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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재 독서일기
양장
고재석
한걸음 더 2016.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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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에세이 75위 독서 에세이 top2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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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책머리에_004

2011년 009
낡은 책상에 앉아_011

2012년 015
광장과 동굴_017 어른이 된다는 것_020
조숙의 의미와 한계_022 텅 빈 비둘기집_033
영원한 아내_043 기술과 미술_045
내걸 수 있는 글_057 변명은 이제 그만_061
출구 없는 지식인의 비애_066 인연의 수맥_068
아름다운 우정의 조건_074 그림 밖의 그림_077
책의 주인과 노예_082 약자의 질투_090
비겁의 진실_094 노시인의 충고_097
재능의 다른 이름_100

2013년 103
독서의 힘_105 가정처방_109
국어대사전과 외할머니_112 예민했던 일본 여행_114
자발적 유배_128 햇빛 쏟아지는 벌판_132
하고 싶은 일_134 병의 신비화_137
해석의 충동과 해방_142 내 안의 프랑켄슈타인_146
의미하지 않을 자유_149 책 안의 책과 책 밖의 책_152
문학사의 숨은 꽃_154 추억의 독서열차_158
죽음을 거부하는 죽음_166 마음껏 해 보라_168
잘 넘겨지지 않는 책_170 내 안의 삼대_174
의식적인 노력_176 가난한 사람들_181
지하 서재에서_183 우물 안 개구리_185
마음의 문신_187 모방과 발명_189
과거와 현재의 사람_192 자기완성의 길_196

2014년 197
오늘의 날씨_199 황홀한 고독_201
만선의 주인공_203 붉은광장과 아크로폴리스_208
일탈을 향한 도발_232 증오의 대물림_235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_237 살아 있음의 기적_240
답 없는 답_244 마음의 감옥_246
변소, 화장실, 해우소_255 낡은 성윤리의 껍질_260
발상의 전환과 용기_263 장서가의 행복한 고민_269
사실과 상상의 안팎_274 자, 일하러 가시죠_278

2015년 283
어느 환자의 궤변_285 비움의 계절_291
위대한 유산_293 진통의 의미_297
책갈피의 낡은 신문기사 _301 빈둥거림의 미학_307
자유방임형 인간의 외출_313 여자, 여자, 여자_320
입 없는 아이_327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_334

찾아보기_339
참고도서_349

저자 소개

저자 : 고재석
1956년 출생. 동국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만해 연구소장. 대외교류연구원장. 편저와역자로『일본문학.사상명저사전』,『일본메이지문학사』,『일본다이쇼문학사』, 『일본쇼와문학사』, 『일본현대문학사』(상하)등이 있고 저서로『한국근대문학지성가』, 『숨어있는 황금의 꽃』, 『불가능한 꿈을 꾸는 자의 자화상』, 『탕지아唐家의 붉은 기둥』『한용운과 그의 시대』등이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5월 20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356쪽 | 544g | 128*188*30mm
ISBN13
9788993814453

책 속으로

낡은 책상에 앉아

학교에서 돌아오면 현관에서 신발을 벗자마자 쪼르르 달려 들어와, 오늘 두 문제 틀려 속상하다고 울상 짓던 아이……. 그 아이는 오늘부터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퇴근할 시간이구나. 혹시 집으로 오는 버스를 타러 오다가, 아차 하고 돌아섰던 것은 아닐까 .
“그래? 그러면 내일부터 몽땅 만점 맞으면 되겠구나!” 통통한 볼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이렇게 말해 주면, 두 눈을 반짝거리며 “아! 정말?” 하고는 내 무릎에 폴짝 올라와 반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종알종알 들려주던 큰딸아이의 결혼식은 잘 끝났다. 그러나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그 아이가 중3 올라가던 해 그 애에게 물려주었던 책상에 앉아 본다. 문득 엠마 보바리를 시집보내고 회상에 젖었던 루오 영감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혼례식이 있은 지 이틀 뒤 부부는 떠났다. 샤를르는 환자들 때문에 더 이상 오래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루오 영감이 자기 마차에 두 사람을 태우고 바송빌까지 따라왔다. 거기서 그는 딸에게 마지막으로 키스를 하고 마차에서 내려 되돌아갔다. 한 백 보쯤 걷다가 그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마차가 저만큼 멀어져 가면서 먼지 속에서 바퀴가 돌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그는 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자기가 결혼하던 때의 일, 흘러간 지난 시절, 아내의 임신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 역시 아내를 장인댁에서 자기집으로 처음 데려오던 날은 어지간히도 즐거웠었다. 크리스마스 무렵이어서 들판이 흰 눈에 뒤덮여 있었으므로 아내를 말잔등에 태우
고서 눈 속을 터벅거리며 왔었다. 그녀는 한쪽 팔로 그를 붙잡고 다른 팔에는 바구니를 걸쳐들고 있었다. 코 지방 특유의 머리 두건에 달린 긴 레이스가 바람에 하늘거리면서 때로는 그녀의 입술 위에 닿곤 했고 그가 고개를 돌려보면 바로 가까이 어깨 위에 그녀의 발그레한 작은 얼굴이 보닛 모자의 금박 장식 아래에서 말없이 미소
를 짓고 있는 것이 보였다. 시린 손을 녹이기 위해서 그녀는 이따금 씩 그의 가슴에 손을 찔러 넣었다. 그 모두가 얼마나 아득한 옛날인가! 그때 낳은 아들이 살아 있었다면 서른 살이 되었을 것이다! 그때 그는 뒤를 돌아보았지만 길 위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마음이 빈집처럼 쓸쓸해지는 것을 느꼈다. 귀스타브 플로베르, 김화영 옮김, 『마담 보바리』 (민음사, 2000), p.50.

잘 살아라. 빨간머리 앤처럼 언제나 씩씩했던 우리 큰딸은 지금 신혼집 현관문을 열고 있을 것이다.

---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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