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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서문
머리말 카라바조 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교황이 사랑한 타락천사 베르니니 Gian Lorenzo Bernini 기적을 만드는 남자 렘브란트 Rembrandt Harmenszon van Rijn 화려한 저택에 걸린 거친 그림들 다비드 Jacques Louis David 혁명보다 잔인한 아름다움 터너 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폭풍을 일으키는 그림 반 고흐 Vincent van Gogh 뜨끈하고 땀에 젖은, 화가의 다정한 악수 피카소 Pablo Picasso 예술보다 큰, 정치보다 힘이 센 로스코 Mark Rothko 말없이 그저 절절한, 색채와 감정의 드라마 옮긴이의 말 도판 카피라이트 |
Simon Sch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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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노애락, 인간의 삶 속에서 탄생한 위대한 예술의 힘!
--- 전지연 (penpen97@yes24.com)
그림이나 조각 등의 예술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기준이란 무엇일까?
갤리러에서는 벽에 걸린 액자를 보면 두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팔짱을 끼고 고민하듯 보는 것? 아니면 미술사 연대기를 완벽하게 암기하여, 해당 미술사조에 근거한 교과서적인 지식으로 이해하는 것? 정답이나 정론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비평가들이나 전문가들은 느끼는 대로 즐기라고 말한다. 사실 느낌의 정체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감정적으로 섬세한 사람들에게는 쉬운 일이지만, 예쁘다, 좋다, 나쁘다 등의 단순한 감정만으로도 생활 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의 느낌을 표현하는 것도 버거운 일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사이먼 샤마을 따라 작품들을 감상하고 나면, 당혹스럽고 버거웠던 예술작품들이 얼마나 감동적이며,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인간과 같은지를 절감하게 된다. 이 책은 EBS에서도 방영되었던 '사이먼 샤마의 미술특강' 이라는 BBC의 다큐멘터리의 내용을 여덟 명의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엮은 것이다. 두툼한 페이지와 무게에서도 느껴지듯 이 책은 단순히 상식을 쌓는 예술 작품 가이드집이라고 보기만은 무리가 있다. 방송의 내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음은 물론이고, 방송에 나왔던 예술작품들을 적극적인 시각으로 촬영한 화보를 곁들어 직접 눈으로 예술 작품을 보고 있는 것과 같은 생동감을 부여한다. 그러나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예술 작품에 대한 해석을 예술가의 인간적인 측면에서 바라보고자 했던 점이다. 난봉꾼이며, 살인까지 저질렀던 카라바조는 그림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면서까지 구원받고자 했다는 점, 베드로 성당 증축의 부실공사로 모든 명성을 잃은 후의 베르니니가 추락의 끝에서 탄생시킨 성모 마리아상, 그림으로 선교를 시작한 목사 지망생이었던 반 고흐의 바램이 농부들의 일상을 그린 전원적인 그림으로 형상화 되었다는 등의 의견은 다른 미술 관련 책이나 안내서에서 엿볼 수 없었던 저자만의 새로운 해석이었다. 저자의 해석처럼 예술가들의 삶에서 묻어나는 고통,인내,환희,열망,구원 등의 감정이 그들의 작품 속에 투영되고, 수많은 세월이 지나도 우리는 그들의 작품 속에 살아 숨쉬는 이러한 감정들을 통해 감동받게 된다. 이렇듯 살아 숨쉬는 예술작품이 전달해 주는 감동, 이것이 바로 예술의 위대한 힘(파워 오브 아트)가 아닐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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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이 돋을 만큼 생생한, 여덟 편의 예술 드라마
