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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
박미경
예담 2008.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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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추천하는 글 : 상실과 고통을 겪는 인간 존재의 모든 기억에 관하여 ―신현림(시인, 사진작가)
한국의 독자들에게

눈을 감으면
어둠 속으로
나의 수호천사
운명
앨버트의 책방
246동 7호실
첫사랑
에빈의 친구들
불안한 나날들
수감된 여자들의 행성
혁명의 그림자
유리 구름
탈출구는 어디에
할머니의 일기
내 말 들리나요
잃어버린 세상
돌아가는 길
과거를 뒤로 하고
그리고 그 후

글을 마치며
감사의 글

저자 소개 1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를 졸업하고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현재 한국심리치료연구소 출판사에서 심리치료와 관련한 책들을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블랙워터』, 『마리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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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마리나 네이멧(Marina Nemat)
러시아혁명 후 이란으로 이주해 살던 러시아계 이란인 가정에서 1967년 3월 태어났다. 이란에서는 소수에 불과한 러시아정교회 가정에서 성장하면서 이슬람혁명을 겪었고, 학교에서 혁명 정부를 비판한 죄로 열여섯의 나이에 체포되어 정치범 수용소에서 복역했다. 출소한 뒤 자유를 찾아 1991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로 이주, 남편 안드레와 두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5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424쪽 | 494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59133000

책 속으로

"감옥에서 석방되었지만 나는 이내 또 다른 감옥에 갇혔습니다. 바로 침묵의 감옥이었지요. 나는 수십 년 동안 침묵의 포로가 되었고, 그런 나 자신을 더 이상 견뎌낼 수 없을 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오랜 침묵을 깨뜨리고 세상을 향해 나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영웅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절망 속에서 스스로 길을 찾으려 애썼던 평범한 여자아이의 이야기입니다. 이 글을 쓰며 나는 그동안 어깨를 짓눌러왔던 끔찍한 짐을 마침내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힘겨웠던 과거의 기억을 안고 사는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려 하지 않습니다. 과거를 더듬는 과정에서 겪을 고통이 두렵고, 진실을 알게 된 사람들의 차가운 눈초리를 마주할 용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겐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가치 있는 일이었습니다.
죽음의 발끝에 입을 맞추고 가까스로 살아났을 때 나는 깨달았습니다. 죽음의 순간에 정말로 중요한 문제는 평화롭게 죽음을 맞는 것이며, 비록 실수를 했을지라도 잘못된 일을 바로잡으려 최선을 다했다는 신념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중에서

밤 9시에 목욕을 하려고 욕실에 들어갔다. 수도꼭지를 틀고 물을 받는데 밖에서 초인종이 울렸다. 덜컥 심장이 내려앉았다. 이 늦은 시간에 도대체 누가…. 떨리는 손으로 수돗물을 잠그고 욕조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숨을 죽였다. 부모님이 문 여는 소리가 들리고 몇 초도 안 돼 어머니가 나를 불렀다. 가만히 욕실 문을 열고 나가니 수염을 기른 혁명수비대원 두 명이 현관에 서 있었다. 짙은 녹색 군복을 입고 무장을 한 모습이었다. 그중 한 명이 나를 보자 곧장 총을 겨누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나다니. 아니다, 분명 다른 사람에게 일어난 일일 것이다. 내가 모르는 누군가에게.
한 수비대원이 동료를 향해 말했다.
“자네는 여기 이 사람들을 지키고 있어. 내가 아파트를 수색할 테니.”
뚜벅뚜벅 그가 내게 다가왔다.
“네 방이 어디지?”
그의 입에서 양파 냄새가 확 끼쳤다. 속이 뒤집히면서 토할 것만 같았다.
“복도 끝, 오른쪽 첫 번째 방이에요.”
내 앞에 마주 선 어머니는 백지장처럼 하얘진 얼굴로 온몸을 떨며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터져 나오는 울음소리를 죽이려고 힘을 준 탓인지 손등의 힘줄이 불거져 보였다. 아버지는 입을 꽉 다문 채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서 있었다. 내가 불치병에 걸려 죽어가는데도 목숨을 구할 길이 없어 멍하니 보고만 있는 표정이었다. 눈물이 아버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버지가 우는 모습은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처음이었다.
--- pp.25~26

