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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1부 나는 관계를 맺는다, 고로 존재한다 1 매 맞는 아이들 2 엄마가 처음으로 따뜻이 손을 잡아준 저 빛나던 일요일 3 “그날 그 춤으로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4 ‘삶의 희망’을 의미하는 ‘쓰레기’ 5 일찍 부모를 여읜 아이들의 애도와 우울 6 아이를 학대 가정에 남겨둘 것인가 격리시킬 것인가 7 “난 이 힘없는 할머니를 도와드려. 그래서 정말 뿌듯해” 8 아이 자신인가 환경인가 9 에스텔의 ‘슬픈 행복’ 10 16세기 스위스의 한 거리의 아이가 유럽의 지식인이 된 이야기 11 과거에 배운 희망이 미래를 꿈꾸게 해준다 12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는 권리를 주자 13 내 영혼이 죽음에까지 갔었기에…… 14 찢긴 자아를 궤매는 ‘이야기하기’ 15 현실의 각인과 기억의 탐색 16 “날 유괴한 사람은 ‘흑인’이에요” 17 학교, 한 문화가 아동기를 바라보는 시각의 집약소 18 “친구들 때문에 학교에 가요” 19 내 집은 나의 성이니…… 20 날 따뜻이 보살펴주신 부모님을 위해…… 21 서로의 인격을 형성하는 아이들 22 아이의 인생을 바꾸는 선생님의 작은 몸짓 23 “어떻게 감히 공부란 걸 할 수 있지?” 24 깡패와 깡패에 맞서는 아이, 그리고 참고 견디는 아이들 25 요새이자 감옥인 몽상 26 흥미로운 모험의 장소이거나 끝없는 고통의 장소인 학교 27 부모의 부모 노릇을 하는 아이들 28 “나는 내 자신을 바쳐 자유를 사는 거야” 29 애어른 되기로부터 아이들을 구해내기 30 아픈 과거를 이야기하는 것이 왜 그토록 즐거운가 2부 설익은 과일, 성에 눈뜰 시기 31 어떤 대답이라도 생각해내라. 그리고 그 대답이 이미 주어졌음을 명심하라 32 몽상은 보호의 수단, 섬세한 저울이다 33 “난 원래 공주님이었어. 이 집에는 납치되어 온 거야” 34 그림자의 무게를 느낄 때 당신은 무엇을 하는가? 35 자기 안에서 또 다른 친구를 찾기로서의 글쓰기 36 나는 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37 “넘어져서 아픈 척해야지. 엄마가 놀라 달려오게” 38 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거짓말쟁이 39 『해리 포터』의 아이들 40 자기가 꾸며낸 이야기에 갇힌 사람 41 군대에서 쫓겨난 허풍쟁이가 슈퍼스타가 되기까지 42 12살짜리 퇴역군인 43 생존을 위한 폭력, 쾌락을 위한 폭력 44 영웅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화 있으라 45 영웅이 필요한 상처 입은 아이에게 복 있으라 46 다이빙대 위에 선 하이 다이빙 선수의 불안 47 가장 강인한 자조차도 뛰어드는 것을 두려워한다 48 개고기 찌꺼기 섞인 국수 한 접시 49 “난 희생자였답니다. 말도 못 할 고초를 겪었죠” 50 움츠러든 아이의 마음을 따스하게 데우기 51 첫사랑은 실험실 52 죽음과 이혼을 대하는 아이들의 자세 53 엄마에게 되돌려 보내져 회복의 기회를 놓친 쥘리에트 이야기 54 “생각하지 않을 거야. 그럼 덜 괴로우니까” 55 “노트르담 성당은 나의 예배당이다” 56 정서적 안정과 사회적 책임은 회복의 일차적 요소이다 결론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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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란 우리가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쉽지는 않지만 언제나 가능한 일이지요. 결코 다시 일어설 수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저자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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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들, 삶을 온통 지옥으로 만든 사람들
