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엮은이의 말
저자 서문 제1부 상흔의 역사에서 치유의 역사로 정전, 텍스트, 콘텍스트 - 최영화 옮김 역사와 기억, 홀로코스트의 그늘에서 - 김택균 옮김 역사 쓰기, 트라우마 쓰기 - 김우민 옮김 역사학, 정신분석학, 비판이론 - 이화신 옮김 전환기의 새로운 지성사 - 이화신 옮김 제2부 언어적 전환에서 윤리적 전환으로 도미니크 라카프라의 텍스트 읽기와 포스트모더니즘적 역사 서술 - 조지형 기억, 트라우마, 정신분석학: 도미니크 라카프라와 홀로코스트 - 육영수 라카프라와의 대담 : 언어적 전환에서 윤리적 전환으로 - 도미니크 라카프라?육영수 라카프라 주요 저작 참고할 읽을거리 찾아보기 |
Dominick LaCap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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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이고 공평하게 과거 바라보기, 과연 가능한가
말 많고 탈 많던 건국 60주년 관련 행사가 끝났다. 좌파 세력의 편향된 역사 인식으로 인해 그간 제자리를 찾지 못했던 8월 15일을 ‘광복’의 날이 아닌 ‘건국’의 날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하에 추진된 이번 8·15 기념식을 두고 야권을 비롯한 여러 독립운동 관련단체에서는 우려와 분노를 표했다. 독립운동의 역사적 역할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그러나 행사는 강행됐다. 그리고 계속되고 있다. 역사는 ‘지금 여기’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끊임없이 재해석된다. 때로는 진실 규명을 위해, 때로는 사적 필요에 의해 역사는 항상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으며 오늘을 살아가맞 사람들에게 등장하고 재등장한다. 8월 15일 또한 마찬가지다. ‘광복’이냐 ‘건국’이냐의 논란을 겪으며 2008년 8월 15일은 이전의 8월 15일과는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기적의 역사’를 이룩한 ‘위대한 국민’의 성취 강조를 통해 ‘건국-산업화-민주화-선진화’의 고리를 정립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역사 바로세우기(?) 덕분에 2008년 8월 15일은 달력에 기록된 붉은 색 글씨 ‘광복절’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된 것이다. 광복과 건국을 두고 달아오른 이러한 역사 논쟁은 우리를 역사와 관련한 케케묵은 그러나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질문으로 이끈다. 과연 과거를 공평하게 바라볼 수 있는가, 과거를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것이 과연 가맴한가빈는 의문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학계의 대표적인 역사 이론가 중 한 사람이자 ‘언어적 전환으로서의 포스트모던 역사학’의 주창자인 도미니크 라카프라Dominick LaCapra의 『치유의 역사학으로: 라카프라의 정신분석학적 역사학』은 ‘역사’를 둘러싼 이 같은 물음과 관련하여 유용한 생각거리를 제시해준다. 도미니크 라카프라, 역사란 …… 역사, 과거 흔적의 해석 역사를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한 카E. H. Carr의 역사 인식론, 구체적으로 ‘역사는 역사가가 몸담고 있는 사회와 시대를 반영하는 것으로, 역사 해석은 불변의 객관적 사실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가 그 사실을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라는 인식은 오랫동안 역사학자들에게 유용한 연구 지침으로 여겨져 왔다. 이러한 카의 인식론은 현재와 과거와의 끊임없는 대화에서 제기될 수 있는 상대주의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과거 및 현재의 절대화도 모두 거부했다. 즉 고정 불변의 판단 기준으로서의 객관성과 보편성을 거부하는 ‘대화’가 카의 대화였다. 라카프라는 카와는 비슷하면서도 상당히 다른 역사 인식을 보여준다. 라카프라에게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가 아니다. 그것은 과거의 텍스트와 현재의 역사가의 끊임없는 다성적 대화다. 과거는 남아 있지 않다. 다만 텍스트에 그 흔적이 남아 있을 뿐이다. 따라서 라카프라에게 역사는 과거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 이른바 과거라고 불리는 것에 대한 연구다. 도달할 수 있고 읽을 수 있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과거에 대한 텍스트다. 이 텍스트에 대한 연구, 그것이 바로 역사다. 라카프라에게 과거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끊임없는 해석과 재해석의 대상으로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텍스트에 그 흔적만 남은 과거에 대한 끝없는 해석, 이것이 바로 라카프라의 역사 인식이다. 역사가맞 기억의 심부름꾼이다 이러한 나름의 독특한 역사관을 토대로 라카프라는 과거에 대한 재구성과 과거와의 공감적 대화라는 일견 모순적인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 객관과 주관, 사실과 가치, 서술 주체와 대상 등 각종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해체하고, 텍스트 분석을 지향한 지성사와 콘텍스트 중심의 전통적인 역사 쓰기를 아우르는 “잡종 교배적 역사 서술”을 추구한 것이다. 폭력과 트라우마로 특징지어지는 극한 상황, 특히 나치의 인종 학살인 홀로코스트에 대한 그의 연구는 이러한 라카프라식 역사 서술 모델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역사가빎 과거의 개인이나 집단이 간직한 일차 기억을 여과, 선별, 재구성해 그 결과물인 이차 기억을 후대에 전달하는 ‘기억의 심부름꾼’이다. 그러므로 역사가의 주요 임무는 다양한 종류의 기억을 과거 상흔의 굴레에서 해방시키는 것이 되어야 한다. 희생자의 기억을 자유롭게 하고, 그들의 개인적 기억을 공적으로 저장하여 미래를 위한 올바른 선택의 자료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라카프라가 요청하는 ‘역사학의 윤리적 전환’이다. 