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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허생전: 허생의 이룰 수 없는 꿈
02. 조웅전: 영웅의 힘과 사랑 03. 홍길동전: 홍길동의 양면성 04. 구운몽: 작은 꿈을 넘어 큰 꿈으로 05. 심청전:‘눈 띄우기’ 그 구원의 문제 06. 한중록: 한풀이로서의 글쓰기 07. 박씨전: 억압과 굴종을 넘어서 08. 장끼전: 장끼와 까투리로 읽는 남녀 문제 09. 숙영낭자전: 욕망과 윤리 사이에서 10. 운영전: 궁궐을 뛰어넘은 사랑 11. 수성지: 근심의 성(城), 인간의 마음 12. 춘향전: 춘향의 선택, 우리의 미래 13. 이인직의 혈의 누: 개화와 친일 14. 이광수의 무정: 과도기의 꿈과 사랑 15. 김동인의 대수양: 사실과 진실 16. 염상섭의 삼대: 조씨 일가의 사는 이야기 17. 박태원의 천변풍경: 잃어버린 청계천을 찾아서 18. 강경애의 소금: 일제하 간도 이주민의 삶과 여성 19. 최인훈의 광장 : 갈매기, 자유로운 존재의 꿈 20. 박경리의 김약국의 딸들: 운명적 비극인가, 여성의 현실인가 21.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 : 길 위의 길 22.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 : 낙원 세우기와 경계 부수기 23. 황순원의 일원 : 외로움에 대하여 24.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 나는 어둡고 낯선 길 위에서 피로를 슬픔 삼아 울었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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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 짐이 되어버린 권장도서, 하지만 꼭 읽고 싶고, 읽어야 하는 것들
모두가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20대 때 난 책상에다 신입생 때 나눠준 대학생 필독서 목록을 문학 부분만 선별하여 늘 꽂아 두었다. 고등학생 때 제목만 알고 있었거나 대입 준비를 위해 간략한 내용만 알고 있던 작품들을 꼭 읽어보리라고 나름 결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심은 실천으로 옮겨가지 못했고, 사람들과 대화할 때면 교양인인 양 다른 사람이 간추려 놓은 다른 사람의 지식으로 그것들을 말하곤 했다. 또 다시, 직장생활로 독립을 하면서 나는 인터넷에 떠도는 모 대학 신입생 필독서 목록을 검색해 지금 내 책상에 두고 있다.목록을 만들든 메모를 해 놓든, 아니면 마음속에 담고 있든, 나와 같이 고전 작품 목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음속 짐이 되어 버린 형태로 말이다. 짐이 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고전 읽기의 끈을 놓아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고전이 우리에게 경험하지 못한 삶을 살게 하고, 다른 세계의 존재를 알게 하기 때문이다. 실천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늘 반복되고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결심이지만, 남의 입을 통해 듣던 그 작품들을 언젠가는 꼭 대면해 보리라 마음먹는다. 충실한 지침서가 원작을 만나고픈 욕구를 자극한다 문학작품을 간략하게 설명하는 해설서는 시중에 많다. 대부분이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대입시험과 관련된 것들로, 읽지 않아도 내용을 알 수 있도록 간추려 놓은 것이거나 시험에 자주 나오는 지문을 발췌하여 연관 질문들을 던져놓은 것 등이다. 이들은 원작을 읽지 않았는데도 다 읽은 듯한 착각을 준다. 하지만 이런 것에는 작품에 대한 이해가 없다. 객관적인 정보만 알게 하는, 알맹이 없는 빈껍데기 같은 느낌을 준다.《테마로 읽는 우리 소설》에서 저자는 이렇게 적었다. “나이 든 이에게 문학은 지난 시절에 대한 귀중한 지혜와 깨달음 자체이다. 그것이 그저 학습을 위한 지침서로밖에 보이지 않는 지금의 현실이 그래서 슬프다. …… 그러나 우리는 문학은 계속 읽혀져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 무엇도 문학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책들과 힘을 합해 모든 젊은이들에게 ‘문학을 향유하라.’라고 외칠 것이다.”이 책은 학습을 위한 지침서가 아닌 “향유”를 위한 문학 지침서가 되고자 한다. 아마 어떤 이는 대충 훑어보고 이 책이 여타 책과 다를 게 뭐가 있냐고 말할 수 있지만,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원작을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원작에 대한 지은이의 깊은 이해와 새로운 시각을 담은 해설이 독자로 하여금 원작이 자아내는 분위기를 확인하고 싶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저자는 작품의 일부분을 맛깔나게 소개하여 원작의 매력을 확실하게 PR하였다. ? 가능한 한 새로운 시각으로 작품을 읽는다 그럼 작품은 어떤 시각으로 소개되고 있을까? 이 책은 기존 논의를 교과서식으로 정리하는 방식을 탈피하여 가능한 한 새로운 시각으로 작품을 해설하고 함께 생각할 수 있게 한다. 문학과 현실의 거리를 최대한 좁히고 작품과 작품들을 한데 얼러 읽을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할 수 있게 한다. 24편 모두, 각기 하나의 큰 주제를 향해 진행된다.한 예로, 김동인의 <대수양>은 “사실과 진실”이라는 주제를 달고 있다. 이를 논하기 위해 이광수의 <단종 애사>를 비교하고, 이광수에 맞선 김동인의 작품 활동을 소개하며 본문을 시작한다. 영원한 라이벌, 이광수와 김동인김동인의 사진을 한번 살펴보면, 스무 살의 김동인은 귀공자 타입의 미끈한 얼굴에 날카로운 눈매를 가졌다. 안경은 그의 명석함을 나타내는 듯하고, 굳게 다문 입술은 그가 예사롭지 않은 성격의 소유자임을 보여준다. 