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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 근대 조선에 불어 닥친 뜨거운 연애 바람
제1부 | 경성을 울린 비극적 연애 사건 제1화 모던보이와 절세 미녀의 자살 여행 - 장병천과 강명화, 한국사 최고의 정사 사건을 일으키다 절세 미녀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 | 기생이라는 운명 속으로 팔려 가다 | 자유연애의 선두주자, 모던보이와 기생 | 첫눈에 사랑에 빠진 두 사람 | 기생과 사랑에 빠진 사회주의자 | 애정의 도피 행각을 벌이다 | 연인을 지키기 위해 손가락을 자른 강명화 | 나는 당신을 위해 죽습니다 | 세상사람 중 가장 사랑한 파건…… | 장병천, 음독자살로 강명화의 뒤를 따르다 | 조선 최초의 로미오와 줄리엣 | 낭만적 사랑과 비극적 죽음의 어울림 제2화 모던걸과 모던보이의 치명적 사랑 -윤심덕과 김우진, 그들은 왜 투신자살을 했을까? 현해탄에서 이루어진 ‘사의 찬미’ | 순례 극단이 맺어 준 인연 | 윤심덕의 적극적인 구애가 시작되다 | 가난에 찌든 조선 최고의 성악가 | 현실의 벽 앞에 무참히 무너진 꿈 | 윤심덕, 결혼 스캔들에 휩싸이다 | 연극배우 | 드디어 죽음을 결심한 김우진 | 당장 오지 않으면 자살하겠습니다 | 두 사람의 자살, 그리고 「사의 찬미」가 남긴 것 제3화 죽음의 연애 공식을 따라 죽은 연인들 - 여급 김봉자와 의사 노병운의 투신자살 사건 한강에 투신자살한 두 남녀의 사연 | 열일곱 처녀가 카페 여급이 되기까지 | 죽음의 연애 공식, RK-R는 死죽음 | 간통죄로 고소당한 김봉자 | 연애 공식을 실현한 노병운 | 신문에 대서특필된 ‘비련의 애화’ | 새롭게 떠오른 1930년대 연애의 주역, 여급 | 유행처럼 번진 조선 남녀의 연애 자살 제2부 | 경성을 뒤흔든 낭만적 연애 사건 제4화 여성 화가 나혜석, 정조 유린 고발장을 던지다 -나는 불륜이 아니라 취미로 즐겼을 뿐 경성을 발칵 뒤집은 이혼 고백장 | 첫사랑 최승구의 갑작스러운 죽음 | 김우영의 열정 어린 청혼을 받다 | 첫사랑의 무덤으로 신혼여행을 떠난 부부 | 불행의 서막, 최린과의 만남 | 11년 만에 영원한 사랑의 맹세가 깨지다 | 김우영의 압박에 이혼을 결심한 나혜석 | 나혜석의 절규, 이혼 고백장 | 정조는 취미다 | 고독과 가난 속에서 삶을 마치다 제5화 사랑의 여신 김원주, 머리를 깎고 중이 되다 - 정조는 육체가 아니라 정신이다 파문을 일으킨 김원주의 정조 논쟁 | 불행했던 첫 번째 결혼 | 일본인의 아이를 낳다 | 시인 임장화와 동거하다 | 동반 자살을 약속한 김원주와 임장화 | 절대적 사랑 백성욱과의 만남 | 편지 한 통만 남겨 놓고 입산하다 | 사랑을 깨닫기 위해 중이 되다 | 마지막까지 불자의 길을 걷다 제6화 김명순, 연애가 파멸시킨 신여성 - 나를 비웃지 말고 나의 운명을 비웃어 다오 ‘모델 소설’ 전쟁 | 김명순, 모델 소설의 최대 희생양 | ‘나쁜 피’로 낙인찍히다 | 강간을 당해도 김명순 탓 | ‘남편 많은 처녀’라는 억울한 오명 | 끝없이 퍼지는 악소문들 | 무일푼으로 유랑의 길을 떠돌다 | 쓸쓸히 비참한 최후를 맞다 제3부 | 경성 연애의 색다른 얼굴, 충격적 연애 사건 제7화 홍옥임과 김용주의 동성애자 철도 자살 사건 - 여자를 사랑한 여자의 비극적 최후 철로의 이슬로 사라진 두 여성 | 뜻 없는 결혼에 애태우던 그 가슴 | 아버지에 대한 절망 | 네가 없으면 나는 죽는다 | 여학생 동성연애의 개화기 제8화 독살 미인 김정필 사건 - 남편을 죽여야 했던 구여성의 비극 모든 것은 ‘미인’이라는 말에서 시작됐다 | 애매하니 살려라, 악독하니 죽여라! | 재판을 보려고 몰려든 수천의 군중들 | 재개된 공판, 그러나 불리한 증언들 |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 | 언론이 만들어 낸 ‘미인’ 열풍 | 구여성들의 비극과 남편 살해라는 탈출구 제4부 | 경성을 붉은색으로 물들인 혁명적 