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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9년 전
낯선 변화들 Unexpected Changes 나를 위로하는 상처 Comforting Sorrows 작별 의식 How to Say Goodbye 삶은 계속된다 Life Goes On 에필로그 _ 마음껏 슬퍼할 권리 : 샐리 샌본의 회상 옮긴이의 글 _ 떠나는 자와 보내는 자, 모두에게 아름다운 선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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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위로하면서 말한다. 슬퍼하지 말라고, 이겨내라고, 툭툭 털고 일어나라고. 그러나 한번 찾아온 슬픔은 삶 속에 섞여서 매일, 매월, 혹은 매년,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그러니 울지 말라는 것은 위로가 아니다. 그 대신 마음껏 울라고 하자. 그립다고, 슬프다고 말해도 괜찮다고 알려주자. 제발 그들의 ‘슬퍼할 권리’를 빼앗지 말자.
--- 에필로그, ‘마음껏 슬퍼할 권리’ 중에서 인생이라는 영화 한 편에는 기쁜 장면도 슬픈 장면도 모두 다 섞여 있다. 그래서 기쁜 곳만 바라보고 슬픔이 올 때 한쪽 눈을 감아버린다면, 영원히 미완성인 채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안녕, 아빠》는 자신은 물론이고 어린 아들에게도 인생의 슬픔을 마주볼 기회를 주는 한 어머니의 기록이다. 기쁨의 환희, 슬픔의 애상 등을 마음창고에 빼놓지 않고 담아두어야 훗날 꺼내어보고 자신의 삶을 더 충실히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 예기치 못한 이별은 너무 아프다. 떠나보낼 준비가 안 됐는데, 못 다한 말이 많은데, 이렇게나 그리운데 앞으로 다시는 볼 수 없다니. 떠나는 자와 보내는 자, 모두에게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후회를 남기지 않는 것이고, 그러려면 슬픔을 마주 볼 수 있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겠지. 바로 패티네 세 식구가 그랬던 것처럼. --- 옮긴이의 글 중에서 그날 밤 남편과 아들이 잠을 자는 사이 조용히 일어나 컴퓨터를 켜서 ‘글리오블라스토마’를 검색했다. 모니터에 나타난 검색 결과를 한 자 한 자 읽어 내려갔다. ‘환자의 모든 기억과 신체 활동 능력이 서서히 소멸된다.’ 갑자기 남편의 휠체어와 아들의 유모차를 낑낑대며 밀고 있는 내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임신한 친구에게 유모차를 주어야겠다고 중얼거렸다. 두 개를 동시에 밀 수는 없을 테니까. --- p.17 “부모를 잃게 될 아이에게는 세 가지를 이야기해 주어야 해요.” 샐리의 목소리도 침착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나만 빼고 다들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먼저 부모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사실대로 말해 주세요. 만약 병에 걸린 것이라면 반드시 병명을 말해주셔야 하구요. 마지막으로 의사 선생님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그들이 부모님에게 가장 좋은 약을 줄 것이라고 믿음을 주세요.” 나는 전화를 끊고 아이의 방으로 갔다. “제이크.” 아들과 함께 자리를 잡고 앉아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쉬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빠가 머리에 병이 생겼어. 종양이라고 하는 거야.” 제이크가 “총양” 하고 혀를 꼬부려 따라했다. 그래서 우리는 새 단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병의 이름, 죽음에 관한 단어, 그리고 이 모든 것과 함께 살아가는 삶에 관한 언어 등을 말이다. 제이크가 ‘티란노사우루스 렉스’라는 단어를 배우게 되면 ‘글리오블라스토마(뇌암 병명)’도 틀리지 않고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 p.25 “아빠가 곧 숨쉬는 걸 그만두실 것 같아.” 