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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말
한국어판 서문 프롤로그 인간이 살지 않는 야생 속으로 1장 아프리카의 새벽을 날다 2장 우리만의 에덴동산을 발견하다 3장 들불이야! 칼라하리가 불타고 있어! 4장 사막이 다시 녹색으로 물들다 5장 칼라하리의 울음소리 6장 갈색하이에나 ‘스타’와의 만남 7장 야영지에서 생긴 일 8장 목스, 우리는 이제 세 사람이다! 9장 수사자 ‘본즈’의 당당한 귀환 10장 들개 대장 ‘반디트’와 그 일당 11장 사자들의 놀이터가 된 야영지 12장 전 세계에 지원금을 요청하다 13장 무선장비가 생겨 정말 기쁘다 14장 우리의 친구, ‘본즈’가 사라진 날 15장 사냥 전리품 오두막에서 16장 비행기 ‘에코 위스키 골프’ 호 17장 야외 자연생태학자의 로망 18장 어미에게 버림받은 사자 새끼 19장 먹이를 찾아 헤매는 떠돌이들 20장 인사도 없이 숨어 버린 목스 21장 청소동물의 공동육아 학교 22장 굶주리다 못해 야영지를 찾은 ‘페퍼’ 23장 자연보호구역을 벗어난 친구의 운명 24장 디셉션 밸리의 우라늄 시추작업 25장 암사자 ‘블루’와 새끼 ‘빔보’ 26장 사막의 검은 진주들, 누 떼! 27장 비에 젖은 칼라하리 에필로그 친구들아, 우린 다시 돌아올 거야 아프리카 동물이름 참고자료 색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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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지막하게 으르렁거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고개를 천천히 들어 발 쪽을 보는 순간 그만 숨이 멎는 것 같다. 소리의 주인공은 거대한 암사자다. 무게가 136킬로그램은 됨직한 놈이 고작 5미터 거리에서 우리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다. 발 근처까지 온 암사자가 고개를 한쪽으로 천천히 돌리자 나는 이때다 싶어 델리아를 깨웠다. 고개를 들던 델리아는 사자를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 팔을 잡으며 재빨리 오른쪽으로 고갯짓을 한다. 4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암사자가 또 있다. 그리고 또 한 마리… 또 한 마리… 조심스레 주위를 살펴보니 아홉 마리가 우리를 에워싸고 있었다. 지난밤 우리는 말 그대로 칼라하리의 야생 사자 한 떼와 동침을 한 것이다. --- pp.20~21
“세상에! 트럭이 가라앉고 있어! 빨리 타! 어서! 여기서 나가야 해!” 염전 표면이 부서지면서 바퀴들이 진흙 속으로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금세라도 트럭을 집어삼킬 것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차에 급히 올라탔지만 시동은 꺼지고 바퀴는 점점 가라앉았다. 미친 듯이 시동을 다시 켜고 기어를 로우-레인지로 옮기자 트럭이 간신히 앞으로 나아갔다. 나는 생각할 틈도 없이 염전 가장자리를 향해 마구 달렸다. 염전을 벗어나 안전한 풀밭에 도착할 때까지 제정신이 아니었다. 정말 아찔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우리는 얼굴을 마주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 p.40 새벽 3시 30분경 너무 졸려 델리아에게 잠시 보초를 맡기고 차 옆 땅바닥에 침낭을 펴고 조용히 들어갔다. 신발을 옆에 두고 셔츠를 돌돌 말아 베개로 삼았는데, 깊은 잠에 곯아떨어지려는 순간 머리를 땅바닥에 심하게 부딪쳤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급히 손전등을 찾아 비추니 5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자칼이 내 셔츠를 입에 물고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었다. “야! 그거 이리 내 놔!” 나는 반쯤은 어이가 없고, 반쯤은 화가 나고, 반쯤 잠이 깬 상태였다. 녀석은 기어이 셔츠를 물고 풀숲으로 도망쳤다. 새벽 무렵 신발 한 짝의 코 부분과 누더기가 된 셔츠를 찾았다. --- p.56 불길이 모래언덕을 다 내려와 야영지에서 900미터 떨어진 강바닥에 닿자 순식간에 거대한 연기 기둥이 사바나에서 분출하듯 하늘로 치솟았다. 