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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에 부쳐|송영승
서문|이대근 1장 민주화 20년, 한국 지식인의 풍경 지식 찍어 내는 사회, 지성은 숨 쉬는가 한국 지식인의 풍경 지금 왜 지식인이 문제인가|장석만 대의 불가능한 사회의 지식인|고병권 2장 지식인, 지금 그들은 어디에 서 있나 한국 지식인의 이념 분포 1987년 이후 지식인상의 변화|박헌호 한국 사회에 영향을 준 지식인 한국의 지성 ‘금서’가 키웠다 3장 지식인이 말하는 지식인의 위기 지식인의 위기인가 몰락인가 자본ㆍ시장ㆍ서구 편향이 ‘지성’을 목 조른다 이상한 나라, 한국의 지식사회|박노자 4장 정치권력과 지식인 정권과 지식인 지식인의 현실 참여, 그 복합적 의미|김우창 선거와 지식인의 줄 서기 폴리페서: 정치권력과 지식인|윤해동 노무현의 ‘위원회 정부’와 지식인|전영평 5장 경제권력과 지식인 ‘기업 장학금’ 유혹에 소신은 어디로? 기업 식민지, 대학 재벌 앞에 ‘자기 검열’ 빠져 드는 지식인|김상조 6장 문화권력과 지식인 혀와 글로 얻은 ‘명성’으로 정치와 손잡다 문화권력, 어떻게 만들어지나|이동연 7장 시민운동과 지식인 시민운동과 지식인 참여 시민 없는 시민운동은 없다|박상필 8장 정책지식과 지식인 국가와 자본이 만드는 정책지식 독립적 민간 싱크탱크 필요|손석춘 9장 지식인 생산 공장 미국, 그리고 학술진흥재단 지식의 종속성과 미국 미국 기업 기준이 한국 학문 ‘쥐락펴락’ 국가의 학술 지원과 학문의 창의성: 학술진흥재단의 명암 지식 체계 종속 깨져야 한국 정치도 바뀐다|홍성민 10장 지식사회의 새 경향, 대중지성 대중 앞의 지식인, 대중 속의 지식인, 그리고 대중 지식인 지식인이 사라진 시대의 지식투쟁|고병권 다중지성이란 무엇인가?|조정환 11장 [좌담] ‘지식인의 죽음’을 넘어|남재일, 박헌호, 윤해동, 장석만, 차병직 후기 인명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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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금기, 지식인 사회의 실제를 해부하다
한국 사회에서 정치인이나 관료 집단 못지않게 문제 많은 집단의 하나는 대학을 비롯한 지식사회다. 그런데 그게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 일을 누군가 해야 했다. 그 첫 번째 장을 <경향신문>이 기획기사를 통해 열었고, 그 결과를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한마디로 말해 이 책은 그 양과 질에서 우리 언론 사상 최초로 시도한 지식인에 대한 본격적인 탐구다. 현장의 기자들이 악전고투 끝에 만든 지식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서이자 변론문이다. 2007년 4월부터 9월까지 4개월이 넘는 연재 기간 동안 지식사회를 긴장시킨 지식인 건강진단서다. 한국처럼 학문 내지 지식에 대한 보상체계가 각별한 사회는 흔치 않다. 정치권은 늘 학자와 전문가를 우대했다. 정부마다 이들을 동원해 각종 위원회와 자문기구를 만들었다. 지식사회, 지식경제는 기본이고 지식기반이니 신지식인이니 하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언론 역시 스스로의 판단을 이들 지식인의 권위를 빌어 기사화하곤 했다. 이 책의 발간사에서 송영승 경향신문 편집국장이 지적하듯, “한국 언론의 대학에 대한 일종의 지적 콤플렉스는 유독 심하다.” 지식인은 사회적 지위나 명예, 권위에 있어서 누구에게도 쉽게 도전받지 않는 특권을 향유해 왔다. 사회적 견제가 약하다고 해서 지식인 집단 내부에서 자기 조정 내지 자정 능력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논문 중복 게재, 정치적 소신 뒤집기는 예사가 되었다. 학자적 양심이라는 용어가 무색하게, 심각한 표절행위를 한 교수가 대학 총장이 될 수 있는 것이 한국 사회다. 학문 활동에 전념하는 지식인이 무능하게 평가되고, 누가 더 기금을 많이 끌어올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게 평가된다. 오늘날의 대학은 최고의 성장산업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학문의 전당도 아니고, 비판적 지성이 살아 숨쉬는 곳도 아니다. 그러다보니 지식인이 누리는 정치적·사회적 영향력과 권력의 크기는 학자적 양심과 반비례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지식인 집단과 대학의 현실이 이렇게 되도록 어떻게 방치될 수 있었을까? 이 책이 마주하는 문제는 근본적이고 도전적이다. 왜 지식인의 죽음인가 한국 사회에서 지식인을 그저 학문의 영역에서 기능하는 엘리트로만 생각하면 잘못이다. 이 책의 “서문”에서 강조하고 있듯이, 한국의 지식인은 “특별한 계급”이다. 학벌 체계의 수혜자로서 다른 부분의 엘리트들과 쉽게 친분을 맺을 수 있는, 한국 사회에서는 무시 못할 연고 자본을 보유한 특권층이자 기득권에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최고 엘리트들이기 때문이다. 민주화 이후 지식인 사회는 크게 변했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 지식인은 나름대로 시대적 소명 의식과 도덕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다. 