내가 손을 내밀자 제이크가 내 손을 잡았다. 아이는 남편의 침대로 올라가 아빠 얼굴에 뽀뽀를 했다. 그리고 남편은 숨을 멈추었다.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아빠는 이제 생일 파티 못하겠네.” 아이가 심각하게 말했다. 그리고 침대에서 내려와 아빠에게 마지막으로 재주넘기를 보여주었다. 나는 예전에 적어서 전화번호부에 끼워두었던 장례식장 번호를 찾아내어 전화를 걸었다. “지금 바로 찾아 뵙겠습니다.” “아니, 아니요. 두 시간 뒤에 와 주세요.” 밖에서는 여름 밤의 열기를 식히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 두 시간을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다. 제이크와 나는 남편과 함께 한 방에 있었다. 이상할 정도로 평화로웠다. 밖에서는 천둥이 치고 안에서는 제이크가 계속해서 재주를 넘었다. --- p.151 <세서미 스트리트 Sesame Street>에서 가게 주인 역할로 나오던 후퍼 씨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제작진 사이에서 논쟁이 일었다. 만 6세가 안 되는 어린이 시청자들에게 죽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회의가 계속해서 열렸고 여러 가지 방안이 검토되고 열띤 토론이 진행되었다. 후퍼 씨가 여행을 떠났다는 내용의 대본을 만들까? 몰래 새 배우를 교체하면 아이들이 모르지 않을까? 그들의 결정은 다음과 같았다. 하나, 후퍼 씨 역할을 맡은 배우가 죽었다는 내용의 대본을 쓴다. 둘, 후퍼 씨가 죽어서 슬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셋, 후퍼 씨가 그립고 보고 싶다고 말한다. 거짓말은 없었다. 특별히 정교할 것도 없는 해법이었다. 제이크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며 아빠를 찾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럴 때면 내 마음은 찢어지는 것 같았다. 내 아이가 이 고통을 이겨낼 수 있을까? 어떻게 위로해 주지? 그런데 샐리(아동상담가)의 충고를 들은 뒤 간단한 질문을 던져보았다. “아빠가 있으면 어떻게 할 건데?” 제이크가 울음을 멈추고 또박또박 대답했다. “목말을 태워달라고 할 거야!” 아이의 바람은 간단하고 구체적인 것들이었다. --- p.176 “이제 아빠가 생각이 안 나.” 아이는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라고?” “아빠 목소리도 기억이 안 나. 엄마, 나 레모네이드 한 잔만 갖다 줘.” 존 F.케네디 주니어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이 백악관에 살 때 진짜로 아버지의 책상 아래 앉아서 놀았었는지 아니면 이런 사진들이 자기의 기억을 만들어냈는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레모네이드를 따르며 나는 혼자 웃음을 지었다. 이것도 하나의 과정임을 그제야 어렴풋이 깨달았다. 아마 15년쯤의 시간이 흐르거나 노인이 되었을 때 제이크에게 남아 있는 아빠에 대한 기억들이 있겠지. 어쩌면 그때가 제이크에게는 추억을 더듬어야 할 적당한 시기일 것이다. 지금이 아니라……. --- p.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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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하고 그리울 때 마음껏 슬퍼하라
그러면, 사랑은 상실을 넘어 추억이 된다 단란한 세 식구의 일상에 닥쳐온 남편의 시한부 판정 소식 어린 아들과 아내가 ‘아빠와의 이별’을 준비했던 마지막 1년 동안의 실화 ■ 자신의 슬픔을 다독이며 치유해가는‘정직하고 감동적인 작별 일기’ 《안녕, 아빠》는 소설가 패티 댄이 결혼 10년째에 맞닥뜨린 남편의 시한부 판정과 죽음까지, 그 1년 동안의 상실의 과정을 사실적이고 절제된 문체로 풀어낸 실화 에세이이다. 출간 이후 오프라 윈프리가 발행하는 매거진 《O》를 비롯해서 《뉴욕 타임스》,《시카고 트리뷴》 등에서 극찬받았다. 