높이가 2~3미터에 달하는 불길이 계곡을 따라 질주하기 시작했고, 야영지에서 350미터가량 떨어진 지점에 만든 저지선이 들불의 속도를 늦출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불길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시 파죽지세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 pp.75~76 큰 먹잇감을 둘러싸고 어른 자칼들 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이것은 자칼들 사이에 존재하는 엄격한 위계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가만히 있던 새끼들이 고기를 먹으려고 부모 곁으로 다가가자 부모는 등을 돌리며 험악하게 으르렁거렸다. 지금까지 온갖 장난을 다 받아 주었는데, 갑자기 왜 그러는 거지? 그 순간 부모 자칼은 새끼들을 경쟁자로 간주한 것이다. 암컷 새끼는 꼬리를 말고 앉아 입을 벌린 채 항복의 표시로 앞발을 들었지만 수컷 새끼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비에게 매번 퇴짜를 당했지만 계속 고기에 달려들자 아비가 새끼에게 공격성을 드러냈다. 마침내 부자는 참을 수 없는 순간이 되었다. 두 수컷은 털을 철사처럼 빳빳하게 세운 채 마주서더니 엉겨 붙었다. --- pp.102~103 배를 채운 들개들의 술래잡기가 시작되었다. 지저분한 털가죽, 너덜너덜한 귀, 빗자루 같은 꼬리를 한 집시 개들이 흥에 들떠 춤을 추었다. 아프리카들개가 걷고 있는 사람을 공격한 사례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나는 카메라를 챙겨 차에서 내렸다. 몇 미터를 갔을까? 들개들은 나를 둘러싸고 춤을 추고 요리조리 몸을 움직였다. 내게는 아무 관심도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쭈그리고 앉는 순간 분위기는 돌변했다. 녀석들은 나를 처음 봤다는 듯 쳐다보더니 순식간에 반원 대형으로 나를 에워싸고는 어깨를 맞대고 꼬리를 쳐들고 으르렁거리며 점점 나를 압박해 들어왔다. 땀방울이 얼굴 위로 흘러내렸다. --- pp.177~178 건기 동안 칼라하리 사자들은 세렝게티의 사자들과 사뭇 달랐다. 무엇보다 암컷들의 행동이 다르다. 우기에 어떤 무리에 속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듯 암사자들은 뿔뿔이 흩어져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만난 새로운 무리에 적응했다. 우리가 관찰한 암사자들은 한 마리도 빠짐없이 다른 무리와 어울렸다. 세렝게티의 무리 개념은 무척 공고하고 탄탄해 다른 무리의 암사자가 접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반면 칼라하리는 그렇지 않았다. 이것이야말로 동물들이 극심한 환경 속에서 자신들의 사회체계를 어떻게 조정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놀라운 예다. --- pp.297~299 우리는 절대로 새들의 둥지를 건드리지 않았지만, 포식자들쳀 어미 새들을 공격하는 바람에 버려진 알들은 가져와 먹었다. 하지만 갈색하이에나에게 이 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다면 그마저도 건드리지 않았을 것이다. 마크는 송곳으로 타조 알의 끝부분에 작은 구멍을 냈다. 그런 다음 알을 무릎 사이에 끼우고 철사를 구멍으로 넣고 마구 휘저어서 흰자와 노른자를 섞었다. 나는 한 끼 분량만 프라이팬에 요리한 후 알에 반창고를 붙여서 그늘진 나무 아래에 묻었다. 내용물이 썩을 때까지 12일 남짓 걸렸는데, 그동안 아침마다 스크램블드에그나 오믈렛을 해 먹었다. 타조 알의 유일한 문제점은 구멍을 내기 전에는 얼마나 신선한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심하게 썩었을 때는 구멍을 뚫는 순간 지독한 냄새와 내용물이 폭발하듯 얼굴 전체로 튀어 마크가 타조 알에 구멍을 낼 때마다 나는 멀찍이 서서 마크의 반응을 살폈다. --- pp.128~129 우리 앞에는 13미터가 넘는 커다란 회색 모래언덕들이 있고, 그곳에 미로 같은 굴들이 펼쳐져 있었다. 거기에다 언덕마다 나이가 다른 새끼들이 서 있는데, 새끼들의 어미가 다 다른 것 같다. 사라진 새끼들도 모여 있었다. 그렇다. 우리는 세계에서 최초로 갈색하이에나 무리의 새끼들이 모여 사는 공동 굴을 발견한 것이다! 지난 몇 년간 도저히 풀 수 없었던 의문들이 한순간에 해결되는 것 같았다. 