연애 사건 제9화 허정숙, 성적 반역을 주장하다 - 조선의 콜론타이스트 임원근의 아내이자 동지가 되다 | 사회주의 운동에 뛰어든 두 사람 | 임원근의 두 번째 수감 생활 | 허정숙과 송봉우의 연애 | 사회주의 운동을 포기하고 상인이 되다 | 전향한 송봉우에게 결별을 선언하다 | 세 번째 연인이자 동지, 최창익 | 거짓 증인이 된 허정숙 | 붉은 연애의 투사, 세상을 뜨다 제10화 박헌영과 주세죽, 김단야와 고명자 - 사랑과 혁명, 그 비극적 변주곡 삼인당과 여성 트로이카, 여섯 명의 연인들 | 일경에 체포된 연인들 | 엇갈리기 시작한 운명 | 정신이 이상해진 박헌영 | 박헌영과 주세죽, 조선을 탈출하다 | 고명자와 김단야의 마지막 이별 | 박헌영, 또다시 체포되다 | 김단야와 주세죽의 뜻밖의 결혼 | 오명을 쓴 채 사형당한 김단야 | 박헌영의 두 번째 결혼 생활 | 일제의 패방 뒤 총비서가 된 박헌영 | 비극적 운명들 | 박헌영의 세 번째 결혼과 김일성의 저주 제11화 박진홍과 이재유, 그리고 김태준 - 일제하 운동사상 가장 낭만적인 로맨스 경성 트로이카의 탄생 | 3주간의 짧은 동거 생활로 끝난 첫사랑 | 신출귀몰한 이재유의 탈출 | 일본인 미야케 교수, 이재유를 숨겨 주다 | 아지트 키퍼 박진홍과 사랑에 빠지다 | 박진홍, 임신한 몸으로 체포되다 | 전향을 거부한 이재유, 감옥에서 죽음을 맞다 | 박진홍, 김태준과 부부가 되어 망명하다 | 남에서 사형당한 김태준, 북에서 숙청당한 박진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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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렵 기생들은 술자리의 여흥을 돋우는 역할만 한 것은 아니었다. 기생은 다양한 사회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연예인이면서 판소리 등 전통예술의 전수자였으며, 한편으로는 독립운동가이자 여권운동가였다. 또한 다른 여성들보다 사회적 제약에서 훨씬 자유로웠던 기생들은 ‘자유연애’를 최초로 실천한 주인공이기도 했다. ‘연戀’과 ‘애愛’가 합쳐서 만들어진 단어인 ‘연애戀愛’가 근대 조선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한 때는 강명화가 기생이 됐을 무렵이었다. 19세기 말 일본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연애’라는 단어는 서양 선교사들이 ‘Love’를 번역한 말로 쓰이면서 역사에 등장했다.
조선에서는 이수일과 심순애를 주인공으로 한 번안 소설 「장한몽」과 이광수의 「무정」이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자유연애’의 사상이 널리 유포됐다. 하지만 대다수의 여성들이 일개 축물畜物과 같은 대우를 받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신성神聖 연애에 목말라 있던 모던보이들이 발견한 첫 번째 연애 대상은 ‘기생’이었다. --- 제1화 「모던보이와 절세 미녀의 자살 여행」 중에서 처음에 김우진은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였으나, 구체적으로 결혼 소문이 돌기 시작하자 당황해하며 경성으로 달려와 사실 여부와 윤심덕의 심정을 파악하고자 했다. “결혼한다는 소문이 사실이에요?” “저라고 별 수 있나요. 부모님이 빨리 결혼하라고 성화란 말이에요.” “지금까지 나를 사랑한다고 했던 말들을 모두 거짓이란 말이요?” “그런 건 아니지만, 당신은 이미 처자가 있고 더구나 목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니…….” 아직 김우진 외에 다른 남성을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던 윤심덕은 김우진의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 그의 사랑을 확인한 후 김홍기와의 혼담은 없던 일로 했다. 