대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세상에 부러울 것 하나 없었던 김동인은 열다섯 살에 일본 유학을 떠났으며, 스무 살에 이미 《창조》를 창간하고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부유한 환경과 타고난 재능, 예술에 대한 남다른 생각을 가졌던 김동인은 문학의 사회적 의미를 중시했던, 춘원 이광수의 계몽적 문학을 부정하고 철저히 예술로서의 문학을 강조했으며 이러한 생각을 작품 창작뿐 아니라 동인지 창간 등의 문학 활동으로 풀어나갔다. ……(중략)…… 김동인은 이광수의 <무정>과 <재생>, <흙> 등 여러 작품을 분석했는데, 특히 <단종 애사>는 역사적인 사실의 ‘재생’에 지나지 않는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나아가 <단종 애사>에 대해서는 <대수양>을, 이광수의 또 다른 역사 소설 <마의 태자>에 대해서는 <견훤>을 창작하여 자신의 비판 의식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그는 같은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삼더라도 역사와 문학적 상상력의 결합에 따라 작품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려 했으며, 이 점에서 <대수양>은 매우 중요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본문은 “사실과 진실”이라는 본 주제로 들어가 이 두 작품의 성격과 차이를 상세히 소개, 설명한다. 요컨대 이광수가 수양을 일제에 비유하여 우리의 역사를 비련의 역사로 보는 소극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김동인은 충분한 능력을 지녔는데도 잘못된 운명으로 시련을 겪고 왕위를 계승하게 되는 수양을 통해 우리의 잠재된 힘을 끌어내려는 적극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전혀 다른 시각에서 역사를 현실로 끌어왔던 것이다. 문학에서 역사를 수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광수의 <단종 애사>는 ‘역사의 재생’에 불과하다는 부끄러운 평가를 받았다. 문학적 상상력의 빈곤이 문제가 된 것이다. ‘역사’가 아닌 ‘소설’이 되기 위해서는 기록의 수용보다 작가가 능동적으로 역사에서 취하는 진실의 문제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광수는 약자의 입장에서, 또 왕통의 올바른 계승이라는 측면에서 왕조의 기록에 동의하고 있었으니 안이한 역사의식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김동인은 이광수와는 달리 역사적 기록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발견하려고 노력하였다. 본문은 이어 “역사는 사실(史實)이고 기록이고 문학은 진실의 탐색이다”라는 중제로 내용을 이어나간다.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내용. 작가 및 작품 소개와 작품 읽기를 두어 원작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빡순이, 찍순이, 옥순이가 일요일에 창경원(창경궁)으로 소풍을 가려고 전차를 탔다. 그런데 전차에 얼마나 사람이 많았던지, 빡순이는 빠그라지고, 찍순이는 찌그러지고, 옥순이는 오그라졌다.’이 이야기는 1960년대 초에 유행한 우스갯소리이다. 요즈음 유행하는 유머와는 달리, 유치하고 단순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지만 이 이야기 속에는 그 당시 도시 풍경이 잘 나타나 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전차가 다녔는데, 그 전차로 종로에 있던 화신 백화점 구경을 가는 것이 유일한 외출이었다. 지금처럼 무슨 ‘랜드’니 ‘몰’이니 하는 놀이와 휴식 시설이 없던 그때, 휴일에 부모님의 손을 잡고 간 곳은 바로 ‘창경원’이었다. 그곳은 서울에 있는, 아니 전국의 모든 사람들이 유일하게 알고 있는 놀이 공원이자 동물원이었다. 그러니 빡순이 일행이 창경원에 가는 일요일, 전차 안이 그토록 많은 사람으로 붐빈 것도 무리가 아니었을 것이다. 이 이야기 속의 도시는 내 기억의 가장 끄트머리에 있는 서울 풍경이다. ……(중략)…… 이런 도시 공간을 무대로, 도시 특유의 범죄, 폭력, 약물 중독과 같은 병리 현상과 삶의 양식 또는 도시적 생태를 제시하고 관찰한 소설을 ‘도시 소설’이라 한다. 도시가 현대성을 상징하듯,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의 등장은 우리 문학사에 현대성이 출현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이 글은 박태원의 <천변풍경> 도입 부분이다. <천변풍경>과 같은 도시 소설에 대한 설명을 저자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재미난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다. 책은 이렇듯 각 작품의 주제에 따라 내용을, 이론의 나열이 아닌, 관련된 사회 현상이나 공통적 경험, 비슷한 유의 작품들과 접목시켜 재미나면서도 간결하게 풀어놓고 있다. 학생들이 읽기에 너무 교양적이지도, 일반인 독자들이 읽기에 너무 학습적이지도 않은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또한 각 작품별로는 도입 부분에 작가 및 작품이 개략적으로 소개하고, 말미에는 논의된 주제에 맞는 작품의 한 부분을 인용해 원작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높이고 있다. 교과서·대입에 등장하는 작품들, 학자들이 인정한 문학 작품 책에 소개된 작품들은 교과서에 나오고 시험에 출제되고 있는 소설들이다. 교과서에 나오고 시험에 출제되었다는 것은 얼핏 보면, 또 학습과 연관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한편으로, 학계에서 이 작품들을 얼마나 높은 평가하고 있는지를 검증해 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한국인으로 태어났다면 이런 작품들을 한 번쯤 읽어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