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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밭에서 일할 때 ――하나님에게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1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2 탕자의 노래 포도밭에서 일할 때 길가에 버려진 돌 내가 살 집을 짓게 하소서 하늘의 새, 들의 백합꽃 어느 개인 날 언제 아담은 울었는가 맹물이 포도주로 변할 때 나의 키와 몸무게보다 2 혼자 읽는 자서전 ――나에게 도끼 한 자루 메멘토 모리 흑백사진 거리에서 오래 다닌 길 허물 바람 부는 날 길 위에 흘린 것들 혼자 누운 날 수면제 스무 알 속의 밤 세븐일레븐의 저녁시간 닭 정말 그럴 때가 향기로운 비 잠수 빈 병 채우기 연시 수인영가囚人靈歌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3 시인의 사계절 ――시인에게 봄의 시인 여름의 시인 가을의 시인 겨울의 시인 식물인간 종을 만드는 마음으로 여름에 본 것들을 위하여 정상에 오르는 길 나를 시인이라고 부르지 말라 시를 쓰려거든 여름 바다처럼 시인과 나목 4 눈물이 무지개 된다고 하더니만 ――어머니들에게 어미곰처럼 심장소리 두 발로 일어설 때 마지막 남은 말 바람의 눈 눈물이 무지개 된다고 하더니만 장미가시에 찔려서 반짇고리 5 내일은 없어도 ――한국인에게 벼랑 끝입니다, 날게 하소서 천 년의 문 쓰레기를 씨레기로 아름다움이 힘이니라 콩 심기 잡는다는 것 한글 배우기 콜럼버스의 종달새 말아 다락 같은 말아 반대말놀이 양계장 보고서 지금도 떨어지는 꽃들이 있어 |
李御寧, 호:凌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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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한국의 지성을 대표하는 이어령李御寧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가 한평생 꿈을 꾸며 뜸을 들인 첫시집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가 간행되었다. 시인으로서의 첫행보이다.
문학평론가로 등단한 지 52년 만이며, 소설·희곡·에세이·문화비평 등 문학의 전 장르에 걸쳐 문명을 날린 명문장가로서 문학 반 세기를 넘긴 나이에 시인으로 탄생하였다. 한평생 그의 문학에 녹아 있던 번쩍이는 시정신이 드디어 꽃을 피운 순간이기도 하다. 시집에 수록된 한 편 한 편의 시들은 호소력이 있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갖고 있다. 때로는 선시禪詩와 같은 함축과 잠언, 때로는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구도자의 사랑과 기도, 생명의 힘을 느끼게 해준다. 칼릴 지브란이 그랬던 것처럼 그의 시에는 예지가 있고, 인간의 정신을 깨우는 신비한 힘과 잠언이 있다. 이어령 문학정신의 정수精髓, 시집『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이번에 출간된 이어령 시집『어느 무신론자의 기도』에는 이 교수가 대학시절 서울대 학보(대학신문)에 투고한 시부터 최근에 쓴 시까지 모두 61편이 묶여 있다. “이제까지 내가 쓴 모든 시가 망라되기 때문에 실험적 양식부터 서정시까지 다양하다”는 그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집은 자신의 삶과 문학적 연대기라고 밝혔다. 그는 “문학이 죽었다거나 문화가 상업화됐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만큼 순수문학에 대한 열정, 시를 사랑하는 문화가 자리잡힌 나라는 드물다”며 “나도 시집을 내 문학의 정수(core)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 계간 《시인세계》 겨울호에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등 시 두 편을 발표하면서, 시인으로 공식 등단한 그는 지난 6월 계간 《문학의 문학》 여름호에도 「내가 포도밭에서 일할 때」 등 6편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시인으로서의 행보를 시작했다. 이어령의 머릿속에는 늘 시가 있었다. 길을 가면서 단어 몇 구절이 떠오르면 명함 뒤에라도 적어놓았다. 그런 시상을 컴퓨터에 저장해 두고 틈틈이 그 이미지를 발전시켰다. “수백 편의 시가 컴퓨터에 미완성으로 들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문학 전체가 광범위한 ‘시’이며, 그런 점에서 자신은 평생 ‘시인’이었다는 이 교수가 본격적으로 ‘좁은 의미’의 시 작업을 한 것은 2004년 일본 교토에서 머문 1년 동안이었다. “교토에서 혼자 내 자신을 정리했다”는 그는 “이 때 시를 쓰면서 누구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나를 위해, 나 혼자 본다는 생각에서 시를 썼다”고 한다. “평생 시인 소리를 못 들을 줄 알았고, 평생 시집을 갖지 못할 줄 알았다”는 그는 “삶이란 것이 꼭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이번 시집 출간 역시 삶의 우연성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