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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찰성의 보편화와 윤리적 성찰성
2. 코리안 뉴 웨이브 영화담론의 형성 1) ‘코리안 뉴 웨이브 영화’의 개념화 과정 2) 민족영화론의 변이와 대항영화론으로의 수렴 3. 코리안 뉴 웨이브 영화의 범주적 성격 1) 광의의 범주와 협의의 범주의 구분 2) 80년대성과 90년대성의 이접과 히스테리적 혁명성의 퇴행 4. 주체: 귀환하는 타자들과 남성 지식인의 주체화 5. 대상: 적대와 트라우마의 역사주의적 상연 6. 형식: ‘승화의 위기’와 초자아적 응시의 형식 7. 실재의 윤리를 향하여 참고 문헌 후 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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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코리안 뉴 웨이브 영화들은 정치적으로 올바른 영화들로서, 또 진지한 예술영화들로서 받아들여져 왔다. 물론 일견 코리안 뉴 웨이브 영화들의 실천은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듣기에 충분해 보인다. 적어도 주류 상업영화의 내용적, 형식적 관습들과의 절연을 도모했던 그 의욕만큼은 결코 평가절하 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범주의 영화들에서 다시 들여다보고 싶었던 것은 지금까지 대체로 일관된 반응을 끌어냈던 이 영화들의 그러한 외양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자리 잡고 있을 어떤 정치적 무의식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정신분석적 관점에서 보는 코리안 뉴 웨이브 영화는 윤리적으로는 실패한 일련의 시도들로써 형성된 범주로 규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리안 뉴 웨이브 영화들은 실재와의 대면을 통해 현실 원칙에 도전하는 새로운 가치가 자리 잡을 수 있는 ‘승화’의 공간을 열었다기보다는 실재의 지위에 있던 대상들을 탈승화시키고 재상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갔기 때문이다. 이러한 진단은 그 동안 코리안 뉴 웨이브 영화들에 대해 대체로 일관되게 부여되었던 평가를 사실상 뒤집는 것이다.
--- p.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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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연구방법론이 다름 아닌 후기 라캉의 정신분석학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최근 후기 라캉의 이론은 슬라보예 지젝을 비롯한 슬로베니아 학파의 눈부신 활약에 힘입어 전세계적으로 널리 재신임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그간 지젝의 주저들과 문화비평서들이 대부분 출간되었다. 한 마디로 라캉주의는 지금 작은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사실 영화이론으로서의 라캉주의는 이미 오래 전부터 비평계에 영향을 끼쳐왔지만, 그러나 여전히 표피적인 수준에 멈춘 감이 없지 않다. 이 책의 저자는 그 동안 지젝의 영화연구서들을 모두 번역 소개하는 등 꾸준히 라캉주의의 영화학적 적용에 관심을 보여왔던 연구자이다. 따라서 이번에 출간된 『실재의 죽음』에서 저자는 라캉주의에 대한 친절하고도 상세한 해설을 시도하는 가운데, 그 이론이 90년대 초중반의 한국영화사라고 하는 구체적인 맥락을 이해하는 데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충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론적 배경을 설명하기 위한 자세한 각주들은 저자의 성실성의 작은 표현일 것이다.
이 책이 일으킬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스캔들은 아마도 80년대 민주화 운동 및 영화운동에 대한 냉정한 윤리적 평가에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후기’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저자는 코리안 뉴 웨이브 영화의 이해를 위해 80년대 민주화 운동 주체의 무의식적 구조를 라캉주의적 관점에서 정신분석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그것이 히스테리 담화의 구조의 지배 하에 있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나아가 90년대의 지식인 주체들이 어떻게 히스테리적 저항의 ‘절반의 윤리’조차도 계승할 수 없었던가를 다수의 코리안 뉴 웨이브 영화들을 분석함으로써 논증해냈다. 그리하여 저자는 지금까지 정치적으로 올바른 영화적 실천으로 간주되어왔던 코리안 뉴 웨이브 영화를 ‘윤리적으로 실패한 실천’으로 규정하고 있다. 90년대 중후반의 한국사회 및 한국영화에 대한 이러한 ‘역사화’의 작업은 궁극적으로는 후근대적 윤리의 양태를 전망하기 위해 시도된 것이다. 이 작업이 비록 과감하게 기존의 관점을 전복한다는 점에서 다소 충격적으로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주체’와 그 주체의 ‘성찰’이 후근대의 개인주의적, 자유주의적 시대 분위기에 이해 식민화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러한 퇴행의 뿌리를 80년대에서부터 캐내고 있는 저자의 냉정한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아야 할 부분이라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