한 달 후, 이번에는 윤심덕이 갑부 이용문의 첩이 됐다는 악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 제2화 「모던걸과 모던보이의 치명적 사랑」 중에서 정조는 도덕도 법률도 아무것도 아니요, 오직 취미다. 밥 먹고 싶을 때 밥 먹고, 떡 먹고 싶을 때 떡 먹는 것과 같이 임의용지任意用志로 할 것이오, 결코 마음의 구속을 받을 것이 아니다. …… 그럼으로 유래由來 정조 관념을 여자에게 한해 요구해 왔으나 남자도 일반일 것 같다. 왕왕 우리는 이 정조를 고수하기 위해 나오는 웃음을 참고 끓는 피를 누르고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한다. 이 어이한 모순이냐. 그럼으로 우리 해방은 정조의 해방부터 할 것이니 좀 더 정조가 극도로 문란해 가지고 다시 정조를 고수하는 자가 있어야 한다. …… 우리도 이것, 저것 다 맛보아 가지고 고정해지는 것이 위험성이 없고 순서가 아닌가 한다. --- 제4화 「여성 화가 나혜석, 정조 유린 고발장을 던지다」 중에서 1939년 3월부터 김동인은 《문장》에 김명순을 모델로 한 「김연실전」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소설의 줄거리는 기생 출신의 어머니를 둔 ‘김연실’이라는 주인공이 그 피를 이어받아 소녀 시절부터 일본어 개인 교사와 수십 차례 성관계를 맺고, 어른이 돼서도 자유연애를 육체관계로만 생각해 많은 남성들과 관계를 맺다가 파멸한다는 내용이었다. 어떤 이는 ‘포르노 소설’인 줄 알았다고 할 정도로 당시로서는 성애의 묘사와 문란함에 있어 충격적인 작품이었다. 김명순뿐 아니라 나혜석, 김원주로 생각되는 여성들까지 등장해 세간의 화제가 된 이 소설은 “여자에게는 영혼이 없다”고 거침없이 말하곤 했다는 김동인의 봉건적, 적대적 여성관이 드러나는 소설이었다. --- 제6화 「김명순, 연애가 파멸시킨 신여성」 중에서 1930년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된 살인범 100명 중 남성이 53명, 여성이 47명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여성의 비율이 매우 높았다. 또한 여성 47명 중 31명이 남편 살해죄였던 것처럼, 당시 여성의 남편 살해 범죄는 흔한 범죄였다. 하지만 남편 살해는 전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조선 특유의 범죄였다. 그 중에서도 1924년의 김정필 사건과 1934년의 박순옥 사건은 대표적인 남편 살해 사건으로 꼽힌다. 박순옥 사건의 경우 정부와 짜고 남편 배사복을 살해한 후 사체를 토막 내 야산에 유기한 잔인성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와 다르게 김정필 사건의 경우는 ‘독살 미인’이라는 수식어로 인해 재판 과정이 화제가 된 사건으로 남았다. --- 제8화 「독살 미인 김정필 사건」 중에서 서로 손을 맞잡고 찬란한 젊음의 에너지를 독립과 혁명 운동에 쏟으며, 경성 거리를 휘젓던 삼인당과 여성 트로이카 중 허정숙과 임원근을 제외한 네 명은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 물론 전 남편을 죽음으로 내모는 고발대에 서야만 했던 허정숙의 삶도 행복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두 번째 감옥살이를 한 후 다른 길을 걸어갔던 임원근을 제외하고는. 박헌영과 똑같이 세 번 결혼했던 허정숙이 ‘정조 관념이 희박한 여성’으로 동지들의 기억 속에 남은 반면, 박헌영의 결혼 생활에 대해서는 어떠한 비판이나 조소도 없었다. 그가 너무나 위대한 혁명가였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허정숙의 경우 자발적 선택이었고 박헌영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보는 것일까? 