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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스는 물에 잠긴 논밭 가에 줄줄이 세워 놓은 울타리를 따라서 나무 그늘 밑으로 걸어갔고, 길을 물어볼 데가 없었기 때문에 그저 앞으로 나아갔다. 가끔은 훔친 달걀 하나로, 보통은 개암 열매 한 줌으로 저녁을 때웠으며, 저 멀리에서 우르릉거리는 천둥소리처럼 대기를 떨게 만드는 대포 소리에만 의지해서 길을 갔다. 가랑스는 이미 지나온 길로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위험을 향해 단호하게 나아갔다.”--- 본문 중에서
“바스티엥은 자신의 심장이 솟구쳐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는 절대로 고개를 숙이지 않겠노라고 스스로에게 맹세했다. 가랑스, 그녀라면 결코 그러는 법이 없을 테니까.”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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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곰』과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의 작가, 프랑수아 플라스의 신작!
프랑수아 플라스는 처음에 삽화가뾔서 그의 경력을 시작했으나 삽화만 그리지 않고 직접 글을 쓰기로 결심한다. 그는 어릴 때부터 여행과 모험을 동경했고, 그림책과 지도책에 큰 애정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동경과 애정, 뛰어난 그림 실력으로 그만의 상상을 책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1988~1990년에 『항해사들의 책』『탐험가들의 책』『장사꾼들의 책』을 시작으로, 1992년에는 『마지막 거인』을 출간했고, 이 책으로 프랑스 문인협회 선정 아동 부문 대상, 국제어린이도서협의회 명예도서 선정 등 많은 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1996년부터 나온『오르배 섬 지리학자들의 지도책』으로 『리브르 엡도Livrese Hebdo』가 뽑은 최고의 청소년책 상(1996), 리모주 도서축제 10~14세 아동도서 상?프랑스 국영 방송국의 아동 픽션 상(1997), 이탈리아 볼로냐 도서전 라가치 상(1998) 등을 수상하는 등 그의 빼어난 그림과 이야기 속으로 독자와 비평가를 끌어들이고 있다. 1998년 이탈리아 볼로냐 도서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은 알파벳 순서로 된 스물여섯 나라의 환상적인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고 아름다운 문체와 섬세한 필치의 삽화로 감동을 선사한다. 책 속에는 스물여섯 나라이ㅡ 동물과 식물, 말과 옷차림, 풍속과 종교 등에 관한 기록과 그림, 지도가 담겨 있으며, 각 나라의 전해지는 이야기까지 담고 있다. 마법과 주술, 신화와 전설을 프랑수아 플라스의 상상 속에서 재구성하여 풀어 놓고 있다. 또 다른 책인 『큰곰』에서는 아득한 옛날 여러 종족들 가운데 두 발로 서서 걷는 한 어린 존재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생명계의 신비와 순환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큰곰의 눈을 통해 주인공 카올이 어떻게 태어나고 자라서 참된 사람으로 커 가는지 흥미롭게 그리면서, 인간의 탄생과 죽음 등 인간 존재의 원리와 나아가 계절의 순환, 밤과 낮의 순환 등 우주의 순환원리를 자연스럽게 깨닫게 한다. 또한 섬세한 먹선으로 그려진 한 폭의 수묵화 같은 화면은 색의 세계를 초월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심오한 세계를 감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신작 『전쟁터의 딸』에서는 그동안 보여주었던 상상의 세계를 벗어나 16~17세기경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상상의 세계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철학적 물음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이야기로 풀던 프랑수아 플라스는 이번 신작에서 ‘인간과 역사의 관계’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가빛스라고 하는 한 평범한 여인을 통해서 권력이 개인에게 미치는 힘, 역사 속에서 인간의 삶, 운명에 맞서 전진하는 힘 등을 조명하는 작가의 이야기 전개는 미려한 그림을 통해 독자에게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선다. 정교한 문장과 맑은 이미지로 보여주는 인간의 삶과 사랑의 변주곡! 이 책의 주인공인 가빛스는 난파선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이다. 가빛스는 그 당시 노예와 같은 피부색을 가지고 있었지만 말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어디에서 왔는지, 자신이 어디 태생인지 말을 할 수 없었다. 