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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가 안 되는 아내, 죽음의 기운을 내뿜는 출근길, 마치 replay 버튼을 누른 것처럼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경비원, 그저 자기 슬픔에 빠져 있는 직장 동료··· 짜여진 일상 속에 마음 나눌 상대 없이 단절과 고독에 빠진 시몬은 드디어는 회사를 뛰쳐나와 거리를 배회한다. 공원에서 만난 어느 부랑자 노인은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기에 좋은 날···”이라는 말을 흘리고, 시몬은 어느새 목적지도 없이 기차에 올라선다.
되는 대로 급하게 어느 역에 내려 길을 걷던 중, 시골 마을을 돌며 아이들을 위한 인형극을 하는 올리비에의 차를 얻어 타게 되는데, 신기하게도 그는 이미 시몬을 알던 사람처럼 그를 이해하고, 자신의 공간으로 초대한다. 얼마 후, 올리비에는 자신의 오랜 친구인 마르크의 집으로 시몬을 데려가고, 거기서 그는 자유로우며 사랑스러운 레아(마르크의 여동생)를 만난다. 둘은 한눈에 호감을 느끼고 자신들이 사랑에 빠질 것을 예감하지만 미래를 기약한다. 시몬은 사랑하던 사람을 잃은 상실감에 빠져 있던 마르크가 오랜만에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기로 결심하자, 그를 돕기 위해 따라나선다. 그러나, 삶의 새로운 출발로 생각했던 바다 여행이 실은 마르크의 자살 여행이었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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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을 위한 여행 안내서
<여행>을 만든 것은 여행을 좋아해서라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이 책이 자전적인 책인가라는 질문에는 ‘그렇다’라고도 ‘아니다’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인 이유는··· 저는 걷기를 좋아하고, 걸을 때나 여행할 때 스토리를 만들며, 많이 걷고 여행도 많이 합니다. 이 책의 등장 인물처럼요. ‘아니다’라고 하면··· 이 책에서의 여행은 메타포로서의 여행이기 때문입니다. 만화가가 되기 전에 저는 회계사였습니다(거의 서른 살이 될 때까지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또 만화를 하기 위해 그 직업을 그만두었지요. 그 당시의 상황은 실제로 기차를 타지는 않았지만, 마치 여행의 시작인 듯했습니다. - ‘한국의 여행자들에게’ 중에서, 에드몽 보두앵 만화는 언어다 에드몽 보두앵은 프랑스 작가주의 만화의 살아 있는 전설로서, 근 40년간 꾸준히 자기만의 스타일과 이야기를 발전시켜 왔다. 유려하며 자유분방하며 동시에 사색적이며 자기고백적인 그의 만화들은 기존의 대중·상업 만화들과 차별하여 그를 새로운 만화의 선두로서 위치하게 하였다. 만화가 곧 자신의 언어가 되게 하려는 그의 노력은 스케치풍의 드로잉에서 시작하여 좀 더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을 위해 먹과 붓을 사용하며 발전하였고, 실제 마치 말을 하듯 자신의 손을 통해 이야기가 흘러 나오도록 하는데 이르렀다. ‘언어로서 만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그 과정은 아마도 그가 이후 대안 만화에 준 가장 큰 가치일 것이다. <여행>에서 보두앵은 특별히 주인공 시몬의 머리를 터서 인식하고 사고하는 대상과 이어지도록 하였고, 그것이 마침내는 우주와 합일에 이르도록 하여 자신의 동양적이며 자연주의적 작품관을 드러내 보인다. 책 말미에 ‘만화 대 만화-보두앵이 말하는 만화 여정’을 수록하여, 그의 작가로서의 길과 작품관에 대해 이해를 돕고자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