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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솜씨 좋은 사기꾼들-미술품 위작의 세계
가짜의 자리에서 진짜를 바라보기 -미술품 위작의 성격과 양상 르네상스의 어긋난 후예들 -미술사를 뒤바꾼 바스티아니니와 도세나의 조각 가짜임을 증명하라 -베르메르의 가면을 쓴 판 메이헤런 허위의 삼중주 -드 호리, 르그로, 르사르의 물고 물리는 삼각관계 위작자의 서명 -화상들에게 한방 날린 톰 키팅 어느 쪽이 가짜인가? -위작의 윤리를 내세운 에릭 헵번 반 고흐의 수난 -오토 바커 사건과 <해바라기>위작 논란 제2부 탐욕과 폭력이 결합할 때-미술품 도난의 세계 낭만적인 도둑은 없다 -미술품 도난의 성격과 양상 25년의 도피 -<데번셔 공작부인>을 사랑한 대도 애덤 워스 프로방스의 소란 -도둑들의 표적이 된 예술가들의 고장 문제는 일본? -일본을 바라보는 의혹에 찬 시선 '장군'과 베르메르 -베르메르 작품의 수난사 귀부인의 외출 -사라진 <모나리자> |
LEE, Yeon-Sik,李連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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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작과 도난, 그 기만과 폭력의 역사
최근 미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미술품의 위작과 도난 사례들 역시 심심치 않게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가장 고가로 거래되는 이중섭과 박수근의 작품을 둘러싼 위작 시비가 뜨거운 공방전을 거듭하며 시시비비에 대한 논란이 지금도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사정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반 고흐의 <해바라기>를 둘러싼 위작 논란이라든지, 루브르에 걸려 있는 <모나리자>가 진품이 아니라는 속설까지 다양한 양상을 띠고 나타난다. 이와 함께 명화들이 허무하게 도난당하는 사례들이 곧잘 보도되곤 하는데, 최근 뷔를레 재단에서 도난당한 반 고흐나 세잔의 작품들은 그 규모나 작품의 유명세로 인해 언론에 집중 보도된 바 있다. 이처럼 미술품의 도난과 위작은 미술계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재앙이지만 미술계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흥미진진한 사건이다. 당연히 대중들은 어떤 작품이 어떤 식의 평가를 받았다는 내용보다는 유명한 미술품이 경매에서 얼마에 팔렸다거나, 몇몇 작품들이 위작으로 판명되었다거나, 혹은 괴한들이 미술관에 침입해 유명한 작품들을 훔쳐 달아났다는 등의 내용에 관심을 갖는다. 이들 뉴스는 미술계와 대중을 잇는 가장 강력한 매개체가 바로 돈과 권위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경매에서의 고가낙찰이 미술의 신화적인 권위를 만방에 과시하고, 그러한 권위를 공고히 하는 기제라면, 위작과 도난은 그러한 권위를 뒤흔드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모나리자>가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된 것은 <모나리자>의 작품 가치가 점점 높게 평가되어서라기보다는 1900년 초에 <모나리자>가 도난당한 사건이 큰 계기가 되었다든지, 전문가의 감식안을 조롱하듯 위작이 진작과 다름없이 박물관 등에 고가에 팔렸다는 사실 등이 이를 증명한다. 이 책은 미술계를 뒤흔들었던 위작과 도난의 사례를 통해, 미술품과 미술계의 모습을 보다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술에서의 위작과 도난의 역사는, 바꿔 말해 미술에 대한 기만과 폭력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미술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처럼 보이는 이러한 사건들은 오히려 엄청난 가치를 창출하는 미술품의 불가사의한 능력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그 진정성을 둘러싼 베일을 한 꺼풀 벗겨내는 데 일조한다. 책에 분명하게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이 책의 구상은 2000년 무렵부터 국내에서 번역, 출간되어 상당한 관심과 인기를 끌었던 일본 만화 『갤러리 페이크』에서부터 출발한다. 『갤러리 페이크』는 미술계에서 벌어지는 위작과 도난에 대한 신기하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소개했지만, 연재만화라는 형식에 맞춰 극적인 성격을 부각시키다 보니 미술품 자체와 관련된 내용의 깊이와 엄밀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었다. 저자는 『갤러리 페이크』가 만화라는 형식을 통해 담은 위작과 도난에 대한 흥미진진한 내용을 좀 더 사실적이고 체계적인 미술사 지식과 연결시켜보려는 구상을 하게 되었고, 결국 한 권의 책으로 그 결실을 이루어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갤러리 페이크』에 담긴 내용을 재구성한 것이 아니다. 저자는 철저한 자료 조사를 통해 미술사와 긴밀히 연결되는 실제 사건들을 추리소설 쓰듯 흥미진진하게 풀어간다. 특히 실제로 그림을 그려본 경험을 살려, 미술품 감식에 대해 날카로운 분석을 전개하는 저자가, 에릭 헵번이 카미유 코로의 소묘를 흉내 내어 그린 그림과 코로의 진품을 비교 설명하면서 진품과 위작을 구별하는 기준을 제시하는 대목은 흥미진진하다. 또한 영화에 관한 책을 쓸 만큼 영화에 대해서도 일가견이 있는 저자는 도난과 위작 사건이 모티브가 된 영화들도 소개하고 있어 흥미롭다. 이를테면, 숀 커너리와 도널드 서덜랜드가 주연한 <대열차강도>가 빅토리아 시대를 풍미한 범죄자 애덤 워스를 모티브로 했다든지, 베르메르와 게인즈버러 등의 작품을 대거 훔쳐간 카힐 일당의 이야기가 존 부어맨 감독의 <제너럴>로 만들어졌다는 등의 이야기들은 우리가 잘 몰랐던, 미술과 영화를 오가는 새로운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