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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머리에
1. 르네의 바다- 불문학자 김현 2. 정지된 세계의 알레고리- 이청준의 소설 <자유의 문>에 대해 3. 역사의 어둠과 어둠의 역사- 고은론 4. 삶의 세부 또는 희망- 김원우론 5. 육체 지우기 또는 기다림의 실천- 김정란의 시집 <매혹, 혹은 겹침>에 부쳐 6. 여린 눈으로 세상 보기- 이성복의 시집 <호랑가시나무의 기억>에 대해 7. 딸과 사막과 어머니의 서울-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까지의 김혜순 8. 세 번쨰 선택- 오탁번의 시집 <겨울강>에 부쳐 9. 어둠의 중심에서- 조정권의 시집 <신성한 숲>에 부쳐 10. 생명주의 소설의 미학- <토지>의 문학성 11. 아버지에 관하여- 송재학의 시집 <푸른빛과 싸우다>를 읽고 12. 잘못 든 길이 지도를 만든다- 강연호의 시집 <비단길>에 부쳐 13. 누추한 과거 순결한 기원- 최정례의 시집 <내 귓속의 장대나무 숲>에 부쳐 14. 이름 붙일 수 없는 것에 대해- 오세영의 시집 <하늘의 시>에 부쳐 15. 허망한 나라의 위대한 기획- 진이정의 시집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에 부쳐 16. 불행을 확인하기- 이수명의 시집 <새로운 오독이 거리를 메웠다>에 부쳐 17. 새는 새벽 하늘로 날아갔다- 오규원의 시집 <길, 골목, 호텔, 그리고 강물소리>에 부쳐 18. 자부심을 지닌 삶과 소박한 시- 신경림의 시집 <길>에 관해 19. 절구와 트임의 시학- 범대순의 절구 시집 <아름다운 가난>을 읽고 시 쓰는 노동과 노동하는 시- 유용주의 시집 <크나큰 침묵>에 부쳐 20. 죽음에 관한 두 시집- 이상호의 <뉴욕 드라큘라>와 남진우의 <죽은 자를 위한 기도> 21. 운명 만들기 또는 만나기- 전경린의 소설집 <염소를 모는 여자>에 부쳐 22. 몸으로 시를 쓴다는 것은 23. 미래에서 현재를 보기 또는 방법적 시선- 이대흠의 시집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에 부쳐 24. 혼자 가는 길- 성미정의 시집 <대머리와의 사랑>에 부쳐 25. 강인한 정신의 서정- 김명인의 시집 <바닷가의 장례>에 부쳐 26. 단정한 기억- 나희덕의 시집 <그곳이 멀지 않다>에 부쳐 27. 소설. 수필. 시- 이문구의 <관촌수필>을 다시 읽으며 28. 시의 우주적 상상력에 대한 작은 메모 29. 가장 파동이 작은 노래- 최하림의 시집 <굴참나무숲에서 아이들이 온다>에 부쳐 30. 나무를 보는 사람- 박용하의 시집 <영혼의 북쪽>에 부쳐 31. 인식의 지평과 시간의 깊이- 1990년대 시 관견기 32. 갇혀 있는 생명과 소모되는 생명- 최승호의 시집 <그로테스크>와 김기택의 시집 <사무원> 33. 모국어와 시간의 깊이 34. 난해성의 시와 정치- 김수영론 35. 서정주의 시세계 수록 평전 출전 |
Hwang Hyunsan,黃鉉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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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편향에 관해 말한다면, 나는 순결한 언어들을 좋아했다. 내가 순결하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과 부합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혼신의 힘을 모둔 결단의 말들과 함께 오랫동안 신중하게 주저하는 말들을 좋아했다. 나는 비명과 탄성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것들이 배어나오는 말들이나 그것들을 힘주어 누르고 있는 말들을 좋아했다. 나는 말이 거칠다고 해서 비난하지 않았다. 한 정신이 비범한 평정 상태에 이르러 그 지경을 모방하여 얻어낸 유려한 말들에 나는 종종 귀를 기울였지만, 그보다는 그 상태를 증명해주는 다급한 말들의 신질을 믿었기 때문이다. 나는 또한 장난치는 말들, 판을 깨는 말들도 좋아했다. 하던 일을 진중하게 계속하는 사람은 늘 찬양을 받아야 하지만 때로는 손에 쥔 것을 털어버리고 일어나 기약 없는 땅에 한 걸음을 내딛는 것도 용기 있는 일이다. 그러나 나는 땀내가 나는 말들을 가장 좋아했다. 그 말들은 어김없이 순결하다.
나는 개인에 대한 관심과 역사에 대한 관심 사이에서 내내 망설였다. 자신을 깊이 성찰하여 마침내 다른 것이 되는 인간들에게 나는 늘 매혹되곤 했지만 그들이 제 안에서 발견한 다른 것은 벌써 세계에 대한 연대의 표현이었다. 그들의 다른 것은 우리 개인들이 각자 주체의 얼굴로 분열되기 이전의 거대한 자아일 뿐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세상이 역사적 위기를 겪으며 그 질을 바꿀 때 찬란한 문학적 광휘를 목격할 수 있었지만, 그 빛은 고독한 의식의 자기 변화라는 형식에서 그 첨단을 얻어내는 것이 또한 사실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망설임이 결단의 유보라기보다는 오히려 결단 그 자체라고 생각할 때가 많았다. 나는 분석하기를 좋아하였지만, 심리 비평이나 기호학 같은 '과학적' 방법을 크게 신뢰하지 않았다. 이런 방법들은 모든 것을 분류하고 분류된 것에 단일한 얼굴을 부여한다. 그 밑에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고, 게다가 은폐되어 있다. 진정한 분석은 분석되지 않는 것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거기에 한 정신의 고통이 있고 미래의 희망을 위한 원기가 있다. 분석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그 원기를 사랑하였다. 그러고보면 나의 분석은 내가 말을 걸고 싶은 작가들에 대한 내 존경과 사랑의 표현이었던 것 같다. 내 글이 비록 부족하지만, 이 존경과 사랑은 아주 늦게라도 전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 책 머리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