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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프롤로그 1장 최초의 티베트인 2장 위대한 황제의 등장 3장 티베트 제국과 불교 전파 4장 쇠퇴, 반란, 혼돈의 시대 5장 불법의 귀환, 승단의 탄생 6장 몽골의 지배와 문제의 씨앗 7장 원대한 계획: 초대에서 4대 달라이 라마까지 8장 5대 달라이 라마와 만주족의 부흥 9장 잠에 빠진 보살들: 6대에서 12대 달라이 라마까지 10장 거인들의 손아귀: 13대 달라이 라마 11장 운명의 무게: 14대 달라이 라마의 어린 시절 12장 피와 가시밭: 중국 점령하의 삶 13장 우리가 가진 무기는: 망명 이후 에필로그 ―「달라이 라마가 저자에게 보낸 편지」 주(註) 참고문헌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
Thomas La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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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는 아무런 대답 없이 눈빛만 바꾸어 내 말을 기다렸다.
“티베트의 역사를 서술한 뛰어난 학술 자료는 여럿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의 서양인이나 중국인들이 쉽게 읽을 만한 정확한 사료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지요. 두 해 전 성하(聖下를 처음 뵙고 이야기를 나눌 때, 티베트의 역사가 복잡하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 말씀 속에서 티베트의 역사는 평범한 사람에게는 이야기해봤자 소용없으리라는 아쉬움이 묻어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느낌을 떨쳐낼 수가 없어서 그랬는지, 무심결에 공부하다 보니 티베트의 역사 자료들은 거의 모두 찾아 읽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도전해봄 직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복잡한 것들을 거두어내 티베트 역사의 핵심을 드러내는 작업을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티베트에 대한 성하의 역사관에 중점을 두면 충분히 가능하리라는 확신이 들더군요. 티베트 역사 학술서라고 하면 어디 일반인들이 펼쳐볼 생각이나 하겠습니까. 기자의 눈으로 바라본 티베트 역사서를 펴낸다고 해도 먹히지 않을 일입니다. 하지만 성하께서 말씀하시는 티베트 역사라면 많은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할 것입니다.” ---pp.11-12쪽 “중국 정부는 제가 티베트를 ‘모국’에서 ‘분리’하려는 세력의 선동자라고 주장합니다. 제가 어떤 말을 하건, 심지어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조차 맹렬한 비난을 퍼붓지요. 그래서 티베트 현대사에 대해 언급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제 관점을 내비치는 것이 최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중국은 왜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입니까?” “본디 과거는 현재에 큰 시사점을 가지게 마련입니다. 중국이 티베트가 중국의 일부라는 점을 고집하고 아주 오랜 세월 동안 그랬다고 주장하는 것이 그 때문입니다. 그들이 현재 티베트에서 단행하는 행동의 정당성을 과거에서 찾아 설명하려는 것이지요. 과거는 중국 정부가 말하듯이 그리 간단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중국인들은 대부분 티베트가 중국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합당한 판단이라는 것을 역사 속에서 찾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에게만 사실이지요. 오랫동안 그런 교육을 받아서 그렇게 믿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대답하며 달라이 라마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반인륜적 비극에 대한 한탄이 그대로 담긴 그의 한숨소리가 며칠 동안이나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어떤 경계를 넘어선 모든 상황에서 인류의 공통된 마음을 꿰뚫어보는 그의 놀라운 능력에서 나는 희망을 보았고 힘을 얻었다. 1400년간의 티베트 역사를 탐험하며 민감한 역사에 대해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는 그에게 감동했다. 달라이 라마가 말하는 역사에는 미래에 대한 공통된 시각을 이끌어내려는 노력이 있었고, 그 노력에는 진실의 힘에 대한 놀라운 신념이 있었다. ---pp. 21-22쪽 하지만 이런 지식들이 단지 티베트를 아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책을 꼼꼼하게 읽은 독자라면 중국이 티베트를 옭아매는 논리가 주변국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 1950년 10월 중국은 티베트를 침략하는 한편 압록강을 넘어 한국전쟁에도 참전하고 있었다는 사실, 현 국가주석인 후진타오가 바로 1989년 티베트 무력 진압의 장본인이라는 사실 등을 새겨야 할 것이다. 저자 레어드는 “중국 정부의 티베트인 처우는 다른 국가가 중국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 보여줄 시험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 역시 “최선을 희망하지만 최악을 대비한다”는 달라이 라마의 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티베트인들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자. ---<옮긴이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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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가 직접 들려주는, 티베트의 슬픈 역사!