“전 수비대원, 준비 완료!”
죽음은 그저 내가 가보지 않은 곳일 뿐이야. 그리고 안전하게 길을 찾도록 수호천사가 도와줄 거야. 천사는 그래야 해. 이 끔찍한 어둠을 넘어가면 따뜻한 빛이 있을 거야. 저 별들 너머 어딘가에 태양이 솟고 있을 거야. 그들이 우리에게 총을 겨누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내가 사랑한다는 걸 안드레가 알아주길 기도했다. 은총이 가득한 성모 마리아님, 주께서 당신과 함께하시니….
그때 벤츠 한 대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더니 굉음을 내며 수비대원들 앞에 멈추었다. 알리가 차에서 급히 내리고 하메드에게 다가가 종이 한 장을 내보였다. 그들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어 하메드가 뱀처럼 차가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알리가 나를 향해 걸어왔다. 도망가고 싶었다. 하메드가 이 상황을 어서 끝내주길 바랐다. 알리는 기둥에 묶인 끈을 풀고는 나를 안고 차를 향해 걸었다. 그의 심장 뛰는 소리가 내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알리의 팔에서 벗어나려고 버둥거렸지만 소용없었다.
“날 어디로 데려가는 거예요?”
“괜찮아. 다치게 하지 않을 테니.”
알리는 조수석에 나를 내려놓았다. 나는 알리에게 있는 힘껏 주먹질을 했지만 그는 가볍게 피하고는 운전석으로 가 앉더니 시동을 걸었다. 차는 이내 속력을 내며 달렸다.
탕. 탕. 탕. 총소리가 울렸다.
--- pp.73~74

나는 서랍을 샅샅이 뒤져 수면제가 가득 들어 있는 병을 찾아냈다. 병을 집어 들고 욕실로 향했다. 약병에 들어 있는 죽음, 뚜껑을 열고 작은 알약들을 삼켜버리면 모든 것이 끝난다. 천사가 나를 찾아와주겠지. 천사에게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이제 충분히 보았다고 말할 것이다. 나는 컵에 물을 받은 다음 약병 뚜껑을 열었다. 그러나 마음 깊은 곳에서 알약을 삼키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세상이 고통으로 가득하다고 모두 자살해버리면 세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
눈을 감고 천사의 모습을 생각했다. 할머니와 아라시와 이레나가 나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기를 바랐다. 살아서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뭔가 좋은 일,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보도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던 젊은 남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숨을 수 없었다. 죽음은 숨을 곳이 아니었다. 나는 뚜껑을 닫고 약병을 제자리에 갖다 놓았다. 내가 할 일이 분명 있을 것이다. 나는 그 길로 가게로 달려가 희고 큰 종이를 사다가 혁명수비대원들이 평화로운 집회에 습격해서 저지른 폭력에 대해 하나하나 적어나갔다. --- pp.203~204

“나한테 소지품이 얼마 없다는 건 잘 알지? 이게 내가 가진 전부야. 우리 부모님에게 돌려줄 방법을 잘 생각해서 보내줘.”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타라네는 차도르를 쓰고 문을 나섰다. 내 친구가 죽으러 나간다. 목구멍이 터져 핏덩이가 넘어오도록 소리를 지른다 해도, 두개골이 깨지도록 머리를 벽에 부딪친다 해도 나는 친구를 구할 수 없었다. 나는 타라네의 가방을 들고 방 한가운데 망연히 서 있다가 그대로 주저앉았다. 하루 종일 어느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우리는 침묵했다. 마치 침묵이 친구의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기라도 하듯이, 침묵이 기적을 일으키기라도 하듯이. 우리는 기도하며 소리 없이 울었다. 소리 나지 않게 입술을 깨물며 하염없이 흐느꼈다.
그날은 그렇게 조용히 끝나갔다. 하늘이 자줏빛으로 붉게 물들고 대기에 어둠이 기어들었다. 우리는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곧 하늘에서 유리로 된 구름이 떨어지듯 총성이 울렸다.

