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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살인사건 / 프랭크 보스퍼
데드 얼라이브 / 윌리엄 윌키 콜린스 안개 속에서 / 리처드 하딩 데이비스 버클 핸드백 / 메리 로버츠 라인하트 세미라미스 호텔 사건 / 알프레드 에드워드 우들리 메이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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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스터리의 황금기를 연 작가들
독자와의 치열한 지적 게임을 벌인 에드거 앨런 포의 작업 이후 미스터리 소설은 세상의 부조리를 들추는 새로운 방식의 상상력의 축제이자 유쾌한 지적 유희로 그 황금의 시기를 열었다. 시조 포의 선구적 시도 이후 다양한 방식과 흐름을 지으며 새로운 ‘미학적 감성’, ‘색다른 문학적 전율’을 형상화해온 것이다. 이 책은 그 개척기에 등장한 윌리엄 윌키 콜린스에서부터 메리 로버츠 라인하트, 알프레드 에드워드 우들리 메이슨, 리처드 하딩 데이비스, 프랭크 보스퍼 등 19세기말에서 20세기초 사이 미스터리 문학의 본령을 활짝 꽃피운 대표작가 다섯 명의 수려한 중장편소설을 담고 있다. 문호 찰스 디킨스와 교우하며 동통의 고통 속에서도 펜을 놓지 않았던 작가 윌키 콜린스의 『데드 얼라이브』는 ‘미국 최초의 살인사건 오판 기록으로 남은 보른 형제의 유명한 살인사건’에 기반해 쓴 작품으로 통상 ‘영어권 최초의 법정 스릴러물’로 평가된다.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지적 추리의 세계를 펼친 작가이자 당대의 유명 저널리스트였던 하딩 데이비스의 『안개 속에서』는 엘러리 퀸의 ‘가장 중요한 추리소설 125편’에 선정된 작품이다. 종종 영국의 추리작가 애거서 크리스티와 비견되는 작가 로버츠 라인하트의 『버클 핸드백』은 여성적인 유머와 재치가 고유한 미스터리 플롯과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우들리 메이슨의 『세미라미스 호텔 사건』은 심리 미스터리 영역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아노 탐정소설 시리즈’ 중 손꼽히는 작품이다. 단 한 편의 소설로 회자되고 있는 작가 프랭크 보스퍼의 『3층 살인사건』은 영국식 코믹 기법과 풍자 미스터리의 진수를 선보인다. 이 다섯 편 모두가 국내 첫 소개되는 작품들로 흥미로운 구성과 인간 내면에 관한 심리탐구, 나아가 당대의 인간 중심의 문학적 분위기를 감지하게 하는 흥미진진한 요소들을 담고 있는 소설들이다. 2. 기지와 반전의 흥미로운 작품들 프랭크 보스퍼의 『3층 살인사건』: 반전과 반전이 거듭 점층 점강하듯 흥미롭게 전개되는 작가의 유일한 경장편소설이다. 소설의 무대는 영국 블룸즈버리 구역의 어느 하숙집. 평화로운 일상의 이 하숙집에서 어느 날 원인 모를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괄괄한 성격의 하숙집 여주인과 온순하지만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그녀의 남편, 오만하고 소심하지만 동시에 창작열에 몰두하는 작가, 오만한 작가를 길들이려는 주인댁 미모의 딸, 생계수단이 모호하지만 사건에의 개입은 분명한 노처녀, 인도인 유학생, 과중한 노동에 시달리는 식모아이, 집안에서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 외판원 등 등장인물들의 활기찬 성격과 말투가 생생하고 감칠 맛나며, 보스퍼의 ‘수준급 언어유희’가 등장인물들의 희화화와 어울려 자주 폭소를 자아낸다. 또한 코믹과 긴장을 노련하게 저울질하는 작가의 능청스러움이 돋보인다. 아울러 통속작가들과 통속적인 작품을 선호하는 대중들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비판 코드도 눈길을 끈다. 그래도 기본 서술은 누가 범인일지를 알아맞히는 추리 코드다. 윌키 콜린스의 『데드 얼라이브』: 건강 악화를 이유로 휴직을 권고받고 휴양지를 찾아 미국행을 택한 젊은 변호사 필립 르프랑크 앞에 몰윅 농장의 살인사건이 펼쳐진다. 농장주의 아들인 앰브로스의 젊은 연인 나오미에게 남몰래 연심을 품었던 농장감독 존 제이고가 행방불명 된 것. 앰브로스와 그의 동생 사일러스는 존 제이고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고, 지역의 여론조차도 이들 형제를 살해범으로 지적한다. 감옥에 갇힌 형제는 무고를 호소하다가 지쳐 결국 최후 판결의 날을 기다리는데, 이들을 구명하기 위해 뛰어든 변호사 르프랑크와 나오미는 사방을 수소문하며 존 제이고의 행방을 쫓는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농장에서 자취를 감춘 존 제이고를 찾아내지 못하면 결국 이들 형제는 처형대의 이슬로 사라져야 할 위기의 순간이 닥쳐온다. 1819년 미국 버몬트주 맨체스터에서 실제로 일어난 미국 역사상 오판으로 기록된 첫 번째 살인사건에 기반한 소설이다. 작가 콜린스는 “이 이야기 속에 나오는 ‘일어날 듯하지 않은 모든 사건들’은 엄연한 사실들이고, 또한 ‘진실 같아 보이는’ 것들의 열에 아홉은 나의 창작이다”고 밝힌다. 영어권 최초의 법정 스릴러물로 평가되는 작품으로 콜린스의 치밀한 구성력과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리처드 하딩 데이비스의 『안개 속에서』: 런던의 유서 깊은 한 클럽에 다섯 사내가 앉아 있다. 