예상대로 티베트 사태가 더 이상 남의 나라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성화 봉송을 둘러싸고 일어난 중국인 유학생들의 폭력 사태는 아직 완전히 드러나지 않은 거대한 사건의 본론을 예감하게 한다. 베이징 올림픽이라는 복잡한 매듭을 중심으로 티베트―중국―우리나라는 복잡하게 얽혀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티베트 문제를 남의 나라 문제로만 여기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여기 티베트의 슬픔이 가득 담긴 책을 한 권 내놓는다. 『달라이 라마가 들려주는 티베트 이야기』는 티베트 전문가인 기자가 달라이 라마와 만나 티베트의 모든 것에 대해 3년간 나눈 이야기다. 몇십 년에 걸친 연구조사, 집필에만 6년이 걸린 이 책은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과 함께 아마존 종교·영성 분야 10대 저서에 뽑히기도 했을 정도로 탁월한 내용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의 중요성은 ‘달라이 라마가 직접 티베트의 역사와 문화, 정신에 대해 말한 유일한 책’이라는 점에 있을 것이다. 본문에도 나오지만 1600년대 이후 티베트의 역사를 글로 남긴 달라이 라마가 없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책은 400년 만에 나온 ‘티베트 문명의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티베트 문명은 달라이 라마의 입을 빌려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장안을 점령했던, 제국 티베트의 역사 이 책은 티베트의 역사를 뼈대로 삼아 펼쳐진다. 달라이 라마는 첸리시(관세음보살)라는 존재가 티베트인들을 만들어냈다는 창조신화에서부터 현재에 이르는 티베트 역사를 차근차근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그저 신비한 나라로만 알고 있었던 티베트의 이미지를 여지없이 깨뜨린다. 그가 들려주는 티베트는 온갖 영광과 질곡이 교차하는, 인간 세상의 역사 그 자체다. 거기에도 왕이 있었고, 전쟁이 있었다. 하지만 7세기 무렵 티베트 역사를 매우 독특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첸리시 보살의 화신인 송센 감포(손챈감포) 왕이 나타나 티베트가 중국과 패권을 겨루는 강력한 제국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그는 중국에 군사를 보내 중국인 공주(문성공주)를 후궁으로 맞아들이는가 하면, 심지어 그의 손자 티송 데첸은 당나라의 수도 장안을 점령해 꼭두각시 왕을 앉히기도 한다. 결국 중국은 내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한 티베트와 평화조약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달라이 라마는 이런 세속적인 영광의 순간들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이 시기부터 티베트에 불교가 퍼지기 시작했다는 것에 주목한다. 따라서 이 책에는 티베트의 정치적 역사뿐만 아니라 파드마삼바바, 밀라레파 등 수많은 영적 지도자들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의 정치, 외교를 말하는 한편 티베트에 들어온 불교가 어떻게 발전되어 어떻게 변해갔는지, 그것이 티베트 문명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말해준다. 이처럼 역사와 불교가 이중나선처럼 꼬여서 하나의 의미를 이루는 것이 바로 티베트다. 이는 역사뿐만 아니라 달라이 라마 제도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환생하는 스승들: 티베트 문명의 독특함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듯이, 티베트는 달라이 라마가 계속 환생하면서 이끌어가는 나라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 달라이 라마만 환생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위대한 영혼들이 중생을 인도하기 위해, 부처가 되기를 미루고 다음 생에 다시 인간으로 태어난다는 이런 보살행은 티베트 문명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티베트에선 이렇게 환생한 아이들을 찾아내 다시 스승으로 삼는 툴쿠 제도가 일반화되어 있다. 달라이 라마가 속한 겔룩파뿐 아니라 다른 불교 종파들에서도 환생한 스승들이 많이 있는 것이다(달라이 라마 다음가는 지위를 갖고 있는 펜첸 라마(판첸 라마)와 달라이 라마는 서로가 환생을 찾아주는 관계이기도 하다). 달라이 라마는 이런 제도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환생한 아이는 어떻게 찾는지, 첸리시 보살의 화신인 자신과 그 이전 달라이 라마들의 관계는 어떤 것인지 등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또한 합리성에 젖은 현대인의 눈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이런 설명들과 현실 역사는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 객관적인 역사 뒤에 숨은 ‘다른 차원의 역사’가 티베트인들에게 왜 중요한 것인지 깊이 있게 이야기한다. 