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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혼은 다음날도 서당 앞을 기웃거리며
남몰래 천자문을 따라 외웠지. 그때 공부를 마친 아이들이 우르르 뛰어나오더니, 아이 하나가 장혼의 팔을 잡았어. “도둑고양이처럼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여긴 너 같은 애가 기웃거릴 곳이 아니라고!” 다른 아이는 절뚝절뚝, 주위를 돌며 장혼의 흉내를 냈어. 모여 있던 아이들이 까르르 웃었지. “이제 다시는 안 올 거야!” 얼굴이 빨개진 장혼은 입술을 꽉 깨물었어. --- p.8-9 ‘붓은 몽염이라는 사람이 만들었다.’ 장혼은 부리나케 저잣거리로 달려가, 장사 경험이 풍부한 붓 장수에게 물었어. “붓은 몽염이 만들었는데, 뽕나무로 대를 만들고, 사슴 털로 기둥 심을 만든 다음, 양털로 심을 둘러쌌다더군.” 장혼은 얼른 종이에 내용을 받아 적었어. 그러고는 저잣거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구경했어. ‘그래! 사는 데 꼭 필요한 것과 눈에 보이는 것들도 삼강오륜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걸 알려주어야 해!’ --- p.18-19 책에 실을 내용이 정해지자, 장혼은 집으로 친구들을 초대했어. “옥류동 골짜기에 집을 얻었다고 하더니 바로 여기구먼!” “‘이이엄’이라! 스스로 만족하며 산다는 뜻이로군.” “난 소박한 이 집이 참 맘에 드네. 낮에는 햇볕이, 저녁에는 달빛이 찾아오지 않나.” 장혼은 친구들과 함께 자연을 벗 삼아 시를 지으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어. 물론 쓰고 있는 책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지. --- p.24-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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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글 읽는 소리에 끌려 서당 주변을 서성이던 장혼은 그만 양반집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하고 맙니다. 억울한 마음에 다시는 서당 근처는 가지 않으리라 마음먹지만 글 읽는 소리가 잊혀지지 않았던 장혼은 어머니에게 직접 글을 배우게 되죠. 글 배우는 것이 즐겁기만 한 장혼은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그대로 이웃집 아이에게 들려주었고, 이윽고 아이들을 모아 글을 가르치는 훈장이 됩니다. 그러나 처음 글을 배우는 아이들이 천자문을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을 위한 쉬운 교재를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먼저 천자문에 나온 설명을 우리 일상에 맞게 다시 쓰고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 신화와 설화, 풍속과 놀이 등에 관한 정보를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우화적인 내용을 추려 목록을 완성해 갑니다. 임금이 편찬한 여러 서책을 교정하면서 규장각의 장서를 섭렵한 조선 최고의 편집자이기도 했던 장혼은 같이 공부하던 위항 시인들의 조언을 받아가며 [아희원람]을 구성하고 수정하며 차츰 완성해 나갑니다. 당시 비싼 금속활자를 빌려 책을 찍어야만 했지만 어떤 어려움도 장혼을 막을 수는 없었죠. 드디어 아이들을 위한 교과서 [아희원람]이 완성되고, 장혼의 서당 ‘이이엄’이 있는 옥류동 골짜기는 신나게 웃고 즐겁게 놀며 공부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늘 넘쳐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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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즐겁고 재미있는 조선의 아동교과서 [아희원람]
유교를 중시하던 조선시대에는 모든 서당에서 “하늘 천, 땅 지”를 따라하는 천자문을 시작으로 소학, 삼강오륜 등을 가르쳤으며, 윤리와 도덕성 중심의 교육에 치우쳐 있었습니다. 조선 후기 문인이자 편집자였던 장혼은 이러한 유교적 가치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즐겁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고,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삶의 지혜가 담긴 아동용 교재가 필요함을 느끼고 모든 아이들이 재미난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떠올립니다. 이에 공부에 싫증을 내는 아이들도 즐겁게 공부할 수 있도록 우리 신화와 설화, 역사 등에서 재미난 이야기를 담고, 중국 중심의 사관에서 벗어나고자 우리 문화와 역사, 전통 민속놀이(답교놀이, 유두, 씨름 등)와 같은 고유의 민속에 관해 정리하고, 현실 생활에 도움이 되는 꼭 필요한 지식만을 추려 백과사전식으로 정리한 [아희원람]을 편찬하게 됩니다. 이렇듯 쉽고 재미난 내용과 평민 중심의 생활사와 습속을 담은 [아희원람]은 조선 후기 가정교육의 기본 교재로서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이후 일반 양민들의 아동교육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할 만한 책이 없을까? 이 책은 조선시대 아동용교재인 [아희원람]을 펴낸 출판편집인 장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중인이자 지체장애인이기도 했던 장혼은 어머니를 통해 글을 배웠으며, 한 번 본 것은 곧바로 암송할 만큼 재능이 뛰어났다고 합니다. 모든 아이들이 그렇듯 이야기를 좋아했던 장혼은 어머니로부터 들은 재미난 이야기를 동네 아이들에게 들려주며 자라게 되었죠. 성인이 된 장혼이 옥류동 골짜기의 허름한 집, ‘이이엄’에 서당을 차려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면서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를 시작할 만한 책이 없을까’를 고민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아이들은 천자문을 좋아하지 않았지. 내용이 아이들 생활과 멀고, 뜻도 어렵거든.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를 시작할 만한 다른 책이 없을까?’ 조선의 출판전문가이자, 아동교육이론가 장혼 이야기 장혼이 [아희원람]을 펴내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이 책은 진정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이 무엇이고, 어떤 내용을 가르쳐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조선의 아동교육가 장혼’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장혼이 어머니에게 글을 배우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훈장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고 전달하는 스토리텔링이야말로 가장 재미난 공부가 될 수 있음을 알려 주고, 인왕산 골짜기 허름한 집 한 칸에 만족하며 가꾸고 살았던 장혼의 삶을 통해 조선 선비들의 기품과 소박한 풍류와 멋을 보여 줍니다. 또한 당시 중요한 시대 문화적 배경이기도 했던 서촌 중인들 중심의 위항문학과 여러 문인들의 모습을 [아희원람]의 수록 내용을 고민하며 친구에게 조언을 구하는 장혼의 모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소개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이의 [율곡전서]와 정조의 [홍재전서] 등 수많은 문집을 펴낸 조선 최고의 출판편집인이기도 했던 장혼에 대한 또 다른 면모나 활자 기술이 보편적이지 않았던 당시 상황을 극복하고자 자신의 활자 ‘이이엄체’를 만들어 낸 과정 등은 따로 정보페이지를 통해 설명해 줌으로써 조선의 출판인쇄 기술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유둣날을 맞아 “오늘은 자연에서 공부하는 날!”이라 외치며 옥류동 계곡에 뛰어들어 물놀이하는 아이들을 그린 이 책의 마지막 장면은 아이들과 함께 놀고, 이야기하고, 체험하며, 즐기는 것이 진정한 교육임을 말하고자 했던 장혼의 현실적 교육사상을 잘 보여 줍니다. 도덕과 윤리성만 강조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교육 현실을 비판한 조선의 아동교육가 장혼의 이야기는 우리 어른들에게도 현재 우리가 처한 교육 현실을 돌아보고, 진정 아이들을 위해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 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