그러나 혁명 운동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공적인 일이므로, 매력을 느끼면 육체적 결합은 자유라는 콜론타이의 연애론을 가장 잘 실천한 것은 허정숙보다는 박헌영이 아니었을까? 어쨌든 혁명가들 사이의 붉은 연애도 낭만주의 연애가 그러했듯 여전히 남성 중심의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었다. --- 제10화 「박헌영과 주세죽, 김단야와 고명자」 중에서 1월 23일, 함박눈이 쏟아지고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는 가운데 이른 아침부터 행군이 시작됐다. 눈이 쌓여 있는 높은 산을 몇 개나 넘으면서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눈을 집어 먹었으나 오히려 허기를 부추길 뿐이었다. 밤 아홉시 경 박진홍이 산마루턱에서 쓰러졌다. “더 갈 수 없으니 나는 당신과 여기서 결별해야겠어요. 당신은 혼자 고국에 가서 이 진상을 동지들과 어머니께 알려 주길 바라요.” 자신도 배고픔과 추위에 지쳐 주저앉고만 싶던 김태준은 쓰러진 박진홍을 일으킬 생각은 하지 않고 그녀를 쳐다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박진홍을 버리고 그냥 가고 싶은 이기적인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감옥에서 나온 지 40여 일밖에 안 되어 퉁퉁 부은 다리가 회복되지도 않은 그녀를 데리고 온 책임을 져야 했다. 이름 모를 산중에 그녀의 시체를 남겨 두고 갈 수는 없었다. 박진홍의 몸을 만져 보니 가슴과 배엔 아직 더운 기운이 남아 있었다. --- 제11화 「박진홍과 이재유, 그리고 김태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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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경성에서 피어난 최초의 ‘연애의 계보학’
정조 취미론에서 프롤레타리아 연애론까지! 한국의 연애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그 사랑의 역사를 만난다! 중세 조선에서는 봉건적 신분 제도와 억압적인 성 윤리로 인해 자유로운 사랑이 금지됐다. 그러나 근대 경성은 달랐다. 신선한 서구 사상들이 조선에 유입되면서 사랑에 관한 대중들의 인식에도 콜럼버스적인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한국사상 최초로 ‘연애’라는 단어가 등장했고 새로운 학문을 익히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던 젊은이들은 앨렌 케이의 자유연애론을 들여왔다. 어떤 결혼이든 사랑이 있으면 도덕이고 없으면 부도덕이라는 그녀의 사상은 낡은 사회 윤리에 숨 막혀 하던 젊은이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새롭게 경성에 등장한 모던걸과 모던보이들은 식민지 시대의 폭압적인 현실과 맞서면서 사랑에 관한 과감한 담론들을 펼치기 시작했다. 정조는 육체가 아니라 정신에 있다는 신정조론을 주장한 김원주가 있었는가 하면, 정조란 아무것도 아니고 오직 취미에 불과한 것이라는 정조 취미론을 펼친 나혜석이 있었다. 프롤레타리아 연애론으로 무장한 혁명가 허정숙은 여기서 더 나아가 성적 만족을 위해서라면 정신적인 사랑이 없어도 육체적 결합이 가능하다는 연애유희론을 실천에 옮겼다. 성 윤리 면에서 개방적이라고 생각되는 오늘날에도 파격적이라고 생각되는 연애사건들이 100년 전 경성을 뒤흔들어 놓았던 것이다. 한국 근대사에 천착해 온 젊은 역사가가 써 낸 이채로운 미시사! 