몇 시간 뒤 영국 의회에서 해군력 증강 안건에 관해 지지연설을 하기로 한 한 하원의원과 정체 모를 네 명의 사내들이다. ‘군력 증강’에 들어가는 혈세 지출을 막기 위해 이들 ‘애국적인’ 네 사내들은 해군력 증강 안건을 상정한 하원의원의 의회연설을 적극 저지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그들의 목표는 하원의원의 관심사를 딴곳으로 돌려 그를 저녁 내내 그곳 클럽 테이블에 붙잡아 두려는 것. 네 명의 사내는 지난밤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어느 저택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전모를 화제로 올리며 하원의원의 발목을 붙잡으려 하고 있다. 그들의 화제는 간밤의 살인사건과 관련된 러시아 황후에게 전달될 다이아몬드 분실 사건으로 계속 이어진다. 네 명의 사내들이 이 사건들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논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윽고 트라팔가 광장의 영국 하원 불빛은 꺼지고 폐회가 선언된다. 당대의 유명 저널리스트로도 맹활약을 펼쳤던 작가 데이비스의 지적 매력이 돋보이는 미스터리로 엘러리 퀸의 ‘가장 중요한 추리소설 125편’에 선정된 작품이다. 메리 로버츠 라인하트의 『버클 핸드백』: 무엇 하나 부족할 것 없는 부유한 말치 가문의 딸 클레어가 실종된다. 사건 발생 한 달이 지나도록 납치범의 몸값 요구 등 단서가 될 만한 어떤 실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실종된 클레어는 ‘입은 옷 그대로 반지 하나만 끼고’ 집을 나갔다. 소지한 현금은 기껏해야 백 달러뿐. 실종사건 한 달이 지나도록 과연 그때까지 그녀는 죽었을까 살았을까, 자발적으로 사라진 걸까 아니면 꾐에 넘어간 걸까, 자발적이었다면 그 이유는? 사건에 미궁에 빠져들자 사설탐정 패튼은 간호사 애덤스를 말치 저택에 비밀리에 특파한다. 그럼에도 사건은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어느 날 사라진 클레어가 거의 아사직전의 상태로 자신의 발로 집으로 돌아온다. 사건과 관련된 클레어의 증언을 바탕으로 간호사 애덤스는 그녀가 실종되었던 까닭을 하나하나 되짚어나간다. 작가 라인하트의 간호사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작품으로 ‘힐다 애덤스 시리즈’ 중 최고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라인하트의 특징인 인간 내면의 고통과 비밀 다루기, 여성적인 유머와 재치가 고유한 미스터리 플롯과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알프레드 에드워드 우들리 메이슨의 『세미라미스 호텔 사건』: 당대의 명탐정 아노와 그의 조수 역할을 겸하는 오십대 사내 리카르도. 어느 날 이 두 사람 앞에 전도유망한 영국 청년 칼라딘이 ‘아침 여덟시 반에 야회복 차림’으로 찾아와 고백한다. 지난밤 청년 칼라딘이 무도회에서 만났던 조안 커루라는 여인이 직접 현장에서 체험하고 그에게 들려준 살인사건의 목격담이다. 그날 아침 신문에 보도된 대로 살해된 피해자는 블루멘슈타인 부인, 그녀는 클로로포름 중독으로 죽음을 맞았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부인의 유명한 진주목걸이도 함께 사라진 채였다. 사건 해결의 실마리라고는 살인사건 현장에서 의식을 잃고 까무러치던 조안 커루의 머릿속에 인각된 범인의 희미한 인상뿐. 범행을 좇는 명탐정 아노와 리카르도 앞에 놓여진 무대는 ‘사육제와 가장무도회의 도시로 명랑한 면에선 대륙의 이웃도시들 못지 않고 호화로운 사치 면에선 이웃들을 넘어서고 있었던’ 런던시내. 작가 메이슨은 이 대도시의 흥청거리는 여름밤 가면무도회와 살인사건, 보석 도난사건, 청춘남녀의 사랑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본격 탐정 미스터리의 진수를 소설 속에 풀어놓고 있다. 3. 현대소설의 미덕을 갖춘 전통 미스터리 이 책의 수록작품 모두가 미스터리의 본령인 묵직한 긴장감과 흥미로운 추리력의 세계를 전달함은 물론이다. 또한 이성적 합리적 사고와 접목된 과학적인 추론, 나아가 그것에 바탕을 둔 인간 내면의 탐구도 돋보인다. 편편의 작품마다 위트, 풍자, 유머, 통찰 등 현대소설이 갖추어야 할 모든 미덕을 지니고 있음은 물론이며, 이들 중 어느 것도 놓쳐서는 아까울 만큼 전통 미스터리 문학의 짙은 향기를 전하고 있는 소설들이다. 최근 영미문학에서는 윌키 콜린스와 로버츠 라인하트의 작품들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거센 재출간 바람이 불고 있다. 콜린스의 경우만 살펴봐도 어떤 면에선 찰스 디킨스의 문학적 성과를 뛰어넘고 있다. 이들의 작품 다수가 현재와의 시대적 질감의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탁월한 문학적 구성요소들을 다양하게 내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국내 첫 소개되는 이들 다섯 작품을 통해 미스터리 소설의 팽팽한 긴장감과 스릴은 물론 이들 주요 고전들이 전하는 미스터리 문학의 새로운 면모와 그 기운을 예단케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