이 에세이가 특별한 이유는 죽음같이 무거운 단어는 언급조차 꺼리는 일반적인 방식에서 벗어나서 죽음을, 그것도 ‘가족의 죽음’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자가 암에 걸렸을 때 상대방이 느끼는 슬픔 속에는 배신감도 있다고 한다. 둘이 함께 설계했던 아름다운 미래를 암이, 암에 걸린 배우자가 망가뜨렸다는 원망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패티 댄은 ‘사랑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을 원망과 절망 속에서 보내기보다는 모두에게 위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죽음을 앞둔 남편, 남겨질 자신, 또한 너무 어려서 아직 죽음을 이해하기 힘든 아들 제이크까지 모두 함께 죽음을 이야기하고 함께 슬퍼하고 서로 위로하면서 이별을 준비했다. 정직하게 슬픔을 들여다보는 패티 댄의 경험은 우리에게 ‘가슴 아프지만 대면해야만 하는’ 상실, 이별, 죽음을 말하는 올바른 방식을 보여준다. ■ 숨김없이 이야기하면서 치유되는 상처 그리울 땐 마음껏 슬퍼하라, 사랑은 상실을 넘어 추억이 된다 언제부터인가 남편이 볼펜, 클립같이 일상적인 단어들을 하나씩 잊어버리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싶은 순간 뇌암 판정이 내려지고, 이제 아내의 일상은 보호자로서의 책임감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 사이에서 위태롭게 이어진다. 하지만 ‘사랑하는 남편’ 대신 병마 때문에 성격이 변해가는 ‘낯선 남자’를 볼 때면 어쩔 수 없는 절망감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네 살짜리 어린 아들에게 아빠의 죽음을 알려줄 생각을 하면 그냥 어디론가 멀리 도망가버리고 싶다. 이렇듯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죽음을 알려줘야 할 때 당황한다. 그래서 키우던 애완 동물이 죽었을 때조차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어디 놀러나갔나 봐”라고 얼버무리거나 혹은 아예 얘기도 꺼내지 못하게 무섭게 군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어차피 커가면서 금방 잊는다’는 변명으로 정당화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죽음을 민감하게 감지할 뿐만 아니라 그 기억들을 평생 간직한다. 그러니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인 부모의 죽음을, 어느 날 갑자기 엄마나 아빠의 모든 물건이 사라진 집안 풍경을 본다거나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통해서 알게 되는 상처는 평생을 따라다니는 트라우마가 된다. 《안녕, 아빠》는 ‘죽음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슬픔과 고통을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배려’라고 말한다. 가슴속에 쌓아두지 않고 표현해내도록 이끌어주고, 혼란스러운 감정이 들어도 괜찮다고 다독여주는 방법을 섬세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 우리가 셋이던 특별한 시간들을 기억합니다 만남이 그러했듯이 헤어짐도 예측할 수 없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하였기에, 둘이 된 우리는 당신을 추억합니다. 안녕, 당신. 안녕, 아빠 ■ 가족은 모든 감정을 이해하고 보듬어내는 울타리다 《안녕, 아빠》의 패티네 세 식구는 생물학적인 의미에만 보자면 한 공간에 사는 동거인에 불과할 뿐이다. 네덜란드에서 목사님의 아들로 자라난 남자 빌럼과 미국에서 유대교인으로 성장한 여자 패티, 그리고 리투아니아에서 입양한 아들 제이크. 하지만 그들은 누구보다도 깊고 강하고 끈끈한 가족애를 보여주고 있다. 사랑에 빠진 달콤한 순간부터 예기치 않았던 이별의 씁쓸함까지, 모든 것을 이해하고 서로를 보듬어내는 사랑이야말로 가족을 감싸는 든든한 울타리인 것이다. 《안녕, 아빠》는 가족에 대한 전통적인 정의에만 얽매어 있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가정이 무엇인지, 가족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