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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따뜻한 가죽 슬리퍼
2. 생각하거나 일하거나 3. 폴트론 스트렐의 검은 망토 4. 긴 다리 마을 5. 잃어버린 풍선 6. 오리 클럽의 정복 7. 성미 급한 행복 8. 땅속에서 들리는 목소리 9. 바닷가에 사는 늑대 * 옮긴이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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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엄마가 슬리퍼라…….”
조지는 다시 생각할 필요를 느꼈다. 훌륭한 사색가인 조지는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떠올렸다. 누구든지 태어날 때에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것을 스스로 알 수 있단 말인가? 누군가가 나에게 말해주지 않는다면 당연히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진실에 도달한 그는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그리고 다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네가 비버라는 것을 명심해라!” 아버지가 매일 나에게 비버라고 반복해서 말했기 때문에 나는 나 자신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조지의 불쌍한 친구인 그녀의 처지는…… 어느 누가 그녀에게 슬리퍼가 아니라 는 것을 말해줄 수 있을까?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다면 그녀는 자신이 슬리퍼라 믿는 것 외엔 다른 도리가 없다. --- p.23 “그런데, 아저씨…….” “뭐가 문제냐?” “우리 엄마가요…….” 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들려주기 시작했다. 엄마는 쥐 모양의 슬리퍼인데 어느 날 친구인 조지가 만든 수레에 엄마를 태워 비버 공동체로 갔고, 모든 게 다 좋았는데 누군가 엄마를 훔쳐갔다고 말했다. 그래도 다행히 바퀴는 남았다고 덧붙였다. 어쨌든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 말이다. --- p.54 “펜니, 우리가 이 깃털이 달린 생명을 입양해야 할 것 같아요. 그건 그렇고, 꼬마야, 너는 엄마가 누군지 모르지?” 마담 학이 그녀에게 물었다. “알아요!” 마담 학은 상태가 안 좋은 애를 입양하게 됐다고 생각했다. “그럼 엄마는 어디에 계시니?” “그건 몰라요. 누군가 훔쳐갔어요.” “오, 이런. 아무도 엄마를 훔쳐가지는 않는단다.” “우리 엄마는 그랬어요.” “그럼, 네 엄마는 누구지?” “슬리퍼예요.” “어휴! 펜니, 당신도 좀 뭐라고 말 좀 해봐요.” 마담 학은 말도 안 되는 것들에 지쳤다. 젊은이들의 일탈, 사춘기의 위기, 마약, 청소년 센터……. 이거 원, 젊은 애들이란! 이제는 슬리퍼의 자식이라고 우기는 애까지 나타난 것이다. --- p.96 생각이란 늘 들기 마련이고, 사람들이란 항상 떠나기 마련이다. 특히 우리는 특별한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이 떠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끈으로 그를 붙들어 놓고 싶지만 마치 풍선처럼 날아가 버리고 만다. 그러면 어리석은 끈만이 손에 남는 것이다. 우리는 멀리 날아가는 풍선을 안타깝게 바라보지만 다시는 그것을 손에 쥘 수도, 볼 수도 없다. 하늘에는 얼마나 많은 잃어버린 풍선이 있을까. 바보같이 그것을 잃어버렸을 때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그것을 잃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었단 말인가. --- p.120 여름이 지나고 또다시 여름이 돌아왔다. 여름이 끝났다고 해서 시간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여름이 지나도 다시 여름이 오고, 또다시 오고……. 그렇게 계속 이어진다. 인생은 많은 여름을 그렇게 보내는 것이다. --- p.140 그러니까 뭐지? 난 누구지? 그녀는 자신이 누군지에 대해 생각하느라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못했다. ‘나는 이것도 저것도 아니야. 그러니까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자신의 인생에 관하여 곰곰이 생각해봤다. 슬리퍼 엄마를 찾지 못했고, 비버와 결혼하지 않았고(그 비버는 다른 이들이 하는 일을 원하지 않는 유일한 비버였다) 박쥐가 되지 않았고, 학과도 살고 있지 않고, 이젠 남자 친구도 없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확신을 얻자 그녀는 투명오리가 되었다. 자신이 누군지, 어떤 존재인지 찾고자 탐구하던 걸 다 버리고 불명확한 존재로 남았다.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은 그녀를 평온하게 했다. 그녀는 평화로움과 자유를 마음껏 만끽하며 날개를 파닥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땅에서 1미터 정도 떠올랐고, 드디어 공중으로 힘차게 날아올랐다. --- p.193 그녀는 해변에 앉았다. 