『치유의 역사학으로』,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상흔의 역사에서 치유의 역사로 『치유의 역사학으로: 라카프라의 정신분석학적 역사학』의 1부 “상흔의 역사에서 치유의 역사로”는 1994~2004년 사이에 발표된 라카프라의 일련의 저서들 중 핵심적인 장을 옮긴 것이다. 독자들은 이를 통해 언어적 전환으로서의 새로운 역사학을 주창했던 라카프라가 홀로코스트 역사 이론가뾔 변화하는 지적 과정을 추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억과 트라우마로서의 역사 서술에 관한 그의 일관된 설명을 다양한 관점과 사례를 통해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정전, 텍스트, 콘텍스트」(1994)에서 라카프라는 ‘위대한 책’으로 불리는 정전正典(canon)을 둘러싼 다양한 쟁점백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정전을 무조건적으로 옹호, 역사 서술의 지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정전과 대화적으로 교류해야 하며, 정전을 역사 서술의 텍스트 중 하나로 인식함으로써 텍스트 내에 존재하는 타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와 기억: 홀로코스트의 그늘에서」(1998)에맞 여러 홀로코스트 관련물들에 대한 비판적 해석을 통해 역사와 기억 간의 바람직한 관계를 제시하려는 라카프라의 노력이 담겨 있다. 라카프라는 이 글에서 진지한 자기성찰을 통해 기존의 역사 탐구가 전제하고 있던 인식론적 투명성과 가치중립성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역사 쓰기, 트라우마 쓰기」(2001)는 지금까지의 역사학이 망각한 정서와 재현을 회복하기 위해 역사 쓰기의 양극단인 실증주의와 구성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윤리성을 복원하고, 역사의 참여자들이 내는 목소리와 그들 자신 간의 분절을 이끌어내고, 픽션에뭇 가맴성을 열어둠으로써 역사학의 변경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학, 정신분석학, 비판이론」(2004)에서 라카프라는 나치의 홀로코스트, 9?11 테러와 같은 트라우마적 사건을 분석하면서 ‘전이’ 등의 정신분석학적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 자신의 오랜 학문 여정 중 ‘정신분석학적 전환’의 면모를 가장 잘 보여준다. 특히 전이는 역사가가 연구 대상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또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의 주체 위치를 새롭게 탐구하면서 대상과 바람직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객관적인 역사 서술을 가맴하게 해준다. 나아가 자신의 위치를 지속적으로 재설정하는 전이 과정을 통해 역사가가 트라우마적 사건을 성찰적으로 극복할 수 있게 된다. 라카프라의 지적 자서전이라 할 수 있는 「전환기의 새로운 지성사」(2004)에맞 과거와의 대화적 관계에 입각한 콘텍스트화로서의 지성사 모색이 담겨 있다. 이 과정에서 특히 강조되는 것은 역사가가 연구 대상과 바람직한 거리를 유지하는 “감정이입적 동일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연구 대상과 무분별하게 동일시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거리 두기도 지양하는 역사가의 윤리적 책임이다. 언어적 전환에서 윤리적 전환으로 2부 “언어적 전환에서 윤리적 전환으로”는 라카프라의 복잡하고도 난해한 주장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해제 그리고 라카프라와의 대담으로 이루어져 있다. 조지형의 「도미니크 라카프라의 텍스트 읽기와 포스트모더니즘적 역사 서술」은 포스트모던 역사가뾔서의 면모를 드러냈던 라카프라 학문 세계의 전반기를 국내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풆어준다. 육영수의 「기억, 트라우마, 정신분석학: 도미니크 라카프라와 홀로코스트」, 도미니크 라카프라와 육영수의 대담 「라카프라와의 대담: 언어적 전환에서 윤리적 전환으로」는 급진적인 포스트모더니즘과 결별하고 담론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회복하려 노력했던 라카프라의 후반기 학문 세계를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이러한 해제와 대담을 통해 라카프라의 학문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가 가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현대사를 되돌아보자 엮은이 육영수는 질문한다. 친일 인물들에 대한 엄격한 역사 심판이 전제되지 않은 과거사의 청산과 화해는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식민지 과거와 한국전쟁이 잉태한 트라우마는 금전적?법률적 보상과 국가적 기념비 세우기 등으로 아물 수 있을까? 역사적 희생자에 대한 국가적 차원에서의 진정한 애도가 선행되지 않는 역사적 상흔의 성찰적 극복하기는 가맴한 것인가? 좌우 진영에서의 경쟁적인 한국현대사 다시 쓰기, 동아시아 역사(가)연대 등의 집단적인 움직임은 피눈물과 분노, 복수심으로 잠들지 못하는 영혼에게 용서와 평화를 약속할 것인가? 격동의 근현대를 경험한 덕분인가. 우리에게 근현대사는 치유해야 할 수많은 상처들로 얼룩져 있다. 제법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뭇 여전히 그러한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다. 아니, 오히려 곪아 들어가고 있다. 건국절 논쟁은 그 단적인 예다. 역사는 단순한 ‘그때 그 시절’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을, 지금 여기를 말하고 보여주는 지표다. 역사에 대해 냉철한 질문을 던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라카프라가 처방한 ‘치유의 역사학’에 내포되어 있는 복잡한 이슈들과 대답되지 않고 열려 있는 질문들은 이처럼 여전히 곪아 들어가기만 하는 우리의 현대사를 되돌아볼 귀중한 계기와 시사점을 제공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