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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펴내면서
1. 평화 에세이 3인선_평화에 대한 작은 생각 2. 평화 신작시 48인선_구름소매 너울거려라 평화 너 어디서 울고 있느냐 3. 평화 소설 3인선 4. 김영현의 문학산책 5. 평화동화 6. 특별기고 7. 특집_재소고려인 강제이주 70주년 기념 고려인문학과 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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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이름으로 말하라
우리들에게 희망은 생존의 가장 가치 있는 영약靈藥인가? 21세기에 들어섰건만 지구상의 인류는 여전히 야만적인 전쟁과 테러, 부도덕한 정치권력에 의한 억압과 수탈의 그늘 속에 살고 있다. 이 때문에 그 아무리 목울대를 높여 희망의 근거를 찾으려 해도 고달픈 삶의 벼랑에 못 박힌 듯 대다수 사람들은 지금 막막한 현실 속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선 어느 날 이 땅에서 평화문학의 당위성을 부르짖던 어느 시인은 세상을 향해 이렇게 외친 바 있다. “정치의 시대, 경제의 시대를 지나면 반드시 문화의 시대가 올 것이다. 그런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 한국문학은 이제 인류사에 걸쳐 있는 인간의 기본 성향으로서의 침략성을 변화시킬 수 있는 평화문학의 힘을 길러야 한다.” 바로 이러한 정신의 기저에는 평화란 그냥 가만히 앉아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실재의 세계로 이끌어내는 사상과 정서를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새로운 문학적 흐름으로서 평화문학의 당위성을 예고한 것이다. 그러기에 21세기 한국문학은 평화의 언어를 더 많이, 더 진지하게 찾아나서야 하고 오랫동안 이어져온 세계 각국의 민족들의 삶 속에 유전되고 있는 평화의 본성을 새로이 찾아냄으로써 그것을 문제화·형상화해야 하는 화두 앞에 놓여 있다. 고은 시인이 어느 좌담에서 밝힌 바처럼 “이제 영웅주의와 무용담의 문학이 아니라 민중의 집단적·개체적 이상을 담은 평화문학의 정령精靈을 불러내야 할 때이다.” 평화야말로 정신의 육화肉化를 위한 열정의 요구와 함께 전쟁 종식이라는 인류의 염원을 담은 생명현상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문학 속에 형상화된 평화 주제는 대지의 생명력으로 약동해야 하고, 파릇파릇한 실체로 비상해야 한다. 아울러 평화가 진정 아름다운 실체로서 전 지구상에 현현하려면 세계 각 지역의 작가들이 평화를 위한 연대에 적극 앞장서야 할 것이다. 평화문학은 세계 각국의 반전·평화세력과 지속적인 연대를 이룩하고, 나와 타자와의 소통이 일상적으로 혹은 극적으로 지속되는 삶의 문학이 되어야 한다. 그와 함께 평화와 문학에 대한 끊임없는 관계 설정을 통해 작가들은 인간과 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전쟁 도발자들에게 문단 안팎의 광장에서 진지한 항의와 지속적인 이슈 제기를 멈추지 않아야 한다. 또한 우리시대의 평화문학은 평화가 위협받는 반평화적 현실의 틈바구니에서 절대 다수의 시민들의 편에 서서 고통 받는 이웃들에게 다정한 벗을 자처하는 문학을 실천해야 한다. 전쟁의 그늘 속에서 평화문학의 위력은 더욱 빛을 발휘할 것이며, 우리 문학인들은 소외받는 사람들의 아픔과 함께 하는 평화문학의 소명을 자기화해야 할 것이다. 이번호 『한국평화문학』 제4집은 ‘구름소매 너울거려라 평화 너 어디서 울고 있느냐’라는 특집 주제 아래 한국평화문학의 존재 의의와 그 현주소를 찾는 기획으로 이루어졌다. 먼저 평화에 대한 작은 생각을 담은 『평화 에세이 3인선』은 임헌영, 김지하, 김삼웅 선생의 옥고로 채워졌다. 임헌영 선생의 글은 한반도 곳곳의 상처받은 땅을 위무하는 『인간·역사·평화를 위한 문학축전 2007』 행사의 주제의식을 설파하고 있으며,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고양시키고 있다. 