세기의 미녀이자 한 시대의 섹스 심벌 마릴린 먼로. 「미운 오리 새끼」를 비롯한 여러 아름다운 동화로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작가 안데르센. 이 두 사람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모진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는 것이다. 마릴린 먼로는 버려진 여인의 사생아로 태어나 어린 나이에 고아원에 맡겨지고 이어 몇 군데의 위탁 가정을 전전해야 했다. 안데르센 역시 자기 어머니에게서 매춘을 강요당했던 여인에게서 태어나 일찌감치 부모를 여의었으며, 어릴 때부터 툭하면 폭력이 자행되던 공장에서 일해야 했다. 그러나 성인이 된 두 사람의 운명은 판이하게 달랐다. 마릴린 먼로가 몇 차례의 결혼과 이혼, 수많은 염문 끝에 젊은 나이로 비운의 죽음을 맞았던 반면, 안데르센은 아름다운 동화들을 써내면서 자신의 동화 주인공 ‘미운 오리 새끼’처럼 눈부신 백조가 되어 찬란히 날아올랐다. 심지어 안데르센은 다음과 같이 말하기까지 했다. “나의 삶은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이다. 풍요롭고도 행복한.” 무엇이 이렇듯 이들의 운명을 갈라놓았을까? 현재 프랑스를 대표하는 정신분석가 중 한 사람인 보리스 시륄닉은 이 두 사람의 엇갈린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출발점 삼아 트라우마(정신적 상처)와 그로부터의 회복에 대해 감동적이고도 깊이 있는 탐구를 펼쳐나간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둘 중 한 사람꼴로 트라우마라고 할 만한 사건을 경험하며 그중 열 명에 하나는 그 상처에 갇혀 평생을 보낸다고 저자는 말한다. 왜 어떤 사람은 지옥을 경험하고도 그 지옥에서 살아 돌아오고, 어떤 사람은 끝내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삶 전체를 지옥으로 만드는가. 시륄닉은 풍부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선다. 엄마의 극심한 학대로 사회 기관에 격리되었으나 어느 일요일 엄마가 찾아와 손을 꼭 잡아준 덕분에 삶의 희망을 찾게 된 아이, 사생아로 태어나 엄마에게 버림받았지만 아이들끼리의 원무 놀이에서 한 소녀가 춤 상대로 자기를 택해주어 삶이 뒤바뀐 사람, 거리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철학 카페 덕에 새 삶에 눈뜨게 된 아이, 힘없는 할머니를 도와주면서 자존감을 되찾게 된 고아 소년들……. 저자가 예로 드는 사례들은 다채롭고도 생생하며 감동적이다. 그리고 이 풍성한 사례들을 통해 저자는 회복을 위한 요소 두 가지를 밝혀낸다. 바로 ‘관계 맺기’와 ‘의미’이다. 유령들이 도사리고 있는 지하실에서 빠져나오기 과거의 유령들은 성인의 내면에 잠재한 어린 영혼에게 끝없이 속삭인다. 여기서 유령들이란 곧 과거에 겪었던 트라우마적 사건과 그에 대한 기억들을 말한다. 이 유령들이 출몰하는 지하실에서 빠져나오는 데는, 앞에서 말했듯이 ‘관계 맺기’와 ‘의미’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맺게 되는 관계에서는 우선 부모와의 관계가 최초의 그리고 일차적인 근간을 이룬다. 그리고 최초로 왜곡되거나 기형적인 관계 맺기를 경험하는 것도 바로 이 부모와의 관계에서이다. 이 책에 제시된 사례의 대부분이 부모와의 관계와 관련된 것들인 것은 이 때문이며, 어린 시절에 부모와 안정적인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이 책 여기저기서 여러 차례 강조된다. 물론 부모의 학대 등으로 생애 초기에 왜곡되고 불안정한 애착 관계가 형성되면 이후의 관계 맺기 방식에도 막대한 차질이 빚어지게 된다. 가령 트라우마로 인해 불안정한 애착 관계를 형성한 아이들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폭력이나 자해와 같은 극단적인 방식으로 대응하게 된다. 그러나 시륄닉은 이와 같이 생의 초기에 형성된 관계 양식이 절대적인 운명 같은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설령 부모와의 관계가 왜곡된다고 할지라도 다른 대체 인물들, 예를 들어 친척, 선생님, 친구들 등을 통해 안정된 애착 관계를 다시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애정을 경험하지 못해 자존감을 잃어버린 아이들에게 자신이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느낌을 줌으로써 이들은 회복의 지원자가 된다. 다른 한편 애정 결핍으로 사랑에 목말라 하는 이들은 타인이 별 생각 없이 보여준 사소한 애정 표현도 인생을 뒤바꿀 ‘사건’으로 경험한다. 앞에서 언급한, 원무에서 소녀에게 선택받은 사건을 계기로 자폐적 상태에서 벗어나 문학 교수가 된 브루노의 사례(3장 “그날 그 춤으로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등에서 볼 수 있듯 말이다. 또 다른 회복 요소인 ‘의미’는 주로 이야기하기 또는 글쓰기라는 방식을 통해 작용하게 된다. 