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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언어의 사원에서
시와 생활 시와 철학 시와 우정 시와 사랑 시와 편지 시와 고요 시와 생명 시와 어머니 시와 시간 시와 인연 시와 천재 제2부|밝은음자리표 여름 가을 겨울 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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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석을 뚫고 솟아오른 물줄기
정숙자 시인의 첫 번째 산문집인 "밝은음자리표"는 때 묻지 않은 순수와 성찰, 그리고 온유한 사유의 깊이가 가슴 뭉클하게 전해진다. 너무나도 피곤하고 지친 현대인들에게 『밝은음자리표』는 잃어버린 정서의 고향을 되찾아줄 것이다. 작가 특유의 철학적 문학적 필치는 88만원 세대라고 불리는 젊음에서부터 나이든 사람에 이르기까지 위안과 희망을 안겨줄 것이다. 높은음자리표나 낮은음자리표라는 기존의 음악용어에서 '밝'이라는 한 음절을 바꾸어 씀으로써 전대미문의 이미저리를 창출한 점 하나만 보더라도 정숙자 시인의 언어 감각은 예리함을 드러낸다. 정숙자 시인은 자생란이라 일컬어도 좋을 만큼 스스로의 수련으로 오늘에 이르렀으며, 그 가혹하고 느린 행보에서 축적된 고뇌는 타인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에너지원이 되었다. 그녀의 이야기는 소박하고 부드럽지만 진실하고 엄정하며 슬프다. 여기 적힌 열다섯 편의 에세이는 암석을 뚫고 솟아오른 물줄기이자 골짜기의 환희다. 탁마의 끌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문장과 승화된 기억들! 13세 소녀가 오로지 문학이라는 성城을 향하여 은발이 될 때까지 외곬으로 걸어온 이야기, 전 인생을 쓸어 넣은 이야기. 신은 한 사람의 문인을 탄생시키기 위해 어떤 형벌을 내렸는가? 참담 · 숙연 · 장엄할 따름이다. 표지의 차별화 : 우선 이 책의 표지를 대하는 독자들은 즉각적으로 색다른 인상을 받게 될 것이다. ‘어! 어둡네’ 하고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상업주의의 팽배에서 탈피하여 북디자인의 신기원을 마련하려는 장석주(시인/문학평론가) 선생의 애정 어린 작품이다. 표지 전면에 놓인 거장 베르나르 뷔페(Bernard Buttet 1928-1985)의 그림이 세련된 대화, 즉 독서의 테이블을 제공한다. 현대예술의 중첩모티프를 살린 찻주전자와 등대가 모던하면서도 따뜻하다. 특히 표제를 괄호 속에 가두어버리는 파격을 구사함으로써 이 책을 쓴 작가의 겸손함과 조용함을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본문의 구성 : 일생을 통해 가슴에 남은 명시, 간략하게 추려진 문호들의 생애와 보편적 시론, 그리고 정숙자 시인의 개인적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각도 등이 프리즘을 통해 펼쳐지는 무지개 빛깔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섬세-투명하게 직조되어 있다. 그녀의 생활, 철학, 우정, 사랑, 편지, 고요, 어머니, 시간, 인연, 천재, 사계 등 어느 한 편도 뒤로 돌릴 수 없는 명문들이다. 전혀 현학적이지 않고 거칠지 않으며 비뚤어지지 않은 사고가 지평선이나 수평선 앞에 섰을 때의 감동과 깊이를 느끼게 한다. 우리의 내면을 지켜주는 모든 빛들을 그녀는 ‘밝은음자리표’라고 하지 않는가? 그렇게 여기자고 제안하지 않는가? 편집실 여담 : 우리 출판사 편집실은 『밝은음자리표』를 만드는 동안 삼복더위도 잊고 지냈다. 좋은 글이 주는 서늘함과 보람과 가치가 하루하루를 밝은음자리표로 만들어주었다. 작가가 걸어온 고독한 길, 오래 삭인 다음에야 우러나는 정신의 향기, 끊임없는 열정과 정진을 보여주는 작가 앞에서 우리는 책이 책이 아니라 사람 그 자체인 것만 같았다. 우리는 교정지를 들고 나타난 정숙자 시인에게 물었다. “어떻게 이렇게 쓸 수가 있죠? 선생님 글을 읽다보면 온몸에 소름이 돋아요. 혹시 신기가 있으신가요?” 그러나 시인의 대답은 엉뚱한 것이었다. “뭘요! 제 삶은 신기보다는 감기에 걸리지 않았나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