애잔함이 깃든 이상한 행복감이 밀려왔다. 왔다가 가는, 계속해서 다시 오고, 다시 몰고 가는 끊임없는 파도를 바라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것, 하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지나가지 않는다는 것, 남자 친구, 엄마, 구름……. 그 순간 구름 하나가 그녀 위를 지나가고 있었다. 다른 구름보다 더 짙은 회색빛을 띈 대단히 큰 그 구름은 이상한 모양을 띄고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가죽 슬리퍼 모양이다! 쥐 주둥이에 커다란 귀와 수염…… 엄마다! 엄마가 결혼식 날 그녀를 만나러 온 것이다. --- p.2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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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안다는 것, 그 떨리는 비밀을 찾아 떠난 모험
“누구에게나 건너야 할 자신만의 사막이 있다” 《내가 누구인지 몰라도 괜찮아》는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한 아기 오리의 모험을 통해, 두렵고 고통스럽지만 누구나 겪어야 하는 자아 찾기의 과정을 따뜻하고 섬세한 필치로 그려냈다. 자신을 품어주었던 슬리퍼 엄마가 사라지고, 엄마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는 동안 주인공 ‘그녀’는 끊임없이 ‘너는 무슨 동물이니?’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때마다 그녀는 비버, 박쥐라고 대답하는 등 계속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이 과정에서 슬픔, 분노, 서글픔 등 다양한 감정을 경험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되면 이런 고민과 감정들은 사라질 거라 믿었지만 막상 자신이 오리라는 것을 알게 된 뒤에도 고민은 사라지지 않는다. 믿었던 오리 무리에서도 배신당하고 더 이상 비버라고도, 박쥐라고도 말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렇게 자신을 알아가는 고통의 시간을 겪어낸 그녀는 마침내 진정한 자기 자신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어딘가에 소속되고, ‘무언가’로 규정되는 것을 포기하고, 자유롭게 날아오른다. 힘없고 여린 생명체에 지나지 않았던 그녀가 드디어 자신을 마주하고 스스로 일어설 힘을 얻게 된 것이다. 작가는 애정 어린 시선으로, 부딪히고 깨지면서도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거듭나는 길을 걸어가야 할 우리에게 인생이란 이렇듯 자신의 존재를 찾아가는 용기 있는 모험이라며,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건넨다. 그리고 힘들지만 누구에게나 꼭 건너야할 자신만의 사막이 있다고, 그 외로움을 견뎌내고 성장할 것을 권한다. 가슴이 훈훈해지는 아름다운 성장소설 이 책은 모험담과 성장소설, 우화라는 장점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읽는 이로 하여금 쉽게 몰입하게 하고 아기자기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특히 즐거움과 슬픔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이 절묘하게 조화되어 녹아 있다. 오리라는 우습고 귀여운 동물을 주인공으로 선택했고, 그녀가 좌충우돌하는 모습은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동시에 부모가 누군지 모르고 자신이 어떤 동물인지도 모르는 가여운 아기 오리의 처지 때문에 서글픈 정서가 느껴진다. 삶에 지친 우리와 주인공의 처지는 크게 다르지 않기에,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며 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등장하는 다른 여러 동물들의 특징 또한 잘 녹아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오리가 만나는 동물들, 예를 들어 일 중독자인 비버, 남의 얘기는 귀담아 듣지 않고 자리싸움만 하는 박쥐, 상류층의 위선과 독선으로 가득 찬 마담 학 부부 등은 우리 사회의 여러 모습을 간접적으로 풍자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기에 우리 삶의 단면에 대해서도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그림 주인공인 아기 오리가 태어날 때부터 잃어버린 엄마를 만나게 되기까지의 모험담을 그린 이 작품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따뜻하고 아름다운 그림이다. 비버, 박쥐, 학, 늑대 등 아기 오리가 만나는 동물들의 캐릭터를 생생하게 그려냈고, 오리가 겪는 모험을 또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하여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