독재권력에 타협하지 않고 학문 연구와 후학 양성을 통해 진리와 정의를 나름대로 일치시키고자 한 지식인도 있었다. 보다 적극적으로 민주화의 대의를 위해 실천하기도 했다. 민주화와 더불어 지식인은 그런 의무감으로부터 해방되었다. 공직을 맡거나 정부에 참여하는 일 때문에 눈총을 받는 일은 없어졌다. 그러기는커녕 부러움과 따라 배우기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면서 과거와 같은 지식인을 찾아 보기는 어려워졌다. 물론 이 책이 과거와 같은 “저항적 지식인 상”에 대한 낭만적 노스탤지어를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 지식인 문제를 공직 참여나 정치 참여에서 찾는 것도 아니다. 민주화되고 다원화된 사회에서 지식인의 분화는 불가피하다. 또한 지식인의 정치 참여는 필요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것이라는 점도 인정한다. 문제는 분화와 참여가 아니라 “지식인과 권력이 서로 관계 맺는 방식”에 있다. 다시 말해 문제의 핵심은 지식사회가 권력에 의해 식민화되거나 아니면 거꾸로 지식이 영향력 획득을 위한 투자처가 되는 현실에 있다. 대부분의 지식인들이 다른 영역의 엘리트들과 다름없이 평범해지고, 영악해지고, 무규범적으로 행동한다면, 그간 지식사회에 부여했던 존경과 권위의 위임은 이제 철회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한마디로 이 책은 지식인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워짐에 대한 우리 사회의 비판적 문제의식을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보고서다. 이 책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이 책의 내용을 구성하게 된 경향신문의 특별기획팀은 2007년 3월 초 구성됐다. 연재에 들어가면서 특별취재팀은 ‘담론을 담론으로 전하지 말자’ ‘코멘트와 현장 케이스로 풀어내자’ ‘데이터를 직접 만들자’ 등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기획 보도 원칙을 정했다. 엑셀 프로그램 등을 이용한 보도 기법도 적극 활용했다. ‘지식인 지도’,‘문민·군사 정권 넘나든 장·차관 분석’,‘지식인 설문’,‘해외 박사 분석’ 등이 그 결과물이다. ‘지식인 저널리즘’의 접합도 시도했다. 특별취재팀의 기사를 메인으로 하면서 외부 기고를 한 면에 배치했다. 기고자들에게는 저널리즘적 글쓰기를 요청했다. 기고자의 사진을 쓰지 않고, 이름과 직책을 기고 끝에 바이라인으로 처리했다. 기사가 연재되는 동안 지식사회, 특히 교수들의 반향은 컸으며 그들은 가장 열렬한 독자들이었다. 연재 기간이 2007년 대통령 선거와 겹쳐 더욱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일반적으로 선거 국면에서 지식인들의 일그러진 모습이 한층 더 두드러지게 마련이다. ‘폴리페서’(polifessor)라고 불리는 지식인들이 대선 캠프를 기웃거리며 자기 자신의 학문적 소신과 무관하게 정치권력에 줄을 대는 행태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쏠릴 즈음에 지식인 문제가 공론화됨으로써 주목도가 높아진 것이다. 언론의 반응도 뜨거웠다. 월간 <신문과 방송>(2007년 6월호)은 “긴 호흡으로 민주화 20주년을 굵직굵직하게 다룬 탐사 보도”라며 “설문 조사, 인터뷰, 통계 분석 등 다양한 보도 기법을 동원했다”고 평가했다. 계간지 <문학과 사회>(2007년 여름호)는 문학평론가 남재일의 “지식인의 죽음, 그 욕망의 수사학”이라는 글을 통해 “경향신문 특집은 지식인이란 사건적 가치가 떨어지는 주제를 장기 시리즈로 다룬다는 점에서 상당한 저널리즘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KBS 국제방송 라디오 <뉴스매거진>은 “한국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지식인” 보도 이후 취재팀을 연결해 주요 내용을 내보냈다. 『민주화 20년, 지식인의 죽음』은 2007년 7월 경향신문 사내 ‘기획상’을 수상했다. 같은 달 한국기자협회의 ‘제202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부문’에도 선정됐다. 이어 11월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의 ‘올해의 가톨릭 매스컴상 신문 부문’에도 뽑혔다. 세 명의 특별취재팀원은 그해 12월 환경재단이 선정하는 ‘2007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에 들어갔다. 그리고 2008년 1월 한국기자협회 ‘제39회 한국기자상’을 수상했다. 연재 기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책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2008년 1월이었다. 전체 내용 구성에 있어서 체계성을 벗어나는 기사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기사에서는 축약할 수밖에 없었던 내용은 전문을 살렸다. 그 결과 기사로 연재된 내용 못지않게 한국 사회 지식인의 모습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완결된 책을 만들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