달라이 라마의 모든 것이 담긴 책 이 책이 단순한 역사책이 아닌 또 다른 이유는, 이 책의 상당 부분이 달라이 라마의 삶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와 달라이 라마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달라이 라마의 성격과 말버릇, 인품을 직접 마주보는 듯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달라이 라마는 저자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자신이 겪었던 수많은 경험과 의견을 솔직하고 생생하게 들려주기도 한다. 전대 달라이 라마의 환생으로 밝혀질 당시의 에피소드들이나 어린 시절 포탈라 궁에서 ‘청소부’(하급 승려들에게 달라이 라마가 붙인 별명)들과 놀았던 이야기, 달라이 라마로 성장하면서 느꼈던 엄청난 무게의 숙명과 고통, 권력투쟁에 휘말려 의문사한 아버지, 외국 편에 섰던 친형과의 갈등, 강대국들 틈에서 최고 지도자로서 감내해야 했던 울분과 분노 등, 우리가 미처 몰랐던 달라이 라마의 소설 같은 개인사가 가득 담겨 있다. 또한 불교에 너무 치우쳤던 조국 티베트에 대한 비판, 과학과 사회주의에 대해 열린 태도, 현재 중국의 주장에 대한 논리적인 반박 등 영적 지도자로서뿐만 아니라 합리주의자, 정치 지도자, 비판적 지식인으로서의 달라이 라마가 갖고 있는 온갖 의견과 세계관도 잘 보여주고 있다. 티베트는 한 번도 중국의 속국이었던 적이 없다 무엇보다 이 책의 현재적 가치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달라이 라마와 저자는 티베트는 중국의 속국이었던 적이 없으며, 중국 측의 주장들은 역사적 근거가 없는 왜곡임을 수많은 사례들을 들어가면서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세부적인 주장들은 「옮긴이의 말」을 참조). 우선 티베트를 점령했었다고 주장하는 왕조들은 ‘중국’ 왕조들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인들을 정복했던 ‘이민족’ 왕조들이었으며(元, 淸), 그 왕조들이 중국을 차지했을 때조차 티베트는 그 왕조들의 속국이 아니라 ‘종교적 스승’이었다는 게 주장의 요지다. 따라서 현재의 중국 정부는 티베트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강제로 맺어진 조약은 무효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 부분들을 읽으면서 현재 티베트와 중국이 대립하는 주장들이 무엇인지, 거기엔 어떤 역사가 개입되어 있는지, 이에 대한 달라이 라마의 태도가 어떤지 잘 알 수 있다(에필로그의 끝에 실린 「달라이 라마가 저자에게 보낸 편지」에 달라이 라마의 입장이 잘 압축되어 있다). 지켜야 할 위대한 문명의 영혼 이 책 『달라이 라마가 들려주는 티베트 이야기』는 현대 문명이 놓치고 있는 중요한 무엇인가를 몇천 년간 지켜온 독특한 문명의 영혼을 담고 있다. 또한 이 문명이 그 소중한 것을 지켜내기 위해 희생해야 했던 것들과 겪어야 했던 슬픔들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사건을 말하고 상황을 평가하는 중간중간 영혼을 벨 듯이 토해내는 달라이 라마의 말들은 독자들을 영성의 세계로 이끈다. 단지 티베트의 역사뿐 아니라 티베트가 지켜온 그 무엇에 대해 말하는 책으로서, 그 정신을 가장 가깝게 지닌 스승의 목소리로서, 이 책은 문명과 역사의 의미에 대해 숙연히 생각하게 한다. 또한 이 책은 중국이라는 같은 이웃을 가진 국가로서, 우리가 반드시 새겨 읽어야 할 책이기도 하다. 티베트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중국의 서남공정은 우리가 듣던 동북공정의 논리와 소름 끼치도록 닮아 있기 때문이다. 1950년 티베트를 침공했던 중국이 그다음 주엔 우리 압록강을 넘고 있었다는 사실, 현 중국 국가주석인 후진타오가 바로 티베트 무력진압의 장본인이라는 사실은, 우리와 티베트의 거리가 생각보다 훨씬 가깝다는 걸 일깨워준다. 이 책에 대해 “세계적인 영적 지도자의 아름다움과 위대함, 성격을 잘 잡아냈다”고 평가했던 전 주한미국대사 제임스 릴리(James Lilley)는 우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중국에 대해) 결코 순진하게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라 경고한 바 있다. 저자 레어드 역시 “중국 정부의 티베트인 처우는 다른 국가가 중국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 보여줄 시험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시험의 결과는 우리가 최근 목격한 대로다. 이 책은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오는 5월 12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다. 보살행을 실천하는 영혼들이 사방에 가득한 티베트에도, 우리 땅에도, 중국에도, 부처님의 평화와 자비가 함께하길 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