--- pp.208~209

줄거리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마리나는 혁명 정부에 대한 정치 선전으로 일관하는 학교 수업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반이슬람혁명 블랙리스트에 오르고, 결국 혁명수비대원들에게 체포되어 악명 높은 정치범 수용소 에빈으로 끌려간다. 혁명의 어두운 그늘 아래 투명하고 아름다운 유년 시절을 송두리째 빼앗긴 그녀는 정치범 신세가 되어 잔혹한 채찍질로 고문당하고 몇 번이나 기절하면서도 끝끝내 친구들의 이름을 대기를 거부하고 용감하게 버텨낸다. 차라리 죽어 버렸으면 하는 고통의 순간에도 그녀는 한순간도 물러나지 않는다. 희망이 언제나 그녀와 함께했기에…. 기어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은 죄로 총살현장으로 끌려 나간 그녀는, 운명의 장난으로 죽음 직전에 혼자만 살아남게 된다. 그녀를 살린 것은 담당 수사관 알리였다. 그렇게 알리는 마리나의 인생에 깊이 개입하게 되고, 그녀의 삶은 전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내일을 짐작할 수 없는 열여섯 살 소녀 마리나의 운명은 1917년 러시아혁명에서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린 할머니의 삶과 절묘하게 교차된다. 피에 굶주린 혁명이 하루아침에 바꿔놓은 그녀들의 삶! 시대와 공간은 전혀 다르지만 결국 비슷한 길을 걷게 되는 두 여인의 이야기가 깊은 감동을 자아낸다.
광기와 증오에 사로잡힌 잔인하고 추악한 현실 속에서도 강인한 성품으로 인간 내면의 아름다움을 발하며 우리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마리나의 이야기. 걷잡을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사춘기 소녀와 그녀를 둘러싼 내전의 그림자 그리고 사랑과 용서, 위로에 관한 감동적인 실화 소설!

출판사 리뷰

죽음조차 등을 돌린 잔인한 운명,
그러나 현실을 딛고 희망을 움켜쥔 여성들의 실제 이야기!


한 소녀가 있었다. 아름다운 미용사인 어머니와, 댄스 스튜디오를 경영하는 아버지 그리고 강인하면서도 온유한 성품의 할머니 밑에서 밝게 자라난 소녀 마리나. 그녀에게는 좋은 친구들이 있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으며 장차 의사가 되겠다는 꿈도 있었다. 그러나 역사의 모진 소용돌이가 그녀의 삶을 산산이 조각내고 만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대로 진실을 말하고, 당돌하게 불의에 맞선 대가로, 그녀는 가족을 떠나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진다. 학교에서 쉬는 시간마다 줄넘기를 하고 숨바꼭질을 하며 어울려 놀던 때가 불과 얼마 전이었는데, 하루아침에 그녀는 정치범 신세가 되었다. 그녀의 나이 고작 열여섯이었다.
친구들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하며 죽음보다 더한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동안, 그녀의 삶은 서서히 파괴되어 간다. 차라리 목숨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참혹한 나날을 보내던 그녀는 어느 날 적이랄 수밖에 없는 혁명수비대원 알리를 만나는데, 이것은 그녀의 인생을 통째로 뒤흔드는 운명적 만남이 된다.
그 뒤 20여 년의 세월 동안, 죽음조차 등을 돌린 잔인한 과거를 그녀는 가슴 깊이 묻어 두고 살았다. 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의 침묵이 옳지 않다고 느꼈다. 세상을 향해 진실을 말하는 것이 자신이 할 일임을 깨달았다. 잔인한 운명 앞에 나약하기만 했던 자신과, 그녀에겐 너무나 치명적이었던 알리의 사랑 그리고 과거에 대해 함구함으로써 불행한 역사의 공범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뒤늦게나마 용서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잊고 싶었으나 결코 잊을 수 없었던 과거의 사건들을 다시금 떠올리면서, 그녀는 비로소 자신의 오랜 상처를 치유하고 세상 사람들에게 이란의 고통스러운 현대사를 들려줄 수 있게 된다.
소설 『마리나』(예담 刊) 는 그렇게 해서 탄생한 고통의 기록이다. 혁명의 소용돌이가 바꾸어놓은 그녀의 삶은 어떤 소설보다, 영화보다도 극적일 뿐 아니라 비단 이란이라는 머나먼 나라에서 개인에 국한되는 특수한 체험이 아닌, 전 세계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감성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숨 막히고 억압된 이슬람 정권의 독재 체제를 실감하는 한편, 아름다우면서도 숭고한 테헤란의 정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암울한 내전과 이념의 갈등을
뛰어난 문학적 감수성으로 승화시킨 실화 소설!


