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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쟁이 끝난 자리(1910~1950년대)
- 마개가 있는 유리병, 파블로 피카소 - 파괴의 미(美), 존 하트필드 - 서양화와 동양화의 만남, 이응노 - 현기증 나는 고담 시티, 윌렘 드 쿠닝 2. 차가운 히피, 뜨거운 히피(1960년대) - 광고판 vs 그림, 앤디 워홀 - 파괴의 사진, 조엘-피터 비트킨 - 만지는 조각, 부드러운 조각, 클래스 올덴버그 - 그림밖의 그림들, 솔 레비트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데이비드 호크니 - 이것은 칠판이 아니다, 사이 톰블리 3. 삶과 죽음의 경계(1970년대) - 땅으로 돌아가다, 로버트 스미스슨 - 텔레비전과 부처, 백남준, 1974 - 기름 덩어리, 요제프 보이스 4. 다시 태어난 미술(1980년대 이후) - 영화 같은 건축, 베르나르 추미 - 정체불명의 미술, 아니시 카푸르 - 거꾸로 매달린 유령, 게오르크 바젤리츠 - 부유하는 뿌리, 전병현 - 점자 그림, 천광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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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젤리츠의 그림을 처음 접한 것은 리옹 역 근처 길가 미술관에서였다. 바젤리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우연히 미술관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오 분도 되지 않아 다시 나오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음산한 분위기와 병적인 이미지에 불쾌감이 밀려들어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그러나 미술관을 여러 차례 돌며 멀리서 또 가까운 거리에서 그림들을 바라보니 그림 속에서 들려오는 친밀한 소리와 강렬한 원색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그림들이 편하게 느껴졌다. 마치 매일 보는 못생긴 사람의 얼굴에 이상하게 정이 들어 그 못생김 때문에 오히려 편해질 때가 있는 것처럼 바젤리츠의 그림은 내게 그런 느낌으로 다가왓다. 나는 이상하게도 처음과는 달리 한 시간가량 미술관에 머물며 이 생각 저 생각에 잠겨 그림 앞을 서성였다.
갑자기 세상이 거꾸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림 속의 인물이 거꾸로인 것이 아니라 내가 서 있는 현실이 거꾸로인 듯 했다. 마치 바젤리츠가 그린 그림 속의 인물처럼 나는 오히려 그의 그림 엎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외면과 내면이 서로 반대라면 그 방향 또한 반대일 것이고 우리의 내면세계는 바젤리츠의 그림처럼 거꾸로 매달려 있을 수도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단 한 폭의 그림으로 세상을 뒤집을 수 있고, 현실의 질서를 단번에 파괴해 버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닫자 순간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림 속을 들여다보기가 왠지 두려워졌다. 그러나 이처럼 파괴된 세계로의 일탈이 현대미술의 묘미이기도 했다. 이렇게 갑자기 찾아온 바젤리츠의 내면세계에 대한 일별은 나로 하여금 이후로 리옹 역을 떠올릴 때마다 그 역과 역 앞의 거리와 사람들이 모두 거꾸로 매달려 있는 듯한 환상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어느덧 현대미술의 환상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이다. --- pp.164~1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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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틈으로 들어온 현대미술!
파리 유학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탐닉해 온 현대미술의 세계를 탁월한 분석력으로 조형해 낸 미술 에세이. 아름다움의 파괴, 해체와 분열, 비공식의 주제로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현대미술을 작가와 작품, 시대의 깊이로 담아내는 「거꾸로 서 있는 미술관」은 과거를 뛰어넘는 놀라운 구상으로 현대 미술사의 중요한 입지를 점하는 굴지의 작가들(회화, 조각, 설치미술, 건축)과 그들의 작품을 통해 현시대 미술이 지니는 모호한 가치와 진실, 아름다움의 가능성 그리고 그 안에 흐르는 삶과 정신을 이야기한다. 경계를 흩뜨리는 파격 속에 삶과 죽음, 선과 악의 경계를 넘어 파괴된 세계로의 일탈을 꿈꾸는 현시대의 미술을 이 책에서는 네 개의 장, 즉 네 개의 서로 다른 깊이로 바라보면서 매력적이고 흥미진진한 현대미술의 세계를 소개한다. 작품과 작가에 대한 애정 어린 접근을 통해 현대미술의 진면목과 그 안에 깃들인 예술의 숨은 진실과 감동을 전하는 이 책은 단순한 예술 에세이의 지평을 넘어 삶을 감싸안는 저자의 따뜻한 감성과 애정이 느껴지는 미술서이다. 예술에 대한 통찰로 탁월하게 조형해낸 미술 에세이! 예술과 인간의 삶을 파고드는 저자의 독특한 해석이 각별한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는 「거꾸로 서 있는 미술관」은 서구 모더니티의 종착점에서 새로운 대안을 찾으려는 현대 작가들의 치열하고도 광활한 예술사적 모험으로 더욱 흥미진진하다. 예술의 정원에서 피어나는 분방한 상상력으로 광활한 캔버스에 밑그림을 그리며 새로운 시간의 세례를 꿈꾸는 작가들... 그 안에는 예술과 삶을 향한 그윽한 열정이 가득하다. 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한 입지를 점하고 있는 현대 작가 18명을 만날 수 있다. 분해된 현실을 재조립해 현대 회화의 장을 연 피카소, 아름다움의 파괴라는 반예술운동을 주도한 존 하트필드의 다다이즘, 한국의 앵포르멜 회화의 선구자인 이응노, 뉴욕 화파를 이끌며 추상표현주의 평면예술을 선보인 윌렘 드 쿠닝, 미국 팝 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 파격적인 이미지의 사진을 만들어내는 조엘-피터 비트킨, 꿈에서 예술적 자양을 길어와 만지는 조각품을 전시한 클래스 올덴버그, 그림과 조각과 건축의 장르가 혼용된 새로운 미술 형태를 개척한 솔 레비트, 영국 팝 아트를 대표하는 데이비드 호크니, 존재의 지극한 가벼움을 그리는 사이 톰블리, 땅을 조경하는 어스 아트 미술가 로버트 스미스슨, 비디오 아트의 대가 백남준, 원시세계의 예술을 현대에 부활시킨 요제프 보이스, 영화 같은 미로식 건축 라빌레트를 설계한 베르나르 추미, 회화와 조각의 대화를 실현한 아니시 카푸르, 인간에 대한 끝없는 공포를 대변하는 작가 게오르크 바젤리츠, 가장 한국적인 서양화가 전병현, 한국적 미니멀리즘과 점자 그림의 작가 천광엽에 이르기까지... 현실과 절묘하게 맞물려 있는 예술적 상상의 세계를 저자 박정욱은 예술에 대한 번득이는 통찰로 그려낸다. 예술이 삶의 의미일 수 있음을 몸소 보여주는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통해 현대라는 퇴적층 속에 깊숙이 숨겨진 미개척 미술을 탐사하는 색다른 경험이 흥미진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