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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황금 같은 시간 | 지옥훈련 | 가훈 바꾸기 | 타이밍 | 가을, 안개 속으로 | 불면증 | 변덕스러운 마음 | 손복 | 김장 | 술국 | 주부의 자리 제2장 스쳐가는 바람 | 인연 | 짧은 만남 긴 여운 | 부고(訃告) | 엄마가 된다는 것 | 진눈깨비 | 인식의 차이 | 표정관리 | 상처받은 믿음 | 삶의 색깔 제3장 자연의 소리 | 주말등산 | 가을비와 낙엽 | 봄바람 | 법정스님의 입적을 기리며 | 희망이란 | 내 인생은 나의 것 | 휴가 | 음식은 과학이다 | 통일의 꿈 제4장 즐거움을 선물한 손님 | 보석을 찾는 마음 | 유비무환 | 짝퉁 | 억지소동 | 두 여인 | 담배꽁초 | 성형천국에 사는 비애 | 잊지 않을게 |폭력영화 이대로는 안 된다 제5장 데스밸리 | 길 위에서 만난 톨스토이 | 샤머니즘의 성지 바이칼을 찾아서 | 북해도 겨울여행 | 신두리 사구포구 | DMZ를 다녀오다 |추억의 통영을 다시 찾아서 | 다이어트 휴가 | 문학은 나에게 무엇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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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복에서 손복으로 바뀌어 귀한 손이 되었지만 한편으로 은근히 겁도 난다. 이웃들과 모여서 음식 만들며 이런 저런 훈훈한 이야기하며 사는 재미도 잊혀간다. 만남의 횟수가 줄어들어 따뜻한 마음 주고받던 소중한 사람들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러다 진짜 내 손이 녹이 슬어 못 쓰게 되면 어쩌나 살며시 걱정도 된다. 내일은 아무리 힘들어도 부침개라도 부쳐 상가 사람들과 나누어 먹으려는 마음에 어느새 내 손에는 시장바구니가 들려 있다.
--- p.50 내가 꿰매준 운동화를 신고 우리 아이도 엄마의 사랑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으리라.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받은 사랑만큼 이웃에게 돌려줄 수 있는 그런 아이로 키우고 싶다. 가난을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그런 아이로 자라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아버지의 크신 사랑이 따뜻한 감성으로 살아가는 오늘의 나로 이어졌듯이 다음의 우리 아이에게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 p.142 나 역시 매일 보는 이 여인의 이름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며 사는 집도 모른다. 그녀의 신상에 대해 물어보면 엉뚱한 대답뿐 아니라 두서없는 말 때문에 오히려 혼란스럽다. 남편이 있다고도 하고 부모님과 함께 산다고도 하는데, 가족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믿을 수도 없다.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니 혹시라도 불행이 닥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예전의 그 여인처럼 바람같이 사라지면 어쩌나, 히죽히죽 웃는 모습이라도 좋으니 오래오래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 p.1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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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보석을 찾았다
“저 그게 아니고요, 아내에게 선물을 하려는데 돈이 조금밖에 없어서요. 보석은 비싸지요?” 일상생활에서 겪는 흔한 사건들도 보석으로 만드는 이숙영은 실제로 보석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부유함을 상징하는 보석처럼 화려한 사연이 아니라 삶의 진솔함이 묻어 있어서 오히려 더 빛나는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즐거움을 선물한 손님] 중 인용한 문장에서 느껴지듯이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사랑에 경제적 능력이 미치지 못해 어쩔줄 몰라 하는 손님의 모습은 작가만 아련한 미소를 짓게 만든 것이 아니라 독자들도 눈가에 눈물과 입가의 미소를 머금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이 책은 ‘별 것 아닌 것’을 ‘별 것’으로 읽게 만드는 책이다. 작가는 별 것으로 읽히는 별 것 아닌 것들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불면의 밤들 “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것은 불면증이다. 그걸 해결하지 못하면 몸의 증상도 더 악화되는데 가장 어려운 숙제로 남아 있다.” 이숙영 에세이가 모두의 공감을 일으키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가르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반성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있다. 많은 현대인, 특히 중년 이상의 한국인이라면 이런저런 걱정들도 쉽게 잠들지 못한 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불면증을 ‘나는 이렇게 극복했다’가 아니라 ‘나도 극복하지 못했다’는 고백에 덧붙여 치료를 위해 시간과 포기가 필요함을 되새기는 부분은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수필의 소재가 되는 사건은 결국 우연히 일어난 일이고 우연은 무질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무질서에 관해 깊게 사유하다 보면 문학적 인과관계를 발견할 수 있다. ‘별 것’아닌 것이 ‘별 것’이 되게 만든 글솜씨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 별 것이 별 것 아닌 것으로부터 왔기 때문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진눈깨비 내리는 날 “난 진눈깨비가 미우면서도 싫지 않다. 가끔씩 잠들어 있는 내 영혼을 깨워준다.” 어떤 기억은 상처가 너무도 커서 마음에 담아둘 뿐 꺼낼 수조차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수필은 ‘나’를 공개하는 문학 장르이다. 작가는 생의 가장 아픈 기억을 꺼낸다. 진눈깨비 내리는 날 찾아온 아픔이어서 진눈깨비가 내릴 때마다 아픔이 되살아나지만 이제 그것을 넘어 더 높은 단계로 승화하려는 몸부림을 보여준다. 글을 통해 독자가 정화되는 느낌을 받은 것은 이런 진솔한 자기 고백 때문일 것이다. 아픔에 공감하고 서로를 위로하며 삶에 대한 새로운 의지를 되새기게 하는 과정을 겪어내는 것이다. 진눈깨비를 보며 질퍽질퍽한 길을 걱정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길을 걸어 따뜻한 온기가 필요한 사람을 찾아가는 여정을 따라가보자 또 후회하며 “당분간은 힘들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면 꼭 휴가 내어 시누님 사시는 모습 뵈러 갈게요.” 우리는 그렇게 할 생각이 없거나 처지가 안 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다음에’라는 말로 그 상황을 넘길 때가 종종 있다. 수필을 쓰는 이들은 ‘겨우’와 ‘겨우’사이에서 지나간 ‘겨우’와 다가올 ‘겨우’에 무척이나 관심이 많은 이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에’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사정에 공감하는 것은 멋진 여행이나 화려한 모임보다 수필가의 예리한 시선에만 포착되는 순간이고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계기가 된다. 이숙영의 수필집 《보석을 찾는 마음》은 겨우와 겨우 사이, 그 어느 지점에 서 있는 작가의 ‘시간’과 ‘사람’그리고 ‘문학’에 관한 관심을 모은 책이다. 우리의 삶이 늘 후회하고 또다시 후회하는 과정의 연속일지라도 그것에 주목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경지까지 나아간다면 삶은 여전히 희망적이다. 이 책의 이곳저곳에서 그런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