진짜 아버지와 만나기를 꿈꾼다. 그를 키워 준 아버지도 그를 낳아 준 아버지도 해선의 마음에 꼭 들어맞는 아버지는 아니다. 해선에게 아버지는 마치 가상이나 허깨비와도 같이 여겨질 정도로 '꿈에 그리는 아버지'이다. "새우 키우고 사는 아버지가 죽으면 할머니 옆에 묻어 주고, 금산 미남 아버지를 모셔 와서 살 것이다. 나도 어른이 되면 그처럼 구레나룻이 나고 코가 덩실하고 입술 두툼해지고 건장해질 것이다." 결국 해선은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아버지를 만들어 가면서 스스로 아버지의 세계와 질서를 익혀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해선이 배워 가는 것이 아버지의 질서만은 아니다. 아버지의 세계 반대편에서 여성적이고 생태적이며 마술적인 세계로 해선을 인도해 주는 것이 할머니이다, 할머니는 해선에게, 아버지가 부정하는 이야기들, 살아 있는 나무들과 도깨비와 꽃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할머니 덕에 해선의 이웃은 "언덕 밑에 있는 옹달샘과 마당의 등나무와 갯물 웅덩이와 하늘과 구름과 파도와 새와 게와 새우와 짱뚱이와 나무와 꽃과 풀잎의 이슬방울들이다, 해선이 꿈꾸는 아버지가 금산의 수리부엉이인 것을 보면, 이 아버지 역시 할머니가 가르쳐 준 세계와 융합되어 만들어진 아버지이다. 아이는 그렇듯 자신의 세계를 하나하나 엮어 나간다. 슬픔도 기쁨도, 과거의 시간도 미래의 시간도 그에게는 자기 세계를 직조하는 데 쓰이는 한 줄 한 줄의 씨줄이자 날줄이다. 해선의 유일한 말상대이자 친구는 그의 그림자이다. 또 다른 자아이며 분신이기도 한 그 친구는, 해선과 서로 길항근처럼 역학적으로 대항하는 존재이자 가장 "만만한 친구"이다. 또한 해선이 스스로 만들어 낸 자기 그늘이기도 하다. 생의 깊숙한 비밀을 알아 버린 듯 슬픈 예감에 젖어 모래밭에서 그림자 친구와 하염없이 모래성을 쌓는 어린 소년의 외로움, 새우 키우고 사는 아버지의 서글픈 과거와 해선에 대한 그의 눈물겨운 사랑, 꽃에게 예쁜 자기 모습을 보라며 거울을 대주는 아이의 정겨운 장면…… 그리고 이를 담백하고도 아름답게 그려 낸 주옥 같은 문장들에서 작가 한승원의 장인적 진수가 빛나고 있다. 한국 문학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에게 한승원은 여전히 든든한 버팀목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