갈색하이에나는 청소동물이라 대형 먹잇감을 사냥할 필요가 없는데, 왜 무리 생활을 하는 걸까? 이유는 분명했다. 갈색하이에나들은 칼라하리 같은 험악한 자연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끼들을 공동으로 키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청소동물이면서 굳이 무리를 이뤄 먹이와 영토를 공유했던 것이다. --- p.318 오랜 가뭄을 견디지 못하고 디셉션 밸리 남쪽에 있던 누들이 북쪽의 보테티 강과 오카방고 강, 하우 호수 등을 향해 대이동을 시작했다. 누 떼는 하룻밤에 40~48킬로미터를 이동했는데, 갑자기 누들이 멈춰 섰다. 생전 처음 보는 것이 앞길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앞에는 구제역을 방지한다며 인간들이 만든 울타리가 세워져 있다. 울타리의 동쪽과 서쪽 끝은 다른 울타리와 연결되어 장장 800킬로미터에 걸쳐 사막을 에워싸고 있다. 누들은 지독한 가뭄이 올 때마다 의지했던 호수와 강 근처의 서식지로 가는 길을 차단당했다. 지금까지 배운 것으로도, 본능으로도 이 장애물을 헤쳐 나갈 수 없다. 당황한 누들은 북쪽을 포기하고 울타리를 따라 동쪽으로 진로를 바꾸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동쪽으로 향하던 누 떼는 남북을 잇는 또 다른 울타리에 다다랐다. 누들 사이에 대혼란이 일어났다. 두 번째 울타리를 따라가면 남쪽으로 가야 한다. 북쪽을 향해 달려왔건만 목적지와는 정반대 방향이다. 누들은 머리를 흔들며 어쩔 줄 몰라 하며 서 있다. 잠시 후 누들이 비틀거리더니 쓰러지기 시작했다. --- pp.368~3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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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속에 갇힌 인간에게 던지는 ‘야생’의 의미
『야생 속으로』는 야생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야생동물과 함께 생활하며 관찰한, 말 그대로 야생 이야기다. 말이 쉬워 오지 생활이지 그 생활이 어떨지는 보통 사람들은 정말 상상할 수조차 없다. 물이 떨어져 생사의 갈림길에서 헤매기를 수없이 반복하고, 염전지대에서 트럭이 땅속으로 가라앉을 뻔하고, 차가 고장 나 그 넓은 아프리카 초원에서 꼼짝없이 버려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코앞까지 다가온 사자나 하이에나가 당장 공격할지도 모르는 순간을 수없이 겪었다. 보통 사람들은 생태학자의 이런 삶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떼돈을 벌기는커녕 연구비가 바닥날까 봐 노심초사해야 하고, 문명의 이기로부터 멀리 떨어진 탓에 어느 것 하나 익숙지 않아 불편하기만 한 오지의 삶을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것도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까? 마크와 델리아가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야생동물을 연구하고 보호할 방법을 찾은 데는 ‘야생’에 대한 두 사람의 강인한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7년 동안이나 견딜 수 있었겠나? “당신은 야생동물이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는 곳을 상상할 수 있는가?” 문명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 인간에게 저자의 질문은 과연 그런 곳이 있는가 반문할 정도로 신선하다. 생태학자에게 그곳은 왜곡되지 않은 동물의 삶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고, 동시에 인간이 태어나기 이전부터 있어 온 태곳적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자연이 빚어낸 조화로운 터전 위에서 인간은 비로소 삶을 영위할 수 있었건만 문명 속에 갇힌 인간에게 야생은 인간의 손길을 기다리는 대상, 인간과 멀찍이 떨어뜨려 놓아야 하는 것쯤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저자에게 ‘야생’은 인간을 잉태한 곳이고, 인간으로 하여금 과거를 잊지 않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깨닫게 하는 곳이다. 