소녀의 감성으로 제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고발한 『안네의 일기』, 나치 수용소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잃지 않았던 빅터 프랭클의 자전적 수기 『죽음의 수용소에서』 등과 같이,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주옥같은 명저가 끊임없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전쟁과 같은 추악하고 잔인한 현실일수록 인간의 고귀한 정신과 희생, 용서, 신념과 희망의 가치가 그만큼 큰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마리나』는 내전으로 인한 혼란 속에 빛나는 아름답고 숭고한 정신을 그려낸 또 한 편의 수작이다. 저자가 실제로 겪은 삶을 담담하게 기록하였으나 구성, 내용, 문체, 어느 것 하나 손색없으며 이야기의 전개 역시 영화보다 극적이다. 또한 혁명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가슴에 회한을 간직한 그녀의 삶은 1917년 러시아혁명으로 거슬러 올라가 첫사랑을 잃었던 할머니의 인생 이야기와 절묘하게 닮아 있으며, 책 전반에 걸쳐 그녀의 수감 생활과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탁월하게 교차 서술되고 있다.
이러한 뛰어난 문학성은 이슬람사회인 이란에서 크리스천이라는 소수로 삶아가는 동안 강하게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녀의 감수성은 타고난 것이겠지만, 닫힌 사회 안에서 아웃사이더로 존재할 때, 주류문화에서는 얻기 힘든 사회에 대한 예민한 관찰력과 독립적인 사고력이 가능했던 것이다. 혁명 이전의 테헤란의 아름다움, 사춘기 때까지 그녀가 경험했던 인간의 아름다움이 이러한 뛰어난 문학적 감수성을 토대로 독자들 앞에 생생하게 재생된다. 잔인하고 추악할 수도 있는 인간의 모습과 나란히 인간과 세계의 아름다움을 드러내주면서 감동과 희망을 주는 실화 소설이다.

제3세계 여성의 삶,
그러나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다


이 책은 언제나 소수이거나 약자의 입장에 처해온 여성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빼앗긴 자유와 존엄성 그리고 짓밟힌 인권에 대한 당당한 외침이자 고통 속에서도 용기와 희망으로 내일을 꿈꾸는 여성들의 목소리이다. 1970~80년대 우리나라 여성들이 느꼈음직한 사회적 부자유나 가부장적 환경에서의 억압 등을 생각한다면, 『마리나』는 특정 지역을 뛰어넘는 인류의 보편적 삶을 그려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저자의 의도는 한국의 독자들을 위해 특별히 보내온 편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녀는 이란에서 태어나고 자랐음에도 한국의 독자들에게 강한 친밀감을 느낀다고 고백하고 있다. 한국 또한 독재 정권 아래에서 아픔과 고난의 현대사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한국의 독자들이 『마리나』를 읽으면서 이야기 사이사이에서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이란에서 이슬람혁명이 일어날 당시, 열여섯 살 사춘기 소녀로 의사가 되겠다는 천진한 꿈을 품고 있던 마리나 네이멧. 그러나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여성인 자신이 이차적인 국민, 즉 자유 시민 이하의 존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회고한다. 그리고 아시아에 사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이와 같은 속박 아래 오랜 세월을 살아왔고 아직까지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크게 공감하며 이 책을 썼다.
시대와 공간은 비록 다르지만 끊임없이 시대 변화에 휩쓸리면서도 작은 어깨에 현실의 짐을 기꺼이 지고, 가슴으로는 자기 자신뿐 아니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아픔까지 품어내는 강인한 여성의 캐릭터가 이 책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추천평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운명적 드라마, 『마리나』에서 나는 수시로 인생의 마지막 날일 수도 있는 삶을 살아온 여자, 마리나를 만났다. 마리나는 상실과 고통을 겪는 인간 존재의 모든 기억이다. 감정과 느낌을 표현한 그 모두의 기억. 비록 공간과 시간은 다르지만 마리나는 현재 삶의 깊이로 파고들어 결국은 우리가 잃어버렸고 되찾아야 할 아름다운 세상으로 데려간다.
그녀는 묻는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는데 나는 왜 살아남은 것일까?”라고. 그녀가 살아남은 이유는 『마리나』라는 수작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닐까 한다. 이란 현대사의 그늘 아래 스러져간 영혼을 기리고 국경을 넘어 자유로운 삶과 인간의 존엄성, 그 귀한 아름다움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신현림 (시인,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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