간단히 말하자면 상처로 뒤덮인 과거를 이야기하거나 글로 씀으로써 상처에 의미와 일관성을 부여하게 되고, 그로써 트라우마로 찢긴 자아를 회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유령이 출몰하는 지하실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를 밝은 빛 속에 내놓아 가시적인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비유를 써서 표현한다. 이때 이야기는 반드시 ‘사실’일 필요는 없으며 때로는 허구가 오히려 사실적인 이야기보다 더 훌륭히 ‘진실’을 전달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예술가들은 바로 이처럼 자신의 상처를 자양분 삼아 여러 형식으로 (허구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어 진실을 전하는 이들이다. 예컨대 험난한 인생을 살아온『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은 (진실을 전한다는 의미에서) ‘거짓 허구’를 써내고 있는 것이다(39장『해리 포터』의 아이들). 물론 그것이 비단 예술가들에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야기하기에서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의 태도 또한 커다란 중요성을 지니게 된다. 시륄닉은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그 이야기의 공저자(共著者)이다”라는 말로 이를 강조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상처받은 사람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여 입을 굳게 다물도록 해서도 안 되지만, 그 사람의 이야기를 무슨 절대적인 것이라도 되는 양 신성시해서도 안 된다. 전자가 상처 입은 사람을 고통 속에 방치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이야기를 화석화시켜 이야기하는 사람의 심리적 작업을 방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의 두 가지 회복 요소, 즉 ‘관계 맺기’와 ‘의미’에서는 개개인의 태도 못지않게 사회문화적 요소가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다시 한번 브루노의 사례를 예로 들어보자면, 만약 사회가 사생아는 그런 식의 원무 놀이에 참여할 수 없도록 짜여져 있었다면 브루노는 (적어도 그런 식의) 회복의 기회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사회 시설이 아이를 폭력적인 부모로부터 떼어놓는 데만 치중하고 새로운 관계 맺기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아이는 이러한 격리를 또 하나의 트라우마로 경험하게 된다. 또 사회가 강간당한 여자는 뭔가 행실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을 당했을 것이라고 치부해버린다면, 강간당한 여성들은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다. 이처럼 시륄닉은 상처 입은 사람들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개개인뿐만 아니라 사회문화 또한 정서적 ·관계적 받침대를 마련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이를 기르는 것은 부모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이듯, 상처 입은 사람의 회복에 우리 모두가 어느 정도는 관여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회복은 전적으로 주체적인 것도, 전적으로 타율적인 것도 아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렇게 때문에 회복의 깜부기불은 어디에나, 심지어 가장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삶을 되찾는 사람들, 학업에서 뛰어난 성취를 보이는 전직 소년병들, 새로운 삶에 눈뜨는 거리의 아이들이 나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아동 10명 중 7명이 가정에서 학대를 경험하는 것(여성부 전국 가정 폭력 실태 조사 결과, 2008년 4월 11일자)을 비롯해 수많은 폭력이 난무하는 우리 사회에서 시륄닉의 진단은 경청할 가치가 있을 것이며, 또한 이런 폭력으로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에게 희망의 이유를 제시해준다 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