동시에 야생이 고통을 겪고 있다면, 그것은 자연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고, 인간도 그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야생의 자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저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야생동물의 지혜와 우정,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이어지는 강인한 생명력, 인간의 방해로 어쩌지 못하고 쓰러져 가는 모습 등이 있는 그대로 펼쳐진다. 두 마리의 수사자 중 한 녀석이 마취 총을 맞고 쓰러지자 다른 녀석이 동료가 깨어날 때까지 끝까지 곁을 지켰고, 건기와 가뭄이 찾아오면 서로 다른 영역을 지키던 사자 무리들이 생존을 위해 영역을 공유하며 함께 섞여 먹이를 찾았다. 또한 갈색하이에나가 홀로 지내면서 무리를 짓는 이유를 도저히 알 수 없었는데, 새끼를 함께 키우는 공동육아 굴을 발견하고 모든 의문이 풀린다. 그뿐 아니라 어미가 죽어 고아가 된 새끼들을 무리가 입양해 길렀다. 부시맨과 사냥꾼이 피운 들불이 칼라하리를 휩쓸고 지나갔지만, 용케 동물들은 들불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고 대부분 살아남았다. 자연보호 구역을 벗어나면 언제든 총알받이가 될 수 있다는 인간의 규칙을 알 리 없는 야생동물들의 처절한 죽음, 오랜 가뭄으로 수십만 마리의 누들이 물을 찾아 대이동을 했지만, 구제역을 방지한다며 친 울타리에 막혀 수천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태곳적부터 살아온 삶의 터전에서 야생동물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장벽 앞에 당황하며 쓰러졌다. 왜 생태학자들은 목숨을 걸고 오지 속으로 떠나는가?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생명에 우열이란 있을 수 없다.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진 종이나 환경에 적응해 지금까지 살아남은 종이나 모두 진화의 산물이며 자연의 생명 현상이다. 환경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 칼라하리의 야생동물도, 인간도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할 수 있다. 혹 모른다. 인간이 야생동물보다 더 빨리 멸종할 수도 있다. 인간을 둘러싼 환경에는 온난화나 물이나 공기만이 아니라,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동식물이 포함된다. 환경을 생각한다는 것은 인간의 터전이 흔들리지 않도록 환경을 잘 보전하는 것이고,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과학자와 야외 생태학자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환경을 보전하려면 뭘 알아야 방법을 찾을 것이 아닌가? 마크와 델리아도 야생동물을 관찰하면서 알아낸 사실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동물을 보호할 방법을 찾은 것이라고 답한다. 저자들이 칼라하리에 들어가기 전까지 그곳에서는 한 번도 야생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 결과로 인간들은 철조망 울타리를 쳐서 먹이와 물을 찾아가는 동물의 이동로를 막았고, 사냥꾼들에 의해 수사자가 집중적으로 총알받이가 되어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야외 ?태학자의 노력이 있었기에 비로소 일반인 또한 자연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고, 동시에 자연보호 운동의 폭 또한 커졌다. 단적인 예로 『야생 속으로』가 출간되어 성공을 거두자 마크와 델리아는 ‘오웬스 야생 보호 기금’을 설립하였고, 전 세계로부터 기부금이 쏟아졌다. 앞으로 생태학자들의 연구가 더 많이 이뤄져 많은 이들이 자연보호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되기를 바란다. 여러분이 내는 작은 기부금, 심지어 내셔널지오그래픽의 구독료가 야생동물 연구와 보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걸 잊지 말기 바란다. |