객관적인 미술사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 취재를 통해 직접 몸으로 겪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단순히 흥미로운 읽을거리를 넘어 역사적 사료로서 충분히 주목할 가치가 있다. 예술가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동안 지은이는 예술가들의 삶의 터전을 목격했고, 작품이 탄생한 배경을 이해하게 되었으며, 이 과정을 통해 아무도 보지 못했던 그림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다른 대표작들에 묻혀 빛을 보지 못했던 그림의 진가를 발견하는가 하면, 예술가들의 심정을 자신의 마음처럼 헤아릴 수 있게 되었다. 터너에 대해서는 충분히 조사했다고 자부하고 있었던 지은이는 화가를 후원한 에그리몬트 백작의 저택인 펫워스 하우스를 방문하고 작은 그림 한 점과 놀라운 해후를 하게 된다. 저택 맨 꼭대기의 화가가 작업실로 사용했던 서재를 둘러보고 내려오며 지은이는 「치체스터 운하의 풍경」이라는 제목의 풍경화 한 점과 맞닥뜨리는데, 짙은 색 코트를 입고 낡은 모자를 쓴 채로 그림 속에 숨어 있는 터너를 발견해내고는 그것이 세상에 알려진 대로 평범한 풍경을 그린 것이 아님을 알아차린다. 그것은 다름 아닌 풍경화라는 가면을 쓰고 가장 힘 있는 후원자의 갤러리로 숨어 들어온 터너의 자화상이었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그동안 명작 취급을 받아본 적이 없는 반 고흐의 「나무뿌리와 둥치」를 본 지은이는 이리저리 얽힌 풀들과 사납게 날뛰는 듯한 나무 마디들, 그리고 그 가운데 질식할 듯이 웅크리고 있는 녹엽에서 반 고흐의 혼란과 방향 상실을 읽고 화가의 심경을 가장 잘 담아낸 그림은 어쩌면 「해바라기」나 「아이리스」가 아니라 그 그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파란만장했던 카라바조의 삶의 발자취를 좇으면서는 살아생전 살인ㆍ폭행ㆍ매춘을 일삼던 그가 사실은 얼마나 구원을 얻고 싶어했는지 알게 되고,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비드」에서 화가의 고백성사를 듣고는 안타까움과 연민을 느낀다. 예술가들의 활동무대를 누비며 몸으로 겪고 마음으로 이해한 이야기들이기에 공감의 깊이도 더하다. 우리에게 이해받을 수 있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는 반 고흐의 무조건적인 신념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를 읽고 나면 정말로 ‘뜨끈하고 땀에 젖은’ 그의 악수를 받은 듯 손바닥이 축축해지는 것 같고, 돌도 맥박 뛰는 인간을 만들 수 있는 재료라고 여긴 베르니니를 만난 후에는 차갑고 거친 그의 대리석 작품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것만 같다. 이 모든 마법 같은 일들은, 온갖 불화를 꿋꿋하게 견뎌낸 여덟 명의 예술가들처럼 지은이 역시 몸과 마음에 생채기를 내가며 얻어낸 이야기들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예술이 무얼 할 수 있느냐고 묻는 당신에게 사람으로서 살아내기 어려운 삶이었고, 지켜내기 힘든 믿음이었으며, 역사의 물길을 단숨에 바꿔놓은 극적인 순간들이었고, 그렇게 역사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위대한 예술가이자 작품들이었기에 우리는 감동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신을 인간의 경지로 끌어내리고, 안이하게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삶의 비극을 일깨우고, 그림 한 점으로 정치와 권력에 눈이 먼 인간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장면을 똑똑히 지켜본 우리는 더이상 물을 수가 없다. 예술이 과연 무얼 할 수 있느냐고. 역사상 가장 인간적이면서 대부분의 인간이 꿈도 꾸지 못할 삶을 살아낸 예술가들에 관한 당신이 들어본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 『파워 오브 아트』의 지은이는 마크 로스코의 삶을 뒤로하며 이렇게 글을 맺는다. “본 대로 쓰이지 않는다는 것이 이렇게 답답한 적도 없었던 것 같다. 마크 로스코가 가장 경멸했던 것 중에 하나가 ‘군말’이었다. 그가 마침내 만들어낸 ‘공간’에 단 하나의 계율이 있다면 그것은 제발 입을 다물라는 꾸짖음이리라. 이번에는 나도 그래야 할 것 같다.” 예술이 무얼 할 수 있느냐고 묻는 당신, 이제 그만 말하기를 멈추고 가슴으로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소리 없이,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들을 가능케 하는 예술의 힘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