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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_004
2011년 009 낡은 책상에 앉아_011 2012년 015 광장과 동굴_017 어른이 된다는 것_020 조숙의 의미와 한계_022 텅 빈 비둘기집_033 영원한 아내_043 기술과 미술_045 내걸 수 있는 글_057 변명은 이제 그만_061 출구 없는 지식인의 비애_066 인연의 수맥_068 아름다운 우정의 조건_074 그림 밖의 그림_077 책의 주인과 노예_082 약자의 질투_090 비겁의 진실_094 노시인의 충고_097 재능의 다른 이름_100 2013년 103 독서의 힘_105 가정처방_109 국어대사전과 외할머니_112 예민했던 일본 여행_114 자발적 유배_128 햇빛 쏟아지는 벌판_132 하고 싶은 일_134 병의 신비화_137 해석의 충동과 해방_142 내 안의 프랑켄슈타인_146 의미하지 않을 자유_149 책 안의 책과 책 밖의 책_152 문학사의 숨은 꽃_154 추억의 독서열차_158 죽음을 거부하는 죽음_166 마음껏 해 보라_168 잘 넘겨지지 않는 책_170 내 안의 삼대_174 의식적인 노력_176 가난한 사람들_181 지하 서재에서_183 우물 안 개구리_185 마음의 문신_187 모방과 발명_189 과거와 현재의 사람_192 자기완성의 길_196 2014년 197 오늘의 날씨_199 황홀한 고독_201 만선의 주인공_203 붉은광장과 아크로폴리스_208 일탈을 향한 도발_232 증오의 대물림_235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_237 살아 있음의 기적_240 답 없는 답_244 마음의 감옥_246 변소, 화장실, 해우소_255 낡은 성윤리의 껍질_260 발상의 전환과 용기_263 장서가의 행복한 고민_269 사실과 상상의 안팎_274 자, 일하러 가시죠_278 2015년 283 어느 환자의 궤변_285 비움의 계절_291 위대한 유산_293 진통의 의미_297 책갈피의 낡은 신문기사 _301 빈둥거림의 미학_307 자유방임형 인간의 외출_313 여자, 여자, 여자_320 입 없는 아이_327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_334 찾아보기_339 참고도서_3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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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책상에 앉아
학교에서 돌아오면 현관에서 신발을 벗자마자 쪼르르 달려 들어와, 오늘 두 문제 틀려 속상하다고 울상 짓던 아이……. 그 아이는 오늘부터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퇴근할 시간이구나. 혹시 집으로 오는 버스를 타러 오다가, 아차 하고 돌아섰던 것은 아닐까 . “그래? 그러면 내일부터 몽땅 만점 맞으면 되겠구나!” 통통한 볼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이렇게 말해 주면, 두 눈을 반짝거리며 “아! 정말?” 하고는 내 무릎에 폴짝 올라와 반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종알종알 들려주던 큰딸아이의 결혼식은 잘 끝났다. 그러나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그 아이가 중3 올라가던 해 그 애에게 물려주었던 책상에 앉아 본다. 문득 엠마 보바리를 시집보내고 회상에 젖었던 루오 영감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혼례식이 있은 지 이틀 뒤 부부는 떠났다. 샤를르는 환자들 때문에 더 이상 오래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루오 영감이 자기 마차에 두 사람을 태우고 바송빌까지 따라왔다. 거기서 그는 딸에게 마지막으로 키스를 하고 마차에서 내려 되돌아갔다. 한 백 보쯤 걷다가 그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마차가 저만큼 멀어져 가면서 먼지 속에서 바퀴가 돌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그는 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자기가 결혼하던 때의 일, 흘러간 지난 시절, 아내의 임신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 역시 아내를 장인댁에서 자기집으로 처음 데려오던 날은 어지간히도 즐거웠었다. 크리스마스 무렵이어서 들판이 흰 눈에 뒤덮여 있었으므로 아내를 말잔등에 태우 고서 눈 속을 터벅거리며 왔었다. 그녀는 한쪽 팔로 그를 붙잡고 다른 팔에는 바구니를 걸쳐들고 있었다. 코 지방 특유의 머리 두건에 달린 긴 레이스가 바람에 하늘거리면서 때로는 그녀의 입술 위에 닿곤 했고 그가 고개를 돌려보면 바로 가까이 어깨 위에 그녀의 발그레한 작은 얼굴이 보닛 모자의 금박 장식 아래에서 말없이 미소 를 짓고 있는 것이 보였다. 시린 손을 녹이기 위해서 그녀는 이따금 씩 그의 가슴에 손을 찔러 넣었다. 그 모두가 얼마나 아득한 옛날인가! 그때 낳은 아들이 살아 있었다면 서른 살이 되었을 것이다! 그때 그는 뒤를 돌아보았지만 길 위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마음이 빈집처럼 쓸쓸해지는 것을 느꼈다. 귀스타브 플로베르, 김화영 옮김, 『마담 보바리』 (민음사, 2000), p.50. 잘 살아라. 빨간머리 앤처럼 언제나 씩씩했던 우리 큰딸은 지금 신혼집 현관문을 열고 있을 것이다. --- 본문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