이 책 《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사건》은 소설보다 흥미로운 스토리 안에 이채로운 미시사를 촘촘히 박아놓은 작품이다. 책의 초반부에 소개되는 1920년대 3대 연애 사건에서는 자유연애의 주역들이 기생에서 신여성, 다시 카페의 여급들로 이동했음이 드러난다. 모델 소설 논쟁으로 희생당한 김명순의 이야기에서는 한국의 근대 문학사가 슬며시 끼어들고, 김용주과 홍옥임의 자살 사건을 통해서는 동성애에 관한 시각이 지금보다 오히려 100년 전에 더 관대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독살 미인 김정필 사건에서는 구여성들이 자신들의 비참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남편 살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다. 조국의 독립과 혁명을 꿈꾸며 경성 시내를 활보하던 삼인당과 여성 트로이카의 이야기, 일제하 운동사상 가장 낭만적인 로맨스로 기억되는 박진홍과 김태준의 연안행에는 한국 사회주의 운동사가 그대로 묻어나며 이를 통해 독자들은 그들이 일본과 중국, 러시아를 넘나드는 세계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저자 이철은 한국 노동자의 역사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혼돈과 격동의 도시 경성을 만났고 이후 당대의 인간 군상들을 연구하면서 식민지 조국의 폭압적 현실을 사랑으로 돌파해 나가려는 청년들과 조우했다. 친일과 반일의 이분법적 틀로만 인식되던 경성 시대 사람들이 실은 빛나는 젊음의 에너지를 지닌 인간이었다는 진실에 공감한 그는, 낡은 활자들 사이에서 인간의 더운 숨결을 살려냄과 동시에 과거의 담론에 현실을 비추는 역사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현재는 경성의 살인, 암살, 엽기 사건 등 주변부 역사로 치부되었던 분야들을 파고들고 있으며 중국사와 일본사에도 관심을 가져 근대 동아시아사에 관한 책을 쓸 계획을 품고 있다. 100년 전 경성에 펄떡거리는 심장을 지닌 인간이 살고 있었다! 경성은 전前 근대와 현대, 동양과 서양이 공존하던 공간이었다. 한편에서는 자유연애를 부르짖는 젊은 목소리들이 있었지만, 다른 한편에는 여전히 억압적인 유교적 윤리의 벽이 굳건하게 버티고 서 있었다. 너무나 달랐던 두 흐름은 비극적인 충돌을 피할 수 없었다. 죽음으로써 맹세를 지킨 사회주의자 장병천과 기생 강명화, 사의 찬미를 노래하며 현해탄에 몸을 던진 윤심덕과 김우진, 죽음의 연애 공식을 실행에 옮긴 청년 의사 노병운과 카페 여급 김봉자. 그들은 불에 뛰어드는 부나방처럼 사랑에 생명을 던지며 죽음을 맞았다. 한편 마초적인 남성 문인들에 의해 탕녀로 낙인 찍혔던 김명순은 여성으로서, 온전한 인간으로서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치다 끝내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다. 또한 연인 백성욱과의 절대적인 사랑을 나누었던 김원주는 그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 구도자의 길을 걸었다. 비록 그들은 지금 이 세상에 없지만 그 사랑만큼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오늘날 젊은이들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마음껏 사랑을 향유할 수 있는 것도 이들에게 빚지고 있는 터일 것이다. 이 책 《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사건》은 경성 시대의 생생한 공기와 함께 100년 전에도 이 땅에 펄떡거리는 심장을 가진 인간들이 살고 있었다는 진실을 가슴으로 느끼게 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