김지하 시인은 중앙아시아 일대를 둘러보면서 한민족의 시원과 우리 고려인들의 아픈 흔적을 찾아냄은 물론 우리와 중앙아시아와의 연대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김삼웅 선생의 글은 불퇴전의 독립운동가이자, 근대 민족문학의 선구자로서 일생을 마친 단재 신채호 선생의 생애를 조망하고 있다. 『평화 신작시 48인선』은 『한국문학평화포럼』의 주최로 개최된 『인간·역사·평화를 위한 문학축전 2007』 행사 등에서 낭송된 시 작품을 한데 모은 것이다. 고은, 민영, 정양, 차옥혜, 김용택, 백무산, 박희호, 김창규, 박남준, 이승철, 이원규, 양문규, 박영희, 김선우, 고희림, 손세실리아, 최석, 이정열 시인 등의 평화시는 상처의 현장, 고통의 뒤안길에서 쓴 작품으로서 한국평화문학의 새로운 희망으로 읽힌다. 『평화 소설 3인선』은 강기희, 유시연, 김종득 등 신예작가 3인의 신작 단편이다. 자본의 물량공세와 파편화된 현실을 뚫고 나아가려는 한 존재의 생존의 물음이며, 물신주의 속에서 끝내 자아를 찾기 위한 몸부림, 상처 속에서 성숙해 가는 인간군상을 다루고 있다. 『김영현의 문학산책』은 한국문단의 중견이 토해놓은 문학적 고해성사이다. 시인이자, 소설가로서 한국문단의 확고부동한 중견으로 자리잡은 김영현의 내밀한 문학적 기록인 것이다. {문학은 그 나라, 그 민족이 살아온 영혼의 집적물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렇다면 우리의 영혼은 모두 어디로 증발해버렸단 말인가?}라는 그의 혜안적 성찰과 발언은 진득한 생체험에서 우러나온 진단이다. 동화작가 김정희, 신현미의 『평화동화』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의 문제, 가난한 이웃들이 생의 한켠에서 겪고 있는 삶의 질곡을 다루고 있다. 또한 『특별기고』는 한국의 강에 대한 지속적인 답사를 통해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라는 문제의식을 설파한 신정일 선생의 글과 환경위기 극복을 위한 환경윤리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온 조용개 교수의 글이 실려 있는 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겨 줄 것이다. 이번호의 대미를 장식하는 『특집』은 『재소 고려인 강제이주 70주년 기념 고려인문학과 노래』에 대한 글이다. 1937년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에 의해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쫓겨간 우리 고려인들은 온갖 신산고초를 겪어야 했다. 뼈아픈 역사의 상처를 극복하고 끝내 한민족의 저력을 보여준 ‘고려인들의 문학과 노래’를 찾아나선 김병학 시인, 정상진 선생의 글은 잃어버린 민족문학사에 대한 끈질긴 탐구이며, 자랑스러운 민족문화 유산의 발굴과 보존으로서 모국어를 지키기 위한 실천적 행동에 우리는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금 강조하거니와 우리들의 문학은 본질적으로 모든 전쟁 상태로부터 죽어가는 평화를 살려내지 않으면 안 되는 임무를 요구받고 있다. 분쟁지역과 전쟁의 위기로 인한 긴장이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는 오늘날 평화는 지구상 특정 지역의 전유물이 아니며, 보편적인 염원으로 가득 찬 범인류적인 가치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그 평화는 나의 손, 우리의 힘으로 당당하게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끝내 허위와 굴종인 상태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평화문학을 사랑하는 독자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기대해본다. 한국평화문학 편집위원회 편집주간 홍일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