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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2부 감사의 말 역자 후기 |
Sahar Khalif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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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는 열정이 필요하고, 남들처럼 살려면 열정이 필요해. 힘들고 거친 이 마을에서 살아가려면 열정이 필요하고, 시위를 하고 돌멩이를 던지고 도망을 치는 데 열정이 없다면 그게 가능하겠니?” 아흐마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시위에 가담하지도, 돌을 던지지도, 무언가에 뛰어오르거나, 어디론가 내달리지도 않았다. 그저 도망칠 줄만 알았다. 폭력 사태가 발생해 아이들이 거리에서 시위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 시위는 처음엔 함성으로 시작되었다가 나중엔 혼란과 투석, 최루가스로 변모했다. 그럴 때면 아흐마드는 어디든지 멀리 떨어진 곳에 파고 들어가 숨었다. 화장실, 계단 아래, 아인 알미르잔 묘지. 그런 곳에서 숨을 꾹 참고서 소란이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렸다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집으로 돌아갔다. --- pp.19~20
길고 긴 분리장벽이 거리와 거리를 갈라놓았고, 도시는 고립된 우리 수준이었다. 모든 도시는 경찰과 탱크에 포위당한 거대한 빈민가가 되었다. 도시 입구는 참호와 오물더미, 경비초소로 막혔다. 경비초소에서 청년들은 목숨을 잃었고, 여자들은 새 생명을 낳았으며, 병자들은 숨을 거뒀다. 저격수의 총격사건과 시위가 일어났고 노동자들은 가택연금을 당하며 생계수단을 잃었다. 차량 통행이 여의치 않아지자 사람들은 당나귀 마차와 수레를 타고 산길을 넘었다. 세계화와 이스라엘의 습격 이후로 동물을 타고 이동하는 것은 일종의 유행이었다. --- p.119 그에게 연락을 해보려 했고, 사람들은 그가 가자로 갔다고 말했다. 다시 연락을 취하려 했고, 사람들은 그가 암만으로 갔다고 말했다. 다시 연락을 하려 하니, 사람들은 그가 아라파트와 있다고 말했다. 또 연락을 하려 하면, 사람들은 그가 장관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며칠이, 몇 주가 흘렀다. 작렬하던 감정은 온기를 잃어갔다. 악몽 같은 의심이 다시 찾아왔다. 더 이상 사랑의 자장가는 없다. 그를 사랑함으로써만이 그녀의 세상이 의미가 있다고 말하기 위해 그를 만나기를 간곡히 기다리지 않는다. 더 이상 사랑의 노래를 듣지 않는다. 그녀는 두려워졌고, 정신이 없었다. 그녀의 세상이 좁아 들어오고 색채를 잃는 기분이었다. 그의 인생에 있어 그녀는 어디에 있을까? 그녀의 자리는 무엇일까? 인생의 동반자나 집안의 한 기둥이자, 투사의 쉼터일까? 그를 만나길 바라며 일도 하지 않은 채 남게 될까, 그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것, 자신의 것이 아닌 남자를 기다리는 것. 그는 모두의 것이다. 공공재나 다름없다. 광장 한가운데 세워진 동상처럼. 순국열사를 위한. 그는 그녀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다. --- pp.310~3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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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역사의 소용돌이 속, ‘뜨거웠던 봄’
타고난 예술가와 같은 형제가 있다. 밴드의 리더 겸 보컬로, 사람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는 음악을 하는 형 마지드. 조용하고 소심하지만 그림에 소질이 있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그 누구보다도 사진으로 담아내는 동생 아흐마드. 평온한 환경과 평화로운 세상 속에서 저마다 인생의 봄날을 맞이하길 바라는 모두의 소망과는 달리, 형제의 인생은 정치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너무나 일찍 타오르고 만다. 아흐마드가 기르던 고양이가 울타리를 넘어 이스라엘의 구역에 갇히게 되면서, 이야기의 분위기는 돌연 바뀐다. 고양이를 구하러 갔던 아흐마드는 지뢰를 묻으려 했다는 거짓 소문에 시달리게 되고, 형 마지드는 이 소문으로 인해 자신을 유학 보내주기로 했던 유력가에게 모욕당한다. 그리고 그날 밤 유력가의 사살 사건으로 도망 길에 오른다. 전쟁이 크게 터지면서, 동생 아흐마드는 얌전한 모범생에서 저항투사가 되고, 형은 어느 순간 정치인의 탈을 쓴 야심가로 변모한다. 외부 환경에 맥없이 쓰러져야만 하는 수많은 청춘, 그리고 전쟁과 분쟁 속에서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파괴되는 젊은 인생들은 여전히 세계 도처에 널리 퍼져있다. 자신들이 선택하지 않은 비극 속에서 그들 앞에 놓인 선택지는 단 둘이다. 눈을 가리고 귀를 닫고 아무것도 모른 채 물 흐르는 대로 생존하여 이익을 취하거나, 또는 저항하거나. 모든 선택지에는 고통과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다. 마지드와 아흐마드 형제도 마찬가지였다. 『뜨거웠던 봄』은 이러한 고통을 침착하고도 섬세하게 조명한다. 작가가 여성인권 분야에서 목소리를 아끼지 않는 사람인만큼, 여성인물들에 주목해 소설을 읽어보는 것도 좋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자신들을 지켜내 왔는지에 대해 서술한 작품들은 여전히 부족하다. 그들이 겪는 분쟁과 혼돈의 역사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극복해왔는지 『뜨거웠던 봄』을 통해 살필 수 있다. 사하르 칼리파는 아무 조건 없이 여성의 존재를 인정하는 자유로운 사상을 가진 남성이 없다면, 조국의 해방 또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 파이살 다르라주 2006년 아랍권 최고의 문학상 중 하나인 ‘나기브 마흐푸즈 문학상’을 수상한 팔레스타인을 대표하는 작가인 사하르 칼리파는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적극적으로 서술하고 세상에 알려왔다. 그녀는 지난 2009년 인천 아트플랫폼에서 열린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문학심포지엄(AALA)’ 참석차 방한하여 아랍의 억압받는 여성의 현실과 시대에 따라 달라진 아랍 여성의 위상과 사회변화를 전했다.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함과 그녀만의 진취적인 성향을 작품들에 반영해 온 그녀는 소설을 통해 ‘팔레스타인의 국가적 투쟁’이라는 하나의 역사를 기록하고자 했기에 ‘내부인’의 시선으로 그동안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겪어온 고초와 삶의 무게를 여러 인물들을 통해 강하면서도 담담한 어조로 그려냈다. 『뜨거웠던 봄』 그리고 동시 출간된 『형상, 성상, 그리고 구약』을 통해 저 먼 땅, 팔레스타인의 이야기를 이곳으로 소환해 ‘우리’의 이야기로 만들어 볼 좋은 기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