프랑수아 플라스는 가빛스가 난파선에서 살아남았다는 점과 벙어리라는 것을 통해서 가빛스의 시련과 그럼에도 그 모든 시련을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빛스는 영주의 대리인에 의해서 여관 「황금태양」에 머무르게 되지만 여관 주인 부부는 가빛스를 친딸처럼 키우고, 이곳에서 아름답게 성장한 가빛스는 자신을 위해 바이올린을 연주해 주는 바스티엥을 만나게 된다. “영주의 명을 받들어 보다랑 마을과 주변 지역을 관리하는 영주의 대리인이 현장에 도착했다. 그가 어린 여자 아이에게 다가가 보니, 아이는 젖혀진 면포 사이로 어깨를 드러낸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피부색이 짙었고 가느다란 금귀고리를 달고 있었다. 발목과 손목에 쇠사슬을 차고 있던 흔적이 없었다 뿐이지, 어느 모로 보나 사라센에서 잡혀 온 노예로 보였다.” - 본문 중에서 민중에게 시련을 주는 권력의 힘과 이에 굴하지 않는 신념! 가빛스의 미모에 반한 영주는 가빛스를 차지하려고 하지만 실패하고, 바스티엥은 왕이 일으킨 전쟁으로 인해서 군대의 북치는 고수로 가빛스의 곁을 떠나게 된다. 바스티엥이 떠난 후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가빛스는 기다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바스티엥을 찾아 나선다. 프랑수아 플라스는 가빛스에게 수동적이 아니라 적극적인 여성상을 부여함으로써 이야기의 긴장감을 더한다. 하지만 가빛스와 바스티엥은 전쟁 앞에서 아무런 반항을 할 수 없는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가빛스의 행동은 개인과 권력자 속에서의 비극성을 더 잘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가빛스는 전쟁의 한가운데서 바스티엥을 다시 만나 딸 ‘세라핀’을 낳지만, 탈영병 신분인 바스티엥와 가빛스는 다시 헤어지게 된다. 가빛스는 여관 「황금태양」으로 돌아가고, 바스티엥은 갤리선의 노예가 되어 바다로 끌려간다. 가빛스는 곧 영주를 피해 숲속으로 피신하고, 다시 석탄장이 계곡으로 옮겨간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어지는 개인의 삶과 운명에 대한 심오한 성찰! 가빛스는 영주를 피해서 세라핀과 함께 석탄장이 계곡의 은신처까지 가게 되지만, 몸을 숨기고 가만히 있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유를 위해 투쟁한다. 프랑수아 플라스는 가빛스에게 미치는 권력과 역사의 거대한 힘을 말하면서 프랑스의 종교전쟁을 배치한다. 구교도와 ‘위그노’라고 불리는 신교도와의 기나긴 전쟁 속에 가빛스와 바스티엥이 말려든다. 가빛스는 신교도로써 왕과 영주의 힘에 대항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행복과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 싸운다. 이러한 모습에서 우리가 한 인간으로써 인생에서 가져야 할 자세와 마음가짐을 다시 한 번 성찰할 수 있다. 가빛스의 적극적인 투쟁으로 인해 극적으로 바스티엥을 만나고, 평화의 날을 맞이한다. 세라핀은 엄마인 가빛스와 마찬가지로 아름답게 성장하고,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기 위한 길을 떠난다. “가빛스는 대연회실 벽에 「풍요의 섬」 그림을 걸고서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왕의 말, 영주의 몸짓 한 번이면 수많은 삶이 망가지기에 충분했다. 가빛스는 그들을 향해 들끓는 그녀의 분노를 결코 소리로 터뜨리지는 못할 것이다. 이제 가빛스는 그 누구라도 그녀를 세상 끝으로 내던지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바로 이곳이 그녀의 왕국이 되기를 원했다.” - 본문 중에서 “그랬다. 그녀의 딸은 말을, 분노의 말을, 다정함의 말을, 다양한 이야기를,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의 말을 그녀의 목소리에 실어 전할 것이다. 그녀의 딸은 늘 새로운 말을 길거리에서 마을로, 도시로 전할 것이다. 궁전이라고 왜 안 되겠는가. 세라핀은 무대에 올라서 한껏 멀리, 한껏 높이 말을 전할 것이고, 그 무엇도 그 누구도 그 말을 막지 못할 것이다. 세라핀의 심장이 북처럼 고동치고 있었고, 그리고 세라핀은 그녀의 딸, 전쟁터의 딸이었으니까.” - 본문 중에서 결국 제목에서 말하는 ‘전쟁터’는 한 인간이 걷는 인생이라고 할 수 있다. 인생의 전쟁터에는 개인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권력자의 횡포, 대의명분이라는 이름 아래 행해지는 잘못, 질투, 욕망 등이 있고, 이를 헤쳐 나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있다.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인생의 가시밭길에서도 삶에 대한 열정과 인간에 대한 사랑, 희망과 굳은 신념이 있으면 얼마든지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으며,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이런 점을 심어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가 어린이, 청소년뿐만 아니라 독자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는 것은 그